‘용산발 낙하산’ 외풍 부는 KT 막전막후

또 다시 시작된 꼭대기 쟁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KT가 어김없이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랬던 터라 일상적이라는 분위기다. 다만 검찰의 칼끝에 서 있어 유독 뒤숭숭하다. 특히 윤석열정부 입맛에 맞는 대표이사 선임을 준비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입김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정관 및 규정이 변경되거나 보수 정부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가 내정된 것이 그 이유다.

KT의 차기 대표이사를 뽑는 사외이사에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지낸 인물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낸 법조계 ‘올드보이’가 내정됐다. 대표이사 자격요건에는 ‘정보통신 전문성’도 삭제됐다. 차기 오너 자리에 ‘정권 낙하산’이 꽂히는 건 익숙하지만 사업 운영 능력조차 없을 것 같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여권 인사
내리꽂기

KT 사외이사에 내정된 최양희 한림대 총장과 윤종수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은 각각 박근혜정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명박정부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KT는 지난 9일, 이들 외에도 5명의 새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KT가 발표한 사외이사 최종 후보는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곽우영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IFAC 이사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다.

곽우영·이승훈·조승아 후보는 주주 추천을 받은 인사다. 김성철 고려대 교수는 윤석열정부 미디어 정책 전반을 수립하는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T는 새로운 대표이사 선출 방식과 기준을 발표하기도 했다. 자격요건에 ‘정보통신 전문성’ 항목을 삭제하고 ▲기업경영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산업 전문성 등 4가지 항목으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사업 운영 능력이 없는 인물이 오너로 선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일자 KT 측은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성이 빠진 게 아니라 산업 전반 전문성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KT 새 노조는 성명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 면면을 보면 현 대통령 자문위원회 소속, 박근혜정부 장관 출신, 대주주인 현대자동차 출신 등이 보인다”며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요건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하는 등 낙하산 CEO를 선출하기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누누이 강조된 소액주주, 소비자, 종업원 등 이해당사자에 대한 배려도 전혀 없었다”고 비판했다.

차기 대표이사 선출 기준도 기존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결권 ‘50% 이상’서 ‘60% 이상’의 찬성으로 변경했다. 연임 후보의 경우, 의결 참여 주식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를 거쳐야만 대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KT 경영진이 이사회를 통해 ‘셀프 연임’을 한다는 비판에 대응한 조치로 해석된다.

윤정부 입맛 맞는 대표 선임 관측
보수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 내정

이번 사외이사 선임은 외부 인사로 구성된 40여명의 인선자문단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KT 새노조는 “후보 선정 과정에 참여한 인선자문단이 여전히 누군지 모르고 어떤 기준으로 선임했는지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번에 선정된 후보가 어떤 주주의 추천인지 등도 여전히 불투명한 영역으로 남게 되어 당분간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은 계속해서 진통을 겪어왔다. 지난해 구현모 전 대표이사 연임 결정에 KT의 대주주이자 정부의 영향을 받는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을 내 재공모가 치러졌다. 재공모에 도전했던 구 전 대표가 급작스럽게 중도 사퇴했다.


재공모 결과 KT이사회가 KT 출신인 윤경림 대표이사를 내정하자 KT를 향한 정치권의 압박과 수사가 본격화됐고, 윤 전 내정자도 결국 사임했다. 야당과 노조, KT 소액주주들은 민영화된 기업 KT를 향한 정치권의 과도한 압박에 반발했다.

KT 안팎에선 KT 이사회 책임론도 제기된다. ‘KT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예상되는 상황서 현 이사회 멤버를 지속적으로 차기 대표이사로 선임했고, 외압을 버티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KT 다수 노조인 KT 노조는 지난 3월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해야 한다. 그리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 공백을 없애고 조합원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대표이사 선임 관련 정관이 개정되면서 외부 입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표이사 후보자에 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이 상향된 것이 외부 낙하산 방지에는 긍정적이지만 국민연금의 입김이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세지는
외부 입김

당초 구 전 대표를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통해 후보자로 올리며 짬짜미로 후보자를 선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외부 비판을 의식한 KT는 ‘연임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주주 추천을 비롯해 전문기관 추천, 공개모집을 통해 외부 대표이사 후보군을 물색해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쳐 사내 후보군을 선발하기로 바꿨다.

대표이사 선임에 주주 추천이 추가된 만큼 KT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과 2대 주주 현대차그룹의 입김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민연금은 KT 지분 8.27%를 가지고 있고,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 4.69%, 현대모비스 3.1% 등 총 7.79%의 KT 지분을 가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번 변경안으로 사내이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사내서 대표이사 후보를 뽑고, 후계자 육성 업무를 하게 되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사내이사는 배제됐다.

특히 사내이사 수 역시 3명서 2명으로 축소됐다. 복수 대표이사 제도도 폐지됐고 대표이사 1인 중심 경영체제로 전환해 대표이사의 책임이 더욱 강화될 계획이다.

KT가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기보다는 탈 많은 지배구조를 엎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외부 평가기관으로부터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대리인 문제’는 수십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대리인 문제는 주주와 경영자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데서 생긴다.

KT 같은 소유분산기업일수록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리인 비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학계도 주식회사 소유권이 분산돼있으면 경영자를 향한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한다. 통상 소액 주주는 경영자에 대한 모니터링 비용(Monitoring Cost)이 견제와 감시로 예상되는 이익보다 크다.

모니터링 비용은 소액 주주가 전적으로 부담하지만, 모니터링에 따른 이익은 지분율에 비례해서다. 견제와 감시에 허점이 있어 KT 경영자가 회사를 지배하기 쉬워진다.

최근 KT 이사회 운영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KT 이사회 정원은 총 11명으로, 사내 3명, 사외 8명이었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는 사내 2명, 사외 8명이 이사회를 이끌었다. 겉으로 보기엔 외부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사내이사보다 많아 관리·감독이 수월하다고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불 보듯
뻔한 인사

업계에서는 현재의 사태가 이강철 전 사외이사와 남중수 전 KT 사장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 전 이사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참여정부서 정무특별보좌관과 시민사회수석(전 정무특보)을 지낸 인물이다. 그는 노무현정부 시절 남 전 사장이 KT 수장으로 임명됐을 때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이사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황창규 당시 회장 체제서 영입된 ‘코드인사’로 알려져 있다. 통신업계를 떠나 있던 ‘올드보이’의 이름이 다시 언급되기 시작한 건 구 전 대표가 연임을 각오하면서부터다. 당시 KT 내부에서는 윤석열정부와 연결고리가 거의 없던 구 전 대표가 연임을 마음먹고 모종의 역할을 해줄 인물로 ‘올드보이’들에게 자문을 구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러나 구 전 대표는 사퇴했고 자신의 후계자로 최측근인 윤 전 내정자를 지목했다. 윤 전 내정자는 임승태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사외이사로, 윤정식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을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로 각각 내정했다.

윤석열정부와 인연이 없었던 만큼 기조라도 맞추려 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임 전 금통위원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 캠프’에 특보로 참여했다.

윤 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지만 별다른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공교롭게도 임 전 금통위원은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남 전 사장과 겹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KT가 대통령실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얼굴마담’ 전문성 제로
때마다 물갈이 논란 왜?

검찰은 정부여당과 기조를 맞춘 듯 수사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이정섭 부장검사)는 공정위가 지난해 12월12일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 조사자료 등을 확보했다. 당시 공정위는 KT텔레캅이 시설관리 일감을 특정 업체에 몰아줬다는 의혹을 확인할 목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섰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수사 초기에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자료 확보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구 전 대표와 윤 전 내정자는 지난 4월7일, 시민단체 ‘정의로운 사람들’로부터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구 전 대표 등은 KT텔레캅 일감을 시설관리업체 KDFS에 몰아주고 구 전 대표의 형을 불법 지원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사회를 장악하고자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고발장에 담겼다. 구 전 대표 등은 KT가 소유한 호텔서 납품 대금 부풀리기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뒤 이를 정치권의 로비 자금으로 사용한 의혹도 받는다.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해 사외이사들에게 부정한 향응을 제공했다는 혐의로도 고발됐다.

검찰은 4월29일에는 KT 법무실 장모 전무를, 지난 5월5일에는 이모 전 KT 경영관리부문장(부사장)을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 전 부사장은 KT그룹 소유의 호텔 운영을 담당하는 KT에스테이트의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공정위 자료를 확보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나선 검찰은 제기된 의혹 전반을 들여다보고 있다. 구 전 대표가 자신의 친형이 운영하는 기업을 현대차그룹을 통해 불법 지원했다는 의혹에 관한 수사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대차가 구 전 대표 친형이 운영했던 커넥티드카 솔루션 기업 ‘에어플러그’를 2021년 7월 거액에 인수하면서 불법 지원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당시 제대로 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던 에어플러그를 현대차가 비싸게 사주고, KT 자회사를 통해 보은성 투자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KT는 의혹 전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다. KT는 “관리업체 선정 및 일감 배분에 관여한 바 없다”며 KT텔레캅 일감 몰아주기 의혹에 반박했다. 정치권 로비 자금 사용 의혹에 관해서는 “임의로 이익을 사외 유출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외이사진 장악을 위해 향응·접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봐주기 없다”
검 수사 속도

KT의 두 노조는 정치권과 이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KT노조는 당시 입장문을 통해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전망으로 이어져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했다”며 “주주총회서 KT의 1·2대 대주주가 윤경림 후보자 선임안을 반대할 것으로 전망됨에도 이것을 바꿔내기 위한 어떠한 방안도 실현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권서 민영화된 KT의 성장 비전에 맞는 지배구조의 확립과 자율적이고 책임성 있는 대표 선임 절차를 훼손하면서 외압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김건희 비화폰’ 통화 내역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부인은 통신상 기밀을 요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 그저 ‘대통령의 아내’다. 비화폰이 필요하지도 않고 쓸 일도 없다. 김건희씨는 그 어떤 영부인과는 달랐다. 윤석열정부 초부터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정치권을 포함해 이곳저곳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비화폰은 통화 녹음이 불가능하고 내용도 암호화된다. 정부와 대통령실 경호처·안보 담당 고위 관계자, 군·정보기관에 근무 중인 이들이 주로 사용한다. 민간인에게는 지급되지 않는다. 김건희씨는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비화폰을 사용했다. 지금까지 지켜졌던 관행을 파괴하고 비화폰을 사용하면서 수사기관·정치권 등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수사 개입 정황 확인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씨가 사용했던 비화폰 통신 기록 확보에 나섰다. 정민영 특검보는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 특검사무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 관계자 비화폰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당사자 21명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및 대통령경호처로부터 제출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수사 외압이 의심되는 기간 비화폰 통신 기록을 분석하며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 특검보는 김씨도 비화폰을 사용했느냐는 질문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본인에게 지급된 것”이라고 전했다. 특검팀은 지난 2023년 7∼8월 소위 ‘VIP 격노’ 이후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된 배경에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정점으로 한 수사 외압과 구명 로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미 윤 전 대통령과 임성근 전 사단장 등 주요 인물의 자택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이 당시 보안성이 높은 비화폰을 사용해 연락했던 정황을 포착하고 통신 기록 확보에 추가로 나선 것이다. 정민영 특검보는 “일반 휴대전화로 연락을 주고받은 기록들은 어느 정도 확인됐는데 중간중간 비화폰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누구와 어떤 시기에 수발신이 이뤄졌는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채상병 특검, 윤·김 통신 기록 확보 조태용·김태용 등 “VIP 격노 사실” 앞서 특검팀은 대통령경호처에 비화폰 통신 기록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고, 경호처 측은 임의제출 형식으로 관련 자료를 특검에 제출하고 있다. 특검팀은 이르면 이번 주 안에 비화폰 기록을 모두 넘겨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발단이 됐던 2023년 7월31일 VIP 격노 회의 전후 기간 이들의 비화폰 통신 기록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특검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씨 계좌를 관리했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임 전 사단장 구명을 위해 “내가 VIP(윤 전 대통령)한테 얘기하겠다”고 지인에게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비화폰 기록을 토대로 김씨가 이 전 대표와 어떤 통화 내용을 주고받았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씨의 비화폰 사용에 의문을 제기한다. 윤석열정부 이전엔 대통령 부인이 비화폰을 상시로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경호처 출신 한 정치권 관계자는 “영부인이 비화폰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만 여러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기에 관행적으로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지급한 이유에 대해 경호처는 “비화폰은 국가정보원의 ‘국가정보보안 기본 지침’ 등을 근거로 한 대통령경호처의 내부 규정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며 “김씨에 대해서는 관련 내부 규정에 따라 제공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씨에게 지급된 비화폰은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은 사용할 수 없고 송수신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만 가능하다. 그의 비화폰 기록이 판도라의 상자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씨의 비화폰 기록에 대해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도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어서다. 지난해 7월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사건으로 검찰 출장 조사를 받기 전 김주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30분 넘게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전부 맞다” 줄줄이 실토 또,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의혹이 불거졌던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이 당시 심우정 전 검찰총장과 비화폰으로 2차례 통화하기도 했는데, 이와 관련한 김씨의 비화폰 기록이 추가로 확인되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특검팀은 최근 조 전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7시간가량 조사했다. 조 전 원장은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 수사 결과 보고를 받을 당시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7명 중 한 명이다. 윤 전 대통령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해 대통령실 내선전화(02-800-7070)로 이 전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조 전 원장은 특검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 이어 다섯 번째로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당시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로만 보면 4번째다. 정 특검보는 “해병대수사단이 이첩한 수사 기록의 회수와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확인할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으로 순직 사건 기록을 이첩한 당일 임 전 비서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과 연락하며 수사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 등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실 관계자들이 대통령실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경북경찰청 사이에 다리를 놓아 이첩 기록 회수 과정에 관여한 정황을 파악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16일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하던 박모 총경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며 이 전 비서관이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진술을 확보했다. 박 총경은 대통령실과 국수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23년 8월2일 이모 전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장에게 전화해 유 전 관리관의 연락처를 전달하고 경북청이 연결할 수 있도록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과장도 특검에 출석해 박 총경이 이 전 비서관 이름을 언급하며 기록 반환을 검토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해병대수사단이 기록을 이첩한 직후 2023년 8월2일 오후 1시21분 이 전 비서관과 통화하고 뒤이어 오후 1시42분 유 전 관리관에게 전화했다. 누구와 통화했나 유 전 관리관은 지난해 6월 국회에서 임 전 비서관으로부터 경북청에서 전화를 걸어올 것이란 말을 들었고, 경북청 관계자와 통화하며 수사 기록 회수를 상의했다고 설명했다. 유 전 관리관은 노모 당시 경북청 수사부장과의 통화에 대해 “경북청에서 ‘아직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회수해 갈 것인가’라고 물었고, 판단하기론 ‘항명에 따른 무단 이첩이라 회수하겠다’고 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유 전 관리관과 경북청의 통화 이후 해병대수사단에서 이첩한 수사 기록은 같은 날 오후 7시 20분쯤 국방부검찰단에서 회수했다. 임 전 사단장을 포함해 8명으로 혐의자가 적시된 해병대 수사 기록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재검토를 거쳐 2명으로 축소돼 경북청에 다시 보내졌다. 특검팀은 수사의 초점을 점차 국방부검찰단의 수사 기록 회수와 국방부조사본부의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 확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 특검보는 “기록 회수와 재검토 등과 관련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계속 조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초반에 비해 기록 회수나 (조사본부) 재조사 부분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김진락 전 국방부조사본부 수사단장(육군 대령)의 2023년 8월 수사 기록 재검토 과정에서 자필로 작성한 20여쪽 분량의 수첩을 확보해 국방부의 외압 정황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아닌 2023년 초부터 사용 “문제 생기거나 위기 때마다 애용” 국방부조사본부는 2023년 8월9일 이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해병대수사단 수사 기록 재검토에 들어갔고 닷새 후 임 전 사단장 등 6명을 혐의자로 판단한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국방부조사본부는 총 6차례에 걸친 보고서 수정을 거쳐 대대장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한 재검토 결과를 경북청에 재이첩했다. 김씨와 비화폰으로 통화한 인물들은 모두 사건 핵심 관계자들이다. 복수의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은 에 김씨가 윤 전 대통령이나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마다 비화폰으로 김 전 수석과 조 전 원장 등과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한 인물은 윤석열정부 초대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다. 김 전 장관은 윤석열정부가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씨에게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한다. 김씨가 비화폰을 많이 사용하던 시기는 2023년 초부터다. 특검팀도 2023년 3월부터 김씨가 비화폰을 사용하기 시작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지난해 9월부터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시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사 안팎에서는 노 전 사령관과 김씨가 비화폰으로 통화하기 직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연남 역할은? 한 정보사 관계자는 “김씨의 어머니인 최은순씨의 내연남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이 노상원을 후원하던 사람이라는 풍문은 많이 알려진 얘기”라며 “노상원과 내연남이 서로 아는 사이라는 건 사실이지만 내연남이 노상원에게 돈을 퍼줬다는 건 거짓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내연남이 노상원과 비화폰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무속과 고민 상담 등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