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상민 탄핵 시나리오

정치·정무 아닌 법률적 책임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이 지속된 지 7개월여 만이다. 헌재가 시간을 그리 오래 끌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안이 중대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법조계서 이 장관이 정치·정무를 제외한 법률적 책임을 지는 게 무리라는 분석도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를 주도했다.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서조차 무리수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헌재가 이 장관 탄핵을 기각할 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과거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도 헌재가 국회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례 없는
반대 위원

이 장관의 ‘탄핵 재판’ 키맨 역할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았다. 헌재 심판 규칙 57조에 “소추위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탄핵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소추위원단 및 대리인단 구성은 김 위원장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탄핵 반대파가 소추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세 차례 탄핵 심판은 모두 법사위원장이 탄핵 찬성파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소속 김기춘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이었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때도 이를 추진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법사위원장은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의원이었지만, 탄핵 찬성파였다. 권 위원장은 표결 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 장관 탄핵의 정당성 자체에 의구심을 품었다. 야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헌재 심판 과정서 이전의 소추위원과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거셌다.

특히 장관 탄핵 심판은 전례가 없다. 헌재가 탄핵 심판을 인용한 경우는 단 세 차례다. 이 중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총 9명 의원으로 구성된 소추위원단이 꾸려졌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3명, 민주당 3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소추위원단 구성 대신 67명의 변호사로 이뤄진 대규모 대리인단이 심판에 대응했다. 당시 김용균·박희태·강재섭 한나라당 의원과 박상천·함승희 새천년민주당 의원 등 율사 출신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임 전 부장판사 탄핵 당시엔 사실상 법사위원장이 홀로 소추위원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소추위원으로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야권의 우려에 대해 “헌재는 민주당이 제출한 증거자료·참고자료와 함께 이 장관이 대응하는 자료를 보고 나서 판단할 것”이라며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드라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헌정사상 첫 장관 심판…의석수 과반 민주당 주도
‘특수본 무혐의’가 방증? 정치적 책임 고려 가능성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은 지난 9일 열렸다. 이 장관 측 대리인단에는 김능환(72·사법연수원 7기), 안대희(68·7기) 전 대법관을 비롯해 윤용섭(68·10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진만(59·18기)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에는 장주영(60·17기), 최창호(59·21기), 김종민(57·21기), 노희범(57·27기) 변호사가 대리인단과 김 위원장이 출석했다. 이날 변론기일은 새로 임기를 시작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참석한 상태서 진행됐다.


앞선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에선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종석·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사전에 제출한 서면을 토대로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채부 등을 결정했다.

이날 양측 대리인은 여러 쟁점 가운데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재난 예방 조치와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섰다.

국회 측은 “헌법 제34조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 헌법 규정에 따라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과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재난 발생 시 초동조치와 지휘 등의 업무 수행을 위해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운영할 의무가 규정돼있다”며 “용산구청과 경찰서와 같은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공동으로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할 의무가 있는데, 이 장관은 이 같은 사전 재난 예방조치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헌법 제65조 탄핵제도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책임 추궁이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이유로 고위공직자를 파면시켜 공직서 배제하는 규범적 심판 절차기 때문에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엄격한 헌법 규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률 평가는 재난안전법이 어떻게 규정하는지 초점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중대한 법
위반 핵심

재판부는 청구인 측 탄핵소추 사실 요지 진술과 피청구인 측 의견 진술이 끝난 뒤 소추사유 쟁점을 정리했다.

이 장관이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 계획 및 대책 마련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는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운영 및 고도화 연계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참사 발생 이후 대응 과정에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이 외에도 ▲참사 당시 경찰력 등 대응 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재난 현장에서의 긴급구조 활동 지휘와 관련해 구체적인 권한 또는 의무가 있는지 ▲참사 대응이 헌법 제10조 및 제34조 제6항, 재난안전법상 의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에 위배되는지 ▲참사 발생 이후 장관의 발언이 공무원의 품위를 훼손하거나 위증에 해당해 국가공무원법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있다면 그것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 등이다.

재판부는 오는 23일과 다음 달 13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안전부, 소방청, 경찰청 등의 책임자 4명을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헌재가 신속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집중심리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 및 심판 당시에도 두 달여간 심리가 진행됐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직접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헌정사의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집중적으로 심리한 바 있다.

이 장관 탄핵서 주된 쟁점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국면서 ‘중대한 법 위반’을 했느냐다. 탄핵소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고, 헌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탄핵 심판청구는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 누구도
장담 못 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헌재는 세월호 참사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무능하게 대처했는가 ▲정치적으로 무능했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대통령과 임명직인 장관은 헌법서 규정한 탄핵소추의 의사와 의결정족수부터 다르다. ‘중대한 법 위반’의 수준이 대통령 파면에 적용됐던 기준보다는 낮을 수 있고 경미한 헌법·법률을 위반해도 법리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인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보장할 권한과 책무를 위임받았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큰 행사가 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실패했다면 안전사고에 대한 중대한 법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탄핵 심판이 사법적 판단이지만 과거 대통령들에 대한 탄핵 심판 과정을 봤을 때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병록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헌재가 전직 두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공통되게 인정하고도 인용·기각 등 각기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대통령의 임기 시점·미칠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정치적 고려”라고 해석했다.


반면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언론 인터뷰서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탄핵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계 분석 갈라져 “재판관 성향도 중요”
집중심리 올 하반기 결과 따라 총선 영향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단순히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바로 탄핵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탄핵을 통한 파면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조치해야 할 구체적 행위 의무가 인정돼야 하고, 이를 행하지 않았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최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도 행안부 장관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한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인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순 해임이나 사임이 아닌 탄핵은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결론에 따라 민주당, 국민의힘 중 한쪽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변론과 심리가 길어질 경우, 판결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서 파급이 달라질 수 있다.

정국 유동성이 증폭되는 22대 총선 시즌인 가을에 결과가 나온다면 타격을 입는 쪽의 내상이 더 클 수 있다.

탄핵 인용 결정 시 이 장관은 법적으로 완전히 면직되며, 장관 임기는 강제 종료된다. 이 장관은 헌정사상 탄핵된 최초의 장관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되며, 이후 행보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특히 탄핵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치명적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향후 정계 입문 시도나 다른 임명직을 맡으려 할 때 골머리를 썩을 수 있다.

곤란해지는 건 그를 기용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는 식의 연대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서 윤정부 및 국민의힘 심판론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이 장관은 개각이 진행되지 않는 한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하게 된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은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탄핵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수반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의 힘을 이용한 발목잡기를 했다는 비판과 맞물려 총선서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장관 탄핵 추진 전부터 역풍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당내 이견으로 불발됐을 정도다.

결과 따라
타격 불가피

지난 2월 초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총괄 책임자인 이 장관을 직접 문책하는 데 나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탄핵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될 만큼 반발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한 의원은 “이 장관 탄핵안이 내년 총선 직전에 헌법재판소서 기각되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했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존재하고 있기에,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이 국민적 인식과 충돌해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으로 비판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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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