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이상민 탄핵 시나리오

정치·정무 아닌 법률적 책임은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10·29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논란이 지속된 지 7개월여 만이다. 헌재가 시간을 그리 오래 끌지는 않을 전망이다. 사안이 중대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이유에서다. 법조계서 이 장관이 정치·정무를 제외한 법률적 책임을 지는 게 무리라는 분석도 해당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를 주도했다. 국회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서조차 무리수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왔다. 헌재가 이 장관 탄핵을 기각할 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과거 세월호 참사와 비교해도 헌재가 국회 측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례 없는
반대 위원

이 장관의 ‘탄핵 재판’ 키맨 역할은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았다. 헌재 심판 규칙 57조에 “소추위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 탄핵 심판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다. 소추위원단 및 대리인단 구성은 김 위원장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탄핵 반대파가 소추위원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세 차례 탄핵 심판은 모두 법사위원장이 탄핵 찬성파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때는 탄핵을 주도한 한나라당 소속 김기춘 법사위원장이 소추위원이었고,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 때도 이를 추진한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맡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표결 당시 법사위원장은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권성동 의원이었지만, 탄핵 찬성파였다. 권 위원장은 표결 후 탈당해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반면 김 위원장은 이 장관 탄핵의 정당성 자체에 의구심을 품었다. 야권에서는 김 위원장이 헌재 심판 과정서 이전의 소추위원과 다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거셌다.

특히 장관 탄핵 심판은 전례가 없다. 헌재가 탄핵 심판을 인용한 경우는 단 세 차례다. 이 중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는 총 9명 의원으로 구성된 소추위원단이 꾸려졌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3명, 민주당 3명, 국민의당 2명, 정의당 1명으로 구성됐다.

노 전 대통령 탄핵 때는 소추위원단 구성 대신 67명의 변호사로 이뤄진 대규모 대리인단이 심판에 대응했다. 당시 김용균·박희태·강재섭 한나라당 의원과 박상천·함승희 새천년민주당 의원 등 율사 출신 현역 의원들이 대거 참여했다. 임 전 부장판사 탄핵 당시엔 사실상 법사위원장이 홀로 소추위원을 맡았다.

김 위원장은 소추위원으로서 소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란 야권의 우려에 대해 “헌재는 민주당이 제출한 증거자료·참고자료와 함께 이 장관이 대응하는 자료를 보고 나서 판단할 것”이라며 “제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드라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헌정사상 첫 장관 심판…의석수 과반 민주당 주도
‘특수본 무혐의’가 방증? 정치적 책임 고려 가능성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첫 변론기일은 지난 9일 열렸다. 이 장관 측 대리인단에는 김능환(72·사법연수원 7기), 안대희(68·7기) 전 대법관을 비롯해 윤용섭(68·10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진만(59·18기) 변호사 등이 출석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에는 장주영(60·17기), 최창호(59·21기), 김종민(57·21기), 노희범(57·27기) 변호사가 대리인단과 김 위원장이 출석했다. 이날 변론기일은 새로 임기를 시작한 김형두·정정미 재판관 등 헌법재판관 9명이 모두 참석한 상태서 진행됐다.


앞선 두 차례의 변론준비기일에선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종석·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사전에 제출한 서면을 토대로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채부 등을 결정했다.

이날 양측 대리인은 여러 쟁점 가운데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전 재난 예방 조치와 사후 재난 대응 조치 의무를 위반했는지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 국가공무원법상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는지 등을 둘러싸고 팽팽히 맞섰다.

국회 측은 “헌법 제34조에서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 헌법 규정에 따라 재난안전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난과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재난 발생 시 초동조치와 지휘 등의 업무 수행을 위해 상시 재난안전상황실을 설치·운영할 의무가 규정돼있다”며 “용산구청과 경찰서와 같은 지자체뿐 아니라 중앙정부도 공동으로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할 의무가 있는데, 이 장관은 이 같은 사전 재난 예방조치 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헌법 제65조 탄핵제도는 고위공무원에 대한 정치적 책임 추궁이 아니라 헌법이나 법률 위배를 이유로 고위공직자를 파면시켜 공직서 배제하는 규범적 심판 절차기 때문에 이 장관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엄격한 헌법 규정과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이런 관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법률 평가는 재난안전법이 어떻게 규정하는지 초점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고 맞섰다.

중대한 법
위반 핵심

재판부는 청구인 측 탄핵소추 사실 요지 진술과 피청구인 측 의견 진술이 끝난 뒤 소추사유 쟁점을 정리했다.

이 장관이 ▲다중밀집 인파사고 예방 계획 및 대책 마련 의무가 있는지, 있다면 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는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운영 및 고도화 연계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적시에 가동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법률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참사 발생 이후 대응 과정에서 국가재난관리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맞다면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등이다.

이 외에도 ▲참사 당시 경찰력 등 대응 인력이 적시에 투입되지 않은 것이 맞는지 ▲재난 현장에서의 긴급구조 활동 지휘와 관련해 구체적인 권한 또는 의무가 있는지 ▲참사 대응이 헌법 제10조 및 제34조 제6항, 재난안전법상 의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의무에 위배되는지 ▲참사 발생 이후 장관의 발언이 공무원의 품위를 훼손하거나 위증에 해당해 국가공무원법상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헌법 또는 법률 위반이 있다면 그것이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것인지 등이다.

재판부는 오는 23일과 다음 달 13일 두 차례에 걸쳐 행정안전부, 소방청, 경찰청 등의 책임자 4명을 증인으로 불러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헌재가 신속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집중심리 가능성도 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소추 및 심판 당시에도 두 달여간 심리가 진행됐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직접 대통령 직무정지라는 헌정사의 위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집중적으로 심리한 바 있다.

이 장관 탄핵서 주된 쟁점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국면서 ‘중대한 법 위반’을 했느냐다. 탄핵소추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 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할 때 탄핵할 수 있다고 규정돼있고, 헌재는 노 전 대통령 탄핵안을 기각하면서 ‘탄핵 심판청구는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그 누구도
장담 못 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에도 헌재는 세월호 참사가 탄핵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로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그 자체로 소추사유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의 판단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무능하게 대처했는가 ▲정치적으로 무능했는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대통령과 임명직인 장관은 헌법서 규정한 탄핵소추의 의사와 의결정족수부터 다르다. ‘중대한 법 위반’의 수준이 대통령 파면에 적용됐던 기준보다는 낮을 수 있고 경미한 헌법·법률을 위반해도 법리상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인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헌재 헌법연구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행안부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이라는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보장할 권한과 책무를 위임받았다”며 “사람이 많이 모이는 큰 행사가 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실패했다면 안전사고에 대한 중대한 법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탄핵 심판이 사법적 판단이지만 과거 대통령들에 대한 탄핵 심판 과정을 봤을 때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병록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헌재가 전직 두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공통되게 인정하고도 인용·기각 등 각기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대통령의 임기 시점·미칠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정치적 고려”라고 해석했다.


반면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언론 인터뷰서 “참사에 대한 정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탄핵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조계 분석 갈라져 “재판관 성향도 중요”
집중심리 올 하반기 결과 따라 총선 영향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단순히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다고 바로 탄핵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탄핵을 통한 파면은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조치해야 할 구체적 행위 의무가 인정돼야 하고, 이를 행하지 않았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최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수사에서도 행안부 장관의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한 만큼 중대한 법 위반을 이유로 탄핵을 인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순 해임이나 사임이 아닌 탄핵은 정치적으로 리스크가 크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결론에 따라 민주당, 국민의힘 중 한쪽은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변론과 심리가 길어질 경우, 판결 결과가 언제 나오느냐에 따라서 파급이 달라질 수 있다.

정국 유동성이 증폭되는 22대 총선 시즌인 가을에 결과가 나온다면 타격을 입는 쪽의 내상이 더 클 수 있다.

탄핵 인용 결정 시 이 장관은 법적으로 완전히 면직되며, 장관 임기는 강제 종료된다. 이 장관은 헌정사상 탄핵된 최초의 장관이라는 불명예도 안게 되며, 이후 행보에도 심각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특히 탄핵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치명적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향후 정계 입문 시도나 다른 임명직을 맡으려 할 때 골머리를 썩을 수 있다.

곤란해지는 건 그를 기용한 윤석열정부와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국정을 운영하기에는 매우 부적합하다”는 식의 연대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서 윤정부 및 국민의힘 심판론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이 장관은 개각이 진행되지 않는 한 업무를 계속해서 수행하게 된다. 탄핵을 주도한 민주당은 역풍에 직면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탄핵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수반하는 행위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이 다수의 힘을 이용한 발목잡기를 했다는 비판과 맞물려 총선서 민주당에 대한 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장관 탄핵 추진 전부터 역풍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려 했지만 당내 이견으로 불발됐을 정도다.

결과 따라
타격 불가피

지난 2월 초 민주당 지도부가 “국회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총괄 책임자인 이 장관을 직접 문책하는 데 나서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탄핵안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의원총회가 비공개로 전환될 만큼 반발이 적지 않았다. 당시 한 의원은 “이 장관 탄핵안이 내년 총선 직전에 헌법재판소서 기각되면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느냐. 선거를 망치려고 작정했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 자체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이 장관에 대한 책임론도 존재하고 있기에,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이 국민적 인식과 충돌해 이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정으로 비판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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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