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태영호발 국힘 리스크 딜레마

실수? 더는 안 봐준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두 달 만에 국민의힘 지도부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한 사람도 아닌, 한꺼번에 두 명이 날아가 버렸다. 끊임없는 설화를 만들어냈던 인사들은 엄벌에 처해졌지만 이것만으로는 속이 개운하지 않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위기일 수 있어서다. 가까스로 버텨내고는 있지만, 다음 행보에도 비슷한 실수가 나온다면 정말 위태로워진다. 과연 계속되는 살얼음판의 김기현호는 괜찮을까?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태영호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결정됐다. 윤리위원회는 김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 태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를 내렸다. 김 최고위원은 여전히 버티는 반면, 태 의원은 징계 수위가 결정된 날 최고위원 사퇴를 통해 한숨 돌렸다. 

공백 생긴
당 수뇌부

황정근 윤리위원장에 따르면 두 인물의 징계 사유는 각각 세 가지다. 김 최고위원은 5·18 헌법 전문 수록 반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우파 천하 통일 및 제주 4·3 사건 발언이 결정적이다. 태 의원은 제주 4·3 사건이 북한 김일성 지시라는 주장,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 녹취록, 더불어민주당을 사이비 종교 단체인 JMS에 빗댄 발언이 문제가 됐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는 통상 월요일, 목요일마다 열었던 최고위원회를 두 차례 개최하지 않았다. 표면상 미개최 이유는 다른 일정 때문이었으나 일각에서는 사실상 김 최고위원·태 의원의 자진 사퇴의 종용을 위한 게 아니었냐는 해석도 나왔다. 

앞서 윤리위는 이들에 대한 징계 논의에 대해 한 차례 결정을 미뤘던 바 있다. 징계 결정을 두고 두 인사가 최고위원직서 물러날 경우 양형에 반영되냐느는 질문에 황 위원장은 “정치적인 해법이 등장하면 징계 수위는 예상하는 바와 같다”고 답했다. 결국 정치적 해법은 사퇴로 이어진 태 의원만 받아들인 모양새가 됐다.


자진 사퇴한 태 의원의 징계 수위는 윤리위서 어느 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윤리위 4차 회의가 열렸던 지난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태 의원은 “부족함으로 당과 윤석열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리위도 태 의원이 스스로 물러난 것을 감안해 징계 수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버티는 김 최고위원과 징계 수위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이 나온다.

자진 사퇴 시 차기 총선서 공천 신청이 가능하지만, 버틸 경우 기회조차 주지 않을 가능성이 다분히 높기 때문이다. 같은 당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두 인사의 처신에 대해 ‘용산의 의중이 아니냐’고 추측하기도 했다. 버티던 태 의원이 사퇴 카드를 꺼낸 이유가 일종의 거래가 있었냐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징계는 ▲가장 낮은 수위인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의 4단계로 돼있다. 

당내에선 두 인물에 대한 징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한 최고위원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김 최고위원·태 의원의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징계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왔던 초반, 이들은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여론전을 펼쳤다.

버티면 1년, 물러나면 3개월
당원보다 입김 센 전국위 표


지난 6일,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 징계를 반대하는 온라인 탄원서에 참여를 부탁한다며 지지자들을 독려하고 나섰다. 라디오 인터뷰서도 자신의 억울함을 알리는 데 집중했다. 앞서 그는 김기현 대표로부터 경고를 받고, 한 달간 자숙하는 시간을 보냈으며 제주도를 방문해 4·3 사건 유족들에게도 사과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점점 악화됐다. 

태 의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고 오히려 반박에 힘을 쏟았다.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자신은 때릴수록 강해진다며 태영호 죽이기에 의연하게 맞서겠다면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공천 개입 녹취록 논란으로 징계 수위가 최대 1년이 나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결국 꼬리를 내렸다. 

두 인물을 향한 비판이 끊임없이 나오자 내부서도 김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팽배했다. 논란 초기만 해도 김 대표는 두 인물을 옹호했던 바 있다. 지도부에 날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오히려 상임고문서 해촉하는가 하면, 경고 발언으로 논란을 종식시키려 했다. 

결국 두 인물의 징계 수위가 결정되자 김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의 설화로 당원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윤리위가 열리는 동안 김 대표는 “잠시 (최고위원이)결원인 경우가 있지만 어떻게 그게 공백이냐? 다른 지도부는 투명 인간이냐?” 등 다소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끊임없는 설화가 터지는 사이 중도층은 줄줄이 등을 돌리며 이탈했고,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60억 코인’ 의혹이 눈덩이가 됐지만 국민의힘은 전혀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다시 또
비대위?

게다가 강성 보수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으로선 과도한 우클릭으로 인한 이탈표까지 신경써야 한다. 

김 최고위원과 태 의원의 징계가 이뤄진 강성 보수층만 바라보기에는 위험 요소가 따른다는 지도부의 계산이 깔려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국민의힘은 점점 극우 이미지가 극에 달했다.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끌었으며 국민의힘과 합당을 했던 안철수 후보는 전대 기간 내내 색깔론에 휘말렸다. 심지어 최고위원, 당 대표 후보에 극우 유튜버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자신의 조직을 과시하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대부분 컷오프되긴 했지만, 국민의힘 안팎에는 판을 뒤흔들 만큼 극우 세력이 컸다. 


이번 김 최고위원의 징계 결정으로 잠시나마 극우 프레임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다. 김기현호가 출범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곳곳서 사고가 발생한 데다 현재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2명이 공백 상황이다.

최고위원은 당원권 정지 시 사고로 규정하며 탈당 권유부터 궐위로 인정된다. 탈당 권유 또는 제명에 따른 최고위원 궐위 시에는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후임을 선출할 수 있다. 당원권 정지는 궐위가 아닌 직무정지에 해당해 공석이 유지된다. 

김 최고위원이 버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원권 정지가 의결돼 현재로선 지도부서 김 최고위원을 내칠 방법이 딱히 없다. 대신 지도부는 태 의원의 자리를 빠르게 채울 계획이다. 조만간 최고위에서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선관위를 구성하는 등 후임 선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당헌 27조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궐위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한 달(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서 최고위원을 선출해야 한다. 데드라인은 다음달 9일까지다. 

위태로운
김기현호

전국위원회 구성은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최고위원, 상임고문, 시도당 위원장, 당 소속 국회의원, 시장·도지사 등 1000명 이내로 구성되며 통상 보궐선거가 진행된다. 선관위 구성 후 선출 규정을 준용하게 돼있으나 선관위 의결로 지도부가 다른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규정은 맞추기 나름이다. 내부에선 지명직으로 바꾼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지명직이든 선거를 치르든, 말만 선거다. 후보 등록 기간을 주고 나서 등록해도 100% 당원 선거보다 힘이 세다”고 말했다.

지도부 의중이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셈으로 후임 최고위원의 관건은 친윤(친 윤석열)이냐 아니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미 ‘친윤 일색’이라는 비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영남권 후보와 비영남권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지 고심하고 있다.

만약 또다시 친윤 인사로 채울 경우 지역 배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최고위원에 도전했던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하마평에 올랐으나 정작 당사자들은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출마를 해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닌 탓이다.

또 다른 후보군으로 직전 원내대표 선거서 비윤(비 윤석열)계의 파란을 일으켰다고 평가받았던 이용호 의원이다. 국민의힘 내 유일한 호남(전북 남원임실순창)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 의원은 대선 기간 무소속에서 당적을 옮겼다. 

이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최고위원직에 대해)아직까지는 제안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요청이 올 경우 최고위원직에 도전할 수도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게다가 김 대표가 취임 직후 연포탕(연대·포용·탕평) 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비윤계 인사의 지도부 입성 가능성도 배제할 수만은 없다. 

다급해진 지도부 최고위원 고심
용산의 뜻에 따라 다시 비대위?

문제는 대통령실의 ‘입김’으로 또다시 비대위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닻을 올린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김 대표 입장에서는 비대위 구성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최고위원을 이른 시일 내에 선출해야만 한다. 비대위설은 실제 가능성은 많지 않지만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도 아니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 시절에도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비대위가 구성된 바 있다. 사퇴하지 않고, 비대위를 반대한 인물은 김용태 전 최고위원뿐이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최고위원은 “남아 있는 최고위원들이 하루, 이틀 뒤에 줄줄이 사퇴했다”며 “비공개 회의서 대통령실의 의중이 어딘지, 권한대행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사퇴를 통해 비상 상황을 유발시킬 것인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당시에는 최고위원들의 줄사퇴로 이어졌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번에도 용산의 의중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나는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윗선서 비대위로 간다, 혹은 지도부를 유지한다는 결정이 서면 최고위원들이 의중을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명의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 두 달 만에 김기현호는 침몰할 수도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공석인 최고위원을 채워 넣어야 한다. 대외적로는 윤석열정부 출범 1년을 갓 넘긴 상황서 집권여당이 또다시 비대위 체제로 진입할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관리형·안정형 대표로 선출된 김 대표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최고위원들이 용산의 의중을 좇는다면 김 대표 입장에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최고위원 4명 전원 사퇴 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직접 나서
수습해야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고위원 공백 문제를)김 대표가 빠르게 수습해야 한다. 현 상황을 제대로 수습해내지 못하면 김 대표 역시 상당히 힘든 상황에 빠질 수 있어 보인다”며 “총선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하루 빨리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천 개입 의혹 수사 나서는 공수처

윤석열 대통령과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에 대한 공천 개입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특별수사본부(이하 공수처)가 수사를 맡는다.

지난 9일 공수처는 이 정무수석,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 공천 발언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 고발 사건을 특수본에 배당했다.

최근 한 언론에 의해 폭로된 태 의원의 녹취 발언과 관련해 한 시민단체가 이 수석을 직권 남용, 윤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며 직권 남용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지난 2월 신설된 특수본은 비직제 기구로 김진욱 공수처장의 직속으로 운영된다.

특수본은 다른 수사 부서와 달리 통상의 결재선도 거치치 않고, 김 처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지시받는 구조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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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