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조국 VS 한동훈 1번지 대첩 관전 포인트

원수는 외나무다리 아닌 종로서 만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대첩’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은 ‘어부지리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다분해졌으며, 오랫동안 ‘공천설’이 떠돌았던 한 장관 또한 정계 데뷔 플랜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두 사람이 총선 등판 시 맞붙게 될 전장은 다름 아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다. 종로전 승자는 여러 모로 정치적 이익을 챙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낭설’로만 떠돌고 있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대결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내년 총선까지 약 11개월이 남은 가운데, 4년 전 뜨거웠던 열기만큼 유권자들은 차기 총선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선거 때마다 그렇듯 주로 관심을 끄는 지역구와 인물들이 있다. 내년 총선서 유권자들 사이서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어느 전장에, 어느 장수가 등판하느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구도를 벌써부터 그리고 있다.

다음 총선
최대 관심

매번 총선마다 주목받는 지역구들이 있다. 역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서울 종로,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서며 격전지로 떠오르는 수도권 일부 지역구 및 부산과 충청권의 경합지 등도 관심이 높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차기 총선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서 초박빙이 예상되며 충청권서도 박 터지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주목받는 기준이 꼭 지역구에만 국한돼있는 것은 아니다. 전·현직 및 스타 정치인들의 대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박남춘 전 인천시장과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전·현직 대결이 좋은 예로, 지난 21대 총선의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의외의 인물들 간 대결 가능성이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직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둘의 대결은 연초만 해도 ‘낭설’에 불과했지만,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지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사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그동안 그 누구도 점치지 않았다. 지난 대선·지선서 패배한 민주당의 주요 원인이 조 전 장관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감싸기’ 전략은 당을 수렁으로 빠트렸다고 평가받았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도덕과 청렴함을 앞세웠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국 수호’라는 당 차원의 감싸기 전략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몇몇 관계자들은 연이은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지난해 6월15일, 국회서 열렸던 민주당 내부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이 논의됐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더민초’ 등에서는 선거 연패의 원인에 대해 ‘문재인정부 실정’ ‘조국 사태 후속 조치’ ‘이재명 책임론’으로 짚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 대결 가능성 주목
맞붙으면 누가 이익? 양당 복잡한 계산

이날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문정부, 이재명, 민주당 모두에 공히 있다”며 “복합적인 패배 원인을 한쪽 탓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고 내부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사태서 비롯된 내로남불 문제와 선거 직전에 불거졌던 중진 의원들의 당내 성추문, ‘총선 압승’서 비롯된 독단적인 국정운영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재선 김병욱 의원은 아예 “우리당이 지속적으로 조국 사태 이후 강성 당원 팬덤에 상당 부분 끌려왔다”며 “우리 당의 의사결정이 중도층으로부터 멀어지고 일부 당원에게만 어필하는 수준이 됐다”고 조 전 장관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들이 하나 같이 지적하는 문제는 조국 일가의 자녀 입시비리와 이를 감싸던 친문계의 내로남불식 대응이었다. 조 전 장관은 문정부 초기만 해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대놓고’ 조 전 장관을 위해 판을 깔아줬고, 조 전 장관도 정부 초기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문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일조했다.


날개를 단 후 비상할 것 같던 그의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부터다. 그는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강력한 사법개혁을 예고했는데 이는 문정부의 국정과제와 같은 맥락의 기조였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며 비리 의혹을 하나씩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나온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는 7개의 허위경력 기재와 가짜 표창장 등 자녀 입시비리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이미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아 지난 2020년부터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고,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은 부산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입학이 취소돼 고졸 상태로 돌아가 있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다소 논란거리가 있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유죄’로 점철되는 상황서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가장 예민한 문제인 ‘입시비리’와 관련돼 2030세대 표심과 4050 부모 세대 표심 모두가 이탈했다.

내로남불
조국 일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과 함께 ‘조국 지키기’를 선택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문제가 됐던 공주대학교 인턴 건과 단국대학교 논문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기회”라며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해당 관련 토론회서 “(인턴십을)누구나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신청하고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고, 다른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은 “배려는 맞지만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조국 지키기’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청와대까지 가세하며 민주당의 딜레마로 자리 잡았고 이는 이어진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는 원흉이 됐다.

그런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은 민주당을 오래 지켜봤던 지지자들에겐 다소 ‘생뚱맞은’ 소문이었다.

민주당 당사를 찾은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것에도, 지방선거서 패배한 것에도, 친문계가 힘을 잃은 것에도 ‘조국 리스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국 전 장관의 공천 문제는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다. 그의 출마설은 친명계가 ‘이재명 리스크’로 세력이 매우 약하지고 있는 점과 맞물린다. 조 전 장관의 공천에 대해 ‘이재명 리스크’를 ‘조국 리스크’로 덮으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현재 조 전 장관과 이 대표의 상황은 매우 닮아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3일 재판 3년여 만에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곧 민주당서 공천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민주당 공천 규정에 “하급심 유죄 판결을 받으면 부적격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조항 삭제
출마 가능?

해당 규정은 이 대표에게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대표는 현재 지난 대선서 불거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대장동·위례 신도시 배임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1심서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공천 규정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공천 규정서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하면서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사라졌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당규’서 ‘중대한 비리’ 관련 내용만 남겨놓고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했다.

비명계는 공천 규정 변경을 두고 “속이 뻔히 보이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딱 그 부분만 수정된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대대적인 수정도 아니고 이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만 삭제됐다. 지난번 당헌 80조 논란 때와 마찬가지다.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이 같은 조치를 무마하기 위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문제를 꺼내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처럼 조 전 장관에게 공천권을 주면서 친문계 의원들의 원성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다음 총선서 조 전 장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다, 점차 힘이 빠져가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구슬릴 카드로 공천 문제를 염두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 전 장관이 ‘쉬운’ 지역구나 비례대표에 공천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부분 조 전 장관의 지역구를 ‘험지’로 생각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조 전 장관이 출마할 지역은 부산과 서울 주요 도시다. 특히 서울은 관악을이나 종로 출마도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조 전 장관도 ‘강하게’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총선 출마는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즉, 친명계가 생색내기로 준비 중인 ‘조국 공천’ 카드를 민주당 텃밭이 아닌 험지에 사용해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지역구를 탈환해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차기 대권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지역에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그 자체로도 흥행거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커지는 차출론…제대로 활용하려면?
조, 이 대표 처지 비슷…친문 아우르기

여권서도 한 장관의 총선 차출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계에 소문이 파다하며, 총선 전 한 장관의 국민의힘 입당설을 두고서도 여의도 관계자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장관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계 일각에선 ‘한동훈 송파구 출마설’도 돌았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달 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출마를 위해 서울 송파병으로 이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송파병이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신기하다. 최근에 재산등록을 했고 거기에 제 집주소가 나오지 않느냐. 당연히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차출설은)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송파라는 게 왜 나왔는지 알게 되면 알려달라”고 반박했다.

최근 한 장관이 제출한 재산등록 목록에 따르면 한 장관은 서울 서초구 소재 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강남구 소재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송파 출마설’에 대해 “여러 유튜버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한 한 장관에 대해 언론이 섣부른 추측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 장관이 주거지를 옮긴 건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장관의 총선 합류가 현실이 된다면 그가 강남3구에 나갈 것 같지는 않다. 한동훈이라는 스타 장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공천이 될 것”이라며 “가게 된다면 용산이나 종로 등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들은 한 장관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은 윤석열정부가 그의 출마를 고려한다면, 종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권에 한 장권이 출마하는 그림 자체가 좋지 않다”며 “또 친윤이 즐비한 송파, 강남, 서초 지역구로 가면 괜한 친윤 의원 자리 하나를 빼앗는 꼴이 된다. 제대로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고려한다면 정치1번지(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출마 예상지로 종로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되찾아 오기 쉽지 않은 지역에 조 전 장관을 내보내 ‘명예회복’을 도모할 수 있고, 국민의힘으로선 ‘차기 대통령’으로 한 장관의 이미지를 굳힐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명예회복
차기 대선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맞대결은 장담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은 어수선한 민주당 분위기와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이겨내야 하고, 한 장관은 ‘정치인 데뷔’라는 무거운 의미와 차기 대권을 생각하는 ‘담대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양측 모두 ‘아직은’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상황 속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정계 관계자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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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