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조국 VS 한동훈 1번지 대첩 관전 포인트

원수는 외나무다리 아닌 종로서 만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대첩’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은 ‘어부지리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다분해졌으며, 오랫동안 ‘공천설’이 떠돌았던 한 장관 또한 정계 데뷔 플랜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두 사람이 총선 등판 시 맞붙게 될 전장은 다름 아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다. 종로전 승자는 여러 모로 정치적 이익을 챙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낭설’로만 떠돌고 있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대결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내년 총선까지 약 11개월이 남은 가운데, 4년 전 뜨거웠던 열기만큼 유권자들은 차기 총선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선거 때마다 그렇듯 주로 관심을 끄는 지역구와 인물들이 있다. 내년 총선서 유권자들 사이서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어느 전장에, 어느 장수가 등판하느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구도를 벌써부터 그리고 있다.

다음 총선
최대 관심

매번 총선마다 주목받는 지역구들이 있다. 역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서울 종로,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서며 격전지로 떠오르는 수도권 일부 지역구 및 부산과 충청권의 경합지 등도 관심이 높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차기 총선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서 초박빙이 예상되며 충청권서도 박 터지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주목받는 기준이 꼭 지역구에만 국한돼있는 것은 아니다. 전·현직 및 스타 정치인들의 대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박남춘 전 인천시장과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전·현직 대결이 좋은 예로, 지난 21대 총선의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의외의 인물들 간 대결 가능성이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직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둘의 대결은 연초만 해도 ‘낭설’에 불과했지만,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지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사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그동안 그 누구도 점치지 않았다. 지난 대선·지선서 패배한 민주당의 주요 원인이 조 전 장관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감싸기’ 전략은 당을 수렁으로 빠트렸다고 평가받았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도덕과 청렴함을 앞세웠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국 수호’라는 당 차원의 감싸기 전략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몇몇 관계자들은 연이은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지난해 6월15일, 국회서 열렸던 민주당 내부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이 논의됐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더민초’ 등에서는 선거 연패의 원인에 대해 ‘문재인정부 실정’ ‘조국 사태 후속 조치’ ‘이재명 책임론’으로 짚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 대결 가능성 주목
맞붙으면 누가 이익? 양당 복잡한 계산

이날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문정부, 이재명, 민주당 모두에 공히 있다”며 “복합적인 패배 원인을 한쪽 탓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고 내부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사태서 비롯된 내로남불 문제와 선거 직전에 불거졌던 중진 의원들의 당내 성추문, ‘총선 압승’서 비롯된 독단적인 국정운영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재선 김병욱 의원은 아예 “우리당이 지속적으로 조국 사태 이후 강성 당원 팬덤에 상당 부분 끌려왔다”며 “우리 당의 의사결정이 중도층으로부터 멀어지고 일부 당원에게만 어필하는 수준이 됐다”고 조 전 장관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들이 하나 같이 지적하는 문제는 조국 일가의 자녀 입시비리와 이를 감싸던 친문계의 내로남불식 대응이었다. 조 전 장관은 문정부 초기만 해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대놓고’ 조 전 장관을 위해 판을 깔아줬고, 조 전 장관도 정부 초기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문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일조했다.


날개를 단 후 비상할 것 같던 그의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부터다. 그는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강력한 사법개혁을 예고했는데 이는 문정부의 국정과제와 같은 맥락의 기조였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며 비리 의혹을 하나씩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나온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는 7개의 허위경력 기재와 가짜 표창장 등 자녀 입시비리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이미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아 지난 2020년부터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고,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은 부산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입학이 취소돼 고졸 상태로 돌아가 있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다소 논란거리가 있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유죄’로 점철되는 상황서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가장 예민한 문제인 ‘입시비리’와 관련돼 2030세대 표심과 4050 부모 세대 표심 모두가 이탈했다.

내로남불
조국 일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과 함께 ‘조국 지키기’를 선택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문제가 됐던 공주대학교 인턴 건과 단국대학교 논문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기회”라며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해당 관련 토론회서 “(인턴십을)누구나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신청하고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고, 다른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은 “배려는 맞지만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조국 지키기’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청와대까지 가세하며 민주당의 딜레마로 자리 잡았고 이는 이어진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는 원흉이 됐다.

그런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은 민주당을 오래 지켜봤던 지지자들에겐 다소 ‘생뚱맞은’ 소문이었다.

민주당 당사를 찾은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것에도, 지방선거서 패배한 것에도, 친문계가 힘을 잃은 것에도 ‘조국 리스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국 전 장관의 공천 문제는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다. 그의 출마설은 친명계가 ‘이재명 리스크’로 세력이 매우 약하지고 있는 점과 맞물린다. 조 전 장관의 공천에 대해 ‘이재명 리스크’를 ‘조국 리스크’로 덮으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현재 조 전 장관과 이 대표의 상황은 매우 닮아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3일 재판 3년여 만에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곧 민주당서 공천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민주당 공천 규정에 “하급심 유죄 판결을 받으면 부적격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조항 삭제
출마 가능?

해당 규정은 이 대표에게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대표는 현재 지난 대선서 불거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대장동·위례 신도시 배임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1심서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공천 규정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공천 규정서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하면서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사라졌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당규’서 ‘중대한 비리’ 관련 내용만 남겨놓고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했다.

비명계는 공천 규정 변경을 두고 “속이 뻔히 보이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딱 그 부분만 수정된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대대적인 수정도 아니고 이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만 삭제됐다. 지난번 당헌 80조 논란 때와 마찬가지다.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이 같은 조치를 무마하기 위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문제를 꺼내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처럼 조 전 장관에게 공천권을 주면서 친문계 의원들의 원성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다음 총선서 조 전 장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다, 점차 힘이 빠져가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구슬릴 카드로 공천 문제를 염두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 전 장관이 ‘쉬운’ 지역구나 비례대표에 공천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부분 조 전 장관의 지역구를 ‘험지’로 생각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조 전 장관이 출마할 지역은 부산과 서울 주요 도시다. 특히 서울은 관악을이나 종로 출마도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조 전 장관도 ‘강하게’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총선 출마는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즉, 친명계가 생색내기로 준비 중인 ‘조국 공천’ 카드를 민주당 텃밭이 아닌 험지에 사용해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지역구를 탈환해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차기 대권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지역에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그 자체로도 흥행거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커지는 차출론…제대로 활용하려면?
조, 이 대표 처지 비슷…친문 아우르기

여권서도 한 장관의 총선 차출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계에 소문이 파다하며, 총선 전 한 장관의 국민의힘 입당설을 두고서도 여의도 관계자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장관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계 일각에선 ‘한동훈 송파구 출마설’도 돌았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달 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출마를 위해 서울 송파병으로 이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송파병이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신기하다. 최근에 재산등록을 했고 거기에 제 집주소가 나오지 않느냐. 당연히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차출설은)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송파라는 게 왜 나왔는지 알게 되면 알려달라”고 반박했다.

최근 한 장관이 제출한 재산등록 목록에 따르면 한 장관은 서울 서초구 소재 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강남구 소재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송파 출마설’에 대해 “여러 유튜버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한 한 장관에 대해 언론이 섣부른 추측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 장관이 주거지를 옮긴 건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장관의 총선 합류가 현실이 된다면 그가 강남3구에 나갈 것 같지는 않다. 한동훈이라는 스타 장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공천이 될 것”이라며 “가게 된다면 용산이나 종로 등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들은 한 장관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은 윤석열정부가 그의 출마를 고려한다면, 종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권에 한 장권이 출마하는 그림 자체가 좋지 않다”며 “또 친윤이 즐비한 송파, 강남, 서초 지역구로 가면 괜한 친윤 의원 자리 하나를 빼앗는 꼴이 된다. 제대로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고려한다면 정치1번지(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출마 예상지로 종로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되찾아 오기 쉽지 않은 지역에 조 전 장관을 내보내 ‘명예회복’을 도모할 수 있고, 국민의힘으로선 ‘차기 대통령’으로 한 장관의 이미지를 굳힐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명예회복
차기 대선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맞대결은 장담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은 어수선한 민주당 분위기와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이겨내야 하고, 한 장관은 ‘정치인 데뷔’라는 무거운 의미와 차기 대권을 생각하는 ‘담대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양측 모두 ‘아직은’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상황 속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정계 관계자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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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