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매치’ 조국 VS 한동훈 1번지 대첩 관전 포인트

원수는 외나무다리 아닌 종로서 만난다?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총선 대첩’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조 전 장관은 ‘어부지리 공천’을 받을 가능성이 다분해졌으며, 오랫동안 ‘공천설’이 떠돌았던 한 장관 또한 정계 데뷔 플랜이 점점 구체화되고 있다. 두 사람이 총선 등판 시 맞붙게 될 전장은 다름 아닌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다. 종로전 승자는 여러 모로 정치적 이익을 챙겨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낭설’로만 떠돌고 있는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대결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내년 총선까지 약 11개월이 남은 가운데, 4년 전 뜨거웠던 열기만큼 유권자들은 차기 총선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선거 때마다 그렇듯 주로 관심을 끄는 지역구와 인물들이 있다. 내년 총선서 유권자들 사이서 가장 궁금해하는 대목은 어느 전장에, 어느 장수가 등판하느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만한 구도를 벌써부터 그리고 있다.

다음 총선
최대 관심

매번 총선마다 주목받는 지역구들이 있다. 역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한 서울 종로,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서며 격전지로 떠오르는 수도권 일부 지역구 및 부산과 충청권의 경합지 등도 관심이 높다. 지난 대통령선거를 기준으로 차기 총선은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구서 초박빙이 예상되며 충청권서도 박 터지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주목받는 기준이 꼭 지역구에만 국한돼있는 것은 아니다. 전·현직 및 스타 정치인들의 대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박남춘 전 인천시장과 국민의힘 유정복 인천시장 전·현직 대결이 좋은 예로, 지난 21대 총선의 민주당 고민정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결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는 의외의 인물들 간 대결 가능성이 많은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현직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둘의 대결은 연초만 해도 ‘낭설’에 불과했지만,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지금, 가능성이 매우 커진 상태다.


사실,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 가능성은 그동안 그 누구도 점치지 않았다. 지난 대선·지선서 패배한 민주당의 주요 원인이 조 전 장관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와 조 전 장관에 대한 민주당의 ‘감싸기’ 전략은 당을 수렁으로 빠트렸다고 평가받았다. 

박근혜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도덕과 청렴함을 앞세웠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은 ‘조국 수호’라는 당 차원의 감싸기 전략 때문에 ‘내로남불’이라는 꼬리표를 달았고,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몇몇 관계자들은 연이은 선거 패배의 원인 중 하나가 이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지난해 6월15일, 국회서 열렸던 민주당 내부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이 논의됐다. 민주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더미래)’ ‘더민초’ 등에서는 선거 연패의 원인에 대해 ‘문재인정부 실정’ ‘조국 사태 후속 조치’ ‘이재명 책임론’으로 짚었다.

전·현직 법무부 장관 대결 가능성 주목
맞붙으면 누가 이익? 양당 복잡한 계산

이날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대선 패배의 원인은 문정부, 이재명, 민주당 모두에 공히 있다”며 “복합적인 패배 원인을 한쪽 탓으로 돌리는 건 부적절하고 내부 분열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국 사태서 비롯된 내로남불 문제와 선거 직전에 불거졌던 중진 의원들의 당내 성추문, ‘총선 압승’서 비롯된 독단적인 국정운영 등이 주요 원인이라고 짚었다.

재선 김병욱 의원은 아예 “우리당이 지속적으로 조국 사태 이후 강성 당원 팬덤에 상당 부분 끌려왔다”며 “우리 당의 의사결정이 중도층으로부터 멀어지고 일부 당원에게만 어필하는 수준이 됐다”고 조 전 장관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들이 하나 같이 지적하는 문제는 조국 일가의 자녀 입시비리와 이를 감싸던 친문계의 내로남불식 대응이었다. 조 전 장관은 문정부 초기만 해도 ‘차기 대통령감’으로 평가받았던 인물이다. 문 전 대통령은 ‘대놓고’ 조 전 장관을 위해 판을 깔아줬고, 조 전 장관도 정부 초기 민정수석으로 일하며 문정부의 높은 지지율에 일조했다.


날개를 단 후 비상할 것 같던 그의 이미지가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그가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면서부터다. 그는법무부장관으로 내정되면서 강력한 사법개혁을 예고했는데 이는 문정부의 국정과제와 같은 맥락의 기조였다. 

그러나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임명을 반대하며 비리 의혹을 하나씩 언론에 흘리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나온 조 전 장관 일가의 비리는 7개의 허위경력 기재와 가짜 표창장 등 자녀 입시비리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교수는 이미 징역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받아 지난 2020년부터 수감생활을 이어오고 있고,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은 부산 의학전문대학원과 고려대학교 입학이 취소돼 고졸 상태로 돌아가 있다.

의혹이 제기된 부분은 다소 논란거리가 있지만, 조국 일가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유죄’로 점철되는 상황서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가장 예민한 문제인 ‘입시비리’와 관련돼 2030세대 표심과 4050 부모 세대 표심 모두가 이탈했다.

내로남불
조국 일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은 강성 지지층과 함께 ‘조국 지키기’를 선택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공개적으로 조 전 장관을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문제가 됐던 공주대학교 인턴 건과 단국대학교 논문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특혜가 아니라 보편적 기회”라며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한 친문계 의원은 해당 관련 토론회서 “(인턴십을)누구나 하는 건 아니지만, 누구나 신청하고 노력하면 접근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고, 다른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은 “배려는 맞지만 특혜는 아니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조국 지키기’는 조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 청와대까지 가세하며 민주당의 딜레마로 자리 잡았고 이는 이어진 선거에까지 영향을 주는 원흉이 됐다.

그런 조 전 장관의 총선 출마설은 민주당을 오래 지켜봤던 지지자들에겐 다소 ‘생뚱맞은’ 소문이었다.

민주당 당사를 찾은 한 지지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것에도, 지방선거서 패배한 것에도, 친문계가 힘을 잃은 것에도 ‘조국 리스크’는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민주당이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조국 전 장관의 공천 문제는 얼토당토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조 전 장관의 출마 가능성을 꽤 높게 보고 있다. 그의 출마설은 친명계가 ‘이재명 리스크’로 세력이 매우 약하지고 있는 점과 맞물린다. 조 전 장관의 공천에 대해 ‘이재명 리스크’를 ‘조국 리스크’로 덮으려는 노림수라는 것이다.

현재 조 전 장관과 이 대표의 상황은 매우 닮아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3일 재판 3년여 만에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았다. 1심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은 곧 민주당서 공천받을 자격이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민주당 공천 규정에 “하급심 유죄 판결을 받으면 부적격 처리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조항 삭제
출마 가능?

해당 규정은 이 대표에게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이 대표는 현재 지난 대선서 불거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대장동·위례 신도시 배임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1심서 유죄 판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공천 규정은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최근 민주당이 공천 규정서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하면서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사라졌다. 앞서 민주당은 ‘22대 총선 후보자 선출 규정 특별당규’서 ‘중대한 비리’ 관련 내용만 남겨놓고 ‘하급심 유죄 판결’ 조항을 삭제했다.

비명계는 공천 규정 변경을 두고 “속이 뻔히 보이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비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딱 그 부분만 수정된 것이 아이러니하다”며 “대대적인 수정도 아니고 이 대표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부분만 삭제됐다. 지난번 당헌 80조 논란 때와 마찬가지다.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친명계가 이 같은 조치를 무마하기 위해 조 전 장관에 대한 공천 문제를 꺼내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처럼 조 전 장관에게 공천권을 주면서 친문계 의원들의 원성을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조 전 장관 출마에 대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대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다음 총선서 조 전 장관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데다, 점차 힘이 빠져가는 이 대표가 비명계를 구슬릴 카드로 공천 문제를 염두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였다. 


그러나 <일요시사>와 만난 민주당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조 전 장관이 ‘쉬운’ 지역구나 비례대표에 공천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대부분 조 전 장관의 지역구를 ‘험지’로 생각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조 전 장관이 출마할 지역은 부산과 서울 주요 도시다. 특히 서울은 관악을이나 종로 출마도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며 “조 전 장관도 ‘강하게’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총선 출마는 현실로 이뤄질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즉, 친명계가 생색내기로 준비 중인 ‘조국 공천’ 카드를 민주당 텃밭이 아닌 험지에 사용해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지역구를 탈환해온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차기 대권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지역에 조 전 장관이 출마한다면 그 자체로도 흥행거리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커지는 차출론…제대로 활용하려면?
조, 이 대표 처지 비슷…친문 아우르기

여권서도 한 장관의 총선 차출설이 힘을 얻고 있다. 이미 정계에 소문이 파다하며, 총선 전 한 장관의 국민의힘 입당설을 두고서도 여의도 관계자들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 장관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정계 일각에선 ‘한동훈 송파구 출마설’도 돌았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난달 5일,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출마를 위해 서울 송파병으로 이사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송파병이라고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나오는데, 참 신기하다. 최근에 재산등록을 했고 거기에 제 집주소가 나오지 않느냐. 당연히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 차출설은)나와는 무관한 이야기다. 송파라는 게 왜 나왔는지 알게 되면 알려달라”고 반박했다.

최근 한 장관이 제출한 재산등록 목록에 따르면 한 장관은 서울 서초구 소재 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강남구 소재의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그렇다면 송파구로 이사 갔다는 소문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국민의힘 관계자는 ‘송파 출마설’에 대해 “여러 유튜버로부터 스토킹 피해를 당한 한 장관에 대해 언론이 섣부른 추측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 한 장관이 주거지를 옮긴 건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이라고 <일요시사>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장관의 총선 합류가 현실이 된다면 그가 강남3구에 나갈 것 같지는 않다. 한동훈이라는 스타 장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공천이 될 것”이라며 “가게 된다면 용산이나 종로 등 격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정치 평론가들은 한 장관을 차기 대통령감으로 점찍은 윤석열정부가 그의 출마를 고려한다면, 종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권에 한 장권이 출마하는 그림 자체가 좋지 않다”며 “또 친윤이 즐비한 송파, 강남, 서초 지역구로 가면 괜한 친윤 의원 자리 하나를 빼앗는 꼴이 된다. 제대로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고려한다면 정치1번지(종로)에 출마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한 장관과 조 전 장관의 출마 예상지로 종로가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되찾아 오기 쉽지 않은 지역에 조 전 장관을 내보내 ‘명예회복’을 도모할 수 있고, 국민의힘으로선 ‘차기 대통령’으로 한 장관의 이미지를 굳힐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명예회복
차기 대선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시점서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맞대결은 장담할 수 없다. 조 전 장관은 어수선한 민주당 분위기와 본인의 사법 리스크를 이겨내야 하고, 한 장관은 ‘정치인 데뷔’라는 무거운 의미와 차기 대권을 생각하는 ‘담대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양측 모두 ‘아직은’ 출마에 부정적인 입장인 상황 속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정계 관계자들은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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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