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휩쓸 ‘쌍특검’ 후폭풍

누구도 승자는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쌍특검(50억 클럽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다. 앞으로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간의 대립이 한층 더 심화할 양상이다. 문제는 완전한 승리자가 없다는 점이다. 이득이 크지만 손실도 분명하다. 민주당, 국민의힘, 정의당 중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굴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결국 쌍특검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검찰의 탄압에 맞선다는 명분을 내세워 쌍특검을 추진해왔다. 이때 당시 정의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합류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로 김건희 여사 특검에는 다소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손잡고 
동시 폭격

민주당은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찌감치 특검을 추진해왔다. 대선 기간 불거졌던 대장동 의혹 규명을 위해 지난해 3월 이미 특검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었다. 정의당도 대장동 관련 의혹들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했다. 

처음에는 쌍특검을 두고 민주당과 정의당도 의견이 갈렸다. 민주당은 대장동 특검 법안에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을 봐줬다는 의혹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특검 추천권도 대통령이 속하지 않은 교섭단체에 부여하려 했다.

민주당 추천으로 2명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겠다는 셈이다. 정의당은 처음부터 50억 클럽에 방점을 찍었다. 특검 추천권도 비교섭단체에만 부여해 민주당, 국민의힘을 배제하겠다고 밝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주당과 정의당은 점점 의견 차를 좁혀갔다. 국민의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힘을 합치면서 점점 모양새가 갖춰졌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50억 클럽 특검법의 경우 수사 대상은 화천대유, 성남의뜰 관련자들의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된 불법 로비, 뇌물 제공 행위 등 범죄 혐의자로 밝혀진 인물들이다. 

특검의 임명은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은 정당이 특별검사 후보자 2명을 합의해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임명된 특검은 한 달간의 준비기간을 갖고 150일 내에 수사를 완료해야 하며 수사기간은 90일 연장할 수 있다. 50억 클럽에 등장하는 인물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박영수 전 특별검사,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이다. 이들은 권력기관인 검찰 등에 근무하면서 김만배와 화천대유의 뒤를 봐줬고, 불법행위를 무마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억대의 자문료와 큰 액수의 뇌물을 챙겨갔다는 의혹이다. 

사실 50억 클럽의 명단은 국민의힘 측에서 먼저 밝혔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당시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 50억원 약속 그룹이 언급돼있다며 법조인, 정치인 5명의 실명을 공개해버렸다. 

야당 공조로 패스트트랙 지정
민주당, 이 대표에게 악재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곽 전 의원은 수사 타깃이 됐다. 그러나 1심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언급된 인물들의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50억 클럽과 관련한 특검법이 본회의에 오르기 직전 검찰은 부랴부랴 박영수 전 특검과 관련해 우리은행을 추가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50억 클럽 특검법 및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도 지난달 27일, 본회의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지정됐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개입 의혹, 코바나컨텐츠 기업 협찬 의혹이 대상이다.

검사 추천 방식은 국회의장이 법 시행일부터 3일 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요청한다. 대통령은 요청서를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1명의 특별검사를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정당들에 서면으로 의뢰하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얼마 전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인 권오수 전 회장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문제는 김 여사의 여러 의혹이 터져 나오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야당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자 본회의서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데 합의했다. 참고로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여사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하고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해 비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정의당과 민주당을 두고 “쌍특검과 노란봉투법의 야합”으로 규정하는 등 쌍특검을 강력 반대하고 있다. 

총선에
악영향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특검 모두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50억 클럽 특검법은 수사 대상을 무한정 확대할 수 있고, 검찰이 수사 중인 대장동 개발 사건 등을 특검이 수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이 경우 민주당 이 대표의 방탄 특검법이 된다는 논리다. 

김건희 특검법 역시 난색을 드러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2년간 친문(친 문재인) 성향 검사들이 수사한 뒤 범죄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던 사건인데, 김 여사를 괴롭히려는 의도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을 아예 ‘김 여사 스토킹법’이라고 규정했다. 

본회의 직전까지 막판 협상을 벌이기도 했으나 여야의 거리는 도무지 좁혀지지 않았다. 국회법에 따르면 재적 의원의 과반(150명)이 찬성한 안건은 패스트트랙 지정 대상 안건으로 정할 수 있다. 요구안이 국회의장에게 전달되면 무기명 투표로 패스트트랙 지정 여부를 표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서 쌍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전체 국회의원 중 3/5인 180명의 찬성이 필요했다. 이미 민주당, 정의당을 비롯해 무소속 의원 등 총 182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수적으로 열세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본회의장 입·퇴장을 반복하는 모습밖에 보여줄 수 없었다. 


이제는 법제사법위원회가 180일 이내 심사 및 합의를 진행한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바로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이후 60일 안에 심사를 마쳐야 하고, 올해 12월 말에는 본회의 표결 단계를 거친다.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바로 가결된다. 

이미 50억 클럽 특검법은 지난달 11일 법안심사제1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180일 내에 법사위 의결이 없으면 소위가 의결한 대안이 본회의서 처리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법은 법사위에 상정되지는 않았다. 이 역시 국민의힘에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한다. 180일 내로 법사위서 의결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정의당이 수정안을 마련해 본회의서 처리할 가능성이 크다. 

쌍특검의 국민적 지지는 압도적인 편이다. 50억 클럽 특검법을 지지하는 여론은 70%가 넘고, 김건희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 역시 60%에 달한다. 

심해질
대립구도

민주당을 비롯한 정의당, 소수 야당들은 내년 차기 총선을 앞두고 쌍특검법을 호재로 여긴 모양새다. 문제는 쌍특검을 추진한 쪽도, 반대하는 쪽도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여당의 경우에는 윤 대통령, 김 여사 방탄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은 대선 직후보다 더 떨어져 있다. 


중도층은 줄줄이 빠져나갔고, 텃밭 지지층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미 당정일체의 영향으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 지지율과 맞물려 동반하락 중이다. ‘송영길 돈봉투 살포’라는 민주당에 악재가 생겼으나 자신들 쪽으로 지지세를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는 간호법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미 윤 대통령은 한 차례 양곡관리법 거부권 사용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부쩍 민생에 더 다가가려는 입장을 취하고는 있으나 딱히 효과가 없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특검 출범과 차기 총선과의 관계다. 현재 속도로 쌍특검법이 진행될 경우, 총선 직전에 결과까지 낼 수 있는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질 수 있다. 

특검의 활동 시기 출범 등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최소한 총선 전, 국민의힘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초반만 해도 쌍특검 추진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부터다. 

그러나 쌍특검을 추진한다고 해도 민주당과 정의당에도 일부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민주당은 지금까지도 이 대표 방탄 프레임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이다. 특히 이 대표는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다. 국민의힘이 이 대표 방탄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앞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50억 클럽법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조 의원은 “몸통이 있어 꼬리가 있다. 해당 특검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큰 그림을 빼고 생각할 수 없다”며 “특검이 현재 진행 중인 대장동 특혜 수사를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앞으로도 존재감 발휘해야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방탄 프레임

조 의원에 따르면 이미 전문가들도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법사위와 법원행정처, 법무부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돼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50억 클럽 특검 출범 시 이 대표를 물고 늘어질 게 뻔하다. 또 돈봉투 논란을 가리기 위해 추진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여전하다. 단순히 민주당도 호재로 여기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현재 이 대표에게 적용된 혐의는 여러 개로 이 중 배임, 뇌물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고리로 벌써부터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서 수사하지 않았다”며 다시 전임 정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본회의서 “이재명 지키기 특검법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과 손잡은 정의당에도 문제는 있다. 정의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차기 총선서 과연 생존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 섞인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정의당이 민주당과 손잡는 것을 주저한 이유기도 하다. 최근 정의당은 정의당만의 길을 걷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쌍특검을 추진하면서 다시 민주당 손을 잡아 민주당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에 휩싸이게 됐다. 긍정적인 점은 정의당이 협상서 다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온 점이다. 정의당이 이토록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이유는 차기 총선서 생존을 위해서다. 앞서 정의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표를 던지기도 했었다.

최소한 이번 쌍특검만큼은 그동안 사라졌던 존재감을 발휘했던 셈이다. 실제로 정의당의 협조가 없었더라면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앞으로가 문제다. 정의당이 오랜 기간 공들여왔던 노란봉투법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느냐다. 국민의힘은 이를 고리로 “민주당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정의당은 이 같은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존재감이 커져야만 차기 총선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모두에게
양날의 검

한 정치권 관계자는 “특검법은 세 당 모두에게 득실이 존재한다. 민주당은 정국을 주도할 수 있는 키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이 다시 커지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정의당이 이번에는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국민의힘도 무조건 방어한다는 입장만 강조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뇌관’ 노란봉투법 드라이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이 최근 국회 본회의서 직회부 요건을 달성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강행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와 노동자 등의 정의를 확대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넓혀 파업으로 인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려는 게 골자다. 

야권은 직회부를 통해 노란봉투법을 5월 내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는 야권의 검은 뒷거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지난 2월 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환노위를 통과했다.

법사위서 60일 이상 계류된 탓에 지난달 22일 직회부 요건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탓에 민주당, 정의당과 국민의힘의 대립이 한층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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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