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곡 살인 무기징역 이은해 검찰 ‘부실 공소장’ 의혹

인정 못 받은 ‘직접 살인’ 상고할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계곡 살인사건’으로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은해가 2심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통한 직접 살인은 이번에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간 검찰에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을 언급했다. 최근 선고공판 직전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직접 살인 입증에만 몰두하던 검찰의 고집은 꺾이지 않았다.

‘가평계곡 살인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이 지난달 26일에 있었다.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는 동종 전과가 없었으나 잔혹성이 인정돼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은해 측 변호인은 억울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검찰이 내민 정황상 간접 증거에 의한 비상식적 판결이라는 주장이다.

인정된 범행
잔혹성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6-1부(원종찬·박원철·이의영 부장판사)는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은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연남이자 공범인 조현수도 1심과 같은 징역 30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보험금 8억원을 노려 두 차례 살인미수와 살인을 저질러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양심의 가책 없이 보험금을 청구했으며 유족 피해 해소도 전혀 없었고 도주하는 등 정황도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은해는 조현수와 함께 2019년 6월30일,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서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를 물에 빠지게 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2심 재판의 쟁점은 살인이 가스라이팅에 의한 직접(작위) 살인 여부였다. 1심은 직접 살인이 아니라 물에 빠진 피해자를 일부러 구하지 않은 간접(부작위) 살인이라고 봤다. 검찰은 이은해가 윤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을 통해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 바위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했다며 직접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상황에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를 ‘부작위’라고 한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피해자와 이은해 사이의 심리적 주종 관계 형성과 관련해 가스라이팅 요소가 있다고는 판단하지만 지배했는지에 대해서는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가스라이팅이 주로 경제적인 영역서 이뤄졌을 뿐 다른 영역에선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살인미수나 보험사기 등 혐의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이 사건은 2019년 윤씨 사망 당시 가평경찰서가 혐의점을 찾지 못해 단순 변사사건으로 내사 종결됐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일산 서부경찰서가 재수사에 착수해 이은해와 조현수를 살인·보험사기 미수 혐의로 2020년 인천지검에 송치했다. 이들은 2021년 12월 검찰의 첫 소환조사를 받은 뒤 잠적했고, 공개수배 끝에 지난해 4월16일 경기도 고양서 검거됐다.

이들은 윤씨의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으로 윤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스라이팅’ 인정 안 돼…유례도 없어
원심 유지…조현수 전 연인 핵심 진술


이은해는 보험사가 부당하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2020년 소송을 제기했고, 지금까지 취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6월 변론기일을 연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박준민 부장판사)는 형사재판 결과를 기다려보겠다는 취지로 다음 기일을 잡지 않았다.

윤씨의 매부는 선고 뒤 취재진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선량한 서민이 범죄자에게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는데, 가슴 아픈 일이 다시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은해가 보험금 소송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두고는 “아직도 금전에 대한 미련이 많은 참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박준민 부장판사)는 이은해가 S 생명보험사를 상대로 한 8억원의 생명보험금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해는 조현수와 범행 이후 윤씨 명의로 가입한 생명보험금 8억원을 청구했으나 보험사기를 의심한 S 생명보험사 측으로부터 지급을 거절당했다.

S 생명보험사 측은 이은해가 나이와 소득에 비해 생명보험 납입액수가 큰 점, 보험 수익자가 법정상속인이 아니라 이은해인 점 등을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은해는 현재 살인 혐의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등 혐의도 적용받은 상태다.

국내 판례에서는 지금껏 손도 대지 않고 사람이 살해된 바 없다. 이번 선고공판서 직접살인이 인정됐다면 유례없는 판결이었을 수 있었다. 재판부가 검찰에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을 언급한 것도 그 이유다. 그만큼 검찰이 직접살인을 고집한 게 재판부의 어깨를 무겁게 해왔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지난해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이규훈)가 진행한 13번째 심리서 이은해에 대한 공소장을 바꾼 바 있다. “부작위에 의한 살인도 염두에 두라”는 재판부의 요구 때문이었다.

수차례
공소장 변경

<일요시사>가 입수한 ‘계곡 살인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2019년 6월30일 가평 용소계곡서 피해자 윤씨가 계곡물에 빠진 뒤 이은해 등이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살인 계획에 따라 피해자가 물에 뛰어든 직후 허우적대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은해는 위 계곡의 모래톱에 구명조끼가 3벌 있었고, 조현수에게 튜브가 있어 즉각 피해자를 구조할 수 있었음에도 (동행한)A씨에게 이은해는 구명튜브를 가지러 가자고 유인했다. 계곡서 약 58m 떨어진 곳에 비치된 구명튜브를 가지러 가는 방법으로 현장서 이탈시켜 피해자에 대한 구호조치를 적기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현수에 대해선 “피해자와 약 5m 거리서 튜브를 착용하고 있었음에도 피해자에게 튜브를 던져주지 않았다”며 “피해자가 물속에 잠겼음에도 즉시 피해자가 빠진 위치 인근으로 다가가 물에 잠긴 피해자를 수색해 물 밖으로 인도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혐의를 변경하지 않았다. 혐의는 유지하되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작위적 요소와 부작위적 요소가 결합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볼 땐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에도 공소장을 변경했다.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바탕으로 범행 일시와 방법 등을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1심서 이은해와 정모씨가 인근서 사온 복어와 부산물 등을 넣은 매운탕을 먹였다고 밝힌 바 있다.

진술 신빙성에 문제
수상스포츠 곧잘 즐겨

해당 공소장에는 이들은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군의 한 펜션서 미리 사둔 복어 1마리를 남겨놓고 남편에게 술을 마시도록 했다고 적시됐다. 그러나 윤씨가 거부하자 한 가게서 복어와 부산물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은해와 정씨는 남겨놨던 복어 및 부산물을 넣고 끓여 남편에게만 먹였다.

검찰은 이 정황이 직접살인의 증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은해 측 변호인은 텔레그램 내용 자체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텔레그램상에도 복어를 손질받아왔고 피와 독성이 있는 부위도 구해오지 않았다. 독이 없는 복어로 매운탕을 끓인 것이지 윤씨를 죽이려 했던 게 아니다. 이은해 등의 주된 목적은 위자료 계획에 따라 윤씨가 술을 많이 먹도록 유도해 타 여자에게 실수하게 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키맨’이자 조현수와 연인 관계였던 증인 김모씨의 진술 신빙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이은해의 살인이 계획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본 이후 ‘이은해가 살인을 하려 했다’고 여기게 됐다는 게 검찰 진술 내용이다.


다른 증인은 “윤씨가 빠지서 물에 들어가는 것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물을 무서워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는 “윤씨가 이은해에게 ‘물에 들어가기 싫어, 물놀이 기구 안 탄다’고 말했으나 이은해가 윤씨에게 화를 내며 ‘그럼 내가 탈 것’이라고 해 윤씨가 바나나보트를 탄 것”이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 주장은 윤씨가 수영을 못 한다고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진술이 됐다. 그러나 실제 윤씨는 김씨와 빠지에 자주 갔고 웨이크보드를 타고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교육을 받았었다. 물에 대한 공포심이 심해 물에만 들어가면 경직된다는 말과 달리 수상스포츠를 곧잘 즐겼다는 주변인들의 증언도 존재한다.

재판부 여러 차례 공소장 변경 언급
정황상 간접증거 의한 비상식 판결?

이은해 측 변호인은 “원심서부터 17회의 공판을 거치면서 정황 증거일 뿐 허구성이 존재한다. 검사는 피고인들이 밀복의 독이 있는 내장을 이용해 윤씨를 독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난처럼 이어진 텔레그램 내용만 있다”며 “실제로 복어를 구입했는지, 어디서 구입했는지, 복어의 독이 있는 내장은 구했는지, 그 내장으로 실제 매운탕을 끓여서 윤씨에게 먹였는지에 대해 어떠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들이 낚시터에서 윤씨를 밀어 죽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김씨의 진술만 있었을 뿐이다. 김씨는 이은해가 윤씨를 미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조현수가 물속에서 윤씨를 가라앉히려 시도하는 모습도 보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2심 판단에 불복하고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상고는 항소심의 판결, 즉 제2심판결에 대한 불복신청이다. 제1심판결에 대해서도 이른바 비약 상고가 인정돼 예외적으로 제1심판결에 대한 상고도 포함된다.

상고심의 관할권을 가지는 법원은 어떤 경우에도 대법원이며, 그 제기 기간은 항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7일이다. 상고도 상소의 일종이므로 당사자의 구제를 목적으로 하지만, 상고심의 주된 사명은 하급법원의 법령해석·적용의 통일을 기한다.

상고는 최종심이므로 상고심의 재판에 대해서는 다시 상소의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행법원은 신중을 기하는 의미서 ‘판결의 정정’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상고심도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사후심으로서의 성질을 갖기 때문에, 상고심의 절차에 관해서는 특별한 규정이 없다.

검찰도 직접살인을 인정받으려 상고에 임할지는 아직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상고에 임한다 해도 판결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구체성 없는
간접 정황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1~2심서 유죄가 나온 사건이 대법원서 뒤집힐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면 불가능에 가깝다”며 “현재까지 채택된 증거만으로는 원심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변호사도 “정황 및 간접증거라고 해도 대법원 판단은 법률심이다. 법률에 반박할 수 있는 물증이 없다면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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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