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팸’ 강남 여학생 투신사건 내막

죽음 부추긴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10대 여학생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내막에 관해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A씨가 활동했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커뮤니티에는 약물 오남용 방법과 후기가 꾸준히 공유됐다. 일부 이용자가 모인 ‘신대방팸’이 A씨 외에도 여러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고층 오피스텔 옥상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여러분은 꼭 꿈을 찾고 이루라. 인생 허비하지 말고 커뮤니티 접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때 A씨가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비명 등이 고스란히 중계된 것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고스란히 
생중계

시청자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들이 진입하기 전에 이미 숨졌다. 지난 17일경찰 관계자는 A씨 사망사건에 관해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신 동기 및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유포됐다. 얼마 뒤 대부분이 삭제 처리됐지만, A씨를 향한 2차 가해는 끊이질 않았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이하 우울증 갤러리)’서 고정 닉네임(일명 ‘고닉’)으로 활동했다. 그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걸 넘어, 현실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을 만나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사망 이후 우울증 갤러리는 2차 가해의 장으로 변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A씨를 조롱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아직 못 봤다. 나도 보고 싶다”며 자료 위치를 묻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우울증 갤러리가 A씨 죽음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이 직접 A씨를 살해한 건 아니더라도, 그중 일부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미쳤다는 것이다.

이용자 복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이 같은 지적을 담은 글 여러 개가 ‘개념글(이용자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로, 노출 우선도가 높아짐)’이 되고도 금방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저격 대상으로 몰린 이들과 가까운 이용자들이 비판 글은 ‘신고 폭탄’으로 없애고, 옹호하는 글은 여럿 작성하는 식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A씨를 폄하하는 게 갤러리의 주된 여론처럼 보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모씨와 ‘신대방팸’ 등이 A씨 사망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A씨 사망 당일 그와 함께 있었던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다. 신대방팸은 우울증 갤러리서 파생된 이용자 모임으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 인근서 함께 살거나 어울리던 이용자들을 가리킨다.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 진행
경, 자살 방조·성착취 혐의 내사 돌입

최씨는 A양과 사전에 동반 극단 선택을 모의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우울증 갤러리에 게시했다. 이를 본 A씨는 최씨에게 연락했고, 이들은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수시간 뒤 이들은 지하철 강남역서 만났다. 최씨는 A씨와 식당과 노래방, PC방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획 실행을 재촉했지만, 결국 최씨는 계획을 접었다. 이후 A씨는 최씨가 알려준 오피스텔 옥상서 혼자 방송을 켰다. 

이날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문을 올리고 관련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적고 말았다”며 “죽기 전 맛있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서 스트레스도 풀고 카페에 가서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제가 찾은 건물서 같이 뛸 계획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같이 뛰는 게 싫어져 일단 PC방에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고 이동했다”며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 빠져나왔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A씨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다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몇 시간 뒤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분석 중 A씨가 건물에 혼자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법조계는 최씨가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비록 최씨가 직접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럴 의사를 가진 상태서 A씨의 계획 설정을 도왔다면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살방조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최씨를 해당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신대방팸에 관한 의혹도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다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신대방팸은 2020년 말 조직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현실 모임에 끼지 못한 이들이 주축이 돼 뭉쳤다. 이들은 신대방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아지트로 삼았다. 닉네임 ‘김피트’와 ‘신야리’를 쓰는 이용자들을 주축으로 모임 핵심 멤버가 꾸려졌고, 이들 외에도 ‘객원 멤버’가 수시로 모임과 숙식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닌 가장 큰 의혹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미성년자들을 객원 멤버로 들이고 성폭력, 유사 마약 투약, 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착취 의혹이 제기되면서, 생전 성착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A씨와의 연결고리도 의문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들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피트는 지난 19일, 주간신문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당황스럽다”며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단체 대화방과 공간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피트의 설명에 따르면 신대방팸 아지트에선 구성원 6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한 빌라의 같은 층에 두 집을 전세로 구했고, 3명씩 살고 있다. 


김피트는 “우울증 갤러리서 만난 지인 몇 명이 놀러 오기는 한다”면서도 “결코 우울증 갤러리의 정모 장소로 이용되거나 성매매나 성착취, 술 마시고 졸피뎀을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성년 여성 성착취 의혹에 대해서는 “미성년자가 오면 부모님에게 연락해 해당 사실을 알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얘기하고 집 주소도 공개한다. 실제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찾아서 데리고 간 적도 있다.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쌀이나 김치를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나온 비판과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려 우울증 갤러리의 문제를 들춰내기도 했다. 신대방팸을 둘러싼 의혹은 정작 우울증 갤러리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의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김피트는 “허위 사실 유포나 미성년자 성매매·의제강간 등 심리적으로 힘든 여성들을 상대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 부인
고소 예정


미성년자 성착취 주범으로 지목된 신야리의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피트는 “신야리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친구다. 이번 의혹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야리는 과거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야리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의힘 강남갑 당원협의회의 미래세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위원회가 발족 약 6개월 만에 위원장의 다른 논란으로 해산될 때까지 계속 활동했다. 전원 해촉이 결정될 때까지 위원 신분을 유지한 것이다.

그는 같은 달 서울 강남역 앞에서 개최된 당 행사에도 발언자로 참여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신야리는 A씨를 향해 성희롱성 댓글을 다수 남긴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낸 글에서 A씨가 우울증갤러리서 사용한 닉네임을 언급한 것이 포착됐다. 그는 댓글을 직접 달았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고함을 호소하고 있는 신대방팸은 의혹 유포자들을 고소할 계획이다.

김피트는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이 퍼지는 상황이 무섭다. 결백을 입증할 방법은 고소 뿐”이라며 “지금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일상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지인들에게 떳떳하고 다니는 회사에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여전히 이들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자신이 ‘신대방팸’의 아지트를 방문해봤다는 이용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아지트에) 한 시간가량 머물다 나왔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가 있는 구조였다. 3~4평 남짓한 거실에 사람 20명 안팎이 빼곡히 앉아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천장에는 등도 없었다. 중간에 램프 하나 놓고 술 담배를 막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곳이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었다”며 “사람들이 ‘먹어봐라’ ‘마셔봐라’ 권유했지만 무서워서 먹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억하는 성비는 남자 3, 여자 1이었다. 남자 중에서는 알아볼만한 이가 없었지만, 5명 남짓한 여자들은 모두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인지도가 높은 ‘고정 닉네임’이었다고 했다. 이들 중 2명은 극단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들 역시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성착취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증언 쏟아져
공동체 내 2차 가해, 약물 남용 흔적도 

또 이 중 1명은 생전 신대방팸 멤버와 연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당사자는 자신의 SNS에 “자신은 해당 여성의 죽음과 관련이 없으며,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이 미성년자와 함께 일명 ‘술피뎀’이라는 약물 오남용 방식을 즐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졸피뎀(불면증 치료를 위한 향정신성의약품)을 감기약과 소주에 타서 복용하는 방식이다. 시판되는 마약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보기 위해 투약 방식을 극단화한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의 입수 경로에서도 불법성이 의심된다.

실제로 술피뎀은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널리 알려진 투약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갤러리에는 술피뎀 투약 방식과 후기에 관한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술피뎀은 2020년부터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며 “투약을 권유하는 일도 적지 않았고, 만나서 같이 할 사람을 구하는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술피뎀’ 뿐만 아니라 일명 ‘덱스’를 함께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덱스는 시판 감기약이나, 과다복용 시 환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신대방팸의 각종 의혹에 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폭행과 약물 오남용 관련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실종아동법에선 정당한 이유 없이 실종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행위 자체를 불허한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에 대한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디시인사이드 측에 사건 발생 당일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해를 막는 차원이다. 

일시 차단
심의 예정

경찰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측에도 사건 발생 당일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며 “2차 가해가 점점 심해지는 점을 고려해 일시 차단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심위는 조속히 경찰 요청을 심의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날 방심위 관계자는 “경찰서 요청한 내용과 관련해 심의는 아직 안 됐지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틀 사이 강남서 연달아…동급생 피습 뒤 투신한 중학생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미성년자 투신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17일에는 강남구 도곡동서 중학생이 동급생을 피습하고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한 중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남학생은 곧바로 인근 아파트로 가 투신했고,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여학생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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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