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팸’ 강남 여학생 투신사건 내막

죽음 부추긴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10대 여학생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내막에 관해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A씨가 활동했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커뮤니티에는 약물 오남용 방법과 후기가 꾸준히 공유됐다. 일부 이용자가 모인 ‘신대방팸’이 A씨 외에도 여러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고층 오피스텔 옥상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여러분은 꼭 꿈을 찾고 이루라. 인생 허비하지 말고 커뮤니티 접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때 A씨가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비명 등이 고스란히 중계된 것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고스란히 
생중계

시청자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들이 진입하기 전에 이미 숨졌다. 지난 17일경찰 관계자는 A씨 사망사건에 관해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신 동기 및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유포됐다. 얼마 뒤 대부분이 삭제 처리됐지만, A씨를 향한 2차 가해는 끊이질 않았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이하 우울증 갤러리)’서 고정 닉네임(일명 ‘고닉’)으로 활동했다. 그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걸 넘어, 현실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을 만나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사망 이후 우울증 갤러리는 2차 가해의 장으로 변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A씨를 조롱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아직 못 봤다. 나도 보고 싶다”며 자료 위치를 묻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우울증 갤러리가 A씨 죽음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이 직접 A씨를 살해한 건 아니더라도, 그중 일부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미쳤다는 것이다.

이용자 복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이 같은 지적을 담은 글 여러 개가 ‘개념글(이용자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로, 노출 우선도가 높아짐)’이 되고도 금방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저격 대상으로 몰린 이들과 가까운 이용자들이 비판 글은 ‘신고 폭탄’으로 없애고, 옹호하는 글은 여럿 작성하는 식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A씨를 폄하하는 게 갤러리의 주된 여론처럼 보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모씨와 ‘신대방팸’ 등이 A씨 사망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A씨 사망 당일 그와 함께 있었던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다. 신대방팸은 우울증 갤러리서 파생된 이용자 모임으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 인근서 함께 살거나 어울리던 이용자들을 가리킨다.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 진행
경, 자살 방조·성착취 혐의 내사 돌입

최씨는 A양과 사전에 동반 극단 선택을 모의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우울증 갤러리에 게시했다. 이를 본 A씨는 최씨에게 연락했고, 이들은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수시간 뒤 이들은 지하철 강남역서 만났다. 최씨는 A씨와 식당과 노래방, PC방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획 실행을 재촉했지만, 결국 최씨는 계획을 접었다. 이후 A씨는 최씨가 알려준 오피스텔 옥상서 혼자 방송을 켰다. 

이날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문을 올리고 관련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적고 말았다”며 “죽기 전 맛있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서 스트레스도 풀고 카페에 가서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제가 찾은 건물서 같이 뛸 계획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같이 뛰는 게 싫어져 일단 PC방에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고 이동했다”며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 빠져나왔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A씨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다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몇 시간 뒤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분석 중 A씨가 건물에 혼자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법조계는 최씨가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비록 최씨가 직접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럴 의사를 가진 상태서 A씨의 계획 설정을 도왔다면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살방조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최씨를 해당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신대방팸에 관한 의혹도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다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신대방팸은 2020년 말 조직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현실 모임에 끼지 못한 이들이 주축이 돼 뭉쳤다. 이들은 신대방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아지트로 삼았다. 닉네임 ‘김피트’와 ‘신야리’를 쓰는 이용자들을 주축으로 모임 핵심 멤버가 꾸려졌고, 이들 외에도 ‘객원 멤버’가 수시로 모임과 숙식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닌 가장 큰 의혹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미성년자들을 객원 멤버로 들이고 성폭력, 유사 마약 투약, 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착취 의혹이 제기되면서, 생전 성착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A씨와의 연결고리도 의문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들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피트는 지난 19일, 주간신문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당황스럽다”며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단체 대화방과 공간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피트의 설명에 따르면 신대방팸 아지트에선 구성원 6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한 빌라의 같은 층에 두 집을 전세로 구했고, 3명씩 살고 있다. 


김피트는 “우울증 갤러리서 만난 지인 몇 명이 놀러 오기는 한다”면서도 “결코 우울증 갤러리의 정모 장소로 이용되거나 성매매나 성착취, 술 마시고 졸피뎀을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성년 여성 성착취 의혹에 대해서는 “미성년자가 오면 부모님에게 연락해 해당 사실을 알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얘기하고 집 주소도 공개한다. 실제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찾아서 데리고 간 적도 있다.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쌀이나 김치를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나온 비판과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려 우울증 갤러리의 문제를 들춰내기도 했다. 신대방팸을 둘러싼 의혹은 정작 우울증 갤러리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의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김피트는 “허위 사실 유포나 미성년자 성매매·의제강간 등 심리적으로 힘든 여성들을 상대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 부인
고소 예정


미성년자 성착취 주범으로 지목된 신야리의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피트는 “신야리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친구다. 이번 의혹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야리는 과거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야리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의힘 강남갑 당원협의회의 미래세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위원회가 발족 약 6개월 만에 위원장의 다른 논란으로 해산될 때까지 계속 활동했다. 전원 해촉이 결정될 때까지 위원 신분을 유지한 것이다.

그는 같은 달 서울 강남역 앞에서 개최된 당 행사에도 발언자로 참여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신야리는 A씨를 향해 성희롱성 댓글을 다수 남긴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낸 글에서 A씨가 우울증갤러리서 사용한 닉네임을 언급한 것이 포착됐다. 그는 댓글을 직접 달았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고함을 호소하고 있는 신대방팸은 의혹 유포자들을 고소할 계획이다.

김피트는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이 퍼지는 상황이 무섭다. 결백을 입증할 방법은 고소 뿐”이라며 “지금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일상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지인들에게 떳떳하고 다니는 회사에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여전히 이들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자신이 ‘신대방팸’의 아지트를 방문해봤다는 이용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아지트에) 한 시간가량 머물다 나왔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가 있는 구조였다. 3~4평 남짓한 거실에 사람 20명 안팎이 빼곡히 앉아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천장에는 등도 없었다. 중간에 램프 하나 놓고 술 담배를 막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곳이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었다”며 “사람들이 ‘먹어봐라’ ‘마셔봐라’ 권유했지만 무서워서 먹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억하는 성비는 남자 3, 여자 1이었다. 남자 중에서는 알아볼만한 이가 없었지만, 5명 남짓한 여자들은 모두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인지도가 높은 ‘고정 닉네임’이었다고 했다. 이들 중 2명은 극단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들 역시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성착취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증언 쏟아져
공동체 내 2차 가해, 약물 남용 흔적도 

또 이 중 1명은 생전 신대방팸 멤버와 연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당사자는 자신의 SNS에 “자신은 해당 여성의 죽음과 관련이 없으며,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이 미성년자와 함께 일명 ‘술피뎀’이라는 약물 오남용 방식을 즐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졸피뎀(불면증 치료를 위한 향정신성의약품)을 감기약과 소주에 타서 복용하는 방식이다. 시판되는 마약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보기 위해 투약 방식을 극단화한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의 입수 경로에서도 불법성이 의심된다.

실제로 술피뎀은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널리 알려진 투약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갤러리에는 술피뎀 투약 방식과 후기에 관한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술피뎀은 2020년부터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며 “투약을 권유하는 일도 적지 않았고, 만나서 같이 할 사람을 구하는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술피뎀’ 뿐만 아니라 일명 ‘덱스’를 함께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덱스는 시판 감기약이나, 과다복용 시 환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신대방팸의 각종 의혹에 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폭행과 약물 오남용 관련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실종아동법에선 정당한 이유 없이 실종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행위 자체를 불허한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에 대한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디시인사이드 측에 사건 발생 당일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해를 막는 차원이다. 

일시 차단
심의 예정

경찰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측에도 사건 발생 당일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며 “2차 가해가 점점 심해지는 점을 고려해 일시 차단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심위는 조속히 경찰 요청을 심의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날 방심위 관계자는 “경찰서 요청한 내용과 관련해 심의는 아직 안 됐지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틀 사이 강남서 연달아…동급생 피습 뒤 투신한 중학생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미성년자 투신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17일에는 강남구 도곡동서 중학생이 동급생을 피습하고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한 중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남학생은 곧바로 인근 아파트로 가 투신했고,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여학생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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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원내대표와 세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발목을 잡은 ‘김병기 논란’과 ‘공천 헌금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 속 세 명의 최고위원은 ‘당정 엇박자’ 논란을 최소화하면 남은 개혁을 해치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한병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으면서 새 진용을 꾸렸다. 쏠리는 권력구도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유능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선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저와 함께 나눠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치러진 것으로, 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까지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동 토론회 당시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조직본부 공동부본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가 여러 번 충돌한 만큼 신임 원대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를 택했다는 기류가 읽히는 이유다. 한 원내대표는 연이어 발생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추가 사고를 대비하는 등 ‘안정·관리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 대표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원내대표 선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명(친 이재명) 천준호 의원이 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의원들 또한 한 원내대표를 차기 권력으로 봤다는 것. 온건한 한병도…‘친청’ 굳힌 지도부 계파 싸움 뒤로하고 닥친 일부터 처리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내대표 후보 기자회견에 자리한 것은 친명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당에서는 명청 갈등에 선을 긋지만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김병기-정청래 간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다. 권력다툼이 없겠느냐마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올만한 군불을 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선출됐다. 이 중 강 최고위원은 친명, 나머지 두 사람은 친청(친 정청래)으로 분류돼 계파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득구 30.74% ▲이성윤 24.72% ▲문정복 23.95% 순으로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와 각을 세웠던 이건태 의원은 20.59%로 탈락했다. 지도부 내 친청계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명청 대리전’에 선을 긋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정 대표 또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는 선거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건 다 민주당 안에서의 경쟁”이라며 “지도부로서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 승리를 위해서 원팀으로, 원보이스로 팀플레이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 대표의 갈등을 지켜봐 온 만큼 충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안정형’으로 가는 반면,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파’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이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첫 번째 과제다. 정청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강경 노선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1인1표제의 부활 여부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에 강하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는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대의원에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표와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의 힘을 입어 당 대표직을 거머쥔 만큼 그들의 가중치를 높여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팀플레이 첫 난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앙위원회로 부의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됐다. 70% 넘는 찬성률에도 숙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존재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지도부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을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지난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회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완전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를 신속하게 열겠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1인1표제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1표제 외에도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 대전·충남 및 광주·전남 통합법, 사법개혁법안 현안 등 입법이 산적했다. 정 대표는 설 연휴 이전 처리를 약속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여개의 민생 법안도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를 뚫고 처리해 민생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 원내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2차 종합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수사 공백을 메우고 내란 기획, 지시, 은폐 전모를 남김없이 밝혔다”며 “사면법 개정으로 내란 사범이 사면권 뒤에 숨는 일은 원천 봉쇄하겠다. 내란 청산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를 거침 없이 해치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의 첫 시험대는 당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당이 흔들리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명 처분을 받은 민주당 김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였다가 19일, 돌연 탈당 기자회견 후 당을 떠났다. 현재 김 전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호텔·숙박 초대권 의혹,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의혹,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고, 김 전 원내대표는 재심을 청구를 예고했던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처분은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을 덜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거듭 자진 탈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올인 모드 앞서 한 여권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해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빠르게 사안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여의도는 하루가 다르게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공천 헌금 의혹에) 메어 있을수록 당에 손해”라면서도 “(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상 징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 뒤 지방선거 기반을 탄탄히 쌓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두고두고 발목 잡히는 만큼 의혹을 제대로 털어내기 위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의제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행정통합으로,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지역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충남·대전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의원은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담아낸 특별법을 내년 1월 중에, 늦어도 2월 초까지 발의하고, 2월에 국회 처리,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 7월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별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정부의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첨단과학 디엔에이(DNA)와 충남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대전과 충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한편 통합에 걸맞은 자치 권한과 특례 등 재정 주권을 확보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광주·전남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색채를 띠는 대전·충남 대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이 먼저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 척척 맞을까?…6월 지선 표밭 다지기 전력 지난 14일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 시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공동 위원장을 맡은 김원이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 전남·광주 통합은 이미 사실상 결정됐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통합자치단체 선거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구의원과 단체장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전남도와 광주시가 양 시·도 교육청과 뜻을 모았다. 김 총리와 간담회가 마련된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네명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회담 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특별법 제정 추진 ▲27개 시·군·구 정체성 존중 ▲교육자치 보장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적극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광주광역시당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무위원회에서 조속한 추진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광주시당이 앞장서 통합 논의를 실행 단계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보이스’ ‘원팀’을 강조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순항하는 줄만 알았던 검찰개혁이 민주당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얼마 뒤 SNS를 통해 “당정 이견은 없다”고 뒤집었다. 정 대표도 “개별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불안 불안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등 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숙의 과정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새 진용이 꾸려짐과 동시에 손발이 엇나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라는 급류에 올라탄 민주당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자 ‘여당의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충남 통합 여야 샅바싸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새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 “특례 없이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정치공학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먼저 띄운 만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만나 “대통령이든 민주당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257개 특례뿐 아니라 260개, 270개 더 많은 특례를 담아야 할 것”이며 “특례가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 시장과 도지사를 합쳐서 한 명의 시장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찬성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슈다. 여야를 넘어 대전·충남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우리도 대전·충남 통합을 적극 환영한다.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