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팸’ 강남 여학생 투신사건 내막

죽음 부추긴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10대 여학생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내막에 관해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A씨가 활동했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커뮤니티에는 약물 오남용 방법과 후기가 꾸준히 공유됐다. 일부 이용자가 모인 ‘신대방팸’이 A씨 외에도 여러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고층 오피스텔 옥상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여러분은 꼭 꿈을 찾고 이루라. 인생 허비하지 말고 커뮤니티 접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때 A씨가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비명 등이 고스란히 중계된 것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고스란히 
생중계

시청자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들이 진입하기 전에 이미 숨졌다. 지난 17일경찰 관계자는 A씨 사망사건에 관해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신 동기 및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유포됐다. 얼마 뒤 대부분이 삭제 처리됐지만, A씨를 향한 2차 가해는 끊이질 않았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이하 우울증 갤러리)’서 고정 닉네임(일명 ‘고닉’)으로 활동했다. 그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걸 넘어, 현실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을 만나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사망 이후 우울증 갤러리는 2차 가해의 장으로 변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A씨를 조롱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아직 못 봤다. 나도 보고 싶다”며 자료 위치를 묻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우울증 갤러리가 A씨 죽음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이 직접 A씨를 살해한 건 아니더라도, 그중 일부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미쳤다는 것이다.

이용자 복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이 같은 지적을 담은 글 여러 개가 ‘개념글(이용자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로, 노출 우선도가 높아짐)’이 되고도 금방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저격 대상으로 몰린 이들과 가까운 이용자들이 비판 글은 ‘신고 폭탄’으로 없애고, 옹호하는 글은 여럿 작성하는 식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A씨를 폄하하는 게 갤러리의 주된 여론처럼 보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모씨와 ‘신대방팸’ 등이 A씨 사망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A씨 사망 당일 그와 함께 있었던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다. 신대방팸은 우울증 갤러리서 파생된 이용자 모임으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 인근서 함께 살거나 어울리던 이용자들을 가리킨다.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 진행
경, 자살 방조·성착취 혐의 내사 돌입

최씨는 A양과 사전에 동반 극단 선택을 모의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우울증 갤러리에 게시했다. 이를 본 A씨는 최씨에게 연락했고, 이들은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수시간 뒤 이들은 지하철 강남역서 만났다. 최씨는 A씨와 식당과 노래방, PC방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획 실행을 재촉했지만, 결국 최씨는 계획을 접었다. 이후 A씨는 최씨가 알려준 오피스텔 옥상서 혼자 방송을 켰다. 

이날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문을 올리고 관련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적고 말았다”며 “죽기 전 맛있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서 스트레스도 풀고 카페에 가서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제가 찾은 건물서 같이 뛸 계획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같이 뛰는 게 싫어져 일단 PC방에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고 이동했다”며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 빠져나왔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A씨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다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몇 시간 뒤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분석 중 A씨가 건물에 혼자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법조계는 최씨가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비록 최씨가 직접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럴 의사를 가진 상태서 A씨의 계획 설정을 도왔다면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살방조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최씨를 해당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신대방팸에 관한 의혹도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다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신대방팸은 2020년 말 조직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현실 모임에 끼지 못한 이들이 주축이 돼 뭉쳤다. 이들은 신대방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아지트로 삼았다. 닉네임 ‘김피트’와 ‘신야리’를 쓰는 이용자들을 주축으로 모임 핵심 멤버가 꾸려졌고, 이들 외에도 ‘객원 멤버’가 수시로 모임과 숙식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닌 가장 큰 의혹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미성년자들을 객원 멤버로 들이고 성폭력, 유사 마약 투약, 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착취 의혹이 제기되면서, 생전 성착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A씨와의 연결고리도 의문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들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피트는 지난 19일, 주간신문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당황스럽다”며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단체 대화방과 공간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피트의 설명에 따르면 신대방팸 아지트에선 구성원 6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한 빌라의 같은 층에 두 집을 전세로 구했고, 3명씩 살고 있다. 


김피트는 “우울증 갤러리서 만난 지인 몇 명이 놀러 오기는 한다”면서도 “결코 우울증 갤러리의 정모 장소로 이용되거나 성매매나 성착취, 술 마시고 졸피뎀을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성년 여성 성착취 의혹에 대해서는 “미성년자가 오면 부모님에게 연락해 해당 사실을 알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얘기하고 집 주소도 공개한다. 실제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찾아서 데리고 간 적도 있다.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쌀이나 김치를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나온 비판과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려 우울증 갤러리의 문제를 들춰내기도 했다. 신대방팸을 둘러싼 의혹은 정작 우울증 갤러리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의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김피트는 “허위 사실 유포나 미성년자 성매매·의제강간 등 심리적으로 힘든 여성들을 상대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 부인
고소 예정


미성년자 성착취 주범으로 지목된 신야리의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피트는 “신야리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친구다. 이번 의혹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야리는 과거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야리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의힘 강남갑 당원협의회의 미래세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위원회가 발족 약 6개월 만에 위원장의 다른 논란으로 해산될 때까지 계속 활동했다. 전원 해촉이 결정될 때까지 위원 신분을 유지한 것이다.

그는 같은 달 서울 강남역 앞에서 개최된 당 행사에도 발언자로 참여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신야리는 A씨를 향해 성희롱성 댓글을 다수 남긴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낸 글에서 A씨가 우울증갤러리서 사용한 닉네임을 언급한 것이 포착됐다. 그는 댓글을 직접 달았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고함을 호소하고 있는 신대방팸은 의혹 유포자들을 고소할 계획이다.

김피트는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이 퍼지는 상황이 무섭다. 결백을 입증할 방법은 고소 뿐”이라며 “지금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일상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지인들에게 떳떳하고 다니는 회사에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여전히 이들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자신이 ‘신대방팸’의 아지트를 방문해봤다는 이용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아지트에) 한 시간가량 머물다 나왔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가 있는 구조였다. 3~4평 남짓한 거실에 사람 20명 안팎이 빼곡히 앉아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천장에는 등도 없었다. 중간에 램프 하나 놓고 술 담배를 막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곳이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었다”며 “사람들이 ‘먹어봐라’ ‘마셔봐라’ 권유했지만 무서워서 먹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억하는 성비는 남자 3, 여자 1이었다. 남자 중에서는 알아볼만한 이가 없었지만, 5명 남짓한 여자들은 모두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인지도가 높은 ‘고정 닉네임’이었다고 했다. 이들 중 2명은 극단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들 역시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성착취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증언 쏟아져
공동체 내 2차 가해, 약물 남용 흔적도 

또 이 중 1명은 생전 신대방팸 멤버와 연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당사자는 자신의 SNS에 “자신은 해당 여성의 죽음과 관련이 없으며,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이 미성년자와 함께 일명 ‘술피뎀’이라는 약물 오남용 방식을 즐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졸피뎀(불면증 치료를 위한 향정신성의약품)을 감기약과 소주에 타서 복용하는 방식이다. 시판되는 마약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보기 위해 투약 방식을 극단화한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의 입수 경로에서도 불법성이 의심된다.

실제로 술피뎀은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널리 알려진 투약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갤러리에는 술피뎀 투약 방식과 후기에 관한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술피뎀은 2020년부터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며 “투약을 권유하는 일도 적지 않았고, 만나서 같이 할 사람을 구하는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술피뎀’ 뿐만 아니라 일명 ‘덱스’를 함께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덱스는 시판 감기약이나, 과다복용 시 환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신대방팸의 각종 의혹에 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폭행과 약물 오남용 관련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실종아동법에선 정당한 이유 없이 실종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행위 자체를 불허한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에 대한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디시인사이드 측에 사건 발생 당일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해를 막는 차원이다. 

일시 차단
심의 예정

경찰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측에도 사건 발생 당일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며 “2차 가해가 점점 심해지는 점을 고려해 일시 차단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심위는 조속히 경찰 요청을 심의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날 방심위 관계자는 “경찰서 요청한 내용과 관련해 심의는 아직 안 됐지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틀 사이 강남서 연달아…동급생 피습 뒤 투신한 중학생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미성년자 투신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17일에는 강남구 도곡동서 중학생이 동급생을 피습하고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한 중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남학생은 곧바로 인근 아파트로 가 투신했고,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여학생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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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