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방팸’ 강남 여학생 투신사건 내막

죽음 부추긴 온라인 커뮤니티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10대 여학생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 내막에 관해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A씨가 활동했던 인터넷 커뮤니티가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커뮤니티에는 약물 오남용 방법과 후기가 꾸준히 공유됐다. 일부 이용자가 모인 ‘신대방팸’이 A씨 외에도 여러 희생자를 만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6일 오후 2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고층 오피스텔 옥상서 투신해 숨졌다. 그는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을 진행했다. 시청자들이 만류했지만, 그는 “여러분은 꼭 꿈을 찾고 이루라. 인생 허비하지 말고 커뮤니티 접어라”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때 A씨가 뛰어내리는 장면이나 비명 등이 고스란히 중계된 것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고스란히 
생중계

시청자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A씨는 이들이 진입하기 전에 이미 숨졌다. 지난 17일경찰 관계자는 A씨 사망사건에 관해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투신 동기 및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사고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유포됐다. 얼마 뒤 대부분이 삭제 처리됐지만, A씨를 향한 2차 가해는 끊이질 않았다.

A씨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이하 우울증 갤러리)’서 고정 닉네임(일명 ‘고닉’)으로 활동했다. 그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걸 넘어, 현실서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을 만나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사망 이후 우울증 갤러리는 2차 가해의 장으로 변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가 A씨를 조롱했다. 성희롱에 가까운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A씨의 사망 영상과 사진이 올라왔다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아직 못 봤다. 나도 보고 싶다”며 자료 위치를 묻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일각에선 “우울증 갤러리가 A씨 죽음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들이 직접 A씨를 살해한 건 아니더라도, 그중 일부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미쳤다는 것이다.

이용자 복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당시 이 같은 지적을 담은 글 여러 개가 ‘개념글(이용자 추천을 많이 받은 게시물로, 노출 우선도가 높아짐)’이 되고도 금방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저격 대상으로 몰린 이들과 가까운 이용자들이 비판 글은 ‘신고 폭탄’으로 없애고, 옹호하는 글은 여럿 작성하는 식으로 여론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A씨를 폄하하는 게 갤러리의 주된 여론처럼 보이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최모씨와 ‘신대방팸’ 등이 A씨 사망과 연관돼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는 A씨 사망 당일 그와 함께 있었던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다. 신대방팸은 우울증 갤러리서 파생된 이용자 모임으로, 서울 동작구 신대방 인근서 함께 살거나 어울리던 이용자들을 가리킨다.

극단적 선택 직전까지 SNS 방송 진행
경, 자살 방조·성착취 혐의 내사 돌입

최씨는 A양과 사전에 동반 극단 선택을 모의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내용이 담긴 글을 우울증 갤러리에 게시했다. 이를 본 A씨는 최씨에게 연락했고, 이들은 세부 계획을 논의했다. 


수시간 뒤 이들은 지하철 강남역서 만났다. 최씨는 A씨와 식당과 노래방, PC방 등을 전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계획 실행을 재촉했지만, 결국 최씨는 계획을 접었다. 이후 A씨는 최씨가 알려준 오피스텔 옥상서 혼자 방송을 켰다. 

이날 최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입장문을 올리고 관련 사실 대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6일 동반으로 떨어질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적고 말았다”며 “죽기 전 맛있는 고기를 먹고 노래방서 스트레스도 풀고 카페에 가서 서로 힘든 점을 나누고, 제가 찾은 건물서 같이 뛸 계획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같이 뛰는 게 싫어져 일단 PC방에 가서 생각해보자고 하고 이동했다”며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빨리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 전철을 타고 이동하자 하고 빠져나왔다”고 부연했다.

최씨는 A씨의 죽음이 자신과 무관하다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무 문제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몇 시간 뒤에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CCTV 분석 중 A씨가 건물에 혼자 들어가는 장면을 확인했다.

법조계는 최씨가 자살방조 혐의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비록 최씨가 직접 극단 선택을 시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럴 의사를 가진 상태서 A씨의 계획 설정을 도왔다면 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살방조죄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 역시 최씨를 해당 혐의로 입건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최씨는 강남경찰서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신대방팸에 관한 의혹도 점차 확산되는 양상이다.

우울증 
갤러리

이용자 다수의 증언을 종합하면, 신대방팸은 2020년 말 조직됐다. 기존에 운영되던 현실 모임에 끼지 못한 이들이 주축이 돼 뭉쳤다. 이들은 신대방동의 한 다세대주택을 아지트로 삼았다. 닉네임 ‘김피트’와 ‘신야리’를 쓰는 이용자들을 주축으로 모임 핵심 멤버가 꾸려졌고, 이들 외에도 ‘객원 멤버’가 수시로 모임과 숙식을 함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지닌 가장 큰 의혹은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미성년자들을 객원 멤버로 들이고 성폭력, 유사 마약 투약, 폭행 등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성착취 의혹이 제기되면서, 생전 성착취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A씨와의 연결고리도 의문점으로 부상했다.

다만 이들은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김피트는 지난 19일, 주간신문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말도 안 되는 의혹들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당황스럽다”며 “신대방팸으로 불리는 단체 대화방과 공간은 다른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피트의 설명에 따르면 신대방팸 아지트에선 구성원 6명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은 한 빌라의 같은 층에 두 집을 전세로 구했고, 3명씩 살고 있다. 


김피트는 “우울증 갤러리서 만난 지인 몇 명이 놀러 오기는 한다”면서도 “결코 우울증 갤러리의 정모 장소로 이용되거나 성매매나 성착취, 술 마시고 졸피뎀을 하는 등 범죄를 저지른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미성년 여성 성착취 의혹에 대해서는 “미성년자가 오면 부모님에게 연락해 해당 사실을 알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들을 얘기하고 집 주소도 공개한다. 실제로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찾아서 데리고 간 적도 있다. 부모님들이 고맙다고 쌀이나 김치를 보내주시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나온 비판과 실상은 전혀 다르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외려 우울증 갤러리의 문제를 들춰내기도 했다. 신대방팸을 둘러싼 의혹은 정작 우울증 갤러리서 발생하는 여성 대상 범죄의 규모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김피트는 “허위 사실 유포나 미성년자 성매매·의제강간 등 심리적으로 힘든 여성들을 상대로 발생하는 문제가 너무 많다. 우울증 갤러리를 폐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의 부인
고소 예정


미성년자 성착취 주범으로 지목된 신야리의 의혹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피트는 “신야리는 열심히 살려고 하는 친구다. 이번 의혹으로 인해 죽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신야리는 과거 정치권 진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각종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신야리는 2021년 6월부터 지난해까지 국민의힘 강남갑 당원협의회의 미래세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위원회가 발족 약 6개월 만에 위원장의 다른 논란으로 해산될 때까지 계속 활동했다. 전원 해촉이 결정될 때까지 위원 신분을 유지한 것이다.

그는 같은 달 서울 강남역 앞에서 개최된 당 행사에도 발언자로 참여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전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신야리는 A씨를 향해 성희롱성 댓글을 다수 남긴 의혹도 받고 있다. 자신의 성적 취향을 드러낸 글에서 A씨가 우울증갤러리서 사용한 닉네임을 언급한 것이 포착됐다. 그는 댓글을 직접 달았냐는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무고함을 호소하고 있는 신대방팸은 의혹 유포자들을 고소할 계획이다.

김피트는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이 퍼지는 상황이 무섭다. 결백을 입증할 방법은 고소 뿐”이라며 “지금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일상생활을 온전히 할 수 있다. 지인들에게 떳떳하고 다니는 회사에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싶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이용자들은 여전히 이들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자신이 ‘신대방팸’의 아지트를 방문해봤다는 이용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아지트에) 한 시간가량 머물다 나왔다. 거실 하나에 방 두 개가 있는 구조였다. 3~4평 남짓한 거실에 사람 20명 안팎이 빼곡히 앉아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천장에는 등도 없었다. 중간에 램프 하나 놓고 술 담배를 막 하고 있었다. 밀폐된 곳이라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었다”며 “사람들이 ‘먹어봐라’ ‘마셔봐라’ 권유했지만 무서워서 먹을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기억하는 성비는 남자 3, 여자 1이었다. 남자 중에서는 알아볼만한 이가 없었지만, 5명 남짓한 여자들은 모두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인지도가 높은 ‘고정 닉네임’이었다고 했다. 이들 중 2명은 극단 선택으로 사망했다. 이들 역시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성착취를 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증언 쏟아져
공동체 내 2차 가해, 약물 남용 흔적도 

또 이 중 1명은 생전 신대방팸 멤버와 연애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당사자는 자신의 SNS에 “자신은 해당 여성의 죽음과 관련이 없으며, 악성 루머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이들이 미성년자와 함께 일명 ‘술피뎀’이라는 약물 오남용 방식을 즐겼다는 증언도 나왔다. 졸피뎀(불면증 치료를 위한 향정신성의약품)을 감기약과 소주에 타서 복용하는 방식이다. 시판되는 마약은 아니지만, 비슷한 효과를 보기 위해 투약 방식을 극단화한 것이다. 향정신성의약품의 입수 경로에서도 불법성이 의심된다.

실제로 술피뎀은 우울증 갤러리 내부서 널리 알려진 투약 방식인 것으로 보인다. 우울증 갤러리에는 술피뎀 투약 방식과 후기에 관한 게시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이용자는 <일요시사>에 “술피뎀은 2020년부터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유행처럼 퍼졌다”며 “투약을 권유하는 일도 적지 않았고, 만나서 같이 할 사람을 구하는 글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중 일부는 ‘술피뎀’ 뿐만 아니라 일명 ‘덱스’를 함께 이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덱스는 시판 감기약이나, 과다복용 시 환각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신대방팸의 각종 의혹에 관한 내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중심으로, 폭행과 약물 오남용 관련 혐의도 들여다보고 있다. 실종아동법에선 정당한 이유 없이 실종된 미성년자를 보호하는 행위 자체를 불허한다.

강남경찰서는 지난 1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공문을 보내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게시판에 대한 일시 차단을 요청했다. 디시인사이드 측에 사건 발생 당일 올라온 관련 게시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가해를 막는 차원이다. 

일시 차단
심의 예정

경찰 관계자는 “디시인사이드 측에도 사건 발생 당일 관련 게시물 삭제 요청을 했다”며 “2차 가해가 점점 심해지는 점을 고려해 일시 차단 요청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심위는 조속히 경찰 요청을 심의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날 방심위 관계자는 “경찰서 요청한 내용과 관련해 심의는 아직 안 됐지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틀 사이 강남서 연달아…동급생 피습 뒤 투신한 중학생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한복판서 미성년자 투신 사건이 벌어진 데 이어, 17일에는 강남구 도곡동서 중학생이 동급생을 피습하고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17일 오전 한 중학교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남학생은 곧바로 인근 아파트로 가 투신했고,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 여학생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