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 다단계 사기 ‘남양주 조희팔’ 쫓고 쫓기는 추적기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24 11:42:32
  • 호수 1424호
  • 댓글 2개

우즈베크, 필리핀… 피해자들이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우즈베키스탄으로 도망친 200억원 사기 대부업체 사장을 잡은 건 누굴까? 바로 해당 업체로 피해를 입은 피해 당사자다. 피해자 세 명은 도망친 대부업체 사장을 잡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서 필리핀까지 갔다. 5일간의 쫓고 쫓기는 긴 여정이었다.

지난 17일 경기도 남양주서 200억원대 사기를 친 대부업자가 잡혔다. 이날 남양주남부경찰서는 50대 A씨에 대해 특수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사채업자
사기꾼으로

경찰이 밝힌 A씨는 남양주 지역서 10년 이상 대부업체를 운영하며 봉사 및 향우회 활동으로 신뢰와 인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골프연습장 등 투자로 연 20% 이상 이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1일,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 사실을 파악하고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고, 그 여파로 필리핀으로 이동했다가 발이 묶여 국내로 돌아와 공항서 체포됐다.

이렇듯 설명은 간단했다. 하지만 A씨를 잡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A씨에게 사기 피해를 본 피해자 3명이 직접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그를 회유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피해자들은 A씨를 전혀 의심하지 못했다. A씨는 그저 안전한 투자처였다.

가족 전체가 총 8억원의 사기 피해를 본 김지선(가명)씨는 투자 종용을 1~2년 전부터 계속 받았다. 결정적으로 그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김씨의 어머니가 7~8년 전부터 A씨에게 안정적으로 돈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 어머니는 지인의 소개로 투자했다.

1000만원을 투자하면 30만원을 받는 수준이었다. 사람마다 기준은 모두 달랐지만, 은행보다는 훨씬 이자가 높았다. A씨는 김씨에게 “은행에 적금을 넣을 바엔 나에게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듯 말했다.

김씨도 처음에는 의심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투자해 이자를 수년간 받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A씨는 남양주서 호남향우회, 산악회, 성당, 봉사활동을 계속했던 데다 동네 유지였고 주변의 평판도 좋았다. 대부업체를 운영했지만 법정 이자를 잘 지키는 ‘안전한 대부업’이라고 소문이 나 있었다.

2021년 김씨의 어머니가 김씨에게 같이 투자하자고 했고 함께 A씨의 사무실에 방문했다. A씨는 “나한테 돈 빌린 사람이 많다. 지금 골프장 등 부동산 개발을 하고 있다”며 투자를 종용했다. 

대부업체 운영하며 지역 유지로 ‘떵떵’
“은행보다 좋아” 연 20% 이상 이익 보장

김씨는 그 자리서 투자약정서를 작성했다. 투자약정서에는 ‘‘을’이 ‘갑’에게 직접 투자하고 ‘갑’이 ‘제3자’에게 투자하는 방식’ ‘‘갑’이 알선하는 금전차용희망자 ‘제3자’로부터 ‘을’ 명의로 담보를 제공받고 ‘을’이 그 ‘제3자’에게 직접 대여하는 방식’이라고 적혀 있다.


한동안은 이자가 잘 들어왔고 김씨도 안심했다. 문자나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보기도 했고, 자신이 알고 있는 투자 방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힐스테이트 ○○는 현 시세 8.6억~9억원이다. 차주 직장인 1주택자다. 5억7000만원이 필요하다” “요즘 돈을 많이 찾고 있다. 좀만 더 투자해서 용돈 벌어라. 기회는 이틀 남았다. 원래 기존에도 다른 사람보다 이자를 더 많이 준 것”이라는 식이었다.

김씨 가족이 야금야금 투자한 금액만 8억원. 장시간 안전하게 이자를 받던 김씨 어머니는 지인들까지 A씨에게 연결했다. 피해는 이런 식으로 커졌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만 투자한 것이 아니다. A씨 사무실 건물의 청소부, 시장서 장사하던 상인, 노후자금을 갖고 있던 노부부 등도 투자했다. 주위서 이자를 많이 준다는 소문이 나자 너도나도 투자했다.

A씨가 김씨에게 마지막으로 돈을 준 것은 지난달 15일이다. 그러고선 4일 뒤인 19일에는 갑자기 A씨로부터 급박한 목소리로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났다. 합의해야 하는데 합의금이 없다. 1000만원만 빌려달라”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김씨 가족은 “당장 줄 수 있는 현금이 없다”고 거절했다.

“믿고 맡겨봐”
투자자 모아

결국 A씨는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렸는데 그 돈을 들고 우즈베키스탄으로 도망친 것이다. A씨가 한국에 없으니 이자를 주는 사람도 없었다. 피해자들은 사기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의 대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경찰은 “이미 A씨가 해외에 도주했다. 인터폴에 요청했다”고 말할 뿐이었다.

피해 금액은 계속 커졌다. 몇몇 피해자는 사기당한 사실을 알고 난 뒤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다 가족에게 발견되기도 했다. 피해자는 입을 모아 A씨를 빨리 잡아달라고 재촉했다. 그러나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피해자 3명이 모여 A씨를 잡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났다. 이들 3명(B씨)은 현지 영사관에 방문했지만 협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에 도착한 B씨가 A씨를 찾기 위해 수소문한 곳은 여행사였다. A씨는 우즈베키스탄 언어인 우즈베크어나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현지 통역사 없이 우즈베키스탄서 지낼 수 없었다. 

현지 통역사 수소문 중 A씨를 만난 적 있다고 밝힌 한 사람은 그의 개인 정보에 대해 말하는 것을 꺼리면서 영사관에 찾아가라고 조언했다.

B씨는 영사관을 찾아 “한국서 A씨에 대한 적색수배(체포영장이 발부된 중범죄 피의자에게 내리는 국제수배)가 곧 내려질 것이다. 우리가 피해 당사자인데 좀 도와달라”고 말했지만, 영사관으로부터 “여기서 분란이 일어나길 원하지 않는다”는 대답만 들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당시 B씨 일행은 A씨가 거주하고 있는 호텔을 알아낸 상태였다. 우즈베키스탄은 우즈베키스탄에 체류 중인 외국인에 한 해 3일에 한 번씩 ‘거주증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추적해 알게 된 거주지다. 

이 같은 사실을 영사관에 알려도 영사관에선 “곤란한 일을 만들지 말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영사관이나 현지 경찰도 도와주지 않으니 우즈베키스탄 현지서 직접 찾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한인 식당이나 한인 마을을 돌며 사진을 들고 물색에 나섰다.

그러다가 기적같이 A씨를 알고 있다는 사람을 찾아 전화번호를 입수하는 데 성공했고 A씨에게 연락했다. 도망 중인 사람에게 ‘너 잡으러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면 누가 만나줄까? 일행 중 그나마 피해 금액이 가장 적은(1억6000만원) 일행 중 한 명이 나서 A씨를 회유했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A씨의 변제 능력 여부 ▲한국으로의 귀국이었다.

B씨 일행은 A씨가 묶고 있는 호텔에 방문해 10시간이 넘게 이야기했다. 이 과정서 A씨는 “돈은 없다. 이곳저곳에 돈을 사용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믿지 마라”고 말했다. 그는 계속 두려워하면서도 돈이 없다고만 했다. 

B씨 일행은 A씨에게 “너가 필리핀 마닐라로 가면 도망가는 것을 도와주겠다”고 말했고, A씨 역시 이에 동조해 필리핀으로 향했다. 문제는 마닐라 숙소를 구할 돈이 없었다. 장기체류를 하게 되면 숙박비가 많이 든다. A씨는 스스로 여자친구에게 5000만원을 달라고 전화 요청했지만, 여자친구는 돈이 없다고 거절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B씨 일행이 모두 잠이 든 사이 도망쳤다. 당시 핸드폰 2대를 갖고 있던 A씨는 한 대는 남겨두고 한 대만 가져갔다. 남겨놓은 핸드폰에는 “죽음으로 죄를 갚겠다”는 유서를 남겨놨다. 


“일단 돌아가자” 현지서 만나 회유
“한 푼도 없다” 유서 남기고 사라져

도망치는 A씨를 본 사람은 숙소 가사 도우미였다. 도우미가 봐도 A씨의 모습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양말을 신지도 않은 채 길거리를 걸어 택시를 탔다. 그 방향으로 1시간 반 넘게 가면 바닷가 마을이 있었다.

이 사실을 안 B씨 일행도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가는 작은 동네와 붙어 있었는데 그 동네를 아무리 뒤져도 A씨를 찾을 수 없었다. 8시간 뒤, 한인에게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400명 넘게 있는 필리핀 한인 단체 카톡방에 “바닷가서 한국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 있나요”라는 글이 사진과 함께 올라온 것이다. A씨를 찾고 있었던 B씨 일행에게 이 연락이 닿았다.

A씨는 그 지역 한인회장이 경찰로부터 인계받아 보호 중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한인회장에게 가는 도중 A씨는 다시 도망쳤다. 도망치면서 결제하지 않은 병원비는 B씨 일행이 결제했다. 쫓고 쫓기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B씨 일행도 지칠 대로 지쳤다. 다만, A씨의 여권을 B씨 일행이 가지고 있었는데, 여권은 전달해줘야 했다.

이 시점부터 A씨가 사기꾼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한국의 사채업자, 향우회 인맥이 A씨가 갈만한 곳에 연락한 것이다. 이때부터는 한인회장이 B씨 일행을 도와주기 시작했다.

A씨는 도망쳤지만 멀리 가진 못했고 필리핀서 도망치던 중 다른 한인에게 사기를 당했다. 들고 있던 골프 가방, 서류 등 마지막 물건들을 모두 뺏기자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게 된 것이다.

결국 A씨를 잡은 것은 B씨 일행이 우즈베키스탄까지 가서 회유한 덕분이다. 필리핀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다. 경찰은 B씨 일행에게 수사를 도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경찰은
어디에?

B씨 일행은 “A씨가 돈이 없었기 때문에 죽어서라도 한국에 올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경찰의 너무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했다. 결국 피해자가 우즈베키스탄, 필리핀까지 가서 잡아온 것”이라며 “처음 뉴스에 보도되길 ‘공조수사’로 A씨를 잡았다고 발표했다. 전혀 그런 것(우리 도움 내용)이 없어서 억울하다. 지금 피해자들이 너무 많다.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 A씨가 재산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알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단계 사기업체 내부자료
“과세 근거로 삼아도 적법”

다단계 사기업체의 내부자료라도 신빙성이 있으면 과세 근거로 삼아도 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난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성북세무서장을 상대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외환 차익거래 사업을 벌인 B사에서 2014∼2016년 본부장으로 근무했다.

B사 설립자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로 약 5년간 1만2000명으로부터 1조740억원을 편취한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2017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받았다.

A씨 역시 회사의 사기행위에 동조한 혐의(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2020년 1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그는 재직 기간 회사와 금전소비대차계약 및 투자약정을 체결해 약 2년간 매월 이자 명목으로 대여금의 5%, 이익 배당금 명목으로 투자금의 2%를 지급받았다.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
“피해액 커도 사업소득액 산정 무관”

과세당국은 A씨가 이렇게 받은 이자·사업소득 약 5억8000만원에 대한 종합소득세 신고를 누락한 사실을 확인하고 2020년 9월 그에게 세금 1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A씨는 “당국이 아무런 관리·감독을 받지 않은 불법 다단계 회사가 만든 자료를 토대로 세금을 산정했기 때문에 근거과세 원칙에 반한다”며 과세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사 자료에 신빙성이 있고, 이를 근거로 한 과세 처분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사 자료 내용 중 특별히 사후적으로 변경됐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폰지 사기는 오직 다단계 구조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토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투자금·수익금 지급 현황을 장부에 기계적으로 정리하는 게 사업 유지의 필수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금거래를 수시로 기록하는 만큼 장부의 신뢰도가 높다는 취지다.

A씨는 “B사에서 받은 돈보다 B사에 줬다가 돌려받지 못한 투자 피해액이 더 커 사실상 사업소득이 없었음에도 종합소득세를 부과한 것은 실질과세 원칙에 반한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설령 A씨가 받은 수당보다 재투자로 인한 투자 피해액이 더 크더라도, 재투자는 총수입금액에 포함한 수당을 처분하는 한 방법에 불과해 사업소득액 산정과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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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