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도 우클릭도… ‘붕 뜬’ 김기현 현주소

아직 갈피 못 잡고 우왕좌왕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부쩍 민심을 더욱 챙기고 있다. 최근 현안과 관련된 것이라면 일단 손을 댄다. 지지율 하락에 드디어 국민의힘이 위기감을 느낀 모양새다. 떠나간 중도 민심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문제는 내부서도 혼란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왼쪽을 보기에도, 오른쪽만 향하기에도 어정쩡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길을 잃었다. 중도층 지지율은 폭락 수준인 데다, 텃밭 지지율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과 여러 설화에 맞물려 떨어지는 추세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출마 당시 지지율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현재 추세로는 무리라고 여겨진다. 결국 지지율 상승을 꾀하기 위해 당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나 홀로 
고군분투

잇따른 설화로 대중과 여론의 공분을 산 김재원, 태영호 최고위원의 징계론까지 확산된 상황이다. 200명 정도의 당원은 김 최고위원의 징계를 촉구하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현재 그는 셀프 반성 모드에 들어가면서 공식적인 활동을 중지한 상태다. 

‘북한 5‧18 민주화운동 개입 가능성’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등 김 최고위원의 발언 여파는 컸다. “우파를 천하통일시켰다”고 발언하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깊은 우정을 과시하는 모습을 모이기도 했다. 지금껏 차곡차곡 쌓아올렸던 광주 민심은 한순간에 폭락해버렸다.

김 최고위원이 쏴 올린 신호탄으로 현재 국민의힘은 ‘극우’ 프레임 때문에 몸살을 앓는 중이다.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던 김 대표가 전 목사를 향해 “입을 다물라”고 직접 경고에 나서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 목사는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당원을 고리로 압박에 들어갔다. 결국 김 대표가 전 목사를 추천인으로 적은 당원의 자진 탈당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칼을 빼 들었다. 

자체 조사를 통해 당원 가입 당시 추천인란에 전 목사를 적은 당원은 981명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실효성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가 많다. 이중 당적자의 출당 조치가 현행 당헌·당규상 불가능해서다. 심지어 추천인란에 전 목사를 적어내지 않은 당원들을 걸러낼 방법도 없다.

그동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과는 사뭇 다른 기조다. 전 목사도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를 버리느냐”며 “(국민의힘의)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앞서 김기현 지도부는 출범 일주일 만에 우클릭만 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중도층의 표심이 떨어져 나가기 전 이미 경고음이 들렸던 셈이다. 

최고위원의 연속 실책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태영호 최고위원의 연이은 발언도 여론의 공분을 사기 충분했다. ‘4‧3 추념일 비하 발언’ 및 JM´S 더불어민주당, 친일 논란, 김구 발언까지 연달아 터졌다. 

정치권에서는 순번을 정해놓고 사고를 치냐는 비아냥 섞인 비판도 나온다. 김구 발언을 두고서는 최근 당내서 자중시켜야 한다는 쓴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태 최고위원은 김 대표로부터 ‘인터뷰 금지령’이라는 경고를 받았다. 이들을 두고 일각에서는 최고위원직서 물러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벌써 내부 곳곳서 잡음 들려
외연확장 시동 걸었지만 부족


태 최고위원은 지도부 회의까지 불참했다. 지도부 입장에선 시작부터 최고위원들의 사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지지율 회복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당 지도부는 윤리위 구성에 속도를 냈다. 윤리위 징계 카드를 통해 리스크를 걷어내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빠르게 황정균 윤리위원장을 임명했고, 윤리위원 구성도 마무리했다. 당내에서는 이를 통해 김·태 최고위원 징계가 거의 확실시 되는 분위기다.

다만 지도부 자체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서 최고위원들이 떨어져 나간다면 오히려 당내 불안감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제는 텃밭인 PK(부산·울산·경남)·TK(대구·경북)의 지지율도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는 점이다. 

이를 고리로 이르면 상반기 중 당무위서도 당무감사 계획을 논의 중이다. 당무 감사를 통해 당내 잡음을 줄이려는 것이다. 당무위도 구성을 마친 뒤 곧바로 당무감사 계획을 논의해 이르면 상반기 중 당무감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당내 일각에선 당무위가 이르면 이달 중 계획을 공표한 뒤 6~7월부터 전국 당원협의회에 대한 당무 감사에 나선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국민의힘은 지난해 한 차례 조강특위를 통해 사고 당협 68곳 중 66곳에 대한 추가 공모를 받았던 바 있다. 이 중 42곳을 충원했고 현재는 26곳이 부재 상황이다. 

이 역시 논란의 불씨를 당길 수 있어 보인다. 대통령실 참모들의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 때문이다. 앞으로 당내서도 끊임없이 내홍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위기를 느낀 김 대표는 박정희 기념관 방문,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계획 등 집토끼 표심잡기에 나섰다. 이 자리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정치적 이념을 떠나 위대한 역사를 만든 지도자”라고 말했다. 떨어져 나가고 있는 조직 표심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오비이락?
민심 폭락

김 대표의 이 같은 집토끼 잡기 기조를 두고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중도 민심 하락이 뚜렷한데, 당내 조직 다지기에만 바쁜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실 김 대표는 전당대회 당시 우클릭으로 상당히 쏠쏠한 재미를 봤던 바 있다.

전당대회 캠프 개소식서 김 대표는 “촛불혁명이라며 광화문 광장을 독점하는 세력에 큰 분노를 갖는다”며 “촛불 호소인에 불과한데, 따져보면 사이비 촛불혁명을 가지고 국민을 농락했다”며 태극기 세력을 붙잡기 위한 발언을 했다. 


이어 “2019년 우리 당을 사랑하는 많은 애국 동지가 광화문에서 표출하고 결집된 힘을 형성해 윤석열정부가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가 언급했던 해당 날짜는 문재인 전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렸던 날이다. 초반만 해도 오른쪽을 향한 시선 돌리기는 내부결속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도층 민심에 더 심각한 경고음이 들려온다. 

김 대표는 즉시 박 전 대통령 예방 일정을 순연했다. 순연 배경에 대해서는 ‘홍준표 불화설’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갈등을 겪어 직접 대구를 방문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중도 민심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서 텃밭만 챙기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분도 있다. 박 전 대통령 예방을 미룬 이유도 당장 TK 지지율보다는 중도 민심을 잡는 데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16일, 4·16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눈물까지 훔쳤다. 사흘 뒤인 지난 19일엔 4·19 혁명 기념식에도 참석했다. 이날 여당 의원 70명도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앞선 제주 4·3 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불참했던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김 대표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단체 방문길에도 올랐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도 힘을 보탰다. 김 대표의 행보와 비슷하게 윤 대통령 역시 장애인의 날을 챙겼다. 직접 장애인 유튜브 채널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당 내홍 
다시 격화

앞으로도 당 지도부는 중도 민심을 우선 잡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내달 18에는 여당 의원 전원이 5·18 기념식에 참석한다는 계획도 마련해놨다. 이를 통해 김 최고위원의 망언 리스크를 털어버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김기현호의 서진 정책을 펼치겠다는 심산이지만 이마저도 여러 비판이 나온다. 앞선 제주 4·3 사건을 언급하면서다.

취임 직후 김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평가가 미흡하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없었으면 자유민주체제가 대한민국 땅에 수립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과거 정부서 발간했던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가장 책임을 가진 이가 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었다. 4·19 혁명이 있었던 계기도 이승만정부의 부정선거를 규탄하며 시민이 주도했던 혁명이다. 

현재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부분은 실언 리스크를 넘어설 정도의 강력한 민생정책 제시로 보이는 가운데, 잠시 중단됐던 민생특위도 다시 띄우기로 했다. “민생을 챙기겠다”며 출범한 해당 특위 역시 시작과 동시에 난관에 부딪쳤다. 밥 한 공기 비우기, 물 보내기 운동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내놓은 정책이라는 게 유명무실했던 셈으로 이번마저 실효성이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지지율은 수렁의 늪으로 빠져버릴 가능성이 다분해 보인다. 민심을 다지기 위해 김기현호는 ‘김포 골드라인 혼잡’ ‘인천 전세사기 피해’ 등 각종 특위도 계속해서 꾸린다.

민생 현안을 챙기면서 민심을 함께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결국 민심을 향해 다가가기 위해 방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마땅한 공격수 없어 힘 못 받아 
조만간 당내서 불만 터질 수도

김포 골드라인 문제나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예방 해법 등을 제시하는 형식이다. 최근 불거진 전세사기 문제로 당정이 호흡을 맞추는 이유도 민심을 제대로 다지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번에도 일단 태스크포스(TF)를 띄웠지만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다음이다. 띄웠으면 결과를 내야 한다. 국민의힘 자체적으로 여러 리스크를 뛰어넘을 정도의 정책이 요원한 상황이다. 차기 총선에 대한 정부 견제론이 벌써부터 심각한 상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도 ‘돈봉투 전당대회’ 등 여러 리스크가 발생했지만, 국민의힘은 전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가 의혹의 중심에 선 만큼 민주당의 이번 돈봉투 전대 리스크는 상당히 심각한 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위기 때마다 국민의힘의 공격 수위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행동을 취해왔고, 국민의힘에는 공격수로 나설 인물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공격력이 높은 이른바 ‘빅 스피커’들을 당에서 줄줄이 쫓아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방어를 잘 해내는 것도 아니다. 민주당의 공격은 1타2피 성격이 강해 용산 대통령실 공격 시 자연스럽게 국민의힘에도 타격이 가해진다. 

당 자체의 리스크 방어에 급급해 공세를 잘 막을 여력도 부족하다. 하루가 다르게 당 내홍은 깊어져만 가고, 내부서조차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대로라면 홍준표 대구시장의 우려처럼 각자도생만 생각해 분열이 가속화될 수 있어 보인다. 

지금처럼 중도층 공략에만 정성을 쏟아도 문제는 존재한다. 국민의힘 내홍, 잇따른 설화 등이 작용에 따른 여파로 조직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민생으로
외연 확장

김기현호는 앞서 이미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을 쳐냈다. 결국 내부적으로도 부글부글 끓으면서 내부 갈등은 점점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차기 총선이 다가올수록 내부 불만이 직접적으로 표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외연 확장, 내부 다지기가 현 시점에선 힘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이마저도 맹탕 정책을 내놓아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주도로 달려간 김재원

제주 4·3 사건을 두고 “격이 낮은 기념일”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산 국민의힘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이 지난 20일 제주도를 찾아 유족에게 사과를 했다. 그러나 유족은 제주를 방문했던 김 최고위원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제주 4·3평화기념관을 찾아 유족을 만났다.

김 최고위원은 이날 유족들을 찾아가 “유족의 마음을 잘 헤어리지 못하고 잘못을 했다”며 “상처입은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4·3 기념일이나 유족을 폄훼하는 생각은 없었다. 조심하며 신문 기사를 참고했는데 부주의하게 유족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고 사과했다.

이와 관련해 유족들은 “갑자기 사과하러 오는 게 당내서 어려운 지경에 몰려 쇼하겠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일부 유족은 회의실을 박차고 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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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