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드라이브 여행 ④보은 말티재

열두 굽이 봄을 깨워 달리는 말티재

어디든 내달리고 싶은 봄이다. 봄이 마음을, 길이 바퀴를 움직인다.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IC에서 국도25호선을 타고 장재삼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나온다. 이름부터 지붕이나 산의 꼭대기를 의미하는 마루의 준말인 ‘말’과 고개를 뜻하는 ‘재’를 합쳤다.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도 말티재에서는 절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그래서인지 창문을 내리고 계절을 만끽하는 드라이브 여행에 제격이다. 길이 험해 버스 시동이 꺼지던 일은 추억이다. 도로가 지금 모습으로 정비된 후 승용차부터 픽업트럭, 버스, 자전거까지 바퀴가 있다면 누구에게나 열린 드라이브 코스다.

나무가 새잎을 틔운 봄엔 굽잇길이 더욱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장재저수지에서 해발 430m 정상까지 약 1.5㎞ 거리로,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표지판 옆에 세운 세조의 조형물이 말티재의 시작을 알린다. 지금은 황매화 1만8000주가 이제나저제나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 중이다. 노란 매화 향에 취해 굽이마다 설치된 반사경을 놓치지 말자. 핸들을 좌우로 돌릴 때, 반대편 차량을 확인하며 안전 운행할 것.

굽잇길

돌고 도는 굽잇길에 역사가 켜켜이 쌓였다. 말티재는 장안면 장재리와 속리산면 갈목리를 연결하던 고개인데, 인근 터널이 뚫리기까지 속리산과 법주사로 향하려면 이 길에 발자국을 남겨야 했다. 신라가 삼년산성을 쌓을 때부터 주요 교통로로 이 길을 사용했다고 전하고, 고려 태조 왕건이 속리산에 행차할 때 임금이 다니는 길을 닦기 위해 3~4리에 걸쳐 얇은 돌을 깔았다는 내용이 조선 관찬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있다.

태조 이성계는 왕이 되기 전, 법주사 말사인 상환암에서 백일기도를 올리려고 험준한 고개를 넘었다고 한다. 특히 말티재는 조선 7대 임금 세조와 인연이 깊다. 세조는 한양에서 청주를 거쳐 속리산으로 향할 때 말티재를 넘었다. 수양대군 시절부터 스승이던 신미대사를 만나러 온 길이었다.

세조가 고개에 이르러 연에서 내려 말로 갈아탔다고 전해지는데, 가마가 오르지 못할 정도로 가팔랐기 때문이다. 왕도 힘겹게 오른 말티재에 자동차 길이 개설된 건 1924년. 도로 폭을 확장해 지금 모습의 원형을 갖춘 것이 1960년대니, 그 옛날 걸어서 고개를 넘던 사람들에게는 내뱉은 숨만큼 각자 사연이 있었겠다.


스릴이 넘치는 S자 코스를 완주하면 백두대간속리산관문이 맞이한다. 관문은 3층 터널로 조성했는데, 아치형 생태 통로를 만들고 양쪽에 자비성과 보은성 현판을 걸었다. 1층은 차량 통행 터널이고, 2층에는 생태문화교육장과 상설전시관, 꼬부랑길카페를 마련했으며, 3층은 야생동물이 오가는 생태 숲으로 복원했다.

말티재전망대는 2층 꼬부랑길카페를 지나 전시관을 통과하면 나온다. 초록 나뭇잎 모양 나선형 전망대가 눈에 띈다. 전망대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 동시 수용 인원은 70명이다. 높이 20m 전망대에 오르면 열두 굽이 말티재가 한 눈에 잡힌다. 툭 튀어나온 전망대 끝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디딘다. 나무 덱이 바람에 흔들려 아찔한데, 고갯마루에 이르러 굽어보는 장쾌한 전망이 긴장하고 올라온 고갯길 드라이브와 맞바꿀 선물이다.

정해진 코스가 따로 없는 말티재 드라이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법주사서 산책

말티재 드라이브 여행은 정해진 코스가 없다. 온 가족이 만족할 선택지가 다양하다는 의미. 봄 숲을 만끽하려거든 전망대에서 시작하는 순환형 말티재꼬부랑길(10.4㎞)을 자박자박 걸어보자. 천연림이 좌우로 우거져 상쾌하다. 스카이바이크와 스카이트레일, 집라인, 모노레일을 갖춘 속리산테마파크는 꼭 한 번 들러봄직하다. 현재 모습으로 완성되는 데 10년이 걸렸다.

2012년 말티재권역산림휴양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2년 속리산건강수목원에 이르기까지 약 559억원을 들인 ‘신상’ 여행지다. 솔향공원과 속리산자생식물원, 키즈레포츠체험장도 놓칠 수 없는 볼거리다.

상춘객의 설렘 가득한 모노레일을 타고 목탁봉 정상에 오른다. 모노레일은 당일 현장에서 선착순 접수하며, 20분 간격으로 운행한다. 전망대서 하행 시각을 예약하고 카페와 공원을 둘러보면 된다. 3층 전망대서 속리산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관음봉, 문장대, 문수봉, 비로봉에 언젠가 오를 다짐을 전하며 카메라 줌을 당기면 보은 속리 정이품송(천연기념물)까지 보인다. 목탁봉전망대 준공 기념으로 정이품송의 아들 나무를 심었다. 100년 된 살구나무 목탁도 눈에 띈다. 목탁을 세 번을 치면 소원이 이뤄진다니 재미 삼아 두드려도 좋겠다.


말티재전망대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천년 고찰 법주사(사적)에 닿는다. 법주사로 향하는 길목에서 장대한 소나무와 마주한다. 보은 속리 정이품송은 세조와 연을 맺은 지체 높은 소나무다. 세조가 법주사로 행차할 때 가마가 걸리지 않도록 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들어 올렸고, 돌아갈 때는 소낙비를 피할 우산이 돼줬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폭풍과 폭설, 강풍으로 잘린 가지가 600년 장구한 세월을 대변한다. 약 7㎞ 떨어진 곳에 보은 서원리 소나무(천연기념물)가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서원리 소나무는 정이품송의 정부인 소나무로 불린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등재된 법주사는 90개가 넘는 말사를 거느린 대형 사찰이다. 호서 지방 최고 사찰을 뜻하는 일주문을 지나 산책로를 걸으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금동미륵대불과 호위 무사처럼 나란히 선 전나무 두 그루가 시선을 압도한다.

국보로 지정된 쌍사자석등과 팔상전, 석련지를 비롯해 보물 13점, 충북유형문화재 등 문화유산을 찾아보기만 해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법주사를 가장 알차게 보는 법은 문화해설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법주사에 상주하니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거나 현장서 문의하자.

삼년산성

드라이브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보은 삼년산성(사적)이다. 보은군은 삼국시대 전략적 요충지로, 470년(자비왕 13)에 삼년산성을 축조했다. 둘레 1.8㎞에 너비 5~8m, 높이 13~22m로, 현존하는 약 2000개 산성 가운데 유일하게 축조 연대가 정확히 알려졌다. 오정산 정상을 둘러싼 성벽을 보면 산성의 위용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출입구는 서문으로 약 340m가 복원됐다. 한반도 고대 산성의 진수를 보고 싶다면 삼년산성으로 갈 일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말티재→말티재전망대→장재저수지→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속리산자생식물원→속리산테마파크모노레일→목탁봉전망대→보은 속리 정이품송→법주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말티재→말티재전망대→장재저수지→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속리산자생식물원→속리산테마파크모노레일→목탁봉전망대→보은 속리 정이품송→법주사
-둘째 날: 보은 서원리 소나무→보은 우당고택→보은군농경문화관→보은 삼년산성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보은군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www.tourboeun.go.kr/tour.do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www.foresttrip.go.kr
-법주사 www.beopjusa.org

문의 전화
-보은군청 문화관광과 043)540-3493
-속리산관광안내소 043)542-3006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043)543-6282
-말티재전망대 043)540-3220
-속리산테마파크모노레일 043)542-7998
-법주사 043)543-3615, 삼년산성 043)542-3384

대중교통
[버스] 서울-보은,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6회(07:30 ~18: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4회(14:00~20: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3회(07:05, 10:30, 17:3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보은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서 510번·511번·520번 농어촌버스 이용, 갈목리 정류장 하차, 속리산테마파크모노레일까지 도보 약 6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보은시외버스공용정류장 043)542-0160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청주 JC→당진영덕고속도로(청주-상주)→속리산 IC 속리산·법주사 방면 오른쪽→상장교차로 좌회전→구인삼거리 법주사·말티재 방면 우회전→장재삼거리 속리산·법주사 방면 우회전→말티재


숙박 정보
-속리산숲체험휴양마을: 속리산면 속리산로, 043)540-3220, http ://songnihuyang.foresttrip.go.kr
-레이크힐스호텔 속리산: 속리산면 법주사로, 043)542-5281, https://songnisanlakehills.modoo.at
-속리산말티재자연휴양림 : 장안면 속리산로, 043)543-6282, www.foresttrip.go.kr
-어라운드빌리지 : 탄부면 사직1길, 070-8638-6214, http://aroundvillage.kr

식당 정보
-속리산큰집(큰집정식·산채비빔밥): 속리산면 법주사로, 043)543 -3720
-코끼리식당(자연산버섯전골): 보은읍 삼산로2길, 043) 544-4567
-화성가든(대추정식·한우생등심): 보은읍 교사삼산길, 043)544-2035
-엄마손칼국수(칼국수): 보은읍 삼산남로, 043)543 -2007

주변 볼거리
오장환문학관, 펀파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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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