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톱?’ 국민의힘 전광훈 딜레마

같이 가냐 마냐 애매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움직일 조직 때문으로 보인다. 애써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리스크 중 하나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내 선거에서는 득이지만, 민심 선거에서는 확실한 독이다. 당장에 선을 그어버리고 쉽게 내치기도 어렵다.

현재 폭주 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국민의힘 내 서열 2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설화 이후 전 목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의힘에 과시 중이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한 바 있다.

잡기도
놓기도

해당 자리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칭송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의 예배 참석 배경에 대해 ‘보답’ 형식이 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당대회서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 목사가 상당수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 최고위원의 설화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전 목사와 관련된 논란이 끊임없이 확전 중이다. 이 같은 논란이 끊임없이 터지는 이유는 김 최고위원의 구애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 보다는 총선 전략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전당대회 때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전당대회 직전 전 목사가 주관한 3·1절 국민대회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서 “존경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하여금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 안팎서도 이를 두고 끊임없이 공방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균열마저 감지되는 상황이다.

과거부터 전 목사와 국민의힘은 흔히 말하는 밀당을 하는 관계다. 사실상 전 목사를 두고 목사보다는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에 가깝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300회가량의 집회를 이끌어왔다. 

2018년에는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선 이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걸맞지 않게 정치적인 행사를 열어 비판을 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끊임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더욱 세력이 커졌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기회를 받아 문재인 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였다. 이 같은 결과는 곧 한기총의 내분을 불러왔고, 회원 교단의 대부분이 탈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재원이 쏴 올린 신호탄
과거 동맹 인사도 손절 중

그는 자주 “종북 좌파를 끌어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전 목사는 총선에 앞서 ‘문재인정부가 총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논리로 수차례 집회를 반복했다. 

황 전 총리와는 말 그대로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절, 황 전 총리는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서기도 했다. 전 목사도 황 전 총리를 등에 업고 정치적인 기반을 닦았고, 안팎으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2019년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결성을 주도했다. 당시 결성식에 참여한 인물은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이외에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성동·장제원 의원, 김기현 당 대표,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전 목사는 황 전 총리가 단식투쟁을 했을 때 손을 맞잡기도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좋았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불편해진 시기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총선 패배 이후다.

최근 들어선 황 전 총리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며 전 목사를 고소했다. 지난달 전 목사는 “전당대회 과정서 과거 황 전 총리가 공천을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전 목사가 과도한 공천 요구를 해왔다”고 반박에 나섰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두 사람의 좋았던 인연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를 내놓으라”며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의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딱히 부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 목사는 자신의 입으로 ‘공천위원장 임명 시 사흘 전에 상의하자는 약속을 해달라’는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문수 당시 자유통일당 대표가 아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임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언급한 것.

뒤늦게
손절각?

황 전 총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옛날부터 (전 목사와)하나 되는 게 힘들었다”며 “과거에는 괜찮았다. 지금은 우파가 뜻을 모아야 하는데 혼자서 자기 갈 길만 간다. 협력이 전혀 안 되고 본인 말을 안 들으면 손보겠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수 세력과 전 목사는 협력적 연대 형식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연대를 통해 큰 조직을 꾸렸는데, 현재는 그 진영에 균열이 생겨 버렸다. 한때는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지지율을 갉아먹는 존재로 인식된다. 공격당하는 이는 황 전 총리 뿐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 목사의 표적이 돼 버렸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종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로 두 인물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승리는 내 도움 없이는 안 된다” “200석을 얻고 싶으면 나와의 거리두기를 포기하라”는 식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전 목사 측은 “정당에 조언하겠다는 의미였다”며 정정 자료를 냈지만,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전 목사는 자신이 김 대표를 밀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나왔던 김 최고위원이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 덕분이라고 했다. 

과거 전 목사와 함께 동맹관계였던 홍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이런 사람이 설치는 세상이 돼선 안 된다”며 “최고위원이나 당 간부하려고 설치는 사람이 당을 운영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상 전 목사와 함께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목사에게)당 지도부가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며 한껏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전 목사의 이 같은 독자적 정치활동은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강화돼오고 있다.

“언급 자체
 하지 말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진화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홍 시장을 향해 “시정에나 집중하라”며 홍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3일에는 홍 시장을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전 목사의 손절이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사야’로 치켜세우는 등 전 목사를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일로를 걷자 당 지도부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당초 전 목사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던 김 대표는 그 사람의 언급 자체를 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초반의 소극적인 대처와 달리 이번 김 대표의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력해진 측면이 있다. 전 목사를 ‘그 사람’으로 지칭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당원도 아니고,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김 대표의 경고를 받고 한 달 동안 모든 공개활동을 중지하겠다며 셀프 반성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 


사실상 면책이나 감봉 등의 유의미한 징계가 아닌 김 최고위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서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에게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자꾸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힘은 재빠르게 윤리위원장 인선에 나섰다. 황정근 변호사가 새 윤리위원장을 맡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도 빠르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징계를 통해 전 목사와 명확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 목사에게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당내 현역 의원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전 목사 리스크를 두고 당 중진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받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까지 거론됐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시 김기현 지도부의 첫 징계로 정치권에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한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지도부는 이중 당적자에 대한 출당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당원 수는 84만명에 이른다. 

당내 분란 심해지는 형국
중도 민심 더욱 악화 우려

이번 전 목사 사태로 국민의힘은 김기현 체제, 윤정부 국정운영, 22대 총선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당장 하락을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황에 전 목사 리스크까지 더해져 당내는 참담한 분위기가 감돈다. 

총선이 대선의 연장선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전 목사 논란이 국민의힘 내부에 깊게 침투할수록 내분이 가속화되고, 김기현 체제 돌입 후 혼란이 재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안정화’를 꿈꾸며 지도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 지났지만, 여전히 되레 더 혼란스러워진 분위기다. 전 목사와의 동행은 국민의힘 총선 패배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만큼 전 목사가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의 가장 큰 화두가 전 목사였다는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총선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5선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에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홍문표 의원도 “전 목사가 국민의힘에 30만 당원을 심어놨고, 그 힘으로 당이 버티고 있다고 선전한다”며 “당론으로 결정해 하루빨리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표는 당과 전 목사를 연관짓지 말라며 발끈했지만, 위의 발언처럼 일부 중진 의원들은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까 하는 걱정이 담겨있다.

전 목사 리스크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반색할만한 먹잇감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데 반해,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인해 몸살을 앓는 형국이다.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극성 조직이 안성맞춤이지만, 민심이 걸린 선거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국면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전 목사와 국민의힘이 얽힐 경우, 자연스럽게 중도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도움?
어쩌나∼

‘민심의 풍향계’라고 일컬어지는 중도층은 차기 총선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정당 지지도 지지율을 내줬으며 지난 4·5 재보궐선거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애써 ‘골목 선거’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가득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다. 중도를 노린 행보들은 줄줄이 전 목사 리스크에 가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 목사가 반성하려는 조짐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옛날부터 보수당과 완벽한 하나가 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새 윤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했다.

황 변호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주도한 이양희 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다. 

황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인물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국민의힘 측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황 변호사는 임명 이후 첫 안건으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 징계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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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