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톱?’ 국민의힘 전광훈 딜레마

같이 가냐 마냐 애매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움직일 조직 때문으로 보인다. 애써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리스크 중 하나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내 선거에서는 득이지만, 민심 선거에서는 확실한 독이다. 당장에 선을 그어버리고 쉽게 내치기도 어렵다.

현재 폭주 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국민의힘 내 서열 2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설화 이후 전 목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의힘에 과시 중이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한 바 있다.

잡기도
놓기도

해당 자리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칭송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의 예배 참석 배경에 대해 ‘보답’ 형식이 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당대회서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 목사가 상당수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 최고위원의 설화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전 목사와 관련된 논란이 끊임없이 확전 중이다. 이 같은 논란이 끊임없이 터지는 이유는 김 최고위원의 구애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 보다는 총선 전략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전당대회 때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전당대회 직전 전 목사가 주관한 3·1절 국민대회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서 “존경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하여금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 안팎서도 이를 두고 끊임없이 공방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균열마저 감지되는 상황이다.

과거부터 전 목사와 국민의힘은 흔히 말하는 밀당을 하는 관계다. 사실상 전 목사를 두고 목사보다는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에 가깝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300회가량의 집회를 이끌어왔다. 

2018년에는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선 이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걸맞지 않게 정치적인 행사를 열어 비판을 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끊임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더욱 세력이 커졌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기회를 받아 문재인 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였다. 이 같은 결과는 곧 한기총의 내분을 불러왔고, 회원 교단의 대부분이 탈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재원이 쏴 올린 신호탄
과거 동맹 인사도 손절 중

그는 자주 “종북 좌파를 끌어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전 목사는 총선에 앞서 ‘문재인정부가 총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논리로 수차례 집회를 반복했다. 

황 전 총리와는 말 그대로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절, 황 전 총리는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서기도 했다. 전 목사도 황 전 총리를 등에 업고 정치적인 기반을 닦았고, 안팎으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2019년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결성을 주도했다. 당시 결성식에 참여한 인물은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이외에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성동·장제원 의원, 김기현 당 대표,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전 목사는 황 전 총리가 단식투쟁을 했을 때 손을 맞잡기도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좋았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불편해진 시기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총선 패배 이후다.

최근 들어선 황 전 총리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며 전 목사를 고소했다. 지난달 전 목사는 “전당대회 과정서 과거 황 전 총리가 공천을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전 목사가 과도한 공천 요구를 해왔다”고 반박에 나섰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두 사람의 좋았던 인연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를 내놓으라”며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의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딱히 부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 목사는 자신의 입으로 ‘공천위원장 임명 시 사흘 전에 상의하자는 약속을 해달라’는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문수 당시 자유통일당 대표가 아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임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언급한 것.

뒤늦게
손절각?

황 전 총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옛날부터 (전 목사와)하나 되는 게 힘들었다”며 “과거에는 괜찮았다. 지금은 우파가 뜻을 모아야 하는데 혼자서 자기 갈 길만 간다. 협력이 전혀 안 되고 본인 말을 안 들으면 손보겠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수 세력과 전 목사는 협력적 연대 형식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연대를 통해 큰 조직을 꾸렸는데, 현재는 그 진영에 균열이 생겨 버렸다. 한때는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지지율을 갉아먹는 존재로 인식된다. 공격당하는 이는 황 전 총리 뿐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 목사의 표적이 돼 버렸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종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로 두 인물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승리는 내 도움 없이는 안 된다” “200석을 얻고 싶으면 나와의 거리두기를 포기하라”는 식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전 목사 측은 “정당에 조언하겠다는 의미였다”며 정정 자료를 냈지만,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전 목사는 자신이 김 대표를 밀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나왔던 김 최고위원이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 덕분이라고 했다. 

과거 전 목사와 함께 동맹관계였던 홍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이런 사람이 설치는 세상이 돼선 안 된다”며 “최고위원이나 당 간부하려고 설치는 사람이 당을 운영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상 전 목사와 함께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목사에게)당 지도부가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며 한껏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전 목사의 이 같은 독자적 정치활동은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강화돼오고 있다.

“언급 자체
 하지 말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진화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홍 시장을 향해 “시정에나 집중하라”며 홍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3일에는 홍 시장을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전 목사의 손절이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사야’로 치켜세우는 등 전 목사를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일로를 걷자 당 지도부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당초 전 목사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던 김 대표는 그 사람의 언급 자체를 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초반의 소극적인 대처와 달리 이번 김 대표의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력해진 측면이 있다. 전 목사를 ‘그 사람’으로 지칭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당원도 아니고,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김 대표의 경고를 받고 한 달 동안 모든 공개활동을 중지하겠다며 셀프 반성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 


사실상 면책이나 감봉 등의 유의미한 징계가 아닌 김 최고위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서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에게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자꾸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힘은 재빠르게 윤리위원장 인선에 나섰다. 황정근 변호사가 새 윤리위원장을 맡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도 빠르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징계를 통해 전 목사와 명확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 목사에게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당내 현역 의원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전 목사 리스크를 두고 당 중진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받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까지 거론됐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시 김기현 지도부의 첫 징계로 정치권에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한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지도부는 이중 당적자에 대한 출당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당원 수는 84만명에 이른다. 

당내 분란 심해지는 형국
중도 민심 더욱 악화 우려

이번 전 목사 사태로 국민의힘은 김기현 체제, 윤정부 국정운영, 22대 총선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당장 하락을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황에 전 목사 리스크까지 더해져 당내는 참담한 분위기가 감돈다. 

총선이 대선의 연장선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전 목사 논란이 국민의힘 내부에 깊게 침투할수록 내분이 가속화되고, 김기현 체제 돌입 후 혼란이 재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안정화’를 꿈꾸며 지도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 지났지만, 여전히 되레 더 혼란스러워진 분위기다. 전 목사와의 동행은 국민의힘 총선 패배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만큼 전 목사가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의 가장 큰 화두가 전 목사였다는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총선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5선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에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홍문표 의원도 “전 목사가 국민의힘에 30만 당원을 심어놨고, 그 힘으로 당이 버티고 있다고 선전한다”며 “당론으로 결정해 하루빨리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표는 당과 전 목사를 연관짓지 말라며 발끈했지만, 위의 발언처럼 일부 중진 의원들은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까 하는 걱정이 담겨있다.

전 목사 리스크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반색할만한 먹잇감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데 반해,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인해 몸살을 앓는 형국이다.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극성 조직이 안성맞춤이지만, 민심이 걸린 선거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국면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전 목사와 국민의힘이 얽힐 경우, 자연스럽게 중도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도움?
어쩌나∼

‘민심의 풍향계’라고 일컬어지는 중도층은 차기 총선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정당 지지도 지지율을 내줬으며 지난 4·5 재보궐선거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애써 ‘골목 선거’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가득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다. 중도를 노린 행보들은 줄줄이 전 목사 리스크에 가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 목사가 반성하려는 조짐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옛날부터 보수당과 완벽한 하나가 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새 윤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했다.

황 변호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주도한 이양희 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다. 

황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인물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국민의힘 측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황 변호사는 임명 이후 첫 안건으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 징계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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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단독 공개] 검찰 수사기록으로 본 12·3 내란 사태 전말 ⑥좌파 14명 체포 실패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12·3 계엄 당일 내란 주동자들은 정치인과 판사 등 자신들이 반국가 세력으로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준비가 된 것은 각 군의 사령관들뿐이었다. 계엄사령부와 합동수사본부의 설치는 훈련 상황서도 24시간가량 걸리는데 이를 간과한 것이다. 미리 계엄을 준비했다는 증거가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에 실무진에게 준비시키지 않은 점이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내란 주도자들이 정치인과 판사 등 ‘좌파세력’이라고 지칭한 14명의 체포를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그 내막에는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이하 합수본)의 미설치가 있다. 진술 나오자 다른 전략 <일요시사>가 검찰 진술 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계엄이 시작된 계기와 14명의 체포 미수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불법 점거의 실패 이유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를 꼽았다.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국회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립은 심각했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야당은 자기들끼리 뭉쳐서 법안을 통과시켰고 윤 전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사용했다. 또 야당은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를 수사한 검찰들에 대한 탄핵을 시도하고 김건희씨와 관련한 특검법을 계속 발의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27일경, 윤 전 대통령이 관저 식사 자리서 “수사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검사를 탄핵하고, 재판받다가 마음에 안 든다고 판사를 탄핵하고, 헌법재판소가 마음에 안 들면 정족수를 자르고, 이게 나라냐.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국가 세력의 준동에 관해 청주간첩단 및 창원간첩단 사건과 관련해 수사 과정서 잡은 인원들을 판사 기피 신청이 들어오면 단기간에 결정하는 것이 상식인데 6개월이나 결정을 하지 않아 간첩들의 구속 기간이 끝나 다 풀려나 돌아다니는데도 이런 것을 방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미래 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비상계엄)이 필요하겠다”고 강조했다. 일주일이 지난 후 윤 전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야당의 패악질로 나라의 미래가 없다. 국가 비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들은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했다. 이때 체포 명단인 이른바 ‘좌파 세력’ 14명의 명단과 군대를 어떻게 투입할지 등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은 체포 명단의 사람들의 신병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게다가 내란 주동자들은 검찰 진술과 형사 법정 등에서도 체포하려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다. “합수부 미설치로 체포 불가” “합수부 없어 시작부터 위법” 김 전 장관은 검찰에 “주요 정치인 등에 대한 검거를 시도한 바 없다. 혐의가 있어야 검거를 시도하지 않겠냐”며 “언론에 나오는 위치 추적 등은 포고령에 따라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있는 상황이니 주요 정치인 몇 분과 부정선거 등과 관련해 사회서 의혹이 제기되는 사람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라고 이야기한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작전에 투입된 군인들의 진술로 체포 명단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체포를 지시하고 시도했다는 것마저 모두 드러났다. 체포 시도가 있었다는 진술이 계속해서 나오자 내란 주동자들은 다른 전략을 세우게 된다. 바로 ‘합동수사본부 미설치’다. 김 전 장관은 검찰 진술서 합수본이 미설치돼 체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사령부와 합수본이 설치되는 과정이라 검거가 불가능하다”며 “합수본이 설치되려면 검찰과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데 아무런 대비도 없이 체포부터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은 계엄 직후 선관위에 국군 정보사령부 부대원들을 보내 선거인 명부 관리 서버를 장악하고 선관위 당직자들에 대한 통신 제한(휴대전화 압수)과 감금이 위법한 수사 활동임을 나타내고 있다. 계엄이 터지면 통상적으로 합수본 역할을 맡는 국군 방첩사령부 관계자도 검찰 진술 당시 선관위 투입은 잘못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영희 방첩사 비서실 1과장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방첩사 소속 군인들로 하여금 중앙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도록 지시하거나 계엄 해제 이후 관련 증거를 제거하도록 시킨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성 미리 알고? 박성하 방첩사 기획조정실장은 “현장에 나가 있던 소위 체포조에 대해서 당시에는 알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전시에도 방첩사가 일부 범죄에만 수사권이 있기 때문에 전시나 계엄 상황이라도 관할권이 없는 선관위나 정치인 등 체포나 점거는 경찰의 협조가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합수본(방첩사)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역 합수단서 해야 할 일을 방첩사 인원으로 진행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임명하는 군사경찰 관리, 경찰공무원, 국가정보원 직원 중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 그 밖에 사법경찰 관리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로 구성된다”며 “또 합수본은 계엄사령관이 지정한 사건의 수사와 정보기관 및 수사기관의 조정·통제업무를 관장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선관위로 투입된 인원들은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지도, 임무를 하달받지도 않았다”며 “게다가 합수본까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시작부터 위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보사와 방첩사 모두 계엄사령군(군사경찰)이 아니기에 정당한 절차가 없었다면 반란군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은 계엄 업무를 해본 김 전 장관이 왜 무리수를 뒀는지다. 김 전 장관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서 작전본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합참 작전본부에는 계엄과가 편제돼있기 때문에 김 전 장관이 계엄군과 합수본 지정 및 운용 등을 몰랐다고 보기 힘들다. 합참 계엄과서 편찬하는 계엄실무편람에도 잘 나와있기 때문이다. 김 전 장관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계엄이 선포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화상으로 개최하면서 박안수 전 육국참모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을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일부 사령관 등에게만 공유됐던 12·3 계엄 작전은 계엄사령부가 설치되기도 전에, 합수본이 설치되기도 전에 끝났다. 사령부만 알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에게 국회와 선관위 출동을 하면서 방첩사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서 임무 수행을 하라고 지시했다. 김 전 장관이 방첩사에 지시한 임무는 경찰과 국방부 조사본부에 100명씩 인원을 요청하고 선관위로 먼저 투입된 국군 정보사령부가 접수한 선관위 서버를 꺼내오라는 지시였다. 국방부 조사본부와 경찰에 인원 요청을 한 것은 정치인, 판사, 등 민간인 체포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방첩사가 요청한 수사관 지원 요청을 4차례 거절했다. 조사본부 한 관계자는 검찰 조사 당시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이후 방첩사로부터 수사관 100명 지원을 네 차례 요청받았지만,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응하지 않았다”며 “이후 합수본 실무자 요청에 따라 시행 계획상 편성돼있는 수사관 10명을 지난해 12월4일 오전1시8분 출발시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의 수사관 파견 요청에는 불응했고, 계엄 시행 이후 방첩사를 중심으로 꾸려지는 합수본 요청에는 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사관이 파견된 시간은 이미 계엄 해제 의결이 이뤄진 뒤였다. 합수본이 계엄 해제와 비슷한 시기에 모양새라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 전 장관이 계엄 직후 전군주요지휘관회의서 여 전 사령관에게 합수본 설치를 지시했지만 설치가 늦어진 이유가 있다. 방첩사에 내려진 지시는 좌파세력 체포와 합수본 설치, 검찰과 경찰 및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협조 요청 등으로 내란 주동자들에게는 어느 것 하나 미룰 수 없는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 기획조정실장은 “부대에 도착해보니 OOO회의실에 여 전 사령관이 이경민 참모장, 이창엽 비서실장과 같이 있었다”며 “합수본 설치 지시를 받으려 사령관에 물어봤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여 전 사령관이 다른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합수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우리 대원들은 다 나가 있다’고 말하며 통화에만 집중했을 뿐 합수본 설치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계엄 6개월 전부터 준비 실무진만 ‘닭 쫓던 개’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이 될 텐데 방첩사는 계엄 선포 예정 사실을 알고 준비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계엄이 선포되면 합수본을 설치해야 하는 사람이 나다. 하지만 나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체포조를 운영한 수사단장도 해당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그는 “방첩사 비상소집이 완료된 시간이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4분”이라며 “합수본은 기본 시설도 갖추지 못한 상태서 계엄이 해제됐다”고 말했다. 방첩사 인원들이 전원 소집되는 시간에 이미 계엄은 해제된 것이다. 방첩사의 작전 계획상에는 상황실 설치에 8시간, 합수본 설치에 24시간을 예정하고 있는데 비상계엄이 3시간 만에 해제됐다. 본부 설치에만 24시간이 걸리며 계엄사령관으로부터 임명을 받아 합수본을 완전히 구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군사학과 교수는 “계엄 선포에 대해 사령관과 참모진 외에 실무자에게도 공유가 됐다면 미리 합수본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가 계엄이 선포된 후 바로 체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의 패착은 이전 계엄과 달리 빠르게 대처한 국회를 막지 못한 것과 계엄사령부부터 합수본까지의 실무자들이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방첩사 사령부에서는 미리 계엄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방첩사 소속 간부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방첩사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체결한 MOU에 언급된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설치되는 합수부가 맞다”고 진술했다. 방첩사와 국수본은 지난해 6월28일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합동수사본부 설치 시 편성에 부합하는 수사관 등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방첩사가 계엄을 오래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지휘부에서 최초에는 지난해 5월 초순경 3주안에 체결하라는 지시를 했다”며 “보통 미국 국방정보국(DIA) 등 해외정보수사기관과 이런 MOU를 맺고, 국내 기관은 관련 법령이 있어 MOU를 맺지는 않는다.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다만 조지호 경찰청장은 해당 MOU에도 불구하고 계엄 당일 수사관 지원 요청을 이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조 청장은 지난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나와 “방첩사 주관으로 수사본부가 꾸려질 수 있으니 경찰서 필요한 인력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준비하겠다고 했다”고 밝혔으며 계엄 당일 수사관 81명이 방첩사 요청으로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두환과 구상 흡사 내란 주동자들은 경찰력을 대거 방첩사로 파견해 합동수사본부를 꾸리고 정치인 체포 작전을 벌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1979년 비상계엄하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만든 합수본과 흡사한 구상이다. 당시 합수본은 정권에 반대하는 정치인에 대한 정보 기능을 도맡아 12·12 군사 반란의 수괴인 전두환씨가 권력을 장악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 사령부 구성도 완전 실패 <일요시사>가 확보한 검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계엄사령부는 구성조차 못했다. 권영환 전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계엄이 선포된 후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으로부터 ‘계엄사령부 설치를 도와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에 그는 육군 본부 참모진들이 올라올 때까지 계엄사 상황실 구성 준비를 했다. 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에는 2실(비서실, 기획조정실) 8처(정보처, 작전처, 치안처, 법무처, 보도처, 동원처, 구호처, 행정처)를 구성하도록 돼있으나. 권 전 과장이 계엄사 상황실을 구성하고 있을 당시 국회에서는 ‘비상계엄해제 요구결의안’이 가결됐다. 당시 권 전 과장이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에게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됐으니) 법률상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도록 돼있다”고 말하자 박 전 총장은 “그런 것을 조언할 것이 아니라 일이 되게끔 만들어야지 일머리가 없다”며 “올해 연습을 두 번이나 했다고 하면서 구성을 왜 빨리 못하냐”고 꾸짖었다고 한다. 이는 내란 주동자들이 2차 계엄을 생각하고 있었으며 계엄사 구성의 역할이 합참에 있었다는 것을 내포하는 대목이다.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