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스톱?’ 국민의힘 전광훈 딜레마

같이 가냐 마냐 애매하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와의 관계를 쉽사리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의 말 한마디로 움직일 조직 때문으로 보인다. 애써 관계가 없다는 식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리스크 중 하나로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내 선거에서는 득이지만, 민심 선거에서는 확실한 독이다. 당장에 선을 그어버리고 쉽게 내치기도 어렵다.

현재 폭주 중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두고 국민의힘 내 서열 2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김재원 수석최고위원의 설화 이후 전 목사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국민의힘에 과시 중이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예배에 참석한 바 있다.

잡기도
놓기도

해당 자리서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칭송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김 최고위원의 예배 참석 배경에 대해 ‘보답’ 형식이 강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로 그는 이번 전당대회서 최대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전 목사가 상당수 조직을 동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김 최고위원의 설화 이후에도 국민의힘에서는 전 목사와 관련된 논란이 끊임없이 확전 중이다. 이 같은 논란이 끊임없이 터지는 이유는 김 최고위원의 구애가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기 보다는 총선 전략에 가깝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전당대회 때도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도움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전당대회 직전 전 목사가 주관한 3·1절 국민대회 단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서 “존경하는 애국 시민 여러분과 손을 잡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던 것이다.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하여금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당 안팎서도 이를 두고 끊임없이 공방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균열마저 감지되는 상황이다.

과거부터 전 목사와 국민의힘은 흔히 말하는 밀당을 하는 관계다. 사실상 전 목사를 두고 목사보다는 극우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에 가깝다는 말도 들린다. 실제로 그는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2300회가량의 집회를 이끌어왔다. 

2018년에는 개신교 보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당선 이력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에 걸맞지 않게 정치적인 행사를 열어 비판을 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는 끊임없는 정치적 행보를 보여왔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더욱 세력이 커졌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게 기회를 받아 문재인 전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청원운동까지 벌였다. 이 같은 결과는 곧 한기총의 내분을 불러왔고, 회원 교단의 대부분이 탈퇴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김재원이 쏴 올린 신호탄
과거 동맹 인사도 손절 중

그는 자주 “종북 좌파를 끌어내자”는 구호를 외쳤다. 전 목사는 총선에 앞서 ‘문재인정부가 총선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체제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논리로 수차례 집회를 반복했다. 

황 전 총리와는 말 그대로 끈끈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목전에 둔 시절, 황 전 총리는 전 목사가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해 연단에 서기도 했다. 전 목사도 황 전 총리를 등에 업고 정치적인 기반을 닦았고, 안팎으로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2019년에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결성을 주도했다. 당시 결성식에 참여한 인물은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다. 이외에도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권성동·장제원 의원, 김기현 당 대표, 정진석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전 목사는 황 전 총리가 단식투쟁을 했을 때 손을 맞잡기도 했을 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는 좋았다. 그러다가 두 사람의 관계가 불편해진 시기는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의 총선 패배 이후다.

최근 들어선 황 전 총리가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며 전 목사를 고소했다. 지난달 전 목사는 “전당대회 과정서 과거 황 전 총리가 공천을 대가로 50억원을 받았다”고 주장했던 바 있다. 황 전 총리는 이에 대해 “전 목사가 과도한 공천 요구를 해왔다”고 반박에 나섰다. 해당 발언으로 인해 두 사람의 좋았던 인연은 막을 내리게 됐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증거를 내놓으라”며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시절의 총선 공천관리위원장 인선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시도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딱히 부인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전 목사는 자신의 입으로 ‘공천위원장 임명 시 사흘 전에 상의하자는 약속을 해달라’는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다. 김문수 당시 자유통일당 대표가 아닌 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임명하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언급한 것.

뒤늦게
손절각?

황 전 총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옛날부터 (전 목사와)하나 되는 게 힘들었다”며 “과거에는 괜찮았다. 지금은 우파가 뜻을 모아야 하는데 혼자서 자기 갈 길만 간다. 협력이 전혀 안 되고 본인 말을 안 들으면 손보겠다는 식으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보수 세력과 전 목사는 협력적 연대 형식으로 인연을 이어왔다. 연대를 통해 큰 조직을 꾸렸는데, 현재는 그 진영에 균열이 생겨 버렸다. 한때는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지지율을 갉아먹는 존재로 인식된다. 공격당하는 이는 황 전 총리 뿐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전 목사의 표적이 돼 버렸다. 

전 목사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은 종교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로 두 인물을 저격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 승리는 내 도움 없이는 안 된다” “200석을 얻고 싶으면 나와의 거리두기를 포기하라”는 식의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전 목사 측은 “정당에 조언하겠다는 의미였다”며 정정 자료를 냈지만,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이 같은 발언들이 내년 총선서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 때도 전 목사는 자신이 김 대표를 밀었다는 주장을 펼쳤다. 당선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나왔던 김 최고위원이 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 덕분이라고 했다. 

과거 전 목사와 함께 동맹관계였던 홍 시장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 시장은 “이런 사람이 설치는 세상이 돼선 안 된다”며 “최고위원이나 당 간부하려고 설치는 사람이 당을 운영해서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사실상 전 목사와 함께 당 지도부를 우회적으로 저격한 셈이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전 목사에게)당 지도부가 무슨 약점이라도 잡힌 게 아니냐”며 한껏 공격 수위를 끌어올렸다. 전 목사의 이 같은 독자적 정치활동은 윤석열정부 들어 더욱 강화돼오고 있다.

“언급 자체
 하지 말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흐르고 있지만 김 대표는 진화에 소극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홍 시장을 향해 “시정에나 집중하라”며 홍 시장에 경고장을 날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3일에는 홍 시장을 국민의힘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전 목사의 손절이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실제로 과거에도 ‘이사야’로 치켜세우는 등 전 목사를 찬양하는 듯한 발언을 했었다. 상황이 점점 악화일로를 걷자 당 지도부가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당초 전 목사와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선을 그었던 김 대표는 그 사람의 언급 자체를 하지 말라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초반의 소극적인 대처와 달리 이번 김 대표의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력해진 측면이 있다. 전 목사를 ‘그 사람’으로 지칭했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의 당원도 아니고,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하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김 대표의 경고를 받고 한 달 동안 모든 공개활동을 중지하겠다며 셀프 반성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서도 많은 말이 오갔다. 


사실상 면책이나 감봉 등의 유의미한 징계가 아닌 김 최고위원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그 어떤 조치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서 당 안팎에선 김 최고위원에게 당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자꾸 나온다.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힘은 재빠르게 윤리위원장 인선에 나섰다. 황정근 변호사가 새 윤리위원장을 맡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 여부도 빠르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징계를 통해 전 목사와 명확하게 선을 긋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전 목사에게 직접적인 경고 메시지를 던지는 당내 현역 의원은 딱히 보이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전 목사 리스크를 두고 당 중진들은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는 최고·중진의원 연석회의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받으면서 김 최고위원의 징계까지 거론됐다. 김 최고위원의 징계 시 김기현 지도부의 첫 징계로 정치권에선 확실한 마무리가 필요한 만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지도부는 이중 당적자에 대한 출당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현재 국민의힘  당원 수는 84만명에 이른다. 

당내 분란 심해지는 형국
중도 민심 더욱 악화 우려

이번 전 목사 사태로 국민의힘은 김기현 체제, 윤정부 국정운영, 22대 총선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 역시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당장 하락을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황에 전 목사 리스크까지 더해져 당내는 참담한 분위기가 감돈다. 

총선이 대선의 연장선과 다름없는 상황에서 전 목사 논란이 국민의힘 내부에 깊게 침투할수록 내분이 가속화되고, 김기현 체제 돌입 후 혼란이 재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 안정화’를 꿈꾸며 지도부가 탄생한 지 이제 막 한 달 지났지만, 여전히 되레 더 혼란스러워진 분위기다. 전 목사와의 동행은 국민의힘 총선 패배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그만큼 전 목사가 내년 총선에 미칠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서의 가장 큰 화두가 전 목사였다는 점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차기 총선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5선인 정우택 국회부의장은 “상황이 녹록지 않다. 당에서 (지도부 설화)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청했을 정도다. 

홍문표 의원도 “전 목사가 국민의힘에 30만 당원을 심어놨고, 그 힘으로 당이 버티고 있다고 선전한다”며 “당론으로 결정해 하루빨리 수습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 대표는 당과 전 목사를 연관짓지 말라며 발끈했지만, 위의 발언처럼 일부 중진 의원들은 더 큰 리스크로 다가올까 하는 걱정이 담겨있다.

전 목사 리스크는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반색할만한 먹잇감일 수도 있다. 민주당은 개딸(개혁의 딸)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데 반해, 국민의힘은 전 목사로 인해 몸살을 앓는 형국이다. 

당의 위기를 돌파하기에는 극성 조직이 안성맞춤이지만, 민심이 걸린 선거에서는 상당히 불리한 국면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전 목사와 국민의힘이 얽힐 경우, 자연스럽게 중도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총선 도움?
어쩌나∼

‘민심의 풍향계’라고 일컬어지는 중도층은 차기 총선서 중요한 캐스팅 보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정당 지지도 지지율을 내줬으며 지난 4·5 재보궐선거에서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애써 ‘골목 선거’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당내에서는 불안감이 가득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정도다. 중도를 노린 행보들은 줄줄이 전 목사 리스크에 가려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 목사가 반성하려는 조짐이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이용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옛날부터 보수당과 완벽한 하나가 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힘 새 윤리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했다.

황 변호사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주도한 이양희 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사임하면서 공석이 된 자리를 채운다. 

황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5기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과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낸 인물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전 대표의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국민의힘 측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황 변호사는 임명 이후 첫 안건으로 김재원 수석최고위원 징계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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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