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광훈 부녀 전국 조직도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8.21 13:14:02
  • 호수 128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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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언론·어플로 아버지 호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장녀가 부친의 정치적 언행을 지원하고 있는 정황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확인했다. 장녀인 전모씨는 극우 성향의 출판사, 언론사의 유일한 이사로 이름이 올라 있으며, 전 목사의 주장을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앱(어플리케이션, 이하 어플)의 발행인이다. 전씨의 회사들은 전 목사의 핵심 조직 중 하나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활동과 연결돼있다.
 

▲ 발언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고성준 기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는 <이승만의 분노>의 저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전기 형식인 이 책은 1948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며 ‘이승만 재평가’를 주장하는 뉴라이트 역사관과 궤를 같이 한다. <이승만의 분노>는 지난 2016년 3월 ‘퓨리턴퍼블리싱’서 출간했다. 퓨리턴퍼블리싱의 사내이사는 한 명으로 전 목사의 장녀인 전씨다. 감사인 이모씨는 전씨의 남편이며 두 사람은 지난해 5월 결혼했다. 장소는 사랑제일교회였다.

전광훈 책
계속 출간

퓨리턴퍼블리싱은 지난 2014년 10월 설립됐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했던 이 회사는 지난해 12월 서울 성북구 장위동으로 주소를 옮겼다. 사랑제일교회와 퓨리턴퍼블리싱은 도보로 2분 거리다.

전씨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현재까지 퓨리턴퍼블리싱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있다. 사내이사로 취임하며 자신의 주소를 성북구 장위동으로 신고했다. 사랑제일교회의 바로 옆 건물인 이곳은 원래 교회 소유였으나, 지난 2000년 3월 전 목사 앞으로 전거했다. 현재 소유자는 사랑제일교회와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이다.

퓨리턴퍼블리싱은 지난 2018년 6월 <하나님과 트럼프>를 출간했다. 이를 진행시킨 사람은 전 목사로 전해진다. 전 목사는 이 책의 추천사를 썼다.


두 책의 출판기념회가 지난해 2월 장충체육관서 열렸다. 전 목사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식 2부 행사였다.

극우 출판사·언론사 이사로
‘전광훈 홍보’ 어플 발행인

앞서 취임식 때 전 목사는 “좌파 정부가 한국교회를 탄압하고 있다. 절대 이 사실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남로당 찌꺼기와 북한서 온 주사파 찌꺼기가 붙어서 청와대를 점령하고, 국가를 해체하려고 한다. 이승만이 건국한 대한민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문재인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퓨리턴퍼블리싱은 ‘리더스 포스트’라는 어플을 만들었다.
 

▲ 스마트폰 앱

문화체육관광부의 2016년도 정기간행물 등록 현황을 통해 확인한 결과, 리더스 포스트의 발행인은 전 목사의 장녀인 전씨다. 어플을 소개하는 홈페이지에 따르면, 리더스 포스트는 성경·찬송과 교회의 소식을 전하는 링크, 전교파적인 서명운동, 음원방송, 영상방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더스 포스트는 현재 서비스를 중단한 상태다.

청교도영성훈련, 퓨리턴, 전광훈, 서미영 등이 리더스 포스트의 해시태그(게시물의 분류와 검색을 용이하도록 만든 일종의 메타 데이터)로 달려 있다. 청교도영성훈련원의 원장은 전 목사이며, 서미영씨는 전 목사의 배우자다.

세 조직
한몸처럼


청교도영성훈련원은 1998년 창립된 한기총 회원 단체로 전 목사가 직접 만들었다. ‘문재인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와 토론회 등을 훈련원서 주최하기도 했다.

전 목사의 이름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이른바 ‘빤스 발언’은 지난 2005년 1월19일 전 목사가 청교도영성훈련원서 강의할 당시 나왔다. 청교도영성훈련원은 사랑제일교회와 주소지와 전화번호가 같다. 해당 건물은 기독자유당,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 청교도영성훈련원 등의 보수단체가 함께 사용 중이다.

사랑제일교회와 청교도영성훈련원, 대국본은 전 목사의 전국 단위 지지세력이다. 사랑제일교회는 전국에 5000명이 넘는 전체 신도를 보유하고 있다. 청교도영성훈련원은 수도권·충청·영남·강원 등 전국 22곳에 지역 조직을 갖추고 있다고 홍보한다. 대국본의 총재는 전 목사다.
 

▲ ▲기자회견 갖는 사랑제일교회

대국본을 중심으로 시작된 지난 8·15 광화문 집회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산된다. 8·15 광복절 집회 참석을 독려하기 위해 대국본이 복수의 언론사 지면에 광고로 실은 ‘지역별 버스시간표’를 보면, 60개 지역에 79명의 각 지역별 담당자의 이름 및 연락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단체는 전 목사 활동의 자금줄이다. 앞서 전 목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서 ‘교회 신도의 헌금이 얼마나 되기에 대규모 집회 경비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교회에는 십일조 헌금만 있는 게 아니라 ‘애국 헌금’이 따로 있다. 교회 신도가 5000명인데, 이들이 10만원씩 헌금하면 5억원이 된다. 거기에다 내가 이끄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이라는 목회자 모임이 있다. 이 두 곳에서 주로 돈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도 넘은 
비난전

전 목사는 지난해 10월 열린 광화문 집회 당시 현장서 헌금으로 모은 돈이 약 1억7000만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에게 배포되는 신문이 있는데 바로 <자유일보>다. 전 목사는 지난 2월, 사랑제일교회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너알아TV’를 통해 공개한 옥중 편지서 “새로운 일간지 <자유일보>를 발행하기로 해 금명간 창간호를 보여주겠다. 전 국민 구독운동에 참가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자유일보>는 지난 2월 법인을 설립했다. 사내이사 역시 단 한 명으로 전 목사의 장녀인 전씨다. 해당 언론사는 퓨리턴퍼블리싱이 출간한 두 권의 책을 홍보하는 지면광고를 여러 차례 냈다. 대표번호인 1544-0191로 전화하면 사랑제일교회로 연결된다. 사랑제일교회-대국본-<자유일보>는 사실상 한 몸으로 보인다.

<자유일보>는 사랑제일교회의 기관지 성격이 짙다. 전 목사의 활동을 측면 지원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기사가 다수 확인된다. ‘전광훈 “8월15일은 문재인 독재정권 퇴진의 날”’ ‘문재인 파면…국정은 농단, 경제는 파탄, 안보는 구멍, 선거는 부정’ ‘전광훈 vs 문재인 “과연 누가 정의(正義)인가”’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교회 기관지
재확산이 국민 탓?

지난 8·15 광화문 집회를 생생하게 다룬 기사들도 눈에 띈다. ‘폭우도 꺾지 못한 성난민심…문재인 퇴진 8·15대회 수만 인파 몰려’ ‘[현장] 문재인 탄핵 인파 ‘독재타도’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하다 경찰과 몸싸움하기도’ ‘[종합] 8·15 문재인 퇴진 국민대회, 시민들 “나라가 니꺼냐, 당장 내려와라”’ 등이다.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을 방역당국과 국민의 탓으로 돌리는 뉘앙스의 기사들도 보인다. 지난 18일자 ‘코로나 신규 확진 246명 5일간 991명 늘어…전염력 높은 변종 계속 등장’이라는 기사를 보면 “진정 국면에 있던 코로나가 다시 기세가 강해진 것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정부와 국민의 방역 의식이 느슨해진 데다,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전파력이 강해진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 서울 성북구 소재의 사랑제일교회 앞에 걸려 있는

또 “문 대통령은 수시로 한국이 세계 최고의 방역체계를 갖고 있어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며 자신의 업적을 자화자찬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이렇게 말했던 문 대통령은 보수 진영의 광화문 집회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발생 등의 사건이 있자 갑자기 돌변해 ‘코로나 확산이 심각하다’며 특정 세력에 대해 강제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전화하니
없는 번호

<일요시사>는 전씨가 퓨리턴퍼블리싱과 <자유일보>를 직접 운영하는지 여부 등을 묻기 위해 퓨리턴퍼블리싱에 전화했지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 <자유일보>의 대표번호로 전화하니 “자가격리 중이므로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어렵다”는 안내 메시지가 나오며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랑제일교회 신도로 구성된 8·15집회 참가국민 비상대책위원회 측에 전화한 결과 “(전씨가 퓨리턴퍼블리싱과 <자유일보> 운영을) 직접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전씨와 연락할 수 있게 휴대폰 번호를 넘겨주겠다”고 밝혔지만, 결국 회신은 오지 않았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쏟아지는 ‘전광훈 처벌법’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이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길 시 제재를 가하는 이른바 ‘전광훈 처벌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8·15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와 같은 사례의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정청래 의원은 재난 위험이 있는 지역 및 시설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어길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위험 시설 또는 지역의 사용 제한·금지 명령, 강제 대피 또는 퇴거 명령, 재난으로 인해 생명·신체 피해를 본 사람과 피해 발생이 우려되는 사람 등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 요청에 불응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정 의원은 “코로나19는 국민 생명·안전은 물론 경제·민생과도 직결돼있다”며 “안전을 위한 보건당국 지시를 어길 경우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욱 의원은 감염병 환자가 방역당국 수칙을 어기면 긴급체포가 가능하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감염병 예방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감염병 환자가 방역관 지시나 역학조사에 임하지 않으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시설이나 교통을 이용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의원은 “전 목사가 보석 조건과 자가격리 수칙을 무시하고 시위에 참여한 것은 엄연한 위법 행위”라며 “이 법안이 즉각 시행돼 전 목사를 긴급 체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전 목사를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엄벌을 촉구했다.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그들은 “수차례에 걸친 정부 당국과 서울시의 강력한 경고에도 전 목사는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대형 불법 집회를 강행해 국가방역망을 무력화시켰다”며 “명백한 고의에 의한 범죄행위이자 국가방역망에 대한 테러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확진 판정을 받은 전 목사가) 병상서도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적 증오와 욕심에 이성을 상실한 한 명의 정치 광인이라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며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경찰청과 지자체들이 관련 업무를 잘 진행하고 있는지 등을 국정감사서 질의하겠다고 예고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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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