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8년 만에 원내 입성 진보당 강성희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4.10 10:10:25
  • 호수 1422호
  • 댓글 0개

처음 9.4%서 39.07%로 대역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너무도 뜨거운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전주시민 여러분에게 감사드린다. 저의 당선은 개인 강성희의 승리, 진보당의 승리를 넘어서 전주시민의 위대한 승리다. 윤석열 검찰 독재를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전주시민의 열망이 나를 통해 표출된 것으로 생각한다. 전주시민의 선택을 가슴에 새기고 검찰 독재에 맞서 싸워 이기겠다.” (강성희 당선인)

지난 5일 전국에서 유일하게 치러진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진보당 강성희 후보가 당선됐다. 강 당선인은 지난 6일 개표가 끝난 가운데 39.07%인 1만7382표를 얻었다. 무소속 임정엽 후보는 32.11%인 1만4288표를 얻어 2위에 그쳤다.

이번 4·5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는 6명이다. 당선자인 기호 4번을 포함해, 기호 2번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 기호 5번 무소속 임정엽 후보, 기호 6번 김광종 후보, 기호 7번 안해욱 후보, 기호 8번 무소속 김호서 후보다.

민주당 책임
후보 안 내

진보당의 첫 국회 입성이 결정됐다. 첫걸음은 지난해 12월12일,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출마였다. 이번 재보선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무소속 이상직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당선 무효형으로 확정돼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선거가 치러졌다. 

이 의원은 21대 총선이 열리기 직전 해였던 2019년 설날 무렵 1월과 추석 무렵 9월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의로 된 선물을 선거구민 377명에게 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었던 이 의원은 2646만원 상당의 전통주와 책자를 선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물을 받은 명단엔 이 의원 지역구 소속 도의원과 시의원 등 유수의 정치인들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2020년 2월과 3월 민주당 당내 경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고 권리당원 등에게 일반 시민인 것처럼 거짓 응답하도록 권유하고 이를 유도한 문자메시지 등을 발송한 혐의도 있다.

또 선거 공보물 ‘후보자 정보공개 자료 전과기록 소명서’란에 허위 사실을 기재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됐다. 대법원은 “과거 선거 출마 때 자신의 전과가 크게 부각됐던 전력 등도 있어 이 의원이 허위임을 잘 알면서 전과기록에 관해 허위의 소명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의원은 주가조작 교사 등 혐의로 벌금 전과가 있다.

다만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20대 총선 당시 당내 경선서 탈락한 이유를 허위로 발언한 부분 등은 무죄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당시 허위의 사실을 공표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이를 감안해 민주당은 책임 정치 차원에서 전주을 재보선에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 기회를 잡은 것이 진보당이다.

4·5 전주을 재보선 화제의 당선
윤정부 향한 쓴소리 멈추지 않아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준비하며 공약으로 ▲농협중앙회 이전 ▲금융공기업 유치 ▲지역 공공은행 설립을 통해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농협중앙회 이전에 관해서는 이를 통해 금융공기업 유지 특별위원회, 전북형 공공은행 등을 구성·설립해 전주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강 당선인은 “농협중앙회 유치와 금융공기업 이전은 옛 대한방직 부지 개발 문제에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며 “불가능한 초고층 타워나 특혜 개발서 벗어나 공영개발 방식으로 전환해 농협중앙회 이전 등이 이뤄진다면 개발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아울러 “유권자들을 만나다 보니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양당 체제에 대해 염증을 내는 분이 많았다. 한 석의 기적을 이뤄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진보당의 움직임은 실질적이었다. 지난 1월16일 진보당에 따르면 당은 지난 1월14일 오후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서 3차 중앙위원회를 열고 ‘전북 전주을 재보선 승리’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1분기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중앙위는 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전주서 열렸으며, 회의에는 중앙위원과 2024년 총선 후보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진보당은 중앙위 회의에 이어 열린 재보선·총선 승리 결의대회를 통해 “이번 재보선은 윤석열 검찰 정권 심판과 정치세력을 교체하는 선거”라며 “중앙당과 시도당이 정책, 조직, 홍보 상근자 파견을 전면화하는 등 반드시 전주을 재보선서 승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총집합
한 석의 기적

강 당선인은 전주을 재보선을 다짐하며 이날 “윤석열정부의 무능과 무책임한 모습에 전주시민들은 절망하고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이 더 절망하는 것은 무도한 윤석열정부의 폭주에 당당히 맞서 제압할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번 선거는 국민의힘 정운천 후보와의 대결이 아니라 윤석열과 강성희의 대결이며, 전주에서 윤석열정부 심판의 신호탄을 쏘아 올려 진보당의 2023년 원내 진출을 실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독재를 휘두르며 재벌과 대기업을 대신해 노동자의 삶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이번 전주을 선거를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의 시작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 민중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정치는 지방권력만으로 불가능하다. 1987년 이후 지속돼온 보수 양당 체제에 균열을 내고, 저들만의 국회에 선명한 진보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당선인은 후보 때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이 받은 50억원이 뇌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50억 뇌물’ 무죄 판결은 상식과 사법 정의를 송두리째 짓밟은 폭거이며 ‘제 식구 감싸기’ 부실 수사로 ‘유검무죄’를 만든 검찰 카르텔이 빚어낸 참사”라고 비난했다.

지난 3월 4·5 재보선이 임박했을 때도 윤정부를 향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강 당선인은 “윤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영본부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지난해 80조원 손실이 난 국민연금 개선방안 전면 검토를 지시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투자 전문인력 유출이니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을 검토하라고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라며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윤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지부 성격으로 나눠 서울로 이전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서울 이전’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직접 ‘서울 이전 불가’ 입장을 천명하길 바란다. 정말 대통령이 서울 이전을 지시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직접 공식 입장을 천명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지금과 같이 대통령실 관계자의 발언에 따라 ‘서울 이전’설이 그치지 않는 상황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압박했다.

어떻게
민심 얻었나


이처럼 강 당선인은 후보 시절 지속적으로 윤정부를 향한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이것이 4·5 재보선 결과로 이어진 것일까? 이는 강 당선인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1차 여론조사에서 강 당선인 후보 지지율은 9.4%, 2차 조사에서는 15.5%였다. 마지막 조사인 지난달 22일 전주MBC 의뢰로 진행된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선 지지 후보 여론조사에서 1위가 강 당선인이었다. 25.9%, 오차범위 내 1위였다. 2위는 임정엽 후보였다.

전주을은 전주시 완산구 19개동 중 9개동을 묶은 선거구다. 전주 중심인 서신동부터 삼천동, 서부신시가지 개발사업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조성된 효천지구 신도시가 있는 효자1~5동 등이 전주을이다. 총 8만8000세대, 19만7000명이 거주 중이다.

지난해 6월, 8대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투표서 전주을은 김관영 민주당 후보가 75%, 조배숙 국민의힘 후보가 24%를 득표했다. 2018년 7대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후보 61%, 민주평화당 후보 25%, 정의당 후보 7% 순이다. 2015년 6대 지방선거는 민주당 62%, 새누리당 24%였다.

2011년 5대 역시 민주당 60%, 한나라당 23%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 65%대 나머지 정당 합계 35% 구도다.

이렇듯 과거 진보당의 전주을 성적은 저조했다. 전신인 민중당은 21대 총선서 총투표수 9만4000여표 중 604표를 받았다. 득표율 0.6%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선 11만6000여표 중 55표를 득표했는데 당시 허경영 후보가 받은 표는 629표였다. 지난 지방선거 광역비례대표 정당투표에선 5만6000표 중 588표를 얻었다. 득표율은 1.03%다.


거대 양당에 염증 난 전주시민
“금융허브도시 전주로 도약하겠다”

이 같은 선거 결과는 전주시민의 민심이 거대 양당을 떠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주시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 같다” “민주당이 179석을 가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한다. 정권을 뺏긴 데는 이유가 있다” “전주가 민주당이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 세대 이야기다. 말만 많고 실제 개발은 더디다” “전주는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 여태까지 (민주당이) 집값이나 올려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진보당은 어떤 방식으로 전주시민의 민심을 얻었을까? 강 당선인이 지난 11월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아 ‘전북은행 대출금리 인하 운동’을 벌였던 바 있다. 전주에 본점을 둔 전북은행은 예대금리차가 전국 최고 수준이었고, 이는 그가 대출금리인하 운동본부장을 맡은 이유다.

당시 강 당선인은 “서명받으러 상가를 돌면 대출이자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실감한다. 사장이 직원을 다 모아 서명을 독려한다. 옆 가게 사장도 부른다. 뜨거운 반응이다. 하지만 이 반응이 뭘 말하는지 다 알고 있지 않느냐. ‘정말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더 가다가는 큰일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을 ‘경제위기다. 비상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장관들을 모아두고 비상경제 민생회의를 생방송으로 중계하지 않나”며 “방향이 틀렸다. 기업, 금융시장만 경제주체가 아니다. 이런 위기서 제일 어려움에 부닥친 경제주체는 바로 서민들이다. 그런데 서민들에게 어떤 보호장치가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강 당선인의 이번 당선의 비결은 서민들이 가장 가려워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려 했다는 데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후보 시절, 전주 시내는 ‘어딜 가나 진보당’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진보당 운동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도심 사거리, 먹자골목 번화가, 아파트 단지 입구, 동네 마트 앞, 버스 종점 차고지, 천변 산책로 등 전주 곳곳을 활보했다. 유권자들 사이에선 “진보당 강성희 후보만 보인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 사람을 찍어줘야지” 등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전주을 투표율은 26.8%로 재보선 중 투표 참여가 가장 저조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처럼 이번 재보선은 유권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았지만, 새로운 정치 대안을 원했다는 반증이다.

강 당선인이 비록 1년여의 짧은 잔여임기지만 원내로 진출하면서 전주을은 1년 뒤 치러질 총선서 전국 최대 격전지가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2016년 보수정당 후보로는 전주을에서 당선됐던 정운천 의원이 출마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진보당, 정의당 등의 다당 체제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의 민주당 입지자들에게 있어 강 당선인의 등장은 부담이 될 수 있다.

1년 뒤 총선
최대 격전지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 일당 독점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텃밭 유권자들의 민심이 이번 전주을 재보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필요성이 표출된 셈”이라면서 “차기 총선서 전주을이 최대 격변지로 급변했으며, 민주당 입지자들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강 당선인은 서울 출생으로 휘문고와 한국외대를 졸업한 후 현대자동차 전주 비정규직 지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국택배노동조합 전북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4·5 전주을 재보선 국민의힘 성적은?

4·5 전주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서 국민의힘 후보가 후보 6명 가운데 5등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민의힘 김경민 후보는 이번 재보선서 3561표를 얻어 8.0%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39.07%), 무소속 임정엽(32.11%), 무소속 안해욱(10.14%), 무소속 김호서(9.15%) 후보에 이은 5등이다.

김 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서 전주시장 후보로 국민의힘 호남 지역 지자체장 후보 중 최다 득표율인 15.54%를 올려 이번 재보선서 선전을 기대했으나 1년 전에 비해 희미해진 존재감만 확인했다.

특히 김기현 당 대표가 두 번이나 전주를 찾아 김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며 호남의 교두보를 마련하려고 애를 썼으나 무위에 그쳤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민심 풍향계’인 이번 선거서 15% 이상 득표율을 내심 기대했다.

당초 국민의힘 전북도당 위원장인 정운천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출마하려고 했으나 돌연 출마를 접으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진 김 후보에게 여당표가 몰리지 못한 게 패인으로 분석된다.

국민의힘 전북도당 관계자는 “유권자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선거 결과를 숙고하고 내년 총선서 약진할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