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검찰 ‘10 VS 40’ 증인전쟁 막후

“장군 멍군” 사람으로 시간 끌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 측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은커녕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준비를 다시 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공언했던 ‘올해 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나섰다. 신문을 끝마쳐야 하는 증인만 50명에 달하는 탓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나 법정에 출석했지만, 검찰은 아직 첫 번째 증인에 대한 주신문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보니
장기화 전망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50명에 관한 신문을 모두 끝내는 데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8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검찰이 피고인 진술조서 확보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재판 현장에서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 능력이 상실돼 피고인을 법정서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중략)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는 재판부가 피의자 진술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진술을 그대로 증거로 인정해줬다. 그러나 이것이 2020년 8월부터 전면 수정돼 피의자가 검찰서 어떤 진술을 했건, 재판장서 뒤집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피고인 혹은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해당 진술을 재판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보다 많은 사람을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한두 명의 참고인 조사만으로 재판에 임하다가 참고인의 변심으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느니 최대한 많은 진술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제 검찰의 신문 시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분이 넘는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그 30분도 1시간으로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정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번복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호인 신문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증인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들을 모두 신문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증인의 숫자를 본 법조계 사람들은 재판의 장기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내 판결’ 물거품…증인 신청만 54명 
개정된 형사소송법, 재판 지연에 한몫


공직선거법상 1심의 심리 기한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로 정해져 있다. 또 2심 및 3심 선고도 원심 선고 직후 각각 3개월 이내에 내려져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공소가 지난해 9월8일 진행됐으니 1심 선고기일은 지난 지난달 8일까지여야만 했다. 그러나 지켜지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명목상으로는 해당 선고기일을 강행 규정으로 명시해놓고 있지만, 이번 같이 선고기일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법조계에선 해당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이 증인 신청을 늘리던 지난해 말, 재판부는 “(증인을 이렇게 늘리면)6개월 안에 되겠느냐”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에 대한 신문 시간을 고려하면 6개월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재판부의 걱정이 담겨 있던 발언이었다.

법조계에선 50명의 증인 한 명 한 명을 검사가 신문하고, 변호인이 반대 신문한다면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지금부터 적어도 4개월 이상 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 재판 자체가 격주로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그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22일 방송 인터뷰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데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알지 못했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2021년 12월21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물이다. 당시 여권은 “이 대표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기억서 지워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전 처장 발언으로부터 2개월 전인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사실상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언론에 보도되며 일파만파로 퍼졌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들은 “선거서 불리하게 작용할 거 같으니 국토부 직원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고 반응하며 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내년으로
넘어가나

검찰은 이 두 사건을 묶어 이 대표가 재판서 이기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했고, 사건 조사를 마친 뒤 그를 재판부에 넘겼다. 그 관련한 재판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이 대표의 의원직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서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다만 해당 재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민주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에게 당헌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명분상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비명계로부터의 거센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현재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데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당 대표를 누가 인정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재판에 검찰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진행된 세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 출석이 언론에 특히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마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석방된 뒤 지속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과 관련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서 “절대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측에 힘을 실어줬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법정서 처음 마주한 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시선을 돌렸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재판에만 집중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일관된 주장을 펼쳤고, 이 대표는 계속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유 전 본 부장은 “(이 대표가)궁금한 사항을 물어봐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말씀드린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문기씨가 이재명과 따로 통화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 대표가 민주당 부대변인이었기 때문에 자랑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남시장 나올 이재명씨’라고 이야기해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띄우려고 한다”는 등 구체적인 상황을 증언했다.

재임 중 재판
익숙한 이재명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었다. 이 대표 측은 앞서 “안다, 모른다는 어떤 시기의 인지상태를 말한 것 뿐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출장서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변형해 기소했다”며 “이상하고 무리한 기소”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난 사실은 수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김 전 처장을 기억할 특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같은 성남시 소속 팀장급은 600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폰을 주요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김 전 처장 휴대폰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돼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검찰 측은 이날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피고인(이 대표)이 김씨와 따로 통화한다는 말을 어떤 경위로 들었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나하고도 말을 했다.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측이 불리한 재판을 최대한 끌어 다음 선거를 대비하려는 전략을 세운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임기 중 공직선거법상으로 재판을 받은 경험이 한 차례 있었다.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직에 부임하고 있던 그는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5년 전, 이 대표가 몰린 혐의 역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소송이었다. 

법조계 “신문만 수개월”
길어질수록 웃는 친명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직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경험이 없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것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판단해 재판부에 넘겼다. 2심서 이 대표가 받은 형은 벌금 300만원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대표는 당선 무효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서 극적으로 이기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다시 날개를 달았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지사직 상실을 넘어 정치생명 위기까지 거론되던 그가 다시 살아나던 순간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소됐는데 최종 무죄 판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대표는 당시 도지사 임기의 절반 이상을 재판받으며 보냈다”며 “이번 소송 또한 그보다 더 걸렸으면 걸렸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원 임기를 모두 채운 뒤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계 관계자들도 검찰이 ’급하게‘ 재판을 끝내려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증인을 신문해 ’유죄 확정‘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인 50여명 중 40여명이 이 대표 측이 아닌 검찰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을 끌면 이 대표에게도 좋은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유죄판결이 없으면)대표직을 내려놓은 명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검찰도 이를 알지만 속도보다는 정교함에 초점을 두고 재판을 준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에는 김 전 처장의 유족, 유 전 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민용 변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가는
입꼬리

법조계 관계자는 “(증인들)대부분이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 FC 의혹 등에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물들로 주요 증인이기도 하다”며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증인들의 출석 스케줄을 조율하는 데도 버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대표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다. 재판 관련 뉴스에 여론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는 데다 본인의 임기를 계속 채울 수 있어 영향력을 잃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파기환송심까지 염두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을 수년 뒤에나 나올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재판 패배 시 400억원 물어내야?

재판에 지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큰일 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입장서도 그의 패소는 중대한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선고받는다면, 민주당이 지난 대선서 보조받은 434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 건물을 팔아도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법에 당선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비용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알린 바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 비용을 반환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보전한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하는 것에 다양한 법 적용 방법과 해석이 들어가 법정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