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검찰 ‘10 VS 40’ 증인전쟁 막후

“장군 멍군” 사람으로 시간 끌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 측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은커녕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준비를 다시 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공언했던 ‘올해 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나섰다. 신문을 끝마쳐야 하는 증인만 50명에 달하는 탓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나 법정에 출석했지만, 검찰은 아직 첫 번째 증인에 대한 주신문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보니
장기화 전망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50명에 관한 신문을 모두 끝내는 데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8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검찰이 피고인 진술조서 확보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재판 현장에서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 능력이 상실돼 피고인을 법정서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중략)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는 재판부가 피의자 진술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진술을 그대로 증거로 인정해줬다. 그러나 이것이 2020년 8월부터 전면 수정돼 피의자가 검찰서 어떤 진술을 했건, 재판장서 뒤집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피고인 혹은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해당 진술을 재판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보다 많은 사람을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한두 명의 참고인 조사만으로 재판에 임하다가 참고인의 변심으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느니 최대한 많은 진술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제 검찰의 신문 시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분이 넘는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그 30분도 1시간으로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정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번복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호인 신문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증인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들을 모두 신문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증인의 숫자를 본 법조계 사람들은 재판의 장기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내 판결’ 물거품…증인 신청만 54명 
개정된 형사소송법, 재판 지연에 한몫


공직선거법상 1심의 심리 기한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로 정해져 있다. 또 2심 및 3심 선고도 원심 선고 직후 각각 3개월 이내에 내려져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공소가 지난해 9월8일 진행됐으니 1심 선고기일은 지난 지난달 8일까지여야만 했다. 그러나 지켜지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명목상으로는 해당 선고기일을 강행 규정으로 명시해놓고 있지만, 이번 같이 선고기일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법조계에선 해당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이 증인 신청을 늘리던 지난해 말, 재판부는 “(증인을 이렇게 늘리면)6개월 안에 되겠느냐”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에 대한 신문 시간을 고려하면 6개월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재판부의 걱정이 담겨 있던 발언이었다.

법조계에선 50명의 증인 한 명 한 명을 검사가 신문하고, 변호인이 반대 신문한다면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지금부터 적어도 4개월 이상 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 재판 자체가 격주로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그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22일 방송 인터뷰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데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알지 못했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2021년 12월21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물이다. 당시 여권은 “이 대표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기억서 지워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전 처장 발언으로부터 2개월 전인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사실상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언론에 보도되며 일파만파로 퍼졌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들은 “선거서 불리하게 작용할 거 같으니 국토부 직원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고 반응하며 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내년으로
넘어가나

검찰은 이 두 사건을 묶어 이 대표가 재판서 이기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했고, 사건 조사를 마친 뒤 그를 재판부에 넘겼다. 그 관련한 재판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이 대표의 의원직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서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다만 해당 재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민주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에게 당헌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명분상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비명계로부터의 거센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현재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데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당 대표를 누가 인정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재판에 검찰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진행된 세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 출석이 언론에 특히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마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석방된 뒤 지속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과 관련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서 “절대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측에 힘을 실어줬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법정서 처음 마주한 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시선을 돌렸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재판에만 집중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일관된 주장을 펼쳤고, 이 대표는 계속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유 전 본 부장은 “(이 대표가)궁금한 사항을 물어봐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말씀드린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문기씨가 이재명과 따로 통화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 대표가 민주당 부대변인이었기 때문에 자랑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남시장 나올 이재명씨’라고 이야기해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띄우려고 한다”는 등 구체적인 상황을 증언했다.

재임 중 재판
익숙한 이재명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었다. 이 대표 측은 앞서 “안다, 모른다는 어떤 시기의 인지상태를 말한 것 뿐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출장서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변형해 기소했다”며 “이상하고 무리한 기소”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난 사실은 수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김 전 처장을 기억할 특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같은 성남시 소속 팀장급은 600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폰을 주요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김 전 처장 휴대폰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돼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검찰 측은 이날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피고인(이 대표)이 김씨와 따로 통화한다는 말을 어떤 경위로 들었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나하고도 말을 했다.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측이 불리한 재판을 최대한 끌어 다음 선거를 대비하려는 전략을 세운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임기 중 공직선거법상으로 재판을 받은 경험이 한 차례 있었다.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직에 부임하고 있던 그는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5년 전, 이 대표가 몰린 혐의 역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소송이었다. 

법조계 “신문만 수개월”
길어질수록 웃는 친명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직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경험이 없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것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판단해 재판부에 넘겼다. 2심서 이 대표가 받은 형은 벌금 300만원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대표는 당선 무효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서 극적으로 이기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다시 날개를 달았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지사직 상실을 넘어 정치생명 위기까지 거론되던 그가 다시 살아나던 순간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소됐는데 최종 무죄 판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대표는 당시 도지사 임기의 절반 이상을 재판받으며 보냈다”며 “이번 소송 또한 그보다 더 걸렸으면 걸렸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원 임기를 모두 채운 뒤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계 관계자들도 검찰이 ’급하게‘ 재판을 끝내려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증인을 신문해 ’유죄 확정‘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인 50여명 중 40여명이 이 대표 측이 아닌 검찰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을 끌면 이 대표에게도 좋은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유죄판결이 없으면)대표직을 내려놓은 명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검찰도 이를 알지만 속도보다는 정교함에 초점을 두고 재판을 준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에는 김 전 처장의 유족, 유 전 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민용 변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가는
입꼬리

법조계 관계자는 “(증인들)대부분이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 FC 의혹 등에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물들로 주요 증인이기도 하다”며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증인들의 출석 스케줄을 조율하는 데도 버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대표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다. 재판 관련 뉴스에 여론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는 데다 본인의 임기를 계속 채울 수 있어 영향력을 잃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파기환송심까지 염두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을 수년 뒤에나 나올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재판 패배 시 400억원 물어내야?

재판에 지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큰일 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입장서도 그의 패소는 중대한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선고받는다면, 민주당이 지난 대선서 보조받은 434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 건물을 팔아도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법에 당선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비용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알린 바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 비용을 반환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보전한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하는 것에 다양한 법 적용 방법과 해석이 들어가 법정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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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