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검찰 ‘10 VS 40’ 증인전쟁 막후

“장군 멍군” 사람으로 시간 끌기?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 지도부 측에 화색이 돌고 있다. 이 대표의 재판이 총선은커녕 다음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친명계 지도부는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를 준비를 다시 하고 있다. 

검찰은 당초 공언했던 ‘올해 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하고 나섰다. 신문을 끝마쳐야 하는 증인만 50명에 달하는 탓이다. 이 대표가 지난달까지 피고인 신분으로 세 차례나 법정에 출석했지만, 검찰은 아직 첫 번째 증인에 대한 주신문도 끝내지 못하고 있다. 

숫자로 보니
장기화 전망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50명에 관한 신문을 모두 끝내는 데 수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는 2020년 8월 개정된 형사소송법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검찰이 피고인 진술조서 확보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재판 현장에서 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면 조서의 증거 능력이 상실돼 피고인을 법정서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정 전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피고인이 된 피의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중략)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형사소송법 개정 전에는 재판부가 피의자 진술 과정에서 위법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진술을 그대로 증거로 인정해줬다. 그러나 이것이 2020년 8월부터 전면 수정돼 피의자가 검찰서 어떤 진술을 했건, 재판장서 뒤집을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

개정된 형사소송법 제312조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해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즉, 피고인 혹은 변호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해당 진술을 재판의 증거로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검찰은 보다 많은 사람을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졌다.

한두 명의 참고인 조사만으로 재판에 임하다가 참고인의 변심으로 증거 능력을 상실하느니 최대한 많은 진술을 확보하려 하는 것이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실제 검찰의 신문 시간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분이 넘는다. 개정된 형사소송법하에서는 그 30분도 1시간으로 넘어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법정서 피고인이 조서 내용을 번복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신문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호인 신문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관련 증인이 수십 명에 달하는 것도 이 때문이고, 이들을 모두 신문하려면 적어도 수개월은 걸린다고 봐야 한다. 증인의 숫자를 본 법조계 사람들은 재판의 장기화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내 판결’ 물거품…증인 신청만 54명 
개정된 형사소송법, 재판 지연에 한몫


공직선거법상 1심의 심리 기한은 공소가 제기된 날로부터 6개월로 정해져 있다. 또 2심 및 3심 선고도 원심 선고 직후 각각 3개월 이내에 내려져야 한다. 이 대표에 대한 공소가 지난해 9월8일 진행됐으니 1심 선고기일은 지난 지난달 8일까지여야만 했다. 그러나 지켜지고 있지 않는 모양새다.

명목상으로는 해당 선고기일을 강행 규정으로 명시해놓고 있지만, 이번 같이 선고기일이 지연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법조계에선 해당 규정을 ‘훈시 규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검찰이 증인 신청을 늘리던 지난해 말, 재판부는 “(증인을 이렇게 늘리면)6개월 안에 되겠느냐”고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 명에 달하는 증인에 대한 신문 시간을 고려하면 6개월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재판부의 걱정이 담겨 있던 발언이었다.

법조계에선 50명의 증인 한 명 한 명을 검사가 신문하고, 변호인이 반대 신문한다면 재판부가 판결을 내릴 때까지 지금부터 적어도 4개월 이상 걸린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 재판 자체가 격주로 금요일마다 열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재판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재판은 그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22일 방송 인터뷰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한 데서 출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방송서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김 전 처장을)알지 못했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덧붙였다. 

김 전 처장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의 핵심 관계자로, 검찰 조사를 받던 2021년 12월21일 경기도 성남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인물이다. 당시 여권은 “이 대표가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그를 기억서 지워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혐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전 처장 발언으로부터 2개월 전인 10월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저희가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발언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은 바 있다.

해당 발언은 사실상 “국토부로부터 협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언론에 보도되며 일파만파로 퍼졌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들은 “선거서 불리하게 작용할 거 같으니 국토부 직원들을 범법자로 만들었다”고 반응하며 이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내년으로
넘어가나

검찰은 이 두 사건을 묶어 이 대표가 재판서 이기기 위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했고, 사건 조사를 마친 뒤 그를 재판부에 넘겼다. 그 관련한 재판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이 중요한 이유는 여기에 이 대표의 의원직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서 이 대표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해당 법률에 따라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거기에 5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돼 차기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다만 해당 재판서 유죄를 선고받아도 민주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 대표에게 당헌80조 예외 조항을 적용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가 나왔다. 한 비명(비 이재명)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명분상 당 대표직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비명계로부터의 거센 압박을 견뎌낼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현재도 이렇다 저렇다 말이 많은데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당 대표를 누가 인정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번 공직선거법 재판에 검찰이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징역 11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돼야 하는 중대범죄”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앞서 진행된 세 번째 공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 출석이 언론에 특히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마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해 10월 석방된 뒤 지속해서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이번 재판과 관련된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와의 관계서 “절대 모를 수 없는 사이”라고 주장하며 검찰 측에 힘을 실어줬다.

현장 취재진에 따르면, 이 대표와 유 전 본부장은 법정서 처음 마주한 뒤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법정에 들어서자 고개를 들어 그를 한 번 쳐다본 뒤 시선을 돌렸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를 한 번도 쳐다보지 않고 재판에만 집중했다.

유 전 본부장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가 오랜 기간 친분을 이어왔다는 취지로 일관된 주장을 펼쳤고, 이 대표는 계속 “모른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유 전 본 부장은 “(이 대표가)궁금한 사항을 물어봐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에게)말씀드린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김문기씨가 이재명과 따로 통화한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이 대표가 민주당 부대변인이었기 때문에 자랑거리는 아니었지만 ‘성남시장 나올 이재명씨’라고 이야기해서 김 전 처장이 이 대표를 띄우려고 한다”는 등 구체적인 상황을 증언했다.

재임 중 재판
익숙한 이재명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급해진 건 이 대표 측이었다. 이 대표 측은 앞서 “안다, 모른다는 어떤 시기의 인지상태를 말한 것 뿐인데, 검찰은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만나 보고를 받거나 해외출장서 함께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처럼 변형해 기소했다”며 “이상하고 무리한 기소”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만난 사실은 수차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김 전 처장을 기억할 특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처장과 같은 성남시 소속 팀장급은 600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검찰은 김 전 처장의 휴대폰을 주요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하면서 김 전 처장 휴대폰에 이 대표의 연락처가 저장돼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검찰 측은 이날 유 전 본부장에게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피고인(이 대표)이 김씨와 따로 통화한다는 말을 어떤 경위로 들었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행사에 누가 오냐고 묻길래 이재명씨가 온다고 했더니 (김 전 처장이)나하고도 말을 했다. 세미나 때 봐서 서로 좀 아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측이 불리한 재판을 최대한 끌어 다음 선거를 대비하려는 전략을 세운다고 지적한다. 이 대표는 임기 중 공직선거법상으로 재판을 받은 경험이 한 차례 있었다. 2018년 당시 경기도지사직에 부임하고 있던 그는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패소하며 지사직 상실 위기에 몰렸다.

5년 전, 이 대표가 몰린 혐의 역시 ’친형 강제입원‘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위반 소송이었다. 

법조계 “신문만 수개월”
길어질수록 웃는 친명계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직을 위해 선거운동을 하던 당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킨 경험이 없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것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판단해 재판부에 넘겼다. 2심서 이 대표가 받은 형은 벌금 300만원으로, 공직선거법에 따라 이 대표는 당선 무효가 될 처지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서 극적으로 이기며 이 대표의 정치생명은 다시 날개를 달았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뒤집고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지사직 상실을 넘어 정치생명 위기까지 거론되던 그가 다시 살아나던 순간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당시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기소됐는데 최종 무죄 판결까지 2년이 넘게 걸렸다. 이 대표는 당시 도지사 임기의 절반 이상을 재판받으며 보냈다”며 “이번 소송 또한 그보다 더 걸렸으면 걸렸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의 국회의원 임기가 내년 5월까지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의원 임기를 모두 채운 뒤 판결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계 관계자들도 검찰이 ’급하게‘ 재판을 끝내려는 것보다는 최대한 많은 증인을 신문해 ’유죄 확정‘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보고 있다. 증인 50여명 중 40여명이 이 대표 측이 아닌 검찰 측에서 신청한 증인들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재판을 끌면 이 대표에게도 좋은 상황”이라며 “(재판부의 유죄판결이 없으면)대표직을 내려놓은 명분이 생기지 않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검찰도 이를 알지만 속도보다는 정교함에 초점을 두고 재판을 준비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 측과 검찰이 신청한 증인 중에는 김 전 처장의 유족, 유 전 본부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민용 변호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올라가는
입꼬리

법조계 관계자는 “(증인들)대부분이 대장동 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및 성남 FC 의혹 등에도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인물들로 주요 증인이기도 하다”며 “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증인들의 출석 스케줄을 조율하는 데도 버거움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나 저렇게나 재판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판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 대표의 입꼬리는 올라가고 있다. 재판 관련 뉴스에 여론이 더 이상 동요하지 않는 데다 본인의 임기를 계속 채울 수 있어 영향력을 잃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파기환송심까지 염두한다면, 이 대표에 대한 최종 판결을 수년 뒤에나 나올 전망이다.


<ingyu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재판 패배 시 400억원 물어내야?

재판에 지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만 큰일 나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입장서도 그의 패소는 중대한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벌금 100만원형 이상을 선고받는다면, 민주당이 지난 대선서 보조받은 434억원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은 여의도에 위치한 민주당 당사 건물을 팔아도 마련하기 힘든 금액이다.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관계자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서 “선거법에 당선되지 않은 사람에 대해서도 선거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비용을 반환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공공연하게 알린 바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빠져나갈 구멍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선 비용을 반환했던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보전한 선거비용을 반환토록 하는 것에 다양한 법 적용 방법과 해석이 들어가 법정서 다툴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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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