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안 보이더니…” <나는솔로> 13기 순자 돌싱 논란

SNS에 “광수·제작진·시청자 분들께 깊이 사죄”
제작진 검증 시스템 부실 논란 및 폐지 주장도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ENA‧SBS플러스 예능프로그램 <나는솔로> 13기 출연자 ‘순자’가 지난 6일, 자신을 둘러싼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로 ‘이혼한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 논란’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솔로> 13기, 광수님,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순자는 “결혼 전제 프로그램인 <나는솔로>에 출연 신청을 하면서 배우자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혼인했던 이력을 숨겼다”며 “내 이기심과 짧은 생각으로 일반 기수로 출연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죄를 드리기에는 이미 많이 늦은 시점이지만 지금이라도 모두에게 진실을 직접 말씀드리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전에 제작진분들께서 공개적인 사죄의 기회를 주셨었지만 내 이기심으로 모두 놓쳤고, 그동안 난 통편집의 사유를 모르는 척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13기 광수님은 저로 인해 시청자 분들에게 매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셨고 가슴에 큰 상처까지 받으셨다. 어떤 말이나 행동도 상처 받은 분들의 고통을 덜어 줄 수 없겠지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다”고 광수에게 사과했다.

순자의 이 같은 사과에 대해 커플로 맺어졌던 광수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사과를 접한 한 누리꾼은 “정중한 척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거짓말을 했고 잘 속였는데 들켜서 이렇게 글을 쓰니까 내 주변에 피해주지 마라고 하느냐”며 일침을 날렸다.

“사과는 사과고, 자기 주변에 피해를 주지 말라는 얘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저런 문제 하나 발견했다고 회사나 전 배우자 SNS에 찾아가 난리치는 사람들이 문제”라는 댓글에는 “난리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자기 이기심으로 거짓말 하고 방송 관계자, 시청자까지 전부 농락한 게 된다”며 “그 정도 책임질 생각도 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다른 누리꾼은 “저렇게 똑똑한 사람이 속인다고 속여질 거라고 생각한 게 참 어이없다”면서도 “컴퓨터공학 전공자라면 이 세상에 숨길 수 있는 데이터가 거의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알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이런 걸 헛똑똑이라고 하는 건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라며 “세상을 너무 우습게 본 것 같다”고 탄식했다.

온라인 일각에선 <나는솔로> 출연자들의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학폭 가해자나 프로그램 취지에 전혀 맞지 않는 솔로가 아닌 ‘유부남’ 또는 ‘유부녀’가 출연하거나 과거 결혼 이력을 속이고 출연하면서 논란이 제기됐던 탓이다.

또 일부 남성 출연자들이 여성 출연자들을 상대로 도가 지나친 무례한 발언과 언행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4기에 출연했던 출연자 정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출연 후 대학병원을 다니며 심리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등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폭로했다.

당시 누리꾼들 사이에선 “출연진의 도를 넘는 언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적절한 선에서 하도록 개입해 유도했어야 했다” “사전에 출연자를 잘 선택하지 못한 것 같다” 등의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 해당 논란으로 인해 <나는솔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조치’를 받았다.


9기에선 남규홍 PD의 여성 출연자 직업 비하 발언이 뭇매를 맞기도 했다.

남 PD는 광고기획자(AE)라는 여성 출연자 옥순에게 “따까리”라는 표현을 썼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남 PD는 옥순과의 사전 인터뷰서 “어떻게 보면 ‘따까리’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시 자막은 ‘따까리’ 대신 ‘심부름꾼’으로 순화돼 방송됐다. 해당 발언에 대해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죠”라고 대꾸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엔 광고업계 종사자들의 직업을 비하했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유튜브, wavve 등 OTT에 제공되는 영상엔 해당 구간이 삭제됐다.

남 PD는 “제작진이 농담하거나 과하게 제스처하는 게 있는데 시청자들을 언짢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전 인터뷰가 길게 나갈 거라 생각을 하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며 “광고인들한테 큰 잘못을 한 건 인정을 한다. 앞으로 주의하고 신중하게 처신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11기에는 남성 출연자가 파혼 직후 <나는솔로>에 출연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회차에 상철은 영숙과 최종 커플에 골인하는 데 성공했으나 연인으로까지 발전하지 않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11기 첫 회 방송부터 전 여자친구와 파혼하자마자 출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사실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파혼 논란’에 대해 당사자였던 영숙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결별 이유는 파혼 때문이 아니며 소개팅 어플 메시지를 통한 양다리 문제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13기는 지난 5일, 최종 선택서 여섯 남녀 중 다섯 명의 커플이 탄생하며 역대급 대미를 장식했다.

하지만 4회 차부터 순자와 광수의 데이트 장면이나 대화 내용이 방송에 전혀 나오지 않았고 시청자들 사이에선 ‘결혼설’ ‘중도하차설’ 등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은 14기 회차 방송이 종료될 무렵, 당사자인 순자가 직접 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순자 외에도 남성 출연자 상철이 고교 시절의 학폭 의혹이 온라인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해당 논란에 대해 상철은 별 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순자·광수 통편집 논란으로 자연스레 잊혀졌다.

무엇보다 이번 13기 순자 돌싱 출연 논란은 제작진의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추후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처럼 <나는솔로>발 각종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폐지해야 한다는 ‘폐지론’ 주장도 들린다.

<나는솔로>는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으로, 출연자끼리의 결혼 성사율은 약 5.88%로 1년에 대략 세 커플 정도가 결혼에 골인하는 셈이다(14기 기준). 지난 2월6일부터 5일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2.6%서 3.0%로 집계됐다(수도권 기준).

일각에선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반인들을 제대로 검증하기는 여건상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존재한다. 예컨대 예능 제작진이 출연자들에게 ▲범죄경력조회서 ▲건강진단서 ▲학교졸업증명서 ▲생활기록부 등 지나칠 수도 있는 개인 증빙서류들을 요구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흥미(시청률) 위주의 예능프로그램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것도 매서운 시청자들이 있는 만큼 예전 같지 않은 게 현실”이라면서도 “온갖 서류들을 제출해야 한다고 한다면 논란 요소는 사라지겠지만 과연 어떤 일반인들이 출연하려 할 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다른 일각에선 개인 출연자가 제작진을 속이면서 출연을 강행한 것이지만 결국 책임에 따른 사과는 출연진에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제작진이 직접 나서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십~수백명의 출연 신청자들 중 옥석을 가려 선택한 것은 출연자 개인의 선택이 아닌 결국 제작진의 몫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결국 출연진이 자신의 과거 이력을 미리 밝히지 않은 잘못보다 이를 걸러내지 못한 제작진의 검증 시스템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추후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경우 프로그램 폐지론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는 13기 순자 인스타그램 전문이다.

<나는솔로> 13기, 광수님,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죄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3기 순자 한소영입니다.


저는 결혼 전제 프로그램인 <나는솔로>에 출연 신청을 하면서 배우자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혼인했던 이력(2016.04)을 숨겼습니다. 저의 이기심과 짧은 생각으로 일반 기수로 출연 신청했습니다.

사죄를 드리기에는 이미 많이 늦은 시점이지만 지금이라도 모두에게 진실을 직접 말씀드리고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이전에 제작진 분들께서 저에게 공개적인 사죄의 기회를 주셨었지만 제 이기심으로 모두 놓쳤고, 그 동안 저는 통편집의 사유를 모르는 척 해왔습니다.

저로 인해서 <나는솔로> 제작진은 물론 13기 출연자분들께 큰 피해를 입혀드려서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특히 13기 광수님은 저로 인해 시청자 분들에게 매력을 모두 보여주지 못하셨고 가슴에 큰 상처까지 받으셨습니다.

그 동안 13기 순자 한소영을 응원해주셨던 분들께도 깊이 사과드립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도 상처받은 분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겠지만 평생 사죄하는 마음으로 반성하며 살겠습니다.

송구스럽지만 염치불구하고 두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저의 소속 회사는 제가 저지른 일과는 무관하므로 가급적 저와 연관지어 언급하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과거 사진에 나온 그분도 저로 인해 피해를 보고 계시므로 함께 나온 사진은 사용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립니다.


한소영 드림
 

<pmw@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