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퍼주고 까인 윤석열정부 후폭풍

수출, 역사, 독도… 다 뺏기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분명 ‘가는 말’은 고왔다. 윤석열정부는 ‘오는 말’도 고울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일본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이후에도 태도 변화가 없다. 교역 정상화는 요원하다. 역사관과 영유권 인식은 여전히 퇴행적이다. 과거에 멈춘 일본 탓에 난감한 건 “미래로 가자”던 윤정부다. 국민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야당도 총공세에 나선 형국이다.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는 평가가 한일 양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서도 공통되게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일관계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가 됐고 국제관계서도 주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일본인 마음을 여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지 않았나 생각한다.”

밝은 미래
어디로?

지난달 19일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이같이 자평했다. 대통령실이 그린 ‘밝은 미래’는 불과 아흐레 만에 그 색이 바랬다. 지난달 28일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통과한 초등학교 역사 교과서 내용이 알려지면서다.

일본의 한반도 가해 역사에 관한 기술 일부가 개악됐다. 해당 교과서들은 내년부터 사용될 예정이다.

개정 교과서에선 조선·한국인이 겪은 고통에 관한 서술이 대거 삭제됐다. 이를테면 ‘일본문교출판’의 2019년 검정 교과서는 임진왜란을 설명한 대목에서 “조선 국토가 황폐해지고, 많은 조선인이 희생됐다”고 적었다.


반면 이번에는 “천하(일본)통일을 달성한 히데요시는 다음으로 중국(당시 명)을 정복하려고 두 차례에 걸쳐 중국을 따르고 있던 조선에 대군을 보냈다. 그러나 조선서 전쟁이 잘 진행되지 않아 큰 피해가 날 뿐이었다”고 서술했다.

과거엔 ‘피침략자’인 조선의 피해 상황에 주안점을 뒀지만, 이번엔 ‘침략자’인 왜군 피해에 초점을 맞춰 내용을 작성한 셈이다. 가해 사실을 부정·희석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풀이가 나온다. 

한일 강제병합, 태평양전쟁 등 일본의 치부로 여겨지는 근현대사에서는 더 많은 내용이 삭제·변경됐다.

앞서 ‘도쿄서적’은 한일 강제병합 과정을 두고 “식민지가 된 조선의 학교에선 일본어 교육이 시작되는 한편, 조선의 역사는 가르치지 않아 사람들의 자긍심이 깊이 상처받게 됐다”고 기술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어 교육이 시작되는 한편,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됐다”고 비교적 간략히 적었다. 조선인의 민족적 상실감을 직접 언급한 부분이 빠졌다. 도쿄서적은 시장 점유율 과반을 차지한 출판사다. 

일 교과서 역사 왜곡 강화…“뒤통수” 비판 
독도 영유권 주장도 한술 더…외교부 항의

일본문교출판은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에 관한 기술 내용을 삭제했다. 이외에도 출판사들은 전쟁기간 자행된 조선인 징병과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순화된 표현을 다수 채택했다.


반면 이들은 독도 영유권 주장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한 입장을 담았다. 기존에 독도를 ‘일본 영토’나 ‘일본 고유영토’로 섞어 지칭하던 것을 이번에 ‘일본 고유영토’로 통일했다.

일본문교출판은 6학년 사회 교과서(2019년 검정본)에서 ‘일본 영토’라고 적었지만, 이번에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수정했다. 이는 ‘독도는 역사상 한 번도 다른 나라 영토였던 적이 없다’는 일본 정부의 억지 주장이 더욱 명확히 관철된 결과다.

실제로 출판사 측은 수정 배경으로 “(일본 영토란 표현을)아동이 오해할 우려가 있어 ‘고유’란 표현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관련 시각자료의 활용도 늘었다. 독도를 일본 지도에 포함시키는 방식이 주로 활용됐다.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기하고,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영해에 끼워 넣었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에 경계선을 긋기도 했다.

자화자찬
열흘 만에…

한국인의 ‘역린’과도 같은 과거사 왜곡과 독도 영유권 주장이 동시에 이뤄졌다. 그간 국내 여론의 포화 속에서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자세를 취해왔던 정부도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날 오후 외교부는 구마가이 나오키 일본 대사 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외교부는 “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이 또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독도에 대한 일본의 어떠한 주장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대통령실도 “대한민국 주권과 영토에 관해서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별도 입장을 냈다.

하지만 여론의 분노는 금세 정부 책임론으로 옮겨붙었다. 윤정부가 ‘통 큰 양보’를 하고도 일본 측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퍼주기만 하고, 받은 건 없다’는 비판이다. 며칠간 외교 성과를 자화자찬하던 여당과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도 역풍을 부추겼다.

외교 전문가들의 혹평도 잇따랐다. 강창일 전 주일대사는 지난달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일 외교에 대한 소견을 전했다.

강 전 대사는 전날 일본의 행보를 겨냥해 “화답은커녕 우리 뒤통수를 친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일본에 대해서 제대로 몰라서 잘못을 저질렀다”고 꼬집었다. 일본 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먼저 양보하는 정부 전략이 적절치 않았다는 주장이다. 

미래·주도 외치던 정부, 명분 실종에 난감
화이트리스트 복원도 요원…실리마저 놓칠라


그는 “일본 사회는 점점 더 우경화되고 있다. 그리고 자민당(일본 여당)도 그 세력들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며 “우리가 통 크게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고 했을 때, 이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렸더니 말 잘 듣는다’ 이런 식으로 인식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심하게 욕했더니 말 잘 듣더라’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그런 것(특징)을 면밀히 파악해서 대책을 냈어야 했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이 든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가 양보 명분으로 삼은 교역 규제 완화도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당초 양국은 정상회담서 교역 정상화에 뜻을 모았다. 이에 일본은 2019년 8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을 원상회복 하기로 했다.

한국 역시 같은 해 9월부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서 배제한 것을 복구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한 건 역시 취하하기로 했다. 화이트리스트는 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명단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본 측은 회담 이후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신중히 판단하겠다”고 발언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원에는 시행령 개정 등 비교적 복잡한 절차가 요구되는데, 일본은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미 복구 절차에 돌입했다. WTO 제소는 취하했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복귀 관련 고시 개정안은 지난달 23일부터 오는 12일까지 행정예고된 상태다.


정부는 이번에도 ‘선 조치 후 관찰’ 전략을 택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27일 “우리 측이 할 수 있는 조치를 우리가 먼저 하고 그다음에 일본 측이 어떤 조치를 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지난달 말처럼 또다시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보를 고수하는 정부 전략에 대한 불신도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끌까지 
믿을까

정치권에선 한일관계에 대한 공방이 전면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여당은 일본 정부의 행보를 규탄하며 ‘정부 책임 덜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야당은 국정조사까지 꺼내 들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서 열린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 교과서 검정에 대한 입장을 내비쳤다. 주 원내대표는 “일본의 잘못”이라며 “그게 무슨 한일정상회담 결과가 잘못돼 그렇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회의서 “역사 왜곡은 한일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일 정상회담으로 양국이 관계 정상화에 물꼬를 텄는데,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에 찬물을 끼얹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송 부대표는 “일본은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역사적 결단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비판에 초점을 맞췄다.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즉각 일본에 사과를 촉구해야 한다”는 논리로 정부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경남 보궐선거 지원 유세에 참석해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과서에 쓴다고 해도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말했던 대통령이 있었다”며 “이번에도 독도 이야기를 상대방은 했다는데 이쪽은 감감무소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교과서에 싣는다고 하면 ‘무슨 소리하냐’고 박차고 나와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 대통령 아니냐”고 반문했다.

여 “일본 규탄” 야 “굴종 외교”
한일 정상회담 성과 다시 도마 위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윤 대통령이 피해 당사자, 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릅써가며 독단과 오만으로 강행한 강제동원 제3자 배상 굴욕안의 대가가 바로 이것이었느냐”고 따져 물었고, 박성준 대변인은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주장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인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여당 지도부는 더욱 한심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한일정상회담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의 굴종외교를 감싸기에 급급하다”면서 “윤 대통령은 일본의 적반하장에 대해 어찌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고 논평했다.

민주당은 한일 외교 전반에 걸친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29일 ‘일제 강제동원 굴욕 해법 및 굴종적 한일정상회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정조사 범위로는 ▲제3자 변제안과 구상권 포기 과정 문제 ▲방일 중 독도·위안부 문제 거론 여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제한 조치 해제 요구 여부 ▲WTO(세계무역기구) 제소 철회 과정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문제 ▲화이트리스트 복원 이유 등이 거론됐다.

민주당은 국정조사와 동시에 관련 상임위서 개별·합동 청문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안팎으로 수세에 몰린 정부에게, 전문가는 ‘강단 있는 대응’과 ‘새로운 대책 모색’을 돌파구로 제시한다. 

강 전 대사는 “통 큰 양보만 계속하는 정부이니까 (이번에도)아무 문제 안 삼을 줄 알았는데 어저께 초치한 건 잘했다”며 “이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윤석열정부가 가다듬고 새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 설마∼”
감싸기 급급

그는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근린제국조항’ 부활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린제국조항은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관계에 관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에는 국제 이해와 국제 협조의 견지서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기준 규정이다. 

일본의 역사 왜곡 자체 검열을 이끌어낼 조항으로 불렸지만, 현재는 일본 강경보수파의 반발로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윤 대통령 요청에 따라 해당 조항이 부활한다면, 성난 국내 여론의 반발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후쿠시마 오염수 이해” 일본 보도 진실은?

일본의 한 언론이 지난달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며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반면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오보”라면서 논란 차단에 나섰다.

이달 일본 <교도통신>은 한일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방일 중이던 윤 대통령과 스가 전 총리의 접견에 동석한 누카가 후키시로 전 일한의원연맹 회장이 한국 정부에 오염수 방류에 대한 이해와 2011년 원전 사고 이후 시행해온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보도에서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전 정권은 이해하는 것을 피해온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 국민의 이해를 구해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해당 보도가 국내로도 전해지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근거 없는 오보”라고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지난달 30일 MBC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일본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일 간 정서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과학적 조사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일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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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