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국과수’ 검시제도 토론회 가보니…

오늘도 이태원 유가족은 울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제도개선이냐, 인력 충원이냐’. 법의학계의 바람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의외로 컸다.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검시제도가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각계의 시각차만 드러냈을 뿐 논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선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 제정 촉구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을 손질해 재발의하는 데 각계 의견을 모은다는 취지로 진행됐다.

3번째 자리

김장한 대한법의학회 회장과 서중석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원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이후 김천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나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 법의학교실 교수, 배효성 한국법제연구원 규제법제연구센터 박사, 양경무 국과수 법의학부 부장을 비롯해 경찰청, 법무부,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토론에 참여했다. 

법의학계는 이미 20년 가까이 검시제도 개선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왔다. 현행법은 검시 과정에 법의학자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22조(변사자의 검시)에 따르면 변사자 또는 변사의 의심있는 사체가 있는 때에는 그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검찰청 검사가 검시해야 한다. 검시의 주체가 검사인 셈이다.

검시는 변사자가 발생한 현장의 모든 것을 조사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변사자의 사인이 모호할 때 일어난다. 사인이 뚜렷하면 장례를 치르거나 부검을 하는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면 된다. 하지만 사인이 불분명할 경우 검안의의 판단에 따라 이후 상황이 진행된다.


변사사건서 발급되는 ‘시체검안서’가 변사자의 마지막을 결정한다. 검안의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법의학계서 요구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검시 과정에 ‘죽음 전문가’를 투입하자는 것. 검시 과정에서 ‘놓치는 죽음’을 최소화하자는 취지다.

김장한 회장은 “이미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다. 2060년이면 사망자 수가 70만명에 달한다.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법안 재발의 위한 의견 청취
법의학계 “현행 제도 하에서”

김 회장은 “변사 이전 단계서 사인을 정확하게 밝히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는 부검율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현재는 검시 과정에서 사인을 분명하게 파악해 부검율을 낮추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변사자를 부검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니 사인 판명에 집중해 부검대로 올라오는 사체를 줄이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중석 전 국과수 원장은 검시제도 개선을 최전방서 외쳐온 법의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2005년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시를 행할 자의 자격 및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 자료서도 서 전 원장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그때부터로 계산해도 20년 가까이 검시제도 관련 법 제정에 매달린 셈이다. 

서 전 원장은 “과거 국과수 법의관은 미국의 법의관 제도와 같이 법의관이 검시 현장을 책임지고 운영해보길 강력히 희망했다. 하지만 형사소송법 제222조(변사자의 검시)는 변하지 않았고 법의학은 고사 위기에 놓여있다. 법의학자나 국가수 법의관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이미 한계에 다달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의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깨지고 부서진 경험이 있는 터라 기대치 자체가 낮은 듯한 모습이었다. 서 전 원장은 과거의 주장에서 한 발 이상 물러나 재발의될 법안에 법의관 육성만이라도 확실히 담겼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냈다.

일단 총론으로 법안부터 마련하고 각론에 대해서는 추후 시행령 등을 통해 조정하자는 주장이다. 

실제 검시제도 관련 법안은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총 7번 발의됐다. 하지만 윤호중 민주당 의원의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부터 진선미 의원의 ‘검시를 위한 법의관 자격 및 직무에 관한 법률안’까지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중 진 의원 법안을 제외한 6건은 모두 ‘임기 만료 폐기’ 수순을 밟았다. 

실제 검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입장 차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의 대표 발의 의원을 봐도 여야를 넘나든다. 그럼에도 법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로는 검시제도가 여러 정부부처와 관련돼있다는 점을 꼽는다.

제도개선이냐 인력 충원이냐
국과수 법의관 매년 정원 미달

법무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법안이 통과되려면 조율해야 부분이 산더미다. 

여기에 제도개선과 인력 충원이라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의도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 검시제도의 법제화가 우선인지, 인력을 늘리는 게 우선인지를 두고 법의학계 내부서도 말이 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일단 사람이 있어야 제도개선도 이뤄지지 않겠냐는 입장과 제도를 개선해야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입장이 분분하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법무부 관계자는 검시제도 개선에 앞서 법의학자, 법의관 양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과수 법의관은 정원을 채운 적이 많지 않다. 올해 1월 기준 국과수 법의관 정원은 51명이지만 33명만 근무하고 있다. 사회가 발달하고 사망자 수가 늘어나면서 부검이 필요한 경우는 늘고 있는데 인력은 늘 미달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은퇴한 법의관이 객원 법의관으로 임명돼 지방연구소에 투입되는 실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유성호 교수는 부검 일정 때문에 토론회 시작 전에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김천수 좌장이 “현재 법의학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설명했을 정도다. 다른 일정을 이유로 부검 일정을 미룰 수 없는 정도의 상태라는 것이다.

진 의원은 20대에 이어 21대 국회 들어서도 검시제도 관련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재발의를 위한 이번 토론회까지 각계각층의 입장을 모으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도 벌써 세 번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인사들 가운데 몇몇은 세 번 모두 자리했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서도 논의는 공전을 거듭했다. 

법의학계의 요구사항은 대폭 줄어들었지만 각 부처마다의 입장은 공고했고 변화는 요원했다. 한동안 잊혔던 검시제도 관련 논란이 다시금 불거진 것은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고부터다. 서울 한복판에서 158명이 사망하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대량재해를 대하는 정부의 대처는 ‘아마추어’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른바 죽음 전문가로 불리는 법의학자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같은 멤버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질의 시간에 울분을 터트렸다. 사고 이후 딸의 시신을 확인하는 과정서 겪은 참담한 경험을 말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은 정부의 입장을 요구했지만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법의학자는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 존재하지도 않았다. 검시제도의 민낯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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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