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천대받는 공무원 현실

왕이 하인 대하듯 ‘깨진 철밥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람이 열풍으로 변했다가 광풍으로 커진 뒤 미풍으로 가라앉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들어가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과 반비례해 안에 있던 사람이 밖으로 나오는 것은 늘었다. 문제는 ‘죽어서’ 나오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한국 사회는 더 이상 ‘공무원의 나라’가 아니다.

최근 ‘공무원’과 ‘극단적 선택’이 제목에 엮인 보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당장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면 지난 22일에도 새내기 공무원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확인된다.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됐다. 사망한 공무원은 충북도청 소속으로 지난해 7급으로 임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티기

공무원은 한때 ‘신의 직업’으로 불렸다. 경제 위기로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정년 보장’이라는 메리트로 각광받았다. ‘철밥통’이라는 멸칭으로 불리긴 했지만 이르면 40대부터 ‘희망퇴직’을 받는 사기업과 비교해 안정성 부분에 있어서는 가점이 주어졌다.

서울 노량진 등 학원가를 중심으로 공시(공무원 시험) 열풍이 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 공무원 열풍은 이제 미풍으로 변했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 평균 경쟁률이 31년 만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인사혁신처는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접수 결과 5326명 선발에 12만1526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22.8대 1의 경쟁률이다. 이 수치는 1992년 19.2대 1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다.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이 30대 1을 밑돈 해는 1992년과 지난해 그리고 올해뿐이다.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2011년 93.3대 1까지 치솟았다가 꾸준히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2년 연속 30대 1 아래로 떨어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만하게 떨어지다가 이제 줄어든 채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올해 지원자 수는 지난해 16만5524명에 비해 4만3998명 감소했다. 최근 5년간 9급 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2019년 39.2대 1에서 2020년 37.2대 1, 2021년 35대 1, 지난해 29.2대 1로 매년 떨어져왔지만 전년 대비 올해처럼 큰 폭으로 낮아진 적은 없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1990년대 이전에도 경쟁률 자체는 이보다 낮은 적이 있긴 했지만 채용 인원이나 당시 채용시장 분위기가 달라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면서 “1990년대 이후로 보면 이번이 1992년 이래 최저 경쟁률이고 30대 1 밑으로 2년 연속 떨어진 적도 사실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9급 공무원 경쟁률 역대 최저
2년 연속 30대 1 미만 기록

경쟁률 하락의 이면엔 ‘경제’가 있다. 박봉의 월급이 지원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부동산, 코인,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렸다. 가상화폐 가격이 끝 모르고 올랐고 주식시장은 커졌다.

특히 집값은 고공행진을 벌였다. ‘벼락거지(상대적 빈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 등의 신조어가 생겼다. 

어떻게 해서든 내 집 마련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20~30대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집값이 끊임없이 우상향을 거듭하자 더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고 생각한 것. 그 움직임은 집값을 더욱 빠른 속도로 밀어 올렸다. 그러다 보니 근로소득이 직업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그런 관점에서 공무원은 취업준비생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었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공무원 시험 수험생을 위한 공직안내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9급 초임(1호봉) 공무원의 월 보수는 236만원(연 보수 2831만원) 수준이다. 초과근무수당·가족수당·특수업무수당 등 각종 수당을 합친 액수다. 수당을 제외하면 월 177만원이다. 7급 초임은 월평균 보수 259만원, 월 봉급액은 196만원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내놓은 <공직사회 세대 가치관 변화와 조직혁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MZ세대 공무원이 이직을 고려하는 이유로 ‘낮은 보수’를 선택한 비율이 72.4%(복수응답)에 달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5~6월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1021명을 연령별로 나눠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기성세대(1981년 이전 출생자), 밀레니얼 세대(1982~1994년 출생자), Z세대(1995~2004년 출생자) 등으로 구분했다. 1982년 이후 출생자가 MZ세대다. 

MZ세대 박봉에 ‘절레절레’
하루 새 새내기 두 명 숨져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하면 월급이 많이 오른다면서 ‘존버(끈질기게 버티다의 은어)’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제는 일정 수준까지 월급이 오르는 그 시기까지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새내기 공무원이 임용 후 얼마 되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사례가 많아졌다.

행정안전부가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에 제출한 ‘행정안전부 국가공무원 의원 면직자 현황’에 따르면 2018년 1만694명에서 2021년 1만4312명으로 자발적 퇴직자가 증가(33.8%)했다. 지방직 공무원의 경우 3610명에서 5202명으로 44% 늘었다. 자발적 퇴직자 수의 증가는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3년 미만 퇴직자 수는 2018년 5166명에서 2021년 988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정부에서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책을 내놓고 있다. 김승호 인사혁신처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설문조사 등을 분석하면 경직된 공직문화와 낮은 보수가 (저연차 퇴직자 수 증가의)주요 원인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MZ세대가 국가공무원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공직이 미래 역량과 경쟁력을 갖추려면 MZ세대가 매력을 느끼고 공감하는 공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수평, 자율, 공정, 워크 앤드 라이프 블렌딩(일과 삶의 조화)이라고 본다. 이런 특징을 반영한 공직문화 혁신과 기성세대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며 “능력에 따른 승진 기회 부여, 적극행정 즉시 보상, 저연차 공무원 처우개선 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 2명의 새내기 공무원이 세상을 떠났다. 각각 20대, 30대 공무원은 대구와 충북 청주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세종시에선 4개월 새 공무원 3명이 연이어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신의 직장?

공무원은 이제 더 이상 MZ세대의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 경쟁을 거쳐 임용돼도 미련 없이 털고 나올 수 있는 직업이 돼버렸다. 그마저도 어려운 이들은 세상을 등지는 방식으로 공무원의 현실을 알렸다.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해 책임을 진다‘고 명시했다. 국민을 위한 봉사자가 죽어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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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