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맴도는 수사 내막

‘하는 척’ 제자리 뱅뱅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지 6개월이 돼간다. 특별수사본부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서울서부지검이 보완수사를 시작한 지도 어느 덧 두 달이 흘렀다. 유가족들은 서울시청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한 이후 서울시와의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의 성과도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평가되면서 국민적 관심도 멀어졌다.

서울서부지검은 별도의 수사팀을 꾸릴 정도로 ‘10·29 이태원 참사’ 수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안전사고 전문 검사를 투입할 정도였다. 그러나 특별수사본부와 큰 차이가 없는 형국이다. 윗선을 겨냥해 두 달 넘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혐의 입증에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결국 특수본과 비슷한 결말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타는
유가족

서부지검은 특수본으로부터 이태원 참사 사건을 송치받은 지 두 달이 지났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등을 대상으로 2차례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지금까지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는 없었다. “수사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수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앞서 지난 1월 서부지검은 이태원 참사 관련 별도 수사팀을 형사3부(김창수 부장검사)에 꾸려 이태원 참사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 수사팀은 변필건 서부지검 차장검사가 직접 지휘하고 한석리 검사장이 직접 보고를 받는 체제로 알려졌다. 수사 실무 책임은 대형 참사 수사 전문가인 최정민 검사(부부장급)가 맡았다.

검찰은 특수본 수사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보고 보완수사를 착수한 만큼 유가족들은 윗선 수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이에 검찰은 서울청에 대해 지난 1월10일과 18일, 26일까지 세 차례 압수수색에 나섰고 18일과 26일 압수수색 당시엔 김 청장 집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김 청장에 대한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특수본처럼 난항에 빠진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우선 검찰은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보고서 삭제’ 사건을 통해 윗선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사건과 관련해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등은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서부지검, 윗선 겨냥 두달…혐의 입증 난항
이상민·윤희근 수면 아래로…‘감감무소식’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전달받은 박 전 부장 등의 추가 기소 공소장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과 서울청 정보부,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유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적혀 있다.

김 청장은 지난해 10월17일과 같은 달 24일, 서울청 각부 부장과 산하 경찰서장들과 화상회의에서 이태원과 홍대, 강남 등지를 중심으로 밀집이 예상되는 핼러윈데이 인파에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특수본이 지난 1월, 김 청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할 당시 박 전 부장 등의 보고서 삭제에 개입한 혐의는 빠졌다.

공소장에는 박 전 부장 등이 정보관리체계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을 통해 전국 정보 담당 경찰관들에게 실시간으로 보고받는다고 나와 있다.

또 SRI(특별첩보요구·Special Requirement of intelligence)로 상급청 정보조직이 일선에 자료를 수집하도록 하고 일선은 보고서를 회신해 다시 상급자에 보고하는 구조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참사 직전에도 핼러윈 보고서들이 하달·회신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이었던 조지호 현 경찰청 차장(치안정감)도 수사선상에 올라갈 수 있다. ‘피라미드형’ 조직체계를 갖춰 유기적·체계적으로 정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만큼, 조 차장까지 핼러윈 보고서가 올라갔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과관계
미스터리

우선 검찰은 김 청장의 보고서 삭제 의혹부터 집중적으로 파악 중이다. 핼러윈 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과정에 김 청장이 개입했는지 파악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이임재 전 용산서장(총경)과 참사 당일 기동대 파견 요청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다만 검찰은 이 전 서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상부 기관에 경비기동대 지원을 직접 요청하거나 지원 요청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고 결론냈다.

김 청장이 기소되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직 서울청장이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은 부담이 크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참사 당일 지하철 ‘무정차 논란’에 휩싸였던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지난 3일 서부지검은 송은영 이태원역장과 이권수 전 동묘영업사업소장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형사책임 인정에 필요한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하철역의 안전을 최우선 업무로 담당하는 이들이 역내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무정차 조처를 해야 한다고 보기 어렵고, 지하철 밖의 압사 사고에 대한 예견 가능성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예정된
무혐의?

또 “무정차 요청에 대한 이태원역장과 용산경찰서 관계자 등의 진술이 상반되나 다른 행사 때와 같은 유관기관의 무정차 요청 사전공문 발송이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에 대해서는 본인의 사고 현장 도착시간을 직원에게 허위로 기재하도록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 소장은 직원을 통해 서울시 전자문서시스템 전자문서 총 5건에 허위 사실을 입력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소방과 경찰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힘이 빠진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기소되지 않은 피의자들의 혐의를 다지는 동시에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수사기록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으나 같은 혐의를 받았던 공무원들의 무혐의 처분이 걸림돌이다.

검찰도 업무상과실사·상 혐의 입증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수본도 과거 2개 이상의 구에서 중첩적으로 재난이 발생하지 않는 한, 용산구의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오세훈 서울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을 모두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정무적·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리에 따른 책임만을 물은 것이다.

법조계 “특수본과 비슷한 결말”
공무원들 잇단 무혐의가 예고편

이로 인해 지난 1월 정치권에서 가라앉았던 ‘이태원 참사 특검’이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특검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돼야 하는데 법사위 위원장이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라 처리 가능성이 낮다는 게 현실이다.

패스트트랙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이 역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의 반대가 심하다. 설령 국회 본회의 문턱을 통과하더라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야권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도 “검찰 수사가 추가로 이어지고 있다”며 “상습적으로 특검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통과된다고 해도 특별검사 선임과 구성 등 물리적으로 3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실성있는 논의가 먼저 이뤄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7일, 국회 도서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각 정당에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원내 정당들에 특별법 초안을 송부했다. 정당 간 협의를 통해 신속하게 발의하고 여야 합의로 제정해달라”며 “참사의 구조적 원인 규명과 행정적 책임 소재 규명,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위해 독립적 진상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또 ▲조사기구 독립성 보장 및 유가족에 조사위원 추천권 부여 ▲조사권·고발 및 수사 요청권·청문회·특검 요구권 등 부여 ▲자료 미제출 및 허위 자료 제출 시 형사처벌 등이 특별법에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 불씨
살아날까?

최희천 아시아안전교육진흥원 연구소장은 “인파 사고 위험의 사전 인지 여부, 희생자들이 골목에 갇히게 되기까지의 과정, 당일 현장의 인력 배치 문제 등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국정조사에서 책임자들 위주로 답변이 이뤄져 추측성 답변과 원론적 답변이 많다”며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충분한 숫자의 담당자들에게 확인해야 하고, 객관적 실체 확인을 위해 검증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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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