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의 전쟁’ 윤석열정부 속사정

건폭 잡도리 칼 빼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의 작심발언에 경찰이 발을 맞추고 있다. 그물망을 펼쳐 바닥을 먼저 훑은 뒤 대어를 잡는 방식이다. 경찰은 건설노조를 넘어 민주노총을 겨냥하고 있다. 윗선으로 향하는 경찰 수사에 대형 노조도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특정 집단이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있다. 문재인정부에서는 검찰이었다. 검찰개혁을 목표로 삼고 임기 내내 권한 줄이기에 몰두했다. 윤석열정부는 노조를 그 대상으로 삼은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언급한 부분이 현실화되고 있다. 

현장부터

#. “강성노조를 친위부대로 내세운 운동권 패거리 집단.” “전체 근로자의 4%밖에 안 되는 강성노조 산하의 노동자만 보호하고 그들의 이익만 챙기는 정권이 전체 노동자를 위한 정권이라고 할 수 있느냐.”(지난해 3월5일 충북 제천 유세 현장)

#. “직무 중심, 성과급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과 귀족노조와 타협해 연공서열 시스템에 매몰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차별화돼야 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비정상적인 폐단을 바로잡고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1월1일 신년사)

#. “임기 내 건설 현장의 갈취‧폭력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 “아직도 건설 현장에서는 강성 기득권 노동조합이 금품 요구, 채용 강요, 공사방해와 같은 불법행위를 공공연하게 자행하고 있다.” “폭력과 불법을 보고도 방치한다면 국가라고 할 수 없다.”(지난달 21일 국무회의)


윤 대통령은 노조와 관련해 시종일관 같은 메시지를 내고 있다. 노조 가운데 일부를 ‘강성노조’ ‘귀족노조’로 규정짓고 이들의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미다.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라는 신조어도 만들었다. 그러면서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의 법치를 확고히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의지에 경찰이 나섰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번 달까지 3개월 동안 경찰은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을 진행해 총 581건에 대해 2863명을 단속, 29명을 구속했다. 

유형별로는 ▲전임비, 월례비 등 각종 명목의 금품 갈취 2153명(75.2%) ▲건설현장 출입 방해, 작업 거부 등 업무방해 302명(10.5%) ▲소속 단체원 채용 및 장비 사용 강요 284명(9.9%) 등이다. 구속된 29명은 금품 갈취(21명), 채용 및 장비 강요(4명), 업무방해(3명), 폭행·협박 등 폭력행위(1명) 등의 혐의를 받았다.

대선후보 때부터 언급
대대적 단속 나선 경찰

전체 단속 인원 중 77%가량이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이었고 23%는 군소노조 또는 환경단체, 지역 협의단체 등 기타 노조·단체 소속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일부 단체가 건설 현장에서 안전이나 외국인 불법 고용 문제를 무기 삼아 갈취를 일삼는 행태가 고착화된 것을 확인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전·현직 폭력조직 가담자가 형식적으로 노조에 가입한 후 건설현장의 각종 이권에 개입해 돈을 갈취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각종 폭력적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례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폭을 ‘반드시 근절해야 할 적폐’로 규정했다. 경찰이 나서서 불법과 무질서를 뿌리 뽑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장까지 나선 건폭 단속이 윗선으로 향하고 있다. 표적이 된 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이른바 양대 노총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지난 14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도권북부지역본부의 서울 아현동 사무실과 김모 본부장, 수도권북부지역본부 산하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문모 사무국장의 주거지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월 양대 노총을 포함한 전국 건설노조 14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추가 조치다. 

경찰은 지난 10일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서남지대장 우모씨 등 전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 3명에게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공동강요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4일 ‘증거인멸’을 염려해 우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나머지 2명의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강동구 아파트 신축 현장 등 서울 일대 공사장에서 건설업체 관계자에게 조합원 채용을 강요했다. 여기에 노조 전임비, 단협비 등의 명목으로 약 1억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어낸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의 압수수색과 민주노총 전 간부의 구속이 맞물리면서 윗선 수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압수수색은 상급 조직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돈 문제 건들고
법 개정 노린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구속자는 2명에 불과하다”며 “실제 불법행위는 조폭이나 노조를 사칭한 자에 의해 자행됐는데 마치 양대 노총, 특히 민주노총이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대한 정부의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노조의 가장 민감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회계’ 문제에 칼을 대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노조 회계의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밝힌 바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제14조와 제27조에 근거해 점검 대상 노조 319곳에 회계 장부 비치 여부와 관련한 자율점검 결과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노조법 14조에 따르면 노조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사무소에 비치해야 한다. 또 27조는 ‘노조는 행정 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출 시한까지 정부의 요구에 따라 제출한 노조는 120곳에 그쳤다. 대다수는 고용부에서 요구한 장부 표지만 제출하거나 자료 자체를 아예 제출하지 않았다. 시정기간 14일이 지난 이후에도 86곳(26.9%)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급단체별로 보면 민주노총 점검 대상 64곳 중 자료를 제출한 곳은 23곳(37.1%)에 그쳤다. 한국노총 79.1%(141곳)과 비교해 적은 수치다. 고용부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86곳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법에 따르면 사전통지 이후 의견 제출 기간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된다. 

윗선까지


여기에 정부와 여당이 노조 회계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노동조합원의 절반 이상의 요구가 있거나 노조 내 횡령·배임 등의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회계를 공개하도록 한 것. 윤 대통령이 방향성을 제시하고 경찰과 여당이 발을 맞추면서 노동개혁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는 모양새다.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강대강 대치가 계속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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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