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땅따먹기’ 화성시 공장 도로,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3.09 09:10:12
  • 호수 1417호
  • 댓글 1개

농지 위로 화물차 왔다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농업진흥구역은 과거 ‘절대농지’라고 불렸다. 그만큼 농업진흥구역 땅은 무조건 농지로만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도 화성시의 한 자동차공장은 농업진흥구역 땅을 화물 도로로 사용했다. 이는 엄연한 불법용도변경이다. 이미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진 적 있지만, ‘인근 주민 사용’ ‘20년 동안 도로 사용’이라는 이유로 원상복구는 취소됐다. 하지만 도로를 사용하는 주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 화성시는 제조업이 발달해 전국에서 손꼽히는 산업도시다. 제조업체 종사자는 22만5260여명으로 경기도 전체 제조업체 종사자의 17.3%를 차지해 31개 시·군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다. 이곳에 위치한 주요 기업 중에는 우정읍 매향리에 자리한 자동차 전문 A사의 공장(이하 화성공장)이 있다.

여의도 면적
20년간 사용

화성공장은 여의도 면적의 1.3배(약 100만평)에 달하는 세계적 규모의 자동차 공장으로 1989년에 완공됐다. 1997년에는 경기도 화성 3공장을 준공했고, 지난 1월18일 신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A사의 지난해 7월, 전년 국내 판매 실적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6.6% 증가한 5만1355대를 판매했다. 해외에서는 20만6548대를 판매했다.

지난달 국산 자동차 판매 실적은 현대자동차가 5만5182로 38.4%, A사는 5만536대로 42.0%에 달했다. 제네시스(1만5205대) 11.6%, 쌍용자동차(5520대) 4.2%, 르노코리아 (3243대) 2.5% 순이었다.


A사가 항상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 때는 회사 정리 절차를 끝냈고, 현대자동차는 A사를 인수 우선 대상 협상자로 국제 선정 입찰에서 낙찰해 자금 체결 후 선정됐다. 당시 ‘A사 살리기 국민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이 같은 부침 이후로 A사의 성장은 ‘국난 극복의 역사’라고 언급되기도 했다. A사 사장은 “새롭게 선보인 로고는 변화와 혁신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상징한다. 미래 모빌리티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고객들의 삶에 영감을 불러일으킬 OO의 새로운 모습과 미래를 함께 지켜봐달라”고 말한 바 있다.

앞서 언급했듯 A사는 국산 자동차 판매 실적 1순위다. 이 같은 호실적에는 화성공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2년 전, 화성공장의 후문 도로를 두고 행정소송이 발생했다. 해당 도로는 도로명도 ‘A자동차로’라고 지정돼있으며 이용자는 화성공장으로 출퇴근하는 직원 및 자동차 관련 화물차 운전사다.

후문 출입문 용지 ‘농업진흥구역’
원상복구 명령했지만 법원서 취소

문제는 화성공장 후문 도로가 ‘농업진흥구역’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농지는 효율적 관리와 보전을 위해 ‘농업진흥구역’과 ‘농업보호구역’으로 나뉜다.

여기서 농업진흥구역은 농업 기반 정비사업이 시행됐거나 시행 중인 지역으로,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 연관되지 않은 용도로 토지를 사용할 수 없다. 정확히는 ▲농작물 경작 ▲다년생식물 재배 ▲고정식 온실 ▲버섯 재배 및 비닐하우스 ▲축사·곤충사육사 부속 시설 ▲간이 퇴비장 ▲농지개량 사업 ▲농막·간이 저온 저장고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지금은 농업진흥구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1996년 이전에는 ‘절대농지’라고 불렀다. 이는 농지법에 잘 기재돼있다. 농지법 제32조(용도구역에서의 행위 제한)는 ‘농업진흥구역에는 농업생산 또는 농지개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행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외에는 토지이용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정해놨다. 

여기서 말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행위는 ▲어린이 놀이터 및 마을회관 ▲농업인 주택 ▲국방·군사시설 ▲문화재 등이 있다.

즉, A사는 화성공장 후문의 농업진흥구역 땅을 도로로 바꿔 불법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 문제로 A사는 화성시 우정읍장으로부터 ‘원상복구 이행 명령’을 받은 적 있고, A사는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걸었다. 화성공장 후문의 토지 원상복구를 취소시키려는 의도였다.

딱 봐도
화물도로

A사는 판결문을 통해 “해당 땅은 농업진흥구역이 맞지만, 화성시 우정읍장은 화성시 사무위임 규칙이 아닌 화성시 사무위임 조례의 농지법상 원상회복 사무 재위임 규정을 근거로 이 사건을 처분했는데 이는 권한이 없는 자의 처분으로 하자가 중대‧명백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도로는 화성공장의 주유, 물류 도로고 인근 주민의 농업경영을 위한 농기계 등 중요 통행로로 도로 사용을 하지 못하면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 폐쇄로 전체적 물류 흐름에 큰 차질이 발생하고 인근 주민의 농업활동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며 “또 이 도로가 화성시장에게 건축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적법한 도로”라고 주장했다.

2021년 7월23일, 해당 행정소송에 대해 법원은 원고(A사)의 손을 들어줬다.

수원고등법원 제1행정부는 “A사 도로는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로 사용하고 있는데, 만약 이 도로가 폐쇄될 경우 전체 물류 흐름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화성공장은 국내 전체 자동차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생산 비중 및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 위치와 공장 구조를 따지면 A사에 경제적 손해를 끼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도로 인근에서 농지를 경작하는 농민이 사건 도로를 농지 진·출입을 위한 통행로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 사건 도로가 폐쇄될 경우 농기계를 이용한 농업경영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며 “농지법은 농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관리하는 용도인데, 폐쇄할 경우 주변 농지의 효율적 이용‧관리를 위해 적절한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고 버스 노선도 있다”고 밝혔다.

이로써 화성시의 원상복구 이행 명령은 무효가 됐다.

이 판단은 정확한 것일까? 위 판결에 따르면 화성공장 후문 출입로는 인근 주민이 드나들며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반대였다.

현장 가서 
확인해보니…


<일요시사>는 지난 1월 A사 화성공장 후문 출입문 도로에 가서 상황을 확인했다. 해당 도로는 대로변에서 화성공장 후문으로 직행하는 길로 10m 너비의 아스팔트 도로였다. 일반도로보다 폭이 훨씬 넓어 한 눈에 봐도 화물차가 쉽게 지나다닐 수 있도록 설계된 도로였다. 이 도로 주변은 모두 농지 아니면 농로였다. 

<일요시사>가 화성공장 후문 도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30분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대형 화물차들이었다. 도로에 잠시 서 있었는데도, 화물차 수십대가 계속 지나갔으며 일반 승용차는 보이지 않았다. 해당 도로를 지나는 마을버스도 있었지만 하루에 2~3대만 운행해 볼 수 없었다.

인근 주민들이 이 도로를 이용할 가능성을 살펴봤다. 3시간가량 도로에 서서 지켜봤으나 주민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으로 추정된다. 애당초 이 도로 자체는 화성공장에 물품이나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 통행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농기계가 다니는 용도로 쓰일 수 있을까? <일요시사>가 화성공장 후문에 방문한 시점은 한겨울이어서 농사를 짓는 시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농기계가 이 도로를 사용해서 농사를 짓기엔 적합해 보이지 않았다. 

화성공장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되니, 차량이 끊이지 않고 줄을 서는 행렬을 볼 수 있었다. 화물차들도 빠른 속도로 끊임없이 지나갔다. 농기계의 최고속도가 일반 승용차보다 훨씬 느리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농기계는 화성공장 직원의 출퇴근 시간에 도로를 사용할 수 없다.

또 앞뒤로 화물차량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농기계로 통행을 시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시·A사 모두 “허가 기록은 없어”
끝없는 행렬…없으면 삥 둘러가야 

화성공장은 일반 회사처럼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근무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일요시사>가 퇴근행렬 차량을 확인했던 시간은 오후 3시쯤으로, 이 시간에는 일반 승용차가 도로를 이용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인근 주민을 볼 수 없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게다가 인근 농지는 일반농로가 깔려 있어 굳이 화성공장 후문 도로를 이용하지 않아도 무방했다. 다만, 인근에 화성공장까지 이어진 농로는 존재하지 않았다. 

해당 후문 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화성공장에 진입하는 데는 약 1시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길을 잘 안다는 전제하에 승용차로 후문에서 정문까지 이동하는 데 7분 걸린다. 하지만 목적지가 후문에 가깝다면, 정문에서 후문까지 다시 돌아가야 한다. 결국 15~20분의 시간이 더 걸린다.

이마저도 길을 헤맬 경우, 두 배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일요시사> 취재진은 초행길이었던 만큼 길을 더 헤매야 했다. 정말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즉, 후문 도로 폐쇄 시 A사에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가는 것은 맞았다. 하지만 이 땅은 여전히 농업진흥구역으로 A사는 불법으로 땅을 사용하고 있고, 해당 도로가 폐쇄되더라도 인근 주민에게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도로는 A사의 편의에 따라 농업진흥구역 땅을 화물도로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화성시는 A사가 해당 도로를 공사할 때 어떤 방식으로 허가를 내준 것일까? 화성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로가 만들어진 지 시간이 많이 지났다. 현재는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어떤 방식 
허가해줬나

A사 관계자는 “이 도로는 신고와 민원이 들어와서 2019년에 원상복구 명령이 떨어져 행정소송을 했다. 20년 넘게 사용됐는데, 마을 주민이 사용하고 버스도 다닌다. 2021년 하반기에 원상복구 명령이 취소됐다”며 “그 이후로 추가 항소는 없었다. 황당한 것은 마을 주민이 민원을 넣은 것도 아니라는 점”이라며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고한 사람은 공익신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신고를 받았으니 시청은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도로를 만들 때(허가 방식은) 화성시와 어떻게 논의됐는지는 듣지 못했다. 추측해보자면 도로가 논·밭으로 돼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원래 비포장도로였지 않았나 싶다”고 답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