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뇌관’ 쌍방울 수사 히든카드

김성태 대포폰 터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가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그가 소지하고 있던 핸드폰 여러대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김 전 회장의 대포폰으로 파악된 이 핸드폰은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난제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선 물적증거가 부족한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가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 캄보디아에서 검거됐다. 박씨는 ‘김성태 그림자’ 역할을 자처하면서 김 전 회장이 수사기관에 잡히지 않도록 1년 가까이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박씨가 관리해온 대포폰으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직접 통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핸드폰 6대
내역 분석 중

이 대표의 진짜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지난달 17일 태국 국경 지역서 검거된 박씨를 지난 7일 인천공항에서 압송해 조사했다. 그는 현지 체포 당시 무려 핸드폰 6대를 소지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 중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차명 대포폰이 있다고 보고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통화내역 등을 분석 중이다.

일각에선 핸드폰을 소지한 채 검거돼 귀국한 박씨의 행보에 김 전 회장의 사전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일부러 잡혀 진술을 뒤집은 김 전 회장처럼 박씨도 송환 직전 검찰 수사 대응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박씨는 김 전 회장 등 해외로 도피하는 쌍방울 임원들의 항공권 예매 등을 지시하고,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도피할 때 함께 출국했다. 이후 박씨는 김 전 회장과 양선길 쌍방울 회장과 함께 태국서 머물며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경기도 대신 북한에 자금을 보낸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관련 뇌물 혐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 본인과 연결고리로 지목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통화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이번에 확보한 대포폰에서 이들 간 통화기록을 확보한다면 이 대표와의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대표가 앞서 김 전 회장과의 친분을 부인했지만, 검찰이 통화기록 등을 통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박씨는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포폰 중에서 김 전 회장이 쓰던 게 있다는 주장도 박씨의 수사 협조 덕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여러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또한 김 전 회장의 의중에 따라 같은 맥락의 진술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씨는 최근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만난 것을 봤느냐’ ‘체포 당시 돈과 휴대전화는 누구 것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검, 차명폰 포렌식…녹취록 증거 인정 가능성
10년 넘은 인연 비선 실세 캄보디아서 붙잡혀

김 전 회장의 매제이자 쌍방울 ‘금고지기’로 불린 전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도 이르면 조만간 국내로 압송된다. 김 전 회장과 함께 태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12월 체포된 김씨는 국내 송환을 거부하고 현지서 재판을 진행해왔는데, 벌금형을 받고 항소를 포기하면서 강제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김씨가 김 전 회장의 자금흐름을 꿰뚫고 있는 만큼 쌍방울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대북송금 자금을 자신이 세운 페이퍼컴퍼니(SPC) 두 곳에서 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쌍방울그룹 내 자금흐름과 사용처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3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긴 김 전 회장 공소장에 배임·횡령 혐의 규모를 구속영장에 적시된 4500억원보다 훨씬 적은 635억원만 적시했다.

검찰이 확보한 증거와 김 전 회장 진술만으로는 혐의를 입증하는 게 충분치 않았던 탓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나는 큰 틀의 지시만 했을 뿐 자금흐름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김씨가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대북 송금 및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이 대표 관련 혐의에 대해서도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김씨 조사를 통해 ▲대북 송금에 사용된 800만달러(약 98억원) 조성 경위와 흐름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위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붙잡힌
그림자

박씨는 2010년 김 전 회장이 SPC인 레드티그리스를 통해 쌍방울을 인수하기 직전부터 비서 역할을 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레드티그리스는 도쿄에셋, 티그리스, 태평양통상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면서 서울 강남 일대서 사무실을 옮겨 다녔다.

당시 코스닥 상장사 등 기업 인수합병(M&A) 자금을 대주며 레드티그리스가 꿔준 돈만 302억원, 부당이득은 수십억원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같은 해 1월 대한전선의 쌍방울 1대 주주지분 40.86%를 200억원에 사들였다. 김 전 회장 아내 등 4명 이름으로 2대 주주(클레리언파트너스) 지분 28.27%도 90억원에 매수했다. 쌍방울 주가조작 사건을 맡았던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인수자금을 댔을 것으로 봤다.

박씨가 대표였으나 사실상 김 전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면서 그림자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박씨에게 레드티그리스 지분 40%를 맡기고 착한이인베스트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최대주주가 됐다. 착한이인베스트는 설립 2개월 만인 2018년 11월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원 규모 CB를 전량 사들인 곳이다. 착한이인베스트는 2020년 2월부터 사들인 CB 전부를 주식으로 전환한 이후 매각해 10억원 이상의 차액을 남겼다.

착한이인베스트는 대표이사에게 약 70억원의 단기대여금을 지급했는데 검찰은 여전히 이 돈의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박영수 전 특검 인척에게 전달된 109억원 중 일부 자금의 종착지로도 의심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서 핵심 자금 배후로 보고 있다. 착한이인베스트의 자금 흐름을 쫓아가면 김 전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배상윤 회장의 KH그룹이 나온다. 그룹계열사인 KH E&T와 장원테크가 이 회사에 빌려준 돈이 50억원 가까이 된다.


잡범서
거물로

착한이인베스트의 쌍방울 CB 인수 대금을 KH그룹이 샀다고 봐도 무방하다.

검찰은 착한이인베스트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에 이용됐을 가능성을 의심하는 만큼, 귀국한 박씨와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용처가 불분명한 자금흐름을 추적할 방침이다.

이른바 ‘수사기밀 유출’ 사태의 중심에도 착한이인베스트가 있다. 지난해 수원지검서 쌍방울 측으로 넘어간 수사기밀자료 중 착한이인베스트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이 포함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수사 핵심 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쌍방울·경기도·아태협 대북 커넥션 의혹’으로 수사 방향을 틀어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림자 경영을 해온 김 전 회장은 2015년 3월 비등기 임원 회장으로 쌍방울 공시자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김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쌍방울 지분은 신주인수권 형태로 75만주(0.85%)다. 쌍방울 회장이 되기 전, 김 전 회장에게는 조직폭력배 출신과 강남 사채업자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박씨가 대표였던 레드티그리스의 실체는 미등록 사체업, 불법 대부업이었다. 레드티그리스는 사명을 바꾸기 전인 2007년부터 5년간 300억원이 넘는 불법 대출을 감행했다. 돈을 빌려 간 이들은 배 회장을 포함해 범LG가 3세, 중견기업 일가, 유망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인수 2년 뒤인 2012년까지 여전히 불법 대출을 해왔고 인수 직전에는 주가조작까지 벌였다. 직원, 가족 및 친인척 명의 계좌를 이용해 가장매매, 고가매수, 물량 소진 매수 등 고전적 시세 조정 방식으로 쌍방울 주식을 이용해 재산을 증식한 것이다.

김 매제와 쌍두마차…대부업으로 신뢰 키워
비자금 핵심 착한이인베스트 자금흐름 추적

유가증권 시장 진입 1년 뒤인 2011년 8월엔 코스닥 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 주가조작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범 사이서 선수로 통하는 A씨에게 유비컴 인수자금을 지원했고, 담보로 유비컴 주식을 챙겼다.

저가로 받은 주식을 고가에 매도하면서 차익을 챙겼고 기업 경영 목적보다는 시세차익으로 돈을 벌려는 금융범죄였다.

해당 사건을 인지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측근들에게서 “레드티그리스 실소유주” “전주서 조폭 활동을 하다 상경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당시 수사기관은 김 전 회장이 조폭 출신인지 확인하기 위해 검경이 각자 보유하고 있는 ‘관리 대상 조폭 명단’을 확인한다.

관리 대상 명단에 포함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말 그대로 조폭 혐의로 기소됐을 경우다. ‘폭력행위처벌법 4조 단체구성죄’로 기소된 전력을 말한다.

그러나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폭력행위 처벌법 단체구성죄로 재판에 넘겨진 바 없다. 기소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조폭 수사 과정에서 파악된 인물이라면 등록되기도 한다. 그러나 2013년까지 김 전 회장은 명단에 등록되지 않았다.

당시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 관계자는 “계보에 지금은 등록이 돼있다. 말 그대로 관리 대상이지 실제로 조직 생활을 했었는지 대해서는 그쪽 세계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이자 쌍방울 부회장인 B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직원들을 사무실에서 강제로 내보낸 뒤 조직적으로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증거를 없앴다. 지난 8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쌍방울 임직원 12명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이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2021년 10월부터 조직적인 증거인멸에 나섰다.

검찰은 한 언론이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그룹이 제공한 법인카드를 사용해 수천만원을 유용했다고 보도하자 김 전 회장이 토요일인 2021년 11월13일, B씨와 윤리경영실장 C씨에게 “법인카드 사용 자료가 있는 업무 관련자들의 PC를 교체하라”고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저장 파일
정리했나?

하지만 재경팀 직원이 사무실에 출근한 게 변수가 됐다. 한 직원이 나서 “오늘은 그만 퇴근하라”고 말했지만, 그는 일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다급해진 B씨는 임직원들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그래”라고 외치며 내쫓은 것으로 확인됐다. B씨 등은 그 후 이 전 부지사의 법인카드 사용 내용이 저장된 모든 PC의 하드디스크를 빼내 파괴하고, 해당 PC들은 전북지역으로 보내 처분했다. 이들은 건물 CCTV 전원까지 끈 채 이틀에 걸쳐 이 같은 작업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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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