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천공 방문’ 주장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나만 안다고? 또 다른 목격자 나올 것”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 이래로 대통령실 이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무속인’ 천공은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는 윤석열정부 초창기부터 청와대의 용산 이전 추진을 강조했고 윤 대통령이 실행에 옮기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주목받았다. 이후에도 천공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조문 회피, 이태원 참사 연속 조문 등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돼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나온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은 예비역 공군 소령 출신으로 국회 정책 보좌관과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정책 보좌관을 지냈다. 이후 연세대 통일연구원 겸임 교수로 일하다 2020년 12월 국방부 대변인을 맡았다. 문재인정부 마지막 국방부 대변인이다. 특히 마지막 브리핑에서는 권력과 군에 작심 발언을 하고 떠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런 그가 최근 대변인직을 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일을 책으로 펴냈다. 정부와 군의 정책 결정 과정을 비판적으로 관찰한 기록이다. <일요시사>가 부 전 대변인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방부 대변인 시절 겪었던 일들을 일기에 적었고, 책으로 펴냈다

▲과거 국회 보좌관 시절 최재천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꼬박 일기를 쓰는 모습을 보고 기록을 남겨야겠다 싶었다. 1년5개월 정도를 대변인으로 재직하면서 꾸준히 일기를 썼고, 대변인 시절 겪었던 국방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책 제목 자체가 <권력과 안보>다. 권력이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과정을 들여다본 책이다. 천공 부분이 관심을 많이 받기는 하는데, 실질적으로 이런 책이 한국 사회에는 없었다. 해외에는 이미 이런 책들이 많다. 미국의 매티스 국방성 장관, 볼튼 전 국가안보 보좌관, 폼페이오 전 국무부 장관, 일본 방위성 차관 등이 일기 형식으로 회고록을 냈는데 한국은 이런 책에 관용적이지 못한 편이다. 그래서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 있나?

▲청와대가 어떻게 국방에 관여하고 개입하는지, 안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쳤지에 관해서다. 더불어 군 전체를 매도하고 장관이 사과하는 일이 잦았다. 국가 안보를 위해 헌신하고 자기 목숨을 바치신 분들의 내용도 포함돼있다. 철옹성 같은 군 사법제도 개혁을 이끌어낸 공군 여중사와 해군 여중사의 극단적 선택 등 예우가 필요한 의인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책의 부제가 국방 비서와 천공 의혹인데…

▲핵심적인 부분이긴 하다. 윤정부 대통령실 이전의 기록도 포함시켰다. 문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부분도 담겨있다. 읽고 판단해줬으면 좋겠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읽지도 않고, 책에 없는 내용을 이야기한다. 알만한 분들은 군사기밀이 가득하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 

대변인 기간 있었던 일 책에 담아
크로스 체크까지 벌써 끝낸 사안

-책 말미에 나오는 천공 부분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먼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천공을 뺄 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된 막전막후가 3월14일부터 4월12일까지 이어졌다. 한 달간 이어졌고 그때 남겼던 기록이었기 때문에 뺄 수가 없었다. 


-당시 다음 정부에 여러 일을 인계하던 위치에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린다면?

▲충격적이었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었다.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한테 오히려 반문했다. 말이 되냐고, 그러다 잊혀졌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과 이야기하는데, 정법학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천공 동영상이 1만회 정도 올라왔는데, 다 봤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느 날 방송에 나가 말했다. 이게 기록이라는 점이 컸던 것 같다.

-일각에서는 조작설을 제기하는데…

▲일기에 기록된 내용을 본문에 넣었고, 정황을 각주 처리했다. 일기 본문 내용은 수정이나 왜곡이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알려달라

▲천공이 방문한 날은 지난해 4월1일이다. 그날은 육군 미사일 전략사령부 개편 행사에 갔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12시 전이다. 개편식서 미사일 전략사령관이 장관에게 현황 보고를 한다. 헬기서 내렸고, 화장실 갈 때 남 전 총장이 긴히 이야기할 게 있다고 불렀다.

총장이 허위로 말할 이유 없어
휴대폰 위치 추적? “의미 없어”

언론 대응과 관련된 사건인가 하고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화장실을 가니까 따라와서 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때 천공과 인수위 관계자가 한남동 육군 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에 위치한 서울사무소를 들렀다고 공관장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을 알게 됐다.

-화장실 위치는?

▲1층 문에서 들어가면 바로 옆에 있는 곳이다. 

-공관장은 직접 본 것인가?

▲서울사무소와 공관은 약간 특색이 있다. 공관은 근무자가 많지 않다. 공관 관리관, 병사 한두명 정도다. 공관은 출처가 되는 사람만 입을 열지 않으면 막히는 구조다. 서울사무소는 직원이 많다. 상시 근무하는 사람이 많아 그쪽에는 목격자나 혹은 제보자도 있다고 본다. 현재 상당히 신빙성 있는 제보들이 언론사를 통해서 다뤄지고 있다. 


-두 명 외에 추가 목격자는?

▲육군 관계자다. 다만 기록에 남지 않은 것들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풍문이기 때문이다. 듣고,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쳤지만, 녹취로 남기거나 하지는 않았다. 확신할 수 있는 점은 남 전 총장에게 보고된 사안을 누구한테 확인한다는 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에게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군은 보고가 생명이다.

총장한테 보고 올라갈 때도 단계가 있다. 회사도 그렇지 않은가. 군은 더 철저하게 보고한다. 중간 단계를 다 거치면서 스크린하고 그 상태서 총장한테 보고하는 게 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을 누구에게 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장관한테 보고를 하진 않았나?

▲내가 장관에게 직접 보고하면 월권이다. 이 부분은 대변인을 하면서 철저히 지켰다. 

-대통령실이 고발한 상황이다. 고발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는지?


▲김 전 의원이 고발당했다. 김어준 방송인과 함께 고발당했는데, 나는 고발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급 효과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못했다. 김 전 의원 사건이 있고 나서 바로 언론에서 묻히고 국민적 관심에서는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크게 ‘이슈가 될까’ 하는 생각을 좀 했다.

차이가 있다면 김 전 의원의 경우 전언이지만 나는 기록이다. 방어 논리가 성립한다. 4월1일은 사건이 많았다. 천공 부분은 두 단락이다. 뺀 것도 있지만 이게 전부고, 기록으로 남겼기 때문에 고발은 이해가 어렵다. 특히 기자가 고발된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천공과 주변 인물들 수사해야”
“제2·제3 추가 폭로자 나올 것”

-대통령실은 가짜 뉴스라는 입장인데…

▲크로스체킹을 두 번 거쳤다. 남 전 총장과 전화하고, 관계자를 통해 한 번 더 했다. 이후에는 연락한 기억이 없다. 추석 때 인사 차 한 번 문자를 주고받은 게 전부다. 

-남 전 총장과 통화했던 통신 기록은 확인했나?

▲시점은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통화한 것은 명확하다.

-총장이 직접 전했다는 말의 의미는?

▲나 역시 장관에게 보고할 때 구두 보고와 문서 보고를 했다. 이런 이슈의 경우 문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추정한다. 물론 문서까지 보고됐을 수 있지만, 공관장이 배석하고 다음에 누군가가 보고하는 그런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역술인이 청와대서 용산으로 관저를 옮겼다는 관저 개입 의혹이 계속 불거져왔다. 역술인 개입의 의미는?

▲우선 천공은 민간인이다. 우리는 박근혜정부 때 이미 이런 것을 느꼈다. 그에 대한 트라우마가 분명 존재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그랬다. 형의 개입이 있어 사법적 처벌을 받았던 이력이 있다. 국가운영이라는 차원에서 봤을 때 사권력이 들어온 셈이다.

공권력의 사권력화다. 나중에 밝혀져야 할 부분이지만 상당히 위험하다. 국가를 운영하는 데 민간인의 개입이 정서적으로나 법적으로나 한국 사회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여러 정권을 거치면서 더 납득이 힘들어졌다.

-윤정부는 권력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다고 보나?

▲언론에 대해서는 이게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 맞는지가 의문이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판례나 국내 판례를 보더라도 언론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상식적으로 허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증언 말고 다른 증거는 없냐는 의문을 제기하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 밝혀지던 나는 천공이라고 본다. 정보 접근이 가능한 쪽에서 사실관계를 밝혀 의구심이 드는 부분을 내놓고, 투명하게 밝히면 해결되는 아주 간단한 문제다. 이 중 CCTV를 예를 드는데, 일반인은 볼 수 없다. CCTV를 보더라도 개인정보보호법, 군사시설보호법,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제한된다. 제한되는 사안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려면 현행법의 제한을 뛰어넘어야 하는데, 대통령실도 힘들 것이다. 

-휴대폰 위치추적을 해보라는 등의 이야기도 나온다

▲나도 휴대폰을 두 개 갖고 있었다. 단순 위치추적으로 안 된다. 결국은 천공과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경호처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책이나 방송에서도 밝혔지만 경호처와는 관계가 없다. 김용현 경호처장이 인수위에 있었으면 당연히 공적인 역할을 하는 중이었다. 그건 당연한 부분이다. 나는 경호처장과 함께 갔다는 이야기를 한 적 없다. 하지만 천공은 다르다. 차라리 쿨하게 천공이 다녀가지 않았다고 하면 되는 걸 일면식이 없다거나 풍문이라는 말 자체가 아마추어같다는 생각이 든다. 

-폭로를 1/3도 안 했다고 말했는데…

▲나는 점점 더 확신하고 있는 중이다. 책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거기에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보니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군의 보고체계는 단순하지 않다. 어느 윗선까지 해야 할지 다 정해져 있다. 그런데 총장까지 올라간 사안이다.

그러면 이 과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개입했는지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확인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2, 제3의 증언자와 제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력과 안보’ 내용은?

<권력과 안보>는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1년5개월가량 대변인 생활을 하면서 경험했던 일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책이다.

책에는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있다.

70년간 동맹을 이어가고 있지만 한미동맹과 관련해 미국이 생각하는 한국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담화와 관한 이야기, 북한 무인기가 NLL를 넘어왔을 때와 관련된 일화 등을 담았다.

또 군 사법개혁제도, 나라를 위해 희생한 장병들의 헌신 등 여러 이야기도 들어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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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