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는 민주당 ‘신 삼국지’ 대해부

다시 모이고
다시 싸우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조, 유비, 손권이 중화를 세 갈래로 갈라쳤던 중국의 역사가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십개에 달하던 민주당 계파는 이제 큰 세 갈래 세력으로 정리됐고, <삼국지>만큼이나 치열하고 재밌는 정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민주당의 세가지 세력은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다.

더불어민주당 계파만큼 복잡한 것도 없었다. 정치 성향에 따라, 가까운 원로 정치인에 따라, 연구모임에 따라 이리도 모이고 저리도 모였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수십년간 수십개의 계파를 형성해왔다. 여의도에 오래 있던 전문가들도 헷갈릴 만큼 다양했던 민주당 계파는 정계에 입문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공부해야 하는 ‘숙제’였다.

여러 계파
단순 정리

그랬던 민주당의 계파가 단순하게 정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출범한 몇 개의 연구모임을 중심으로 계파가 명확히 나뉘고 있다는 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키던 복잡한 계파가 이제 명쾌해졌다”며 “지난달 출범한 계파 모임을 잘 보면 당내서 계파가 어떻게 나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서 초선 이재명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하며 당 개편의 서막을 올렸다. 수십년간 민주당 헤게모니를 갖고 있던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계열은 주도권을 친명(친 이재명)계로 넘겼고, 그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노선을 다시 짜게 됐다.


기존의 ‘민주주의 4.0’이나 ‘초금회’ 등으로 일컬어지던 친문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전에 다시금 세를 규합해야 했고, 이미 힘이 빠져버린 친노계와 친정세균계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 나설 명분을 쌓아야만 했다. 그런 이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새로운 연구모임의 출범이었다.

첫 신호탄은 친문 모임인 ‘사의재’가 먼저 날렸다. 지난달 18일 출범된 이 모임은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모임이다. 친문계의 원로,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박범계·전해철·도종환·정태호·이용선 등 현역 의원들도 이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대엽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사의재의 공동 대표를 맡았고,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친문’계의 좌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고문직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서 방 운영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의 좋은 정책들을 발굴 개선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포럼을 창립한 계기”라며 “윤석열정부는 (민주당 정부의)모든 정책을 왜곡·폄훼하고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합적 위기 극복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심지어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며 사의재 출범 이유를 밝혔다.

친문계 ‘사의재’서 모여 결의 다짐
문정부 인사 친문 원로 현역의원 합세 

공개적인 자리서 친문 인사들의 모임 출범을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 이들은 계파 분열을 우려하는 당내의 우려를 의식한 듯 현재 민주당의 현안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의재란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가진 자가 머무는 곳’이라는 뜻으로, 신유박해 당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수년간 머물렀던 유배 거처다.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전남 강진으로 유배 간 다산에게 지역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질하며 욕을 해댔고, 이 때문에 다산은 당시 머무를 거처 하나조차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 지역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주모는 그런 다산 선생을 안쓰럽게 여겨 작은 방을 하나 내줬는데, 다산은 이 방을 사의재라고 명명했다. 술을 마시며 허송세월하던 다산 선생은 주모의 배려에 감동받아 이 방에서 다시금 학문에 정진하게 됐다. 다산의 대표 저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이 바로 이 사의재서 탄생했다.

정치싸움서 패배한 뒤 세를 잃고 유배 갔던 다산의 당시 상황은 현재 친문계와 닮아 있다. 친문계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부터 당원과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든 상태다. 지난 20대 대선 경선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내세우며 정권 재창출의 주인공이 되려 애썼다.

그러나 이들은 주인공은커녕 악역으로 전락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서 이 대표에게 많이 뒤처져 있었던 친문계는 ‘네거티브’ 전략을 선거전에 활용했고, 이때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거센 공격을 가했다. 현재까지 이 대표를 괴롭히고 있는 ‘대장동 특혜 의혹’도 이때 친문계에서 내놓은 전략이었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 같은)불안한 후보로는 본선을 이길 수 없다”며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고, 대장동 의혹을 방송 토론에서 언급하는 등 ‘도 넘은’ 네거티브를 연일 이어갔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친문계 의원들은 각종 라디오와 방송 인터뷰서 이 대표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경선 막바지까지 시끄러운 잡음을 만들어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친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이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지난해 10월10일 최종 마무리된 경선 결과, 이 대표가 50.3%의 득표율로 과반을 차지했다. 절반이 넘은 득표 수는 결선투표를 노리고 있던 이 전 총리에게 비보였고, 친문계는 좌절감을 그대로 맛봐야 했다.

얽히고
설키다

그러나 최종 결과 발표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좌절감은 엉뚱하게 발현됐다. 이 전 총리가 경선 결과에 불복을 선언한 것이다. 친문 진영 측은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 처리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가 과반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선 경선에 뛰어든 후보 중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는 총 6명으로 이재명·이낙연·박용진·추미애·정세균·김두관 후보였다. 이 중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가 중도 사퇴하며 논란의 씨앗을 만들었다. 

문제는 정 전 총리가 득표한 23731표와 김 의원이 득표한 4411표가 결선투표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표를 모두 무효표 처리해 분모서 뺄 경우 이 대표의 득표율은 당초 발표된 50.29%가 맞으나, 이를 그대로 인정해 분모에 포함시킨다면 과반이 안 되는 49.32%가 된다.

표를 인정하면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친문 진영에선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지자들은 연일 민주당사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때 이들이 시위 현장에 들고온 피켓에는 ‘현대판 사사오입’이라는 다소 과격한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때 친명 진영에 행했던 거센 공격들을 친명계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현재는 힘이 빠졌지만, 지난해 민주당 경선서 친명계는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고, 지도부를 현재의 친명계 인사들로 꽉 채웠다.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유배지로 향했던 다산 선생처럼 친문계는 요즘 민주당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추세다.

세간에선 사의재를 두고 암울한 상황인 친문계가 계파를 다시금 규합하기 위해 만든 연구 모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계가)어느 정도 소속감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오래된 연구모임이나 추상적인 ‘친문계’ 같은 용어는 소속감을 주기 부족하다. 새로 출범한 ‘사의재’에 소속돼있다는 사실은 본인의 계파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의재가 당장 정치적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대표가 버티고 있는 만큼 상황을 보다가 총선 전에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악역?


지난 경선서 보여준 ‘악의적인 네거티브’와 대선 패배의 궁극적 이유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동력을 쉽게 얻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재 평론가들의 시각이다.

사의재가 친문계의 거점이 되려 한다면, 비명계의 거점은 지난달 31일 첫 토론회를 가진 ‘민주당의 길’이 되려 한다.

해당 모임의 출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서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비명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다. 한 글자가 틀린데 (그 뜻이)엄청나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비전과 전략, 정치개혁과 민생 개혁 등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지도부, 이재명 대표가 될 것”이라며 비명 모임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자리에 참여한 의원들 대부분이 친명계에 쓴소리를 던지던 인물들이라는 점은 이미 모임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 또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 그에 대한 비판과 설득을 했던 비명계 의원들 대부분이 ‘민주당의 길’에 합류했다.

이 중 이인영·홍영표·강병원·김영배·김종민 등이 눈에 띄었으며 친문계의 신동근·윤영찬 의원, 또 지난해 이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던 이원욱·박용진·조응천 의원이 합세했다. 이름만 보면 모두 ‘비명’의 색채를 띄고 있는 의원들 뿐이기 때문에 당내에선 민주당의 길이 비명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첫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모두발언을 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은 이 대표의 뜻이 컸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가 비명계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비명계니 친명계니 하는 많은 말들이 있는 줄 모르고 참석했다”며 “민주적 정당이라면 당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진지한 토론,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국민의 뜻에도,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고 모임 출범을 축하했다.

이처럼 이 대표도, 민주당의 길을 만든 김 의원도 모두 ‘비명 모임’이라는 단어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이 대표가 두 번이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와중에 ‘비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이 출범했다는 점은 민주당이 사실상 플랜B를 염두해두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피해갈 순 없다.

친명계 비판 ‘민주당의 길’
털고 기지개 켜는 ‘처럼회’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김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 모임을 ‘비명 모임’으로 해석하는 건 지양해달라”며 “민주당의 길은 지난해 두 차례 선거서 민주당이 왜 졌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름 그대로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모임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나온 발언들로 모임의 성격을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비명계 의원실 보좌관은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비록 많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쨌든 현재 민주당의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라며 “내년 총선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의원들이 ‘비명’이라는 색채를 쓰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그러나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많이 바뀔 것이다. 현재 친명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은 대부분 말을 아끼려 하지만 친명계가 와해되면 민주당의 길에 소속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힘을 뭉치려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즉, 상황을 보다가 비로소 세력을 규합할 명분이 생기면 ‘민주당의 길’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두 차례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성남FC와 관련된 ‘제3자뇌물죄’와 ‘대장동 특혜 의혹’은 현재 검찰 주요 인력 대부분이 붙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기소가 이뤄지고 재판에 넘겨지게 될 경우, 이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기에 빠진 이 대표를 지키고 있는 것은 현재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처럼회’다. 강성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들로 이뤄진 처럼회는 민주당 지도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및 비명계 모임이 잇따라 출범하며 언론의 관심이 이들에게 쏠린 모양새지만 처럼회 세력은 아직 건재하다.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스피커 역할을 해온 최강욱·김남국 의원 등이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재선의 박주민 의원,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같은 세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헤게모니를 넘겨받은 친명계는 처럼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지키고 있고, 이 대표도 현재 지도부와 더불어 이들을 가장 많이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세력 과시를 뒤로 했던 이들 모임은 지난달 25일,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며 의원들 간 교류를 다시 시작했다.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는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세 가지 세력인 것으로 파악된다. 권력을 잡고 있는 처럼회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의재, 그리고 이들의 정치싸움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의 길은 내년 총선 전까지 쉴 새 없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쉴 새 없는
자리싸움

<일요시사>와 민주당사 앞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헛발질을 하는데, 민주당의 인기가 그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는 뭔가 민주당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대선서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정권을 국민의힘에 헌납한 민주당은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처럼회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고, 사의재는 문재인정부의 실책을 반성해야 하며, 민주당의 길은 생산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이들의 변화 여부에 따라 다음 총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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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