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는 민주당 ‘신 삼국지’ 대해부

다시 모이고
다시 싸우고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조조, 유비, 손권이 중화를 세 갈래로 갈라쳤던 중국의 역사가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수십개에 달하던 민주당 계파는 이제 큰 세 갈래 세력으로 정리됐고, <삼국지>만큼이나 치열하고 재밌는 정치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민주당의 세가지 세력은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다.

더불어민주당 계파만큼 복잡한 것도 없었다. 정치 성향에 따라, 가까운 원로 정치인에 따라, 연구모임에 따라 이리도 모이고 저리도 모였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수십년간 수십개의 계파를 형성해왔다. 여의도에 오래 있던 전문가들도 헷갈릴 만큼 다양했던 민주당 계파는 정계에 입문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공부해야 하는 ‘숙제’였다.

여러 계파
단순 정리

그랬던 민주당의 계파가 단순하게 정리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출범한 몇 개의 연구모임을 중심으로 계파가 명확히 나뉘고 있다는 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수십년간 민주당을 지키던 복잡한 계파가 이제 명쾌해졌다”며 “지난달 출범한 계파 모임을 잘 보면 당내서 계파가 어떻게 나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전당대회서 초선 이재명 의원을 당 대표로 추대하며 당 개편의 서막을 올렸다. 수십년간 민주당 헤게모니를 갖고 있던 친문(친 문재인), 친노(친 노무현) 계열은 주도권을 친명(친 이재명)계로 넘겼고, 그에 따라 민주당 의원들은 정치적 노선을 다시 짜게 됐다.


기존의 ‘민주주의 4.0’이나 ‘초금회’ 등으로 일컬어지던 친문계 의원들은 내년 총선 전에 다시금 세를 규합해야 했고, 이미 힘이 빠져버린 친노계와 친정세균계 의원들은 내년 선거에 나설 명분을 쌓아야만 했다. 그런 이들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새로운 연구모임의 출범이었다.

첫 신호탄은 친문 모임인 ‘사의재’가 먼저 날렸다. 지난달 18일 출범된 이 모임은 문재인정부 당시 청와대서 일했던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모임이다. 친문계의 원로, 장·차관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으며, 박범계·전해철·도종환·정태호·이용선 등 현역 의원들도 이 모임에 이름을 올렸다.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조대엽 전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이 사의재의 공동 대표를 맡았고, 방정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민주당 ‘친문’계의 좌장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고문직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서 열린 창립 기자회견서 방 운영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의 좋은 정책들을 발굴 개선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포럼을 창립한 계기”라며 “윤석열정부는 (민주당 정부의)모든 정책을 왜곡·폄훼하고 ‘문재인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국정운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합적 위기 극복의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심지어 약화시킨다는 우려도 급증하고 있다”며 사의재 출범 이유를 밝혔다.

친문계 ‘사의재’서 모여 결의 다짐
문정부 인사 친문 원로 현역의원 합세 

공개적인 자리서 친문 인사들의 모임 출범을 윤석열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한 이들은 계파 분열을 우려하는 당내의 우려를 의식한 듯 현재 민주당의 현안들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사의재란 ‘맑은 생각, 엄숙한 용모, 과묵한 말씨, 신중한 행동을 가진 자가 머무는 곳’이라는 뜻으로, 신유박해 당시 다산 정약용 선생이 수년간 머물렀던 유배 거처다.


천주교도라는 이유로 박해를 받아 전남 강진으로 유배 간 다산에게 지역 사람들은 하나같이 손가락질하며 욕을 해댔고, 이 때문에 다산은 당시 머무를 거처 하나조차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 지역에서 주막을 운영하던 주모는 그런 다산 선생을 안쓰럽게 여겨 작은 방을 하나 내줬는데, 다산은 이 방을 사의재라고 명명했다. 술을 마시며 허송세월하던 다산 선생은 주모의 배려에 감동받아 이 방에서 다시금 학문에 정진하게 됐다. 다산의 대표 저서인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이 바로 이 사의재서 탄생했다.

정치싸움서 패배한 뒤 세를 잃고 유배 갔던 다산의 당시 상황은 현재 친문계와 닮아 있다. 친문계는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부터 당원과 국민들의 외면을 받아 정치적 입지가 쪼그라든 상태다. 지난 20대 대선 경선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내세우며 정권 재창출의 주인공이 되려 애썼다.

그러나 이들은 주인공은커녕 악역으로 전락했다. 대통령 후보 경선서 이 대표에게 많이 뒤처져 있었던 친문계는 ‘네거티브’ 전략을 선거전에 활용했고, 이때 눈살이 찌푸려질 만큼 거센 공격을 가했다. 현재까지 이 대표를 괴롭히고 있는 ‘대장동 특혜 의혹’도 이때 친문계에서 내놓은 전략이었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대표 같은)불안한 후보로는 본선을 이길 수 없다”며 민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취했고, 대장동 의혹을 방송 토론에서 언급하는 등 ‘도 넘은’ 네거티브를 연일 이어갔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친문계 의원들은 각종 라디오와 방송 인터뷰서 이 대표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 경선 막바지까지 시끄러운 잡음을 만들어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친문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이 대표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이 났다. 지난해 10월10일 최종 마무리된 경선 결과, 이 대표가 50.3%의 득표율로 과반을 차지했다. 절반이 넘은 득표 수는 결선투표를 노리고 있던 이 전 총리에게 비보였고, 친문계는 좌절감을 그대로 맛봐야 했다.

얽히고
설키다

그러나 최종 결과 발표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좌절감은 엉뚱하게 발현됐다. 이 전 총리가 경선 결과에 불복을 선언한 것이다. 친문 진영 측은 사퇴한 후보들의 표를 무효 처리한 점을 문제 삼으며 이 대표가 과반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대선 경선에 뛰어든 후보 중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는 총 6명으로 이재명·이낙연·박용진·추미애·정세균·김두관 후보였다. 이 중 김두관 의원과 정세균 전 총리가 중도 사퇴하며 논란의 씨앗을 만들었다. 

문제는 정 전 총리가 득표한 23731표와 김 의원이 득표한 4411표가 결선투표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표를 모두 무효표 처리해 분모서 뺄 경우 이 대표의 득표율은 당초 발표된 50.29%가 맞으나, 이를 그대로 인정해 분모에 포함시킨다면 과반이 안 되는 49.32%가 된다.

표를 인정하면 과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결선투표를 치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친문 진영에선 이를 무효로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결선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지지자들은 연일 민주당사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때 이들이 시위 현장에 들고온 피켓에는 ‘현대판 사사오입’이라는 다소 과격한 문구도 적혀 있었다.

이때 친명 진영에 행했던 거센 공격들을 친명계는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사법 리스크 등으로 현재는 힘이 빠졌지만, 지난해 민주당 경선서 친명계는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고, 지도부를 현재의 친명계 인사들로 꽉 채웠다.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유배지로 향했던 다산 선생처럼 친문계는 요즘 민주당에서 외면당하고 있는 추세다.

세간에선 사의재를 두고 암울한 상황인 친문계가 계파를 다시금 규합하기 위해 만든 연구 모임이라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소식에 정통한 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친문계가)어느 정도 소속감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오래된 연구모임이나 추상적인 ‘친문계’ 같은 용어는 소속감을 주기 부족하다. 새로 출범한 ‘사의재’에 소속돼있다는 사실은 본인의 계파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사의재가 당장 정치적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 대표가 버티고 있는 만큼 상황을 보다가 총선 전에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악역?


지난 경선서 보여준 ‘악의적인 네거티브’와 대선 패배의 궁극적 이유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동력을 쉽게 얻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재 평론가들의 시각이다.

사의재가 친문계의 거점이 되려 한다면, 비명계의 거점은 지난달 31일 첫 토론회를 가진 ‘민주당의 길’이 되려 한다.

해당 모임의 출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한 김종민 의원은 이날 토론회 모두발언서 “민주당의 길 토론회는 비명 모임이 아니라 비전 모임이다. 한 글자가 틀린데 (그 뜻이)엄청나게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의)비전과 전략, 정치개혁과 민생 개혁 등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면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 지도부, 이재명 대표가 될 것”이라며 비명 모임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들은 자리에 참여한 의원들 대부분이 친명계에 쓴소리를 던지던 인물들이라는 점은 이미 모임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가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 또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 그에 대한 비판과 설득을 했던 비명계 의원들 대부분이 ‘민주당의 길’에 합류했다.

이 중 이인영·홍영표·강병원·김영배·김종민 등이 눈에 띄었으며 친문계의 신동근·윤영찬 의원, 또 지난해 이 대표를 거세게 비판했던 이원욱·박용진·조응천 의원이 합세했다. 이름만 보면 모두 ‘비명’의 색채를 띄고 있는 의원들 뿐이기 때문에 당내에선 민주당의 길이 비명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첫 토론회에 직접 참석해 모두발언을 했다. 이날 토론회 참석은 이 대표의 뜻이 컸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가 비명계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오늘 비명계니 친명계니 하는 많은 말들이 있는 줄 모르고 참석했다”며 “민주적 정당이라면 당 구성원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 진지한 토론,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국민의 뜻에도, 국익에도 부합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런 자리는 많을수록 좋다”고 모임 출범을 축하했다.

이처럼 이 대표도, 민주당의 길을 만든 김 의원도 모두 ‘비명 모임’이라는 단어 사용을 극도로 꺼리고 있지만, 이 대표가 두 번이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와중에 ‘비명계’ 의원들로 구성된 모임이 출범했다는 점은 민주당이 사실상 플랜B를 염두해두고 있다는 세간의 의심을 피해갈 순 없다.

친명계 비판 ‘민주당의 길’
털고 기지개 켜는 ‘처럼회’

이날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김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 모임을 ‘비명 모임’으로 해석하는 건 지양해달라”며 “민주당의 길은 지난해 두 차례 선거서 민주당이 왜 졌는지에 대한 분석과 이름 그대로 앞으로 민주당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를 고민하는 모임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하지만 몇몇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나온 발언들로 모임의 성격을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 비명계 의원실 보좌관은 “당연히 그렇게 말할 것이다. 비록 많이 흔들리고 있지만 어쨌든 현재 민주당의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라며 “내년 총선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의원들이 ‘비명’이라는 색채를 쓰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그러나 이 대표의 낙마가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많이 바뀔 것이다. 현재 친명계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의원은 대부분 말을 아끼려 하지만 친명계가 와해되면 민주당의 길에 소속된 의원들을 중심으로 힘을 뭉치려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고 예상했다.

즉, 상황을 보다가 비로소 세력을 규합할 명분이 생기면 ‘민주당의 길’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민주당 내부의 시각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두 차례나 검찰에 출석하며 사법 리스크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성남FC와 관련된 ‘제3자뇌물죄’와 ‘대장동 특혜 의혹’은 현재 검찰 주요 인력 대부분이 붙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끝내 기소가 이뤄지고 재판에 넘겨지게 될 경우, 이 대표가 내년 총선까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위기에 빠진 이 대표를 지키고 있는 것은 현재 민주당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 ‘처럼회’다. 강성 개혁 성향의 초선 의원들로 이뤄진 처럼회는 민주당 지도부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및 비명계 모임이 잇따라 출범하며 언론의 관심이 이들에게 쏠린 모양새지만 처럼회 세력은 아직 건재하다. 지난해부터 민주당의 스피커 역할을 해온 최강욱·김남국 의원 등이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데다 재선의 박주민 의원,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같은 세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헤게모니를 넘겨받은 친명계는 처럼회를 중심으로 세력을 지키고 있고, 이 대표도 현재 지도부와 더불어 이들을 가장 많이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안 세력 과시를 뒤로 했던 이들 모임은 지난달 25일, 이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며 의원들 간 교류를 다시 시작했다.

친문의 사의재, 비명의 민주당의 길, 친명의 처럼회는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세 가지 세력인 것으로 파악된다. 권력을 잡고 있는 처럼회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의재, 그리고 이들의 정치싸움을 맹렬히 비판하고 있는 민주당의 길은 내년 총선 전까지 쉴 새 없는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쉴 새 없는
자리싸움

<일요시사>와 민주당사 앞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저렇게 헛발질을 하는데, 민주당의 인기가 그만큼 올라가지 않고 있다. 이는 뭔가 민주당 내부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라고 하소연했다.

지난 대선서 극심한 계파 갈등으로 정권을 국민의힘에 헌납한 민주당은 이제 하나로 뭉쳐야 할 때다. 처럼회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고, 사의재는 문재인정부의 실책을 반성해야 하며, 민주당의 길은 생산적인 비판을 해야 한다. 이들의 변화 여부에 따라 다음 총선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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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