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지는 여행 ①서울 중구 뷰티플레이

여성들 위한 취향 저격 놀이터

차갑고 건조한 날씨에 피부가 괴로운 계절이다. 평소보다 보습에 신경을 쓰건만, 전에 없던 잔주름이 하나둘 보이고 각질과 붉은 기도 거슬린다. 스킨케어 제품을 바꿔볼까 고민하다가, 문득 내가 쓰는 색조 화장품이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지 궁금해졌다. 이럴 땐 비용 부담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K-뷰티 체험·홍보관 뷰티플레이로 가자. 명동성당 맞은편 한국YWCA연합회관을 리모델링한 건물 3층에 있다.

뷰티플레이는 국내 중소 화장품 기업을 위한 오픈형 체험 공간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고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이 운영한다. 기업은 제품을 홍보할 곳이 생겨 좋고, 소비자는 우수한 제품을 무료로 마음껏 써볼 수 있어 즐겁다.

코덕이 아니어도

수십개 브랜드의 대표 제품이 즐비해 ‘코덕(코스메틱 덕후의 줄임말, 화장품 분야에 관련된 것들을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어도 설레고 흥분된다. 제품 전시와 체험 외에 교육과 세미나, 원데이 클래스도 진행한다.

전시는 스킨케어부터 메이크업, 헤어, 보디에 이르기까지 뷰티 아이템을 아우른다. 거의 모든 제품을 자유롭게 사용해볼 수 있다. 전시·체험 공간이지만, 마음에 드는 제품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구매도 가능하다. 휴대폰에 QR 코드를 인식하면 해당 브랜드나 제품 상세 페이지로 연결된다.

뷰티플레이는 두 달에 한 번 입점 브랜드를 공개 모집해서 교체한다. 지난 한 해 221개 기업의 1211개 제품을 선보였다.


평소 화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내게 어울리는 화장법을 찾지 못해 고민이라면 전문가 메이크업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 눈썹 정리와 아이브로 메이크업만 받아도 인상이 달라진다. 피부 진단과 헤어스타일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안면 분석기로 피부 나이와 유·수분, 주름, 탄력도, 모공 상태를 측정해 내게 맞는 제품을 추천하는 피부 진단 서비스가 특히 인기다. 화장품 샘플도 챙겨준다. 서비스 이용은 전부 무료. 현장에서 직원 안내에 따라 비치된 태블릿PC나 개인 휴대폰을 통해 뷰티플레이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메이크업, 피부 진단, 헤어스타일링 가운데 하나를 신청하면 된다.

퍼스널 컬러 진단기로 10초 만에 내 피부 톤을 속속들이 분석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체험은 즉석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분석 결과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받는다. 내게 어울리는 색상과 피해야 할 색상,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 패션 소재와 패턴 등을 꼼꼼히 제안한다. 진단된 퍼스널 컬러에 어울리는 제품도 추천받을 수 있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피부 진단 서비스
뷰티플레이 체험 뒤 중구 한 바퀴 산책

좀 더 깊고 다양한 체험을 원한다면 원데이클래스에 참가하자. 뷰티플레이는 취미·여가 플랫폼 ‘솜씨당’과 제휴해 나만의 향수 만들기, 아이 메이크업, 헤어 연출, 입욕제 만들기, 폼클렌저와 천연 세정제 만들기, 퍼퓸 핸드크림 만들기 등을 유료로 운영한다.

선착순 모집이라 대부분 조기에 마감되니 서둘러 예약해야 한다. 뷰티클래스 홈페이지 외에 솜씨당 모바일 홈페이지(www.sssd.co.kr/m)와 앱으로도 신청받는다.

라이브 방송이나 뷰티 콘텐츠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대관도 가능하다. 오전과 오후에 한 타임씩 예약받으며, 최대 2시간30분까지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조명과 삼각대, 모니터가 기본으로 제공되며, 자세한 사항은 전화로 문의한다. 뷰티플레이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7시다(일요일 휴무).


뷰티플레이 체험을 마친 뒤 같은 층에 있는 카페에 들러 진한 에스프레소를 즐겨보자. 야외 테라스에 좌석을 마련했고, 실내는 선 채로 마시는 바 형태다. 명동성당 뷰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평일 오전에도 대기하는 이가 많다.

서울 중구에는 명동성당을 비롯해 시간이 켜켜이 쌓인 유서 깊은 장소가 여러 곳 있다. 옛 서울역사 원형을 복원한 문화역서울284는 100여 년 전 경성역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와 공연도 자주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호젓하게 전시를 관람해도 좋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 있는 조각작품으로 친숙한 작가 문신의 탄생 100주년 기념 회고전 〈문신 : 우주를 향하여〉가 오는 29일까지 이어진다.

겨울철 실내 여행 코스로 인기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가깝다. 늘 크고 작은 전시가 개최되고, 디자인 관련 도서 열람이나 우수한 디자인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식당과 베이커리, 카페가 많아 한나절 알차게 보내기 적당하다. DDP는 매력적인 서울 야경 명소다.

서울 3대 시장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지면 우주선을 닮은 건축물이 한층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8시, 1월1일과 명절 당일에 휴관한다.

여행 마무리 장소는 서울중앙시장 일대다. 1962년 개설한 서울중앙시장은 한때 서울 3대 시장으로 꼽혔다. 근래 다양한 외식 매장이 들어서면서 젊은 손님들의 발걸음이 잦다. 외관과 달리 ‘힙한’ 분위기가 인기 요인이다. 생맥주 한잔에 ‘겉바속촉’ 갑오징어구이나 금방 만든 어묵이 잘 어울리고, 현지 느낌 물씬 나는 베트남 쌀국수도 엄지 척이다.

일대에 인테리어가 독특한 칵테일 바, 베이커리 카페, 와인 바 등이 자리해 취향껏 골라잡기 좋다. 유명한 신당동떡볶이타운도 코앞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뷰티플레이→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동대문디자인플라자→서울중앙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뷰티플레이→문화역서울284→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서울중앙시장
-둘째 날: 동대문디자인플라자→신당동떡볶이타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뷰티플레이 https://beautyplay.kr
-문화역서울284 www.seoul284.org/main
-덕수궁 www.deoksugung.go.kr
-국립현대미술관 www.mmca.go.kr/main.do
-동대문디자인플라자 https://ddp.or.kr
-서울중앙시장 https://blog.naver.com/jungangmk

문의 전화
-뷰티플레이 070-4070-9675
-문화역서울284 02)3407-3500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 02)771-995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02)2022-0600
-동대문디자인플라자 02)2153-0000
-서울중앙시장 02)2232-9559


대중교통
[버스] 140번·470번·472번·741번·N37번·3201번·9000번 버스 등 이용, 서울백병원·안중근활동터나 남대문세무서 정류장 하차, 뷰티플레이까지 도보 5~6분.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topis.seoul.go.kr 
[전철] 수도권전철 4호선 명동역 8번 출구, 2호선 을지로입구역 5번 출구나 을지로3가역 12번 출구에서 뷰티플레이까지 도보 6~10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세종대로→청계천로→삼일대로→명동성당가톨릭회관이나 전국은행연합회 은행회관 주차장→뷰티플레이까지 도보 1분

숙박 정보
-57명동호스텔: 중구 명동2길, 02)778-8835, www.57hostel.com
-라마다호텔앤스위트 서울남대문:  중구 칠패로, 02)775-7177 www.seanhotelgroup.com/hotels/ramada-namdaemun/ko
-나인트리프리미어호텔 명동2: 중구 마른내로, 02)6967-0999, www.ninetreehotels.com/nth2

식당 정보
-명동교자 본점(칼국수·만두): 중구 명동10길, 02)776-5348, www.mdkj.co.kr
-명동돈가스(로스가스·히레가스·생선가스): 중구 명동3길, 02)775-5300, http://mddongas.co.kr
-에베레스트레스토랑 동대문굿모닝씨티점(동대문역사문화공원점)(커리·탄두리치킨): 중구 장충단로, 02)2118-8898, www.everestfood.com
-곰국수·손만두(곰국수·비빔면·만둣국): 중구 장충단로7길, 02)2275-5453

주변 볼거리
서울광장, 청계광장, 남산골한옥마을, 서울시립미술관, 정동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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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