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일요시사> 단독보도 퍼레이드

나오지 않은 내용까지 깊숙하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022년이 끝나간다. 코로나19 이슈가 끝나자 개인과 집단 간 만남이 증가했다. 안타깝게도 범죄율도 증가했다. 특히 마약과 성폭력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두 달 전인 10월29일 핼러윈 데이 기간에는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가 벌어지면서 국민 대부분이 우울감에 빠졌다.

<일요시사>는 마약·성폭력 사건 외에도 기획취재를 통해 타 언론에서 조명받지 못한 사건들을 보도해왔다. ‘법의학으로 본 죽음의 격차’가 대표적이다. 최근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도 <일요시사>는 타 언론에서 보도되지 않은 기사들을 전달하기도 했다.

마리아수녀회

마리아수녀회 사건은 주류 언론에서도 후속 취재에 나섰었다. 아동보육시설을 운영했던 재단법인 마리아수녀회의 아동학대 의혹을 상세하게 보도했고 끝내 마리아수녀회는 국내에서 진행했던 모든 아동복지사업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의혹을 인정했다.

1964년 창설 이후 58년 만인 만큼 당시 파장은 정치권에서도 언급될 정도였다. 당초 <일요시사> 첫 보도 당시 마리아수녀회는 아동학대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마리아수녀회는 “자식이 부모에게 돌을 던지려는 감정을 부추기며 오히려 예리한 칼을 쥐어주는 그릇된 조력자들을 향해 법적 대응하겠다”며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했던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그리고 지금 꿈나무마을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을 위해 거짓 제보로 인한 어떠한 오해나 편견, 상처들이 증폭되는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자 “몇 년 전부터 여러 차례 기회를 주었음에도 귀담아듣지 않아서 더 큰 아픔과 상처를 드려 너무나도 미안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그 시기를 놓친 저희의 과오로 분노하고 힘들어하시는 우리의 동문 열매님들께 다시 한번 사죄의 말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성남시 협약

<일요시사>는 ‘이재명 사법 리스크’ 중 하나인 성남시 의혹도 보도한 바 있다. 성남시와 네이버·사단법인 희망살림·성남FC 간 4자 협약을 둘러싼 의혹을 꼼꼼하게 살피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사건을 맡은 분당경찰서가 고발 3년여 만에 증거불충분에 의한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시키는 과정에서 박은정 전 성남지청장이 박하영 전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의 보완수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됐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무렵 6개 기업이 성남FC에 후원한 돈의 성격이 무엇이냐가 쟁점이다.

네이버 40억원, 두산건설 42억원, 농협 36억원, 차병원 33억원, 현대백화점 5억원, 알파돔시티 5억5000만원 등 6개사가 성남FC에 후원금을 낸 시기 인근에 성남시가 인허가 및 토지 용도 변경 등 이들의 민원을 해결해준 대목에서 의혹이 불거졌다.

조명 받지못해 묻혀가는 사건 수개월 취재
마리아수녀회 아동학대 메이저도 후속으로


6개사는 ▲차병원-분당경찰서 부지 선정 ▲네이버-제2사옥(정자동) 신축 ▲농협-성남시 금고 지정 ▲두산건설-정자동 부지 용도 변경 ▲알파돔시티-신축공사 ▲현대백화점-신축공사 등 성남FC에 돈을 후원한 후 바라던 바를 얻어냈다. 이 부분을 두고 6개사가 후원한 돈의 성격이 이 후보에 대한 뇌물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 호텔 회장이 직원들에게 욕설과 갑질을 한 사건이었다. 20분이 넘는 녹취 속 A 회장은 지속적으로 폭언·욕설을 일삼았다. 각각 다른 시점·사안의 전화 통화에서 수위 높은 욕설이 반복됐다.

“다 똑같은 ✕끼들이야 니네들. 한 놈이 잡고 체크를 해야 하는데 ✕신 쭉정이 같은 놈들만 있으니 어떡하냐 대체…(중략)야 이 ✕✕놈아, 알아서 O반장 ✕치고 해야 할 거 아냐 ✕✕끼야.”

안하무인 회장님

“아 ✕✕✕ 말고 오늘 들어오라고 해서 ✕✕놈 결정내라 그래. 이 ✕✕놈들 ✕같은 ✕끼들 사람을 X으로 보나…(중략) 너도 ✕신같은 ✕끼야 한 번 얘기하면 ✕✕놈아 좀 들어.”

직원들의 주장에 따르면 A 회장은 평소에도 상습적으로 폭언·욕설을 했다. 전화뿐만 아니라 대면 업무보고, 회의 등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요시사>는 호텔 측에 관련 답변을 요청했다. 하지만 호텔 및 A 회장 측은 수차례 연락에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답변을 사실상 거부했다. 결국 A 회장 측은 연락을 아예 피하기 시작했다.

황하나 미스터리

2019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트린 ‘버닝썬 게이트’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는 <일요시사> 단독 보도 이후 구속 기소돼 감옥살이를 했다. <일요시사>는 지난해에도 황하나와 수도권 마약 공급총책 ‘바티칸 킹덤’ 이모씨와의 관계를 보도하기도 했다.

<일요시사> 소속 기자의 취재원이자 ‘황하나 마약 사건’ 제보자 C씨는 지난 4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황하나와 깊은 친분을 쌓진 않았으나 녹취와 영상 등을 갖고 있던 핵심 제보자였다.

그는 세상을 떠난 황하나의 남편 오모씨와도 친구 관계였다. 오씨와 C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가 죽으면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이구동성을 했었다. 황하나와 바티칸 킹덤의 관계 및 마약 유통 과정은 C씨가 죽기 전에 드러났다.

<일요시사>는 C씨의 극단적 선택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도 마약 공급 계획을 짜고 투약하기도 했다는 사실이다.


‘마약왕’ 박왕열

바티칸 킹덤의 상위 공급책인 박왕열은 텔레그램 닉네임 ‘전세계’로 유명했다. 그는 동남아 3대 마약왕이라고 불리며 매년 동남아시아로부터 수십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의 필로폰을 국내로 공급했다.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범인이기도 한 박왕열은 현재 필리핀 마닐라 외곽 문틴루파에 위치한 뉴빌리비드 교도소(NBP)에 수감돼있다. NBP는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에 위치하며 수감자의 43%가 살인 및 신체적 상해 관련 범죄자들이 수감돼있는 교도소다.

황하나 마약 투약 타 언론과 차별성
탐사, 국과수·법의학계 중대한 역할

<일요시사>는 박왕열과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NBP를 찾아 접견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NBP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박왕열은 교도소에서 거물급으로 분류된다. 지금도 여전히 로비하고 마약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접견 요청은 본인이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왕열은)차라리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 (박왕열에게 직접)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데려가라, 한국에서 처벌을 받고 싶어 한다고 전해 들었다”고 알렸다.


반도체 노예들

<일요시사>는 중국에서 근무 중인 한 대기업 반도체 담당 직원들의 상황을 전한 바 있다. 삼성에 이은 대기업이지만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인해 “방도가 없다”며 직원들을 외면하는 회사의 행태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당시 중국 우시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한국인 50%, 중국인 50%로 구성됐다.

중국인은 중국 법인 소속이며, 한국인은 한국 법인 소속으로 파견자 직책이다.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한국 직원들이다. 파견된 직원은 대부분 20~30대로 어림잡아 500명 정도였다.

해밀톤의 비밀

10월29일 핼러윈 데이 기간 벌어져서는 안 될 참사가 발생했다.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금도 여전히 윗선을 향한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날 사람들이 빠져나갈 수 있는 통로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해당 골목길 옆 해밀톤 호텔에는 지하철 이태원역 입구 앞으로 이어지는 지하통로가 있었다. 호텔 직원을 포함한 술집 가드들은 해당 통로를 안내하지 않았고 오히려 손님을 안내하며 영업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실제 일부 술집은 사건이 발생한 당일 밤 10시30분을 넘어 새벽 2시까지 영업하기도 했다.

죽음의 격차

변고로 사망한 고인의 첫 번째 조문객이자 마지막 관찰자인 법의학자들은 많은 일을 해왔다. 한국 법의학계에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뽑을 때 ▲대구 지하철 참사(2003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노숙인 오인 사건(2014년) ▲충북 증평 사건(2016년)은 빠지지 않는다.

대구 지하철 참사는 대외적으로 한국 법의학의 수준을 알렸다는 점에서, 뒤의 두 사건은 현행 검시제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손꼽힌다.

<일요시사>는 국과수 서울연구소에서 6년1개월, 2223일 동안 진행한 현장검안 출동장부를 단독으로 입수했다. 이 기간 동안 국과수 법의관은 총 1만279건의 현장에 출동했다. 하루 평균 4.6건 꼴이다. 지역별로 강서 3094건, 양천 2352건, 구로 2463건 등의 변사사건이 일어났다.

한 달 평균 각각 42건, 32건, 34건이다. 부천은 원미·소사·오정으로 구분했고 2370건으로 집계됐다. 부천은 2016년 원미·소사·오정구 등 3개 일반구를 폐지하고 36개 일반동, 10개 책임동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했다.

10개 책임동은 원미1동·심곡2동·중동·중4동·상2동(이상 원미구), 심곡본동·소사본동·괴안동(이상 소사구), 성곡동·오정동(이상 오정구) 등이다. 연도별로는 2015년(3월부터) 803건, 2016년 1121건, 2017년 1197건, 2018년 1992건, 2019년 2122건, 2020년 2337건, 지난해(3월까지) 707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2월부터 부천이 포함되면서 2018~2020년에 검안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현장검안을 진행한 전 지역에서 남성 사망자가 여성 사망자에 비해 많은 경향을 보였다. 전체 건수로 따지면 남성(6664건)이 여성(3605건)보다 1.8배 더 사망했다. 지난해 기준 전체 사망자 31만7680명 가운데 남성은 17만1967명, 여성은 14만5713명으로 나타났다. 남성이 여성보다 1.1배 많다.

변사사건에서 남녀 간 차이가 전체 평균보다 크게 벌어진 것이다.

대한법의학회 학회지에 게재된 ‘2015년도 서울과학수사연구소 검안사례들에 대한 통계분석’ 논문에 따르면 사인불명인 경우에도 부검률은 40%로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사인 규명을 위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