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고뭉치 이루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2.27 10:16:59
  • 호수 14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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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못 속여…그 아버지에 그 아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가수 이루가 지난 19일, 음주 운전으로 방송 활동을 쉬고 자숙 기간을 갖기로 약속했다. 황당한 점은 3개월 전에도 음주 운전을 했었다는 점이다. 당시 동승했던 프로 골퍼는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가 거짓말로 드러나면서 검찰에 송치됐다. 이루는 자신의 SNS에 사과문을 올렸지만, 여론은 여전히 냉담하다. 

1983년생 가수 이루(본명 조성현)는 가수 태진아의 아들로, 아버지의 후광을 벗고 실력파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한국 가요계에 발을 들였다. ‘이루’라는 이름도 어머니 성에서 따온 이와 새길 루 자를 조합해 ‘가요계에 이름을 새기겠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아버지를
뛰어넘어?

이루가 가수로 정식 데뷔한 것은 2005년 9월이지만 활동을 계속 이어나가진 못했다. 데뷔 후 곧 입대했기 때문이다. 2008년 5월1일 25세였던 이루는 논산훈련소로 입소하면서 팬들에게 “갑작스럽게 입대하게 돼 많은 분들께 너무 죄송스럽다. 아쉽지만 대한의 건아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훈련 열심히 받고 잘 다녀오겠다”고 입대 소감을 밝혔다.

제대한 후 이루는 세 번째 앨범을 내 ‘다시 태어나도’ ‘까만 안경’ ‘흰 눈’을 히트시켰다. 특히 ‘까만 안경’은 이루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다.

그는 “‘까만 안경’이 가수로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어떻게 하면 좀 더 감정이 잘 전달될까, 깊이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한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해 욕심이 많고 치밀한 성격을 지닌 전형적인 AB형의 소유자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성격과 음악을 향한 열정은 태진아로부터 물려받았다.


그는 “내 성격은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는 악바리 근성과 뭔가에 몰입하면 푹 빠지는 집요함을 갖고 있다. 이런 성격은 아버지한테 물려받은 것이다. 평생 노력파로 살아온 아버지를 세상에서 가장 존경한다”며 “아버지는 나에게 따뜻하면서도 엄격하다. 아버지는 정한 생활규칙을 반드시 지킨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테면 통금시간이 밤 11시여도 친구들과 놀다보면 그 시간을 넘기는 게 쉽지 않냐. 그러나 나는 아버지가 무서워서 한 번도 어긴 적 없다. 매를 들지는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약속을 어기거나 거짓말을 하면 눈물이 쏙 나올 만큼 야단을 치셨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루가 ‘실력파 발라드 가수’가 되기까지 그의 발목을 잡은 것 역시 그의 아버지다. 아버지의 후광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가수가 되고 싶었다. 이루에 따르면 친형이 사장인 기획사에 아버지와 함께 ‘동료 가수’로 소속돼있었으나 가수가 되기까지의 공식·비공식 절차를 모두 밟았다. 

그는 버클리 음악대학 피아노학과를 휴학하고 한국에서 정식 오디션을 보고 친형 소속사에 들어갔다. 2년 동안 녹음실 청소와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했고, 소속사 작곡가가 발성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라고 지시해 보컬 트레이닝도 받았다. 이 기간이 지난 뒤 소속사와 정식 계약을 맺었다.

이런 과정 때문일까? 이루는 데뷔 3년 만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났다. 그는 ‘발라드계의 귀공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첫 단독 콘서트도 성공적으로 끝냈다. 당시 이루는 콘서트 콘셉트를 스스로 결정할 정도로 자신만의 개성있는 공연을 만들어냈다.

아빠는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
아들은 음주 운전으로 ‘면허 정지’

이런 그의 인기는 끝나지 않았다. 곧 인도네시아로 진출했고, 인도네시아에서 상상도 못했던 큰 인기를 누렸다. 그 시작은 ‘까만 안경’이었다. 인도네시아 영화사 측에서 영화 OST로 ‘까만 안경’을 써도 되겠냐는 제의를 했고,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게 됐다.


이때부터 이루의 인도네시아 진출은 시작됐다. 태진아는 아들을 위해 이루의 얼굴이 새겨진 전단지를 음악 방송 객석마다 직접 나눠줬다. 사람들이 버린 전단지는 다시 주워서 화장실에서 씻었다. 이루는 인도네시아 지상파 방송 토크쇼 <Late Night Show>에서 ‘이루 특집 방송’으로 2시간가량 토크쇼를 진행했다.

오직 이루만을 위한 토크쇼였고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태진아와 이루 부자의 사진이 걸렸다. 단독 콘서트는 2만여석이 매진됐고, 이루는 현지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스케줄을 소화해야 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도 잠시였다. 지난 20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이루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 운전) 혐의로 이날 입건됐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5분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음주 운전 중 사고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루가 탄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도됐으며, 동승한 남성은 경미한 상처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0.03% 이상 0.08% 미만)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루는 지난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음주 운전 사고를 낸 것을 인정하고 사과 글을 올렸다. 그는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죄드린다. 지난 20일 보도된 음주 운전 사실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현재 준비 중인 드라마의 제작사 및 방송사 관계자에게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연예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 시간을 갖겠다. 깊이 반성하고 뉘우치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저를 되돌아보겠다”고 밝혔다.

두 번의
음주 운전

이루는 내년에 방영될 예정이었던 KBS2 새 일일드라마 <비밀의 여자>에 캐스팅됐던 상황이다. 이에 <비밀의 여자> 측은 이루를 하차시키기로 결정했다. 지난 20일 비밀의 여자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비밀의 여자>에 출연 예정이었던 이루가 하차하게 됐음을 알려드린다. 제작진은 시청자분께 좋은 작품으로 보답할 수 있게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직접 음주 운전 사과문을 올리고 방송 활동을 접었지만, 여전히 여론은 냉랭하다.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모습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UN Village Seoul CAM’은 지난 21일 ‘22.12.19 강변북로 사고’라는 제목의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서울 한남동 UN 빌리지 부근에 설치된 CCTV에 찍힌 강변북로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에는 당시의 아찔한 교통사고 장면이 나온다. 지난 19일 오후 11시27분 찍힌 것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강변북로 구리 방향 한남대교-동호대교 부근에서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검은색 차량이 갑자기 방향을 잃는다. 그 후 비틀거리던 차량은 우측 가드레일에 부딪히며 반대 방향으로 미끄러져 중앙 분리대를 들이받고 전도됐다.

직후 뒤따르는 차들이 멈춰 섰고 다행히 사고 발생 순간 다른 차량과의 추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영상에 담긴 사고 상황이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현장인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에 담긴 날짜와 시간, 장소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 당시 시각과 일치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사고로 추정된다. 또 사고 직후 차량에서 운전자와 동승자로 보이는 사람까지 2명이 내리는 모습도 영상에 찍혔다. 

황당한 점은 이루의 음주 운전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루는 지난 9월에도 음주 운전 혐의로 입건됐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루 대신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여성 프로골퍼가 검찰에 송치됐다는 점이다.

지난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18일 범인 도피 혐의로 여성 프로골퍼 A씨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

끝없는
구설수

A씨는 지난 9월5일 이루의 음주 운전 혐의 관련 경찰 조사에서 “내가 직접 운전했다”고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루는 음주 측정 결과 처벌할 정도의 수치가 나오진 않았다. 이루는 “동승자 A씨가 운전했다”고 혐의를 부인했으며, A씨도 본인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경찰이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이루가 용산구 한남동의 한 술집에서 나와 운전석에 타는 모습이 확인됐다. 하지만 ‘위드마크’에서도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고 범인 도피를 교사한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 불송치 결정했다.


반면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한 A씨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태진아는 이루의 음주 운전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백은영의 골든타임>에서 백은영은 “태진아가 이루의 음주 운전으로 크게 낙심했다고 한다. 도저히 면을 들고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태진아는 충북경찰청의 착한 운전 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바 있다.

12년 전에는 이루가 전 여자친구였던 작사가 최모씨와의 이별 과정에서 구설에 휘말린 적 있다. 이 사건은 2010년 8월27일 최씨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이루와 결별 과정에서 태진아로부터 폭언을 듣고 모욕을 당했다”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면서 발단이 됐다. 당시 최씨는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태진아는 법무법인 ‘원’을 통해 보도자료에서 “최씨를 모욕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1억원의 돈을 요구받았다”고 최씨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루의 1집 곡 ‘미안해’를 작사한 최씨는 ‘조씨 부자는 최소한의 도덕성을 보여라’는 제목의 미니홈피 글에서 “나이 차가 많지만 이루와 사귀게 됐다. 이루가 종로구청에서 대체 군복무할 당시에도 내 오피스텔을 자주 찾았다”고 주장했다.

3개월 전엔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
드라마 <비밀의 여자> 캐스팅 취소

이어 “나와 이루가 헤어지는 과정을 리드한 태진아가 폭언을 일삼았다. 내 어머니를 만나 헤어지는 대가로 돈을 건넸다.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해도 나를 매도하고 협박한다면 이루의 비인간적인 태도를 밝히겠다. 녹취 및 CCTV 자료, 증인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원은 “이루와 최씨는 2년 전 잠시 남녀로 만난 적이 있다. 두 사람이 만날 당시 태진아는 그 사실을 몰랐기에 헤어지라고 압력을 가하거나 모욕한 사실이 없다”며 “최씨는 올해 초 편지를 보내 태진아에게 돈 1억원을 요구했다. 태진아는 법무법인을 통해 그런 행위가 계속될 경우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으며 최씨와 가족이 용서를 구해 참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씨가 이달 태진아에게 ‘다음 달 초 제가 쓴 책이 나옵니다. 용서를 비는 마음으로 덕담 한마디 들으려 전화드렸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책 출간 과정에서 일종의 홍보를 위해 문제를 일으킨 것 아닌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더 이상의 행동이 계속된다면 명예훼손과 협박 행위에 대해 법률적인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특히 최씨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루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주장하면서 사건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럼에도 태진아 측은 여전히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다가 2010년 9월7일 태진아 측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씨가 그동안의 주장을 모두 철회하는 각서를 작성하고 용서를 구했다. 좋지 않은 일로 대중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최씨는 이루와 오래전 잠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루와의 관계에서 임신을 하거나 유산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태진아가 최씨를 모욕했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한 사실도 전혀 없었다. 최씨는 각서를 통해 “태진아와 이루의 명예를 훼손한 것을 깊이 반성하며 다시는 이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치부만
드러나

결국 최씨는 2010년 9월10일 ‘거짓말했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그동안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했다. 이루의 아이를 가진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나팔관 유착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써놓았다. 

최씨는 “태진아 선생님이 내게 약속을 지키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협박은 없었다. 돈으로 이루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 것도 사실이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이렇게 서로의 치부를 드러내며 파국으로 치달은 폭로전은 결국 최씨의 거짓말로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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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