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삼영 후폭풍’ 경찰 속수무책 속사정

그럼 그렇지∼ ‘까라면 까야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류삼영 총경에 대한 중징계가 확정됐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직접 중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내부 불만이 급속도로 퍼지는 분위기다. 윤 청장이 ‘경찰 대표자’가 아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오른팔’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러나 사태를 해결할 묘수가 없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도 윗선 수사를 시작하지 못한 상황. 특히 이 장관에 대한 직접 수사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류삼영 총경의 중징계 소식을 접한 경찰 대부분은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한 신뢰를 내려놨다.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윗선 수사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개입 의혹 수사조차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분노는 커지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 게 현실인 셈이다.

중징계 확정
청장이 요청

경찰청 중장징계위원회(이하 징계위)는 지난 13일 류 총경에게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앞서 류 총경은 지난 7월23일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총경회의 주최를 주도했다가 상부의 해산명령을 즉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징계위에 회부됐다.

경찰공무원 징계 규정상 정직은 파면·해임·강등 다음으로 무거운 중징계에 해당한다. 징계위는 류 총경이 징계위에 회부된 언론 인터뷰를 이어나간 행보를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복종·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다.

류 총경은 서장회의를 중단하라는 경찰청장의 명령은 정당한 지시가 아니고, 언론 인터뷰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총경에 대한 중징계 처분에는 윤 청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청 시민감찰위원회는 지난 9월 경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나 윤 청장은 시민감찰위 권고와 달리 류 총경에게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경찰청 중앙징계위원회에 요구했다.

류 총경은 징계위 결정에 대해 즉각 불복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 총경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국가인권위원장도, 경찰인권위원장도, 경찰 내부에서도 계속 (저를)징계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왔는데도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며 “권력을 쥔 소수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류 총경은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하고, 구제받지 못하면 법원에 징계 결정 취소소송도 낼 계획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류 총경의 ‘중징계’를 요구한 윤 청장을 향해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찰 내부망 ‘폴넷’에는 ‘윤희근 경찰청장님이 부끄럽다’는 글도 올라왔다.

언론 수차례 접촉…품위 위반 정직 3개월
윤희근·이상민 등 윗선 향한 분노서 그쳐

작성자 A씨는 “청장은 내정자 시절 수많은 부하직원들의 반대만 아니라 (경찰국 신설에)법률적 하자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찰국 설치에 찬성했다”며 “정작 경찰국 논의를 하겠다는 류 총경에게는 중징계를 의뢰했는데, 저는 당시 정치권으로부터 류 총경을 보호하기 위한 청장의 묘수인 줄만 알았다”고 했다.

A씨는 ‘이태원 참사’ 국면에서 윤 청장이 보인 모습까지 비판하며 “청장 자리는 부하직원들의 과실에 대해 칼질을 해대는 자리가 아니라 무한대의 책임을(지는 것)”이라고 했다. 윤 청장이 지난달 1일 “(참사)현장 대응이 미흡했다”고 발표하자 경찰 내부에선 “책임을 일선 경찰관들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A씨는 “경찰청장이라는 자리는 부하직원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 대통령의 은혜를 입은 자리가 아니다”며 “저는 윤 청장이 우리의 수장이라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윤 청장을 향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경찰직협은 “당시 회의(총경회의)는 휴일에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된 것으로서 이를 중단하라는 직무명령이 적정했는지 의문이고, 과거 검사회의와 비교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류 총경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과 윤 청장에 대한 일부 경찰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윗선을 향한 특수본의 칼날이 더욱 날카로워져야 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나올 정도다. 우선 특수본은 지난 13일 오전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 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박 전 부장은 용산경찰서 정보과가 생산한 핼러윈 인파 급증 예상 보고서를 서울시내 31개 정보과장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삭제하도록 취지의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김 전 과장은 이 지시를 받고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직원을 회유·종용한 혐의로 입건됐다.

묘수?
꼼수?

특수본은 보고서 삭제에 가담한 용산경찰서 정보과 직원 A씨 역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특수본은 A씨의 경우 위계에 의해 본인 직무 밖의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 삭제 과정에서 김 청장이 관여한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다. 특히 이번 참사의 핵심인 현장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5일 기각되면서 전반적인 수사 일정에 차질을 빚었다.

이후 특수본은 두 피의자를 세 번째 소환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위한 보강수사에 열을 올렸다. 이번 주 중 두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신청한다는 계획도 잡았다.

앞서 특수본은 지난 11일 오전 10시 수사본부가 차려진 서울청 마포통합청사로 이 전 서장을 소환해 추가 조사를 진행했다. 지난 5일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엿새 만이자, 이 전 서장만 총 세 번째 소환 조사다. 이 전 서장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 때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시됐다.

당시 법원은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반면 이번 소환 조사에서는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 현장에 도착한 시간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실제 오후 11시5분쯤 현장에 도착했지만, 상황 보고서에는 오후 10시17분에 도착한 것으로 기재돼있었다.

이와 함께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관련해서는 ‘공동정범’을 적용하는 방향으로도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다. 과거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때도 ‘과실의 공동정범’ 법리가 받아들여진 바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서장의 단독 과실로 참사가 발생했다고 한다면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지만, 경찰·구청·소방·교통공사 등 관련 기관들의 과실이 중첩돼 참사가 발생했다고 법리를 구성하면 인과관계 입증이 수월해진다는 게 특수본 설명이다.

다만 이 같은 법리 구성을 하게 될 경우 업무 과정에서 사소한 과실이 있는 공무원도 전부 포함될 수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수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에서도 이런 점을 고려해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숨 돌린
수뇌부

결국 특수본이 이 전 서장에 대한 영장 재신청 시 공동정범 여부 등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관한 보강수사는 물론,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도 추가 분석해야 하는 등 해결 과제는 늘어나게 됐다.

특수본이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야 윗선 수사에도 속도감이 생길 수 있다.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급기관 고위 공무원들에 대해 같은 혐의를 적용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두 피의자는 참사 현장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책임 주체로서 비교적 과실이 뚜렷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들에 대해 무혐의 또는 재판부의 무죄 판단이 나오면 김 청장이나 윤 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워진다.


구속 지연은 경찰 외에 소방이나 구청 등에 대한 수사에도 줄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수본은 지난주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곧바로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영장을 신청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경찰이 입건한 이태원 참사 관련자 대다수가 이 전 서장, 송 전 실장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다는 점이다.

특수본은 피의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경찰과 소방·구청 등의 미흡한 대처, 즉 과실이 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해 피해를 키웠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기초적 수사 스탠스가 초반부터 흔들리게 되면 한 달이 지난 특수본의 수사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이 전 서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다면 수사 동력을 잃는 등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이 전 서장의 신병을 확보한다고 해도 윗선 수사가 더 큰 난제다. 행안부와 서울시 등 상급 기관 수사는 발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 적용도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기댈 곳은 특수본뿐인데…용두사미 조짐
헛도는 수사…업무상과실치사상 적용 어려워

게다가 최근 협의회가 출범하면서 유가족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수사 결과가 유가족의 눈높이에 맞지 않을 경우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는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특수본 소속 경찰관들은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수사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일요시사>와 만난 복수의 경찰 간부들은 “특수본 관계자들이 유족의 눈높이에 맞는 성과를 내려 애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청 한 간부는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에도 혐의 입증을 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어제 특수본 후배를 만났는데 정말 힘들어 한다. 윗선 수사에 미적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정말 억울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인과관계 입증이 쉬운 일이 아니다. 물적 증거와 논리가 퍼즐처럼 들어맞아야 한다. 또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워 무혐의 처분을 할 수도 없어서 애쓰고 있다”며 “유족들이 실망하지 않을 결과를 내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고 지켜봐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유가족과 경찰 내부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은 이 장관을 버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12일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해임 건의에 대해 “해임은 진상이 명확히 가려진 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진상 확인과 실체 규명이 이뤄져야 책임 소재도 가려낼 수 있다는 방침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은 이날 인사혁신처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수사와 국정조사 이후 확인된 진상을 토대로 종합적인 판단을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적어도 현 단계에서 도의적 책임이나 야당의 공세를 이유로 경질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부끄럽다”
비판 확산

그러면서도 대통령실은 해임 건의를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는 ‘이상민 문책론’을 부정하는 듯 비쳐 자칫 유가족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이 부대변인이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해서는 진상 확인과 법적 책임 소재 규명이 가장 중요하다”며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가려내는 것이 유가족에 대한 최대의 배려이자 보호”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출근길에서 국회 해임 건의에 대한 질문에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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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