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주호영의 풀지 못한 숙제들

친윤 넘어 찐윤으로 ‘마지막 기회’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원내대표를 여러 번 경험한 프로 정치인임에도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분명 힘을 실어줬음에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기가 빨린다. 협상을 이뤄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비판과 민주당의 공격에 끼여버린 모습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요즘 한층 더 외로워 보인다. 과연 그는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 이리저리 휘둘리며 치이고 있다. 야당의 공세는 물론 당내에서도 주 원내대표를 향해 공격이 들어온다.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한가득 쌓인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세제개편 법안 통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전당대회 시기 결정까지 여러 모로 괴롭다. 주 원내대표의 협상력과 지도력이 빛을 발해야 할 때다. 

예산안에
발목 잡혀

최근 해결해야 할 사안들을 감안할 때 주 원내대표가 상당히 고민이 많은 시기처럼 보인다. 여러 위기를 헤쳐나갈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일단은 윤석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모양새지만 난관을 헤쳐나가기는 어려운 형국이다.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대해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에게 “선배”라며 친근감을 보였다. 만찬은 오랜 시간 이어졌다. 이날 만찬 자리에서 직접적으로 정치 현안, 국정조사 같은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만찬은 윤 대통령이 만찬 정치를 통해 약해진 여당 결속력을 강화시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주 원대대표는 국민의힘 5선의 중진 의원으로 벌써 4번의 원내대표직을 맡았다. 협상을 잘하고 친화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이미 국회에서 잘 알려져 있다. 미래통합당 당시에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물러나면서 대표 권한대행 이력도 갖고 있다. 이 같은 협상의 달인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민주당이 요구해왔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수용하면서 주 원내대표의 입지가 다소 흔들렸기 때문이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과 대통령실은 주 원내대표에게 대놓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사실 주 원내대표를 원내대표직에 앉히기 위해 안간힘을 쓴 세력이 바로 윤핵관이다. 직전 비대위원장을 맡았으며, 이준석 전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뒤 물러난 후 한 달이 지나 재차 원내대표직에 올랐다. 당시 비윤(비 윤석열)계의 파란에도 불구하고 주 원내대표는 무난하게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러면서 당내의 분란도 점차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권성동 의원 등이 주 원내대표를 향해 공격하면서 또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주 원내대표가 국정조사를 받아들이는 것을 고심하자 당장 대통령실과 윤핵관 세력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여야가 합의한 국정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원내대표
국조부터 전대까지 챙길 것 한가득

같은 당끼리도 의견이 엇갈렸다. 국정조사 계획서를 채택할 때 국회 본회의 표결에 권 의원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장 의원, 김기현 의원 등은 반대표를 던지며 대놓고 주 원내대표의 국정조사 합의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우여곡절 끝에 국정조사 건이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지만, 합의문 중 대검찰청을 넣느냐 빼느냐를 두고 서로 합의문 위반이라며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당초 이태원 국조를 두고 “받아들이자”는 식으로 언급했으나 윤핵관의 입김에 결국 “수용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급선회했다. 급선회 배경으로는 “경찰 수사로 충분하다”는 게 이유였다. 

간신히 대검 조사 범위를 한정해 일단은 합의문대로 이행됐지만, 이번에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 안건이 주 원내대표에게 시련을 안기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 장관 해임 건의안 발의 시 이태원 국조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결국 이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이태원 국조는 생각보다 많은 범위에 걸쳐 있는 민주당의 여론전을 이겨내야 하는 형국이다. 국조 과정에서 드러난 것들이 국민의힘을 겨냥할 수 있는 무기로 변모할 수 있는 까닭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해임 건의안 발의 배경에 대해 “(참사에)책임지는 첫 번째 방법은 이 장관이 물러나는 것인데 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두 번째 방법인 반강제적 방식으로 해임 건의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어 “결자해지 측면에서 윤 대통령과 이 장관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전 상황인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번에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여당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잡음이 새어 나온다. 민주당은 여전히 공세를 그치지 않고 있다.

결국 주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어 “민주당의 행태를 몽니, 갑질 힘 자랑을 하고 있다”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조 대상에 이미 이 장관이 포함돼있다. 시작도 전에 이 장관의 파면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조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 내외
공격 타깃

일각에서는 취임 두 달 만에 주 원내대표가 리더십 위기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당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주 원내대표가 협상을 어떻게 한 것이냐는 내부적인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당이 띄운 국조를 받아들였는데도 불구하고 이 장관 해임 건의안까지 물고 늘어지고 있는 탓이다.

예산안도 문제가 꼬인 건 매한가지다. 앞서 국민의힘은 선 예산안 처리 후 국조를 주장했으나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게다가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내년도 예산을 줄줄이 삭감해 버렸다. 

주 원내대표에 따르면 민주당이 삭감하려던 예산은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하던 사업이나 대선공약 사업이 정부 예산에 들어 있다는 이유로 삼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중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문정부 5년간 총 214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던 사업이다. 이를 대통령실 이전과 엮어 정부안 304억원 대비 165억원을 감액했다는 것. 국가기본도 제작사업의 경우 지난해 예산은 952억원이 편성된 사업이다. 그러나 정부가 566억원을 책정했음에도 382억원이나 감액했다고 밝혔다. 

과거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소형모듈원자로 사업 지원은 새 정부가 추진한다는 이유로 정부안 70억원을 전액 감액하겠다고 나섰다. 또 윤정부 핵심 추진 사업도 대폭 감액할 방침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축 관련 6개 사업 예산은 정부안 285억원에서 29억원을 감액했고, 규제혁신추진단 운영 예산은 19억원을 줄이려 했다. 

이 밖에 윤정부 핵심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청년원가주택, 역세권첫집, 분양주택 예산 역시 1조1400억원을 감액하려 했고, 주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새 정부의 정책을 무력화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의 대선공약과 문정부의 실패한 정책 사업예산을 일방적으로 증액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경우 정부안보다 3161억원 증액했고,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6조5000억원을 증액했다고 주장했다.

현재는 간신히 양당이 긴 협의를 거쳐 정부 예산안 1조1800억원을 감액하는 데는 합의한 상태지만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넘겼다. 지난해 대선이 겹쳐 있어 비교적 무난히 통과된 것과는 비교되는 대목이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에 협치를 당부하고 있지만 어려운 상황이다. 야당에서 발목 잡고 있는 상황에서 주 원내대표의 예산안 통과는 최우선 과제 중 하나다. 

막혀 있는
굵직한 사안

민주당이 이처럼 예산안과 관련해 발목을 잡는 이유는 윤정부에 ‘무능’의 덫을 놓기 위해서다. 예산안은 여러 정치적 상황이 얽혀 있고 야당이 활용할 수 있는 무기다. 정부에 시위함으로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정부가 예산안이 삭감된 채 출발하게 되면 그려놓은 밑그림에 색을 칠할 수 없어진다. 

초조한 것은 국민의힘이다. 지금껏 반대해온 이태원 국조를 수용한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질질 시간을 끌수록 이득을 챙긴다. 내년 경제 상황 등이 더 어렵다는 예측이 계속 나오는 만큼 시간이 지체될수록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건 정부여당인 국민의힘이다.

거듭된 파행에서도 결국 책임론은 국민의힘과 윤정부에게 돌아간다. 민주당이 예산을 볼모로 잡고 있는 이유다. 
지금껏 유례없던 준예산이 편성되는 경우도 문제다.

준예산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이 성립하지 못하면 정부가 국회에서 예산안 의결이 확정될 때까지 경비를 전년도 예산에 준해 집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준예산은 의원의 지역구에 대한 문제까지 번질 수 있어 그 전에 예산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당장은 주 원내대표가 윤정부의 핵심 사업을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이에 따라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을 반드시 입증해야 한다. 당내 역시 친윤, 비윤 가리지 않고 결합하도록 노력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국조와 예산안 등 굵직한 사안에는 당이 하나가 돼왔다. 국민의힘도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주 원내대표를 구심점으로 뭉쳐야 산다. 세재개편 역시 주 원내대표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다. 민주당은 앞서 초부자 감세라며 몇 차례 제동을 건 바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예산심사를 여당이 거부하고, 지연하고 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과거 문정부 당시였던 2017년 4000억원에서 4조100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다며 역공으로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과거 발언도 문제삼았다. 대선을 앞두고 문정부에서 1가구 1주택 보유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 플랜을 밝히자 이 대표가 “잘했다”고 한 발언이다.

윤핵관 세력화되면 재차 계파 갈등?
문제 해결해야 당 대표 도전 가능

이번 발의한 종부세법 개정안은 본래의 기본공제액을 1가구 1주택자의 경우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다주택자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중과세를 폐지한다는 게 목표다.

법인세법 개정안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재 시행 중인 25%에서 22%로 3%p 낮추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이를 두고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펼치며 끝이 보이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문제는 이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여기에 주 원내대표는 전당대회까지 신경써야 한다. 전당대회는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만찬 이후 급물살을 탔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본격적으로 전대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앞서 지난달, 윤 대통령과 정진석 비대위원장의 독대 자리서 전대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보도가 나가자 정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지침을 주지 않는다고 했으나, 전대 준비 모드에 돌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도 전대 시기 조율을 위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대 시점은 정 비대위원장의 임기가 끝날 즈음인 내년 3월12일 이전이 유력하다.

정치권에서는 (전대 개최 시기에 대해)윤핵관이 윤 대통령에게 내년 2~3월 초가 적절하다고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발맞춰 친윤 인사들은 본격 세력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이미 한차례 민들레(민심을 들어볼래)라는 이름으로 출범했고, 여러 의원이 이름을 올리는 등 세력화를 시도한 바 있다.

장 의원을 주축으로 지난 6월 닻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친윤계와 이 전 대표 간 갈등이 불거지며 결국 계파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윤핵관 핵심축인 권 의원 역시 비판적 의견을 내면서 출범이 연기됐고, 장 의원은 불참 선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간판을 바꿔 ‘국민공감’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오는 7일 출범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미리 계파 싸움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 원내대표가 흔들리는 이유도 당내 친윤, 비윤의 갈등 때문이다. 의원 개개인 별로 따졌을 때 주 원내대표를 향한 신뢰도는 상당히 높다.  

그러나 세력으로 보면 여전히 갈등의 조짐은 여럿 비치는데 이는 여전히 국민의힘이 갈라져 있다는 반증이다. 내부서조차 앞에서는 하나인 것처럼 목소리를 내지만 뒤에서는 호시탐탐 뒤통수를 치려 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주 원내대표가 최근 “힘들다”는 식의 토로를 자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할 이유가 있다.

주 원내대표가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태원 국조와 예산안 난관을 헤쳐나가면서 강한 리더십을 보일 경우 자신의 입지를 더욱 굳힐 수도 있다.

라스트 찬스?
어려운 처지

한 정치권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가 산적해 있는 현안 과제들을 잘 해결해야 다음에도 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이 의도한 대로 주 원내대표가 끌려가게 되면 앞으로 처지가 곤혹스럽고 곤란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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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