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속질주' 문재인의 본격레이스 대예측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09.27 12:10:52
  • 댓글 0개

안철수랑 손만 잡으면 박근혜 쯤이야…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쾌속질주가 심상치 않다. 문 후보는 당내 대선후보경선에서 전국 득표율 56.52%를 기록했다. 준결승전이 될지도 모르는 결선투표를 저지하며 13연승으로 본선 티켓을 따낸 장본인이다. 험난할 것으로 예상됐던 문 후보의 초반 본선 레이스는 비교적 순탄해 보인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이 지난 19일 공식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꺼질 줄만 알았던 '문풍'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둘러싼 진통과 경선과정의 모바일 투표 내홍으로 문재인 후보가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이로써 문 후보는 대선고지를 향해 닻을 올리고 본격 항해를 시작했다. 경선에서 줄곧 선두를 유지하며 쾌속질주를 했던 문 후보가 본선에서도 속도를 유지할지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힐링대통령' 될 것
수락연설 호응 높아

서울을 마지막으로 민주통합당의 경선이 지난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날 문 후보는 민주통합당 제18대 대통령후보를 수락하는 연설을 통해 변화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천명했다.

문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제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이 먼저입니다'라는 말이 국정철학이 될 것"이라면서 "사람이 먼저인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를 위해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번째는 '일자리 혁명의 문'이다. 문 후보는 "일자리가 민생이고, 성장이고 복지"라며 "젊은이들이 더 이상 스펙에 매달릴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두 번째는 '복지국가의 문'이다. 그는 "격차해소가 국정의 최우선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는 '힐링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한 번의 실패가 낙오로 이어져선 안 된다. 재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세 번째는 '경제민주화의 문'이다. 문 후보는 "약자를 배려하는 따듯한 경제가 필요하다"며 "경제분야부터 '공평'과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새로운 정치의 문'이다. 그는 "대통령이 권한 밖의 특권을 갖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면서 "책임총리제를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문 후보는 "특정세력이나 지역에 편중되지 않은 균형인사"와 "야당과도 외교·안보에 관한 정보를 공유"를 약속했다. 그는 "편 가르기와 정치보복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면서 "시민들의 소통과 참여를 적극 보장해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섯 번째는 '평화와 공존의 문'이다. 문 후보는 "분단 극복은 우리 민족의 과제인 동시에 이제는 평화가 경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득표율 56.52%로 결선저지, 본선 진출
새 시대를 향하는 '다섯 개의 문' 제시

이어 "남북경제연합을 통해 경제분야에서부터 통일을 향해 나아가겠다"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한에 특사를 보내 취임식에 초청하고 임기 첫해에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이날 수락연설을 들은 네티즌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 네티즌은 "문재인의 수락연설은 박근혜의 수락연설에 비해 가슴이 뜨거웠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도 좋지만 문재인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다. 이는 드러난 이미지 문구나 문장을 말하는 게 아니라 말로나 표정으로 다 못한 그 깊은 가슴속에 온도가 있단 뜻이다"라고 극찬했다.

또한 "문 후보의 수락연설에서 전율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연설에 힘이 있다" "오늘 문 후보 수락연설의 본질은 '평소 생각', 초지일관 정면 카메라와 청중을 바라보며 자신의 신념을 소신 있게 말한 것" "원고 없이 자기의 생각과 계획을 조리 있게 (중략) 오래 축적된 지성이 말마디마다 배어 있어 울림이 크고 진정성이 있어 보인다"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실제로 경선 통과 후 문 후보가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저조한 지지율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문 후보에게 민심이 이반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문 후보의 수락 연설문이 한몫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9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박근혜 양자대결 조사에서 문 후보는 47.1%의 지지율을 얻어 44.0%의 박 후보를 3.1%p 차로 따돌렸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후보는 안 전 원장과의 야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도 44.9%를 기록해 32.3%의 안 전 원장을 12.6%p 차로 앞서 갔다. 다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38.6% 지지율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문 후보가 26.1%로 2위, 안 전 원장이 22.5%로 3위를 기록했다.

한편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는 박 후보가 44.7%, 안 전 원장이 44.5%를 기록하며 팽팽한 백중세를 보였다.

보폭 넓힌 대선행보
시민참여 정책캠프

유권자의 두터운 지지로 문 후보의 대선 행보도 점차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온·오프라인에서 소통의 통로를 대폭 넓히면서 문 후보의 보폭도 차차 넓어지고 있다.

문 후보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공개된 일정에 따라 참석할 수 있는 것도 문 후보의 ‘열린정치’를 나타낸다.

문 후보는 지난 19일 국립현충원을 참배한 데 이어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일자리가 먼저입니다'라는 주제로 일자리 창출 각계대표 간담회를 가지며 본격 대권행보에 나섰다.

다음날인 20일에는 경북으로 내려가 태풍피해 지역에서 수해복구 활동을 했다. 문 후보는 태풍 산바의 피해지역인 경북 성주군 성주읍 예산리를 방문했으며 이날 복구 작업에는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함께했다.

이후에는 홍익대학교에서 용역업체 변경 등으로 학교 측과 마찰을 빚어온 청소근로자들을 만나고 노량진에서 취업준비생과 시간을 갖는 등 민생현안에 귀를 기울이며 스킨십을 늘려갔다.

문 후보의 부인인 김정숙 여사도 문 후보와 보폭을 맞췄다. 지난 19일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방문한 후 민주당사에서 열린 제1차 전국여성위원회 및 여성리더십센터 연석회의에 참여했다.

이와 함께 문 후보는 대선기획단 첫 공개회의 자리에서 선거대책위원회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당 조직 중심의 민주캠프, SNS에 기반을 둔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자발적 조직인 시민캠프, 그리고 다섯 개의 문을 나타내는 정책 아젠다 중심의 미래캠프가 그것이다.

문 후보 캠프의 기획위원들은 '국민명령 1호' 모바일 웹 페이지를 통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을 이어갈 전망이다. 문 후보는 소통과 인사정책을 유기적으로 연결시켜 자발적인 참여로 효율적인 선거활동을 선도하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문 후보가 캠프의 조직과 정책마련 공간을 구축했지만, 앞으로 본격 본선에 오르기 위해 해결해야 할 난제가 있다. 민심은 어느 정도 포섭했지만 당심을 추스르는 일이 그것이다. 경선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던 비문 진영 전 후보들과의 화합을 이뤄내 민주통합당의 세력을 결집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안철수 따돌려
당 지도부가 대권고지 점령 최대 난관   

이것은 안 원장과의 야권단일화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선과정에서 대결했던 비문 진영 전 후보들과 심각한 갈등의 골을 드러냈던 만큼 이들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이들이 이미 안 원장의 캠프에 합류하려 한다는 정치권의 뒷말이 무성한 것도 문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비문 진영 캠프의 한 관계자는 "경선할 때는 만나자 해도 들은 척도 안 하더니 경선 이겨 놓고 손 내밀면 누가 잡아주나"라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또한 "갑자기 화해하자고 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딱 잘라 말하면서도 야권연대와 정권교체에 대해서는 "결국에는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쓰겠지만, 그 과정에서 문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 쇄신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결국 이들과 손을 잡기 위해서는 문 후보가 민주당의 쇄신이라는 카드를 내밀어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된다.

지난 20일 문 후보는 이해찬 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라는 대의를 위해서만 제게 주신 권한을 쓰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우리 당의 단결과 쇄신을 위해 제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준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쇄신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문 후보는 이번 주 초 손학규·김두관·정세균 전 후보와의 회동을 추진하는 등 당내 화합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 후보는 경선 다음날 김·정 전 후보와 통화를 하고, 두 후보로부터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어떤 역할이든 하겠다는 뜻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손 전 후보와는 통화가 안돼 문자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이러한 문 후보의 화합 행보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가 누구보다 정권교체와 민주당의 단합을 원하지만, 민주당 내 지도부의 손을 놓치는 못할 것"이라고 말해 민주당 쇄신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는 안 전 원장과의 단일화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안 전 원장이 장고 끝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막판에 문 후보에게 힘을 실어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안 전 원장은 지난 19일 대선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야권연대와 관련한 질문에 "현재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과 "그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단일화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지도부 쇄신을 주문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비문 진영과 회동 추진
쇄신 성패에 당락 좌우

민주당의 쇄신과 세력결집은 문 후보가 대선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보인다. 이것에 실패하면 안 전 원장의 지지를 받는 것이 불가능해 질뿐만 아니라, 단일화 과정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없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과 반성을 이끌어내고 당내 화합을 이룬다면 안 전 원장과의 단일화 과정이 수월해지고,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도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로선 박 후보의 '꼬리 자르기'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권교체를 위한 적극적인 쇄신의지를 보여 민주당의 묵은 때를 닦아내고 갈등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