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성범죄 당한 남성들의 눈물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31 13:00:25
  • 호수 1399호
  • 댓글 2개

“당했다고 하니 어느새 가해자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괜찮아. 남자는 원래 이런 거 좋아하는 거야.” 이 말은 여성에게 성희롱을 당한 남성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직접 들은 말이다. 남성 성희롱 피해자는 꾸준히 존재하지만,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이 겪은 피해를 말하지 못한다. 

한국은 과거에 남성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2013년에 형법을 개정하면서 남성이 성범죄 피해자에 포함된 것이다. 현재 형법 297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돼있지만, 그전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기재돼있었다.

부끄러워
신고 못해

남성이 성범죄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인식이 없는 것은 피해자 통계 수치로 증명된다. 강력범죄는 남성 피해자보다 여성 피해자의 수가 훨씬 많다. 2019년 기준 피의자 비율은 남성이 95.45%, 2만7626명으로 대부분 피의자 성별은 남성이다.

피해자의 비율은 여성이 85.81%, 2만2718명으로 대부분의 피해자 성별은 여성이다. 이 수치는 매년 비슷하다.

강력범죄 중 성범죄 피해자 성별도 이와 비슷하다. 지난해 강제추행을 당한 여성은 1만3962명인데 비해, 남성은 1248명으로, 남성 피해자가 10%도 안 된다. 기타 강간 및 강제추행 등을 당한 여성 피해자는 238명이지만 남성 피해자는 8명이다.


이런 상황이니 성범죄 예방 등은 여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법에서 남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을 뿐이다. 가정폭력과 성폭력에 노출된 남성 피해자를 위한 전문 보호시설 역시 전무해 내년에 서울에 세워질 예정이다.

피해자가 적다고 피해 사실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건 따로 있다. 여성가족부는 남성이 성폭력이나 성희롱 피해 사실을 남에게 알리는 경우가 여성에 비해 매우 드물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남성이 신고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신고하지 않는 이유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남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렵고 부끄러워서’ 등이다.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것 자체는 누구나 힘든 일이지만, 남성의 경우는 ‘성폭력은 여성이 당할 수 있는 것’이라는 통념 때문에 더욱 음지로 몰리고 있는 실상이다. 통계에 나온 수치보다 많은 남성이 성범죄 피해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남성이 경찰에 성폭력 및 성희롱을 당했다고 신고해도, 경찰의 대처가 여성이 신고했을 때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지목당한 여성이 범행 사실을 부인하면 확인할 길이 없다. 물론 증언해줄 사람이 있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끄러워서 말할 수가 없었다”
보통 위계 의한 성추행으로 시작

정확히 A(30)씨의 경우가 이런 상황이다. A씨는 경기도 ○○노동조합에 근무하는 직원이다. 지난해 7월26일 A씨는 같은 지부의 지부장인 B씨가 “서울지방본부 본부장 면담이 있는데 같이 가 달라”는 요청을 받고 함께 서울에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는 ○○노동조합 여성 국장을 포함한 A씨와 B씨 등 총 4명이 참석했다. A씨와 여성 국장은 일면식도 없이 처음 보는 사이였다. 4명 중 A씨가 직급이 가장 낮았고 나이도 가장 어렸다. 그래서 회의는 참석만 했을 뿐 발언권을 가지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후 4명의 일행은 식사하러 갔다. 여름이라 날이 더워, A씨는 근처에 있는 냉면집을 찾기 위해 휴대폰으로 검색을 하고 있었다. 

이때 A씨의 엉덩이 부분에 무언가 닿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여성 국장의 가방이 엉덩이에 닿는 거라고 여겨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내 소름이 끼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여성 국장이 A씨의 엉덩이를 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즉시 몸을 피한 후 여성 국장을 바라봤다.

여성 국장은 A씨의 상급자기도 했지만 나이도 20살이나 많았다. 이런 이유로 바로 화를 내지 못하고 여성 국장을 째려봤다. 그러자 여성 국장은 당황하면서 우물쭈물하더니 “엉덩이가 만지고 싶게 생겨서…”라고 작게 말했다.

이런 일을 당했어도 A씨가 그 자리에서 당장 따질 수는 없었다. 여성 국장의 체면도 있고, 지역본부가 서울 본부에 잘 보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이 문제를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것이 A씨의 심정이었다. B씨가 냉랭해진 분위기를 풀고자 농담을 했고, 이후 4명은 식사를 마친 뒤 헤어졌다.

이후 사건은 잠잠했다. 그러나 A씨와 B씨가 속한 노조가 지난해 10월 내부 사정으로 해체가 결정됐다. 지부 해체 결정이 난 이후 A씨와 B씨를 포함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 A씨는 B씨에게 “저 이제 ○○ 노동조합 임원을 그만두니까 여성 국장을 고소해도 돼요?”라고 물어봤다.

여국장이…
강제추행

정말 그렇게 한다는 것도 아니었고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 B씨가 대답을 바로 하지 않고 난처해하자 같은 자리에 있는 다른 직원이 상황을 물었다. 그래서 A씨는 지난해 있었던 사건을 주위 직원에게 설명했다.

여성 국장이 A씨를 추행한 사실은 그때부터 소문났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술자리에서도 이 이야기가 화두가 됐다. 경기도 ○○ 노동조합이 없어지는 과정에서 상위 지부의 업무처리 방식이 불만이었던 직원은 “여성 국장이 A에게 그런 짓도 하지 않았냐”는 말을 했다.

이 말은 ‘여성 국장이 A씨를 성추행했는데 왜 아직도 여성 국장의 자리를 지키고 있느냐’는 취지의 말이었다. 그러자 추행 사건을 몰랐던 다른 직원들은 무슨 말이냐고 물었고, 그 자리에서 처음 이 사실을 알게 된 C씨가 바로 여성 국장에게 전화했다.

C씨는 추행 사건의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여성 국장은 대답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곧 여성 국장은 C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 사건을 스스로 전국단위 노조 여성 국장에게 신고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노조 전국단위 여성 국장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됐고, 추행 사건과 관련해 “나는 원하는 것 없다. 사과만 들으면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가 여성 국장의 사과만 요구한 것은 3가지였다. 변호사를 통해 알아본 결과 ▲징역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는 점 ▲고소하고 송사하는 과정 자체의 힘듦 ▲같은 조직 내에서 원한을 사고 싶지 않다는 점 때문이었다.

전국단위 여성 국장은 A씨에게 “여성 국장이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서 조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A씨는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여성 국장을 형사 고소하거나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사건 자체를 노조에도 알리지 않았다.

증언만 
남았다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다. 여성 국장이 “A씨와 C씨가 상황을 만들어서 나를 괴롭힌다”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제추행 행위 자체를 부인한 것에 더해 A씨를 가해자로 몰아갔다. A씨는 여성 국장을 고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성 국장은 A씨를 포함한 세 명을 추가로 고소했다. 이 상황을 알게 된 직원들은 격분해서 기업 리뷰를 적는 블라인드에 글을 남겼다. 이 글에는 고소 이후에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나와 있다. 우선 A씨는 회사에서 퇴사당했고, 나머지 둘은 정직 처리를 당했다.

○○ 노동조합 감사실에 녹취록까지 제출했지만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글 작성자는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여성 국장이 위원장 도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글 작성자는 “피해자가 신고했는데 가해자가 됐다. A씨가 여자였어도 이랬을까? 경찰이나 여성가족부는 ‘피해자의 증언이 곧 증거입니다. 피해자가 기분이 나쁘다고 느끼면 그게 성추행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남자가 성폭력 피해자가 되니까 상황이 바뀌었다. 어이가 없다”고 분노했다.

해당 사건의 변호사도 같은 의견이었다. 변호사는 “피해자가 남자인 경우와 여자인 경우는 상황이 완전 다르다. 이번 경우는 남자가 피해자고 사건 당시의 증거가 없다. 증언이 있지만 불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특이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상황을 목격한 증인이 있어서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30대 초반 미혼 남성인 D씨는 회사에 다니다가 여사장으로부터 여러 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여사장이 “퇴근 후 식사나 같이 하자”는데 따라 나갔다가 성추행을 당한 것이다. 

피해자가 신고하니 피의자 지목
“실제 피해 남자는 훨씬 많을 것”

여사장은 식사가 끝나자 D씨에게 “술 한잔하자”고 제안했고,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D씨는 여사장을 따라나섰다.여사장은 술자리에서 D씨에게 연거푸 술을 권했지만, 여사장의 술잔을 거절할 수 없어서 모두 받아 마셨다. 그리고 D씨는 필름이 끊겼고, 눈을 떠 보니 숙박업소였다. 

여사장은 이후에도 D씨를 여러 번 불러냈다. D씨는 여사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지만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따라 나섰다. D씨는 “기술을 배워야 해서 경력이 쌓일 때까지 직장을 그만둘 수가 없는 처지다. 앞으로 사장이 또 부르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0명의 여자가 있는 부서에서 혼자 남자로 근무하는 E씨는 공공연히 이뤄지는 집단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다. E씨 부서의 여자 직원들은 김씨에게 ‘엉덩이가 예쁘게 생겼다’ ‘남자는 원래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아냐?’ ‘잘하겠다’ 등 큰소리로 농담을 주고받았다.

E씨가 가만히 서 있으면 그의 엉덩이를 툭 치고 지나가는 일도 있었다.

심지어 한 여자 직원은 그를 뒤에서 껴안으면서 가슴을 쓰다듬기도 했다. E씨는 “싫은 내색을 해봐야 많은 여자 앞에서는 소용도 없다. 소름이 끼칠 정도지만 일에 지장이 있을까 봐 심하게 화도 못낸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F씨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의류업체에서 일하는 F씨는 여직원이 80%인 부서에 근무 중으로 미혼에다가 나이가 가장 어렸다. 회사 여자 선배는 F씨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면서 “덩치가 있어서 좋다” “영계 같아서 좋다” “내 거야”라는 말을 했다.

이 사실을 회사 측에 호소했다가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F씨는 “여자 선배들이 나를 가지고 놀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아무리 억울하다고 외쳐 봐도 내게 돌아온 것은 비난과 해고뿐이었다”고 토로했다.

F씨 측 변호사는 “성희롱이란 우월한 지위에 있는 쪽이 다른 쪽을 억압하는 수단이므로, 여성이 많은 회사에서 남성이 성희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성이
피해자면?

‘남성의 전화’의 이옥 소장은 “남성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례는 과거에 드물었는데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성적 피해를 호소하는 상담 전화가 꾸준히 걸려온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전화를 걸어 상담할 정도라면 여러 번 반복해서 당하다가 참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실제로 피해를 본 남성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지원한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4명 중 1명은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피해자 수가 월등히 많기는 하지만 남성 피해자 수가 전년에 비해 2배 늘었다.

여가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지난 4월4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운영 실적’을 발표했다. 

2018년 4월 진흥원에 설치된 센터는 365일 24시간 상담과 피해 촬영물 삭제, 수사·법률·의료 연계를 지원한다.

지난해 센터는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총 6952명에게 18만8000여건의 서비스를 지원했다.

서비스 종류별로 보면, 피해 촬영물 삭제 지원이 16만9820건(90.3%)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6월부터는 개정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수사기관 요청에 따른 피해 촬영물을 선제적으로 삭제 지원하고 있다.

피해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 73.5%(5109명), 남성 26.5%(1843명)였다.

남성 피해자 수는 전년(926명) 대비 2배가량 늘었다. 여가부는 “이는 ‘몸캠 피싱(불법촬영 협박)' 피해 신고 건수 급증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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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