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과 채움이 있는 가을 정원 ②안동 봉정사 영산암

닫힌 듯 열린 마당 정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안동 봉정사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극락전(국보)과 조선 전기 건축양식의 특징을 보여주는 대웅전(국보)으로 유명하다. 부속 암자 영산암(경북민속문화재)도 빼놓을 수 없다. 영산암의 마당 정원이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영산암을 구성하는 크고 작은 전각 6동 가운데 자리 잡은 마당에는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같은 화초가 어우러져 무심한 듯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 사색의 계절 가을, 영산암 전각 툇마루에 앉아 마당 정원을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한국의 10대 정원

영산암은 일반적인 부속 암자와 달리 본사(本寺)와 이웃해 있다. 봉정사 승려들이 생활하는 요사채 뒤쪽 문으로 나가면 야트막한 언덕 아래 ‘한국의 10대 정원, 봉정사 영산암’ 표지판이 보인다. ‘영화 〈나랏말싸미〉 촬영지’라는 문구도 있다. 고즈넉한 옛 정취를 간직한 영산암에선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동승〉도 촬영했다.

영산은 석가모니가 설법하던 인도의 영축산을 말한다. 영산암의 정문을 겸하는 우화루는 ‘꽃비가 내리는 누각’이란 뜻이다. 부처가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꽃비가 내렸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우화루의 작은 문으로 허리를 굽혀 들어가면 우리 옛집과 마당이 어우러진 신세계가 펼쳐진다.

3단으로 된 마당 아래쪽에 풀꽃이 있고, 가장 넓은 중간 마당은 바위 위에 솟아오른 소나무를 중심으로 배롱나무와 석등이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간 마당 좌우에 들어선 송암당과 관심당은 우화루 2층과 수평으로 이어져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공간 연출을 보여준다. 우화루의 대청마루가 송암당, 관심당의 툇마루와 연결되는 모양도 독특하다. 우화루 벽체를 일부 없애고 송암당에는 넓은 툇마루를 두어 건물 가운데 ㅁ 자형으로 닫힌 공간이 밖을 향해 열린 모습이다.

다시 짧은 계단을 오르면 우리 고유 신앙을 받아안은 삼성각과 십육나한을 모신 응진전이 보인다. 응진전에 줄지어 앉은 나한상은 중앙의 엄숙한 불상과 달리 저마다 독특한 표정과 자세가 해학적이다. 벽에는 부처를 그린 탱화, 봉황과 학, 매화 등을 그린 민화도 눈길을 끈다.

영산암 마당 정원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송암당 툇마루에 앉으면 아담한 소나무와 배롱나무, 소박한 풀꽃이 아늑하다. 마당 가운데 서서 삼성각 쪽을 바라보면 하늘로 뻗은 소나무 가지와 바닥의 기암괴석이 선계에 온 듯하다.

응진전 앞에서는 영산암 마당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충 보면 5분도 안 걸리는 영산암에 오래 머물러야 하는 까닭이다.

오늘날 남아있는 목조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극락전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을 비롯한 많은 문화재 존재

영산암을 꼼꼼히 살펴봤다면 봉정사를 대표하는 극락전과 대웅전도 둘러봐야 한다. 맞배지붕이 소박한 극락전은 1363년(공민왕 12)에 중창했다는 상량문이 발견되면서 현존하는 우리나라 목조건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신라 때부터 이어온 고건축의 몇 가지 특징으로 볼 때, 같은 고려 시대 건축물인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국보)보다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봉정사 대웅전은 극락전보다 화려한 팔작지붕 아래 주불인 석가모니불과 협시불인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모셨다. 내부의 단청은 고려 시대 기법을 그대로 간직해, 건물과 함께 중요한 회화 자료로 주목받는다. 영산암(봉정사) 관람 시간은 오전 7시~오후 7시(동절기 오전 8시~오후 6시 / 연중무휴),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300원, 어린이 600원이다.

봉정사에서 자동차로 15분쯤 떨어진 곳에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이 있다. 거대한 암벽에 부처의 신체를 선으로 새기고 따로 조각한 머리를 얹은 형태는 고려 시대에 유행한 석불 양식이다. 머리와 몸통을 합해 12.38m에 이르는 거구인데 전체적으로 자연스러운 형태를 유지한다.

지금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거대한 부처 앞에서 절을 올리고 소원을 빈다.

봉정사가 자리한 안동은 유교와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봉정사에서 멀지 않은 의성 김씨 학봉종택(경북기념물)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은 조선 중기 문신 학봉 김성일의 종가다. 김성일은 1568년(선조 1년) 과거에 급제해 정언, 나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임진왜란 직전에는 사신으로 일본에 다녀와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막상 전쟁이 난 뒤에는 최전선에서 의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어려운 백성을 돕다가 병사했다.

학봉종택은 ㅁ자형 본체를 중심으로 제사를 모시는 사당과 유물을 보관한 운장각, 학봉기념관 등이 들어선 모습이다. 운장각에는 <경연일기> <해서록> 등 보물로 지정된 김성일의 친필 원고와 고문서 수백 점을 보관 중이다.

대표 유물은 학봉종택 입구의 학봉기념관에서 볼 수 있다. 학봉종택에 머물며 종가 음식을 맛보는 고택 체험도 가능하다(예약 필수).

광풍정

학봉종택 인근의 광풍정(경북문화재자료)은 김성일의 제자 장흥효가 지은 누각이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 성리학자 장흥효는 관직에 나가는 대신 평생 이곳에서 학문을 익히며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건물은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 유림이 고쳐 지은 것이라 한다.

광풍정 뒤쪽에는 암석 위에 세운 제월대라는 누각이 있는데, 광풍정과 위아래로 짝을 이룬 모습이 이채롭다. 광풍과 제월은 ‘비 갠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란 뜻으로, 중국 북송의 시인 황정견의 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봉정사 영산암→광풍정→의성김씨 학봉종택→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봉정사 영산암→광풍정→의성김씨 학봉종택→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
-둘째 날: 안동하회마을→부용대→안동 병산서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public
-봉정사 http://bong jeongsa.org
-학봉종택 www.hakbong.co.kr

문의 전화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054)840-6392
-안동관광 054)840-3433
-봉정사 054)853-4181
-학봉종택 054)852-2087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5~21회(06: 10~22:0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310번·급행2번 버스 이용, 봉정사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안동터미널 1688-8228
[기차] 청량리역-안동역, KTX 하루 7회(06:00~22: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안동역 정류장에서 310번·급행2번 버스 이용, 봉정사 정류장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소백로 봉화·풍기 방면→죽령로 봉화·영주·안동 방면→경북대로 안동 방면→풍산태사로 봉정사·서후 방면→봉정사길 봉정사 방면→봉정사

숙박 정보 
학봉종택: 서후면 풍산태사로, 054)852-2087, www.hak bong.co.kr
죽헌고택: 서후면 태장죽헌길, 010-5217-2174, https://andongtour.modoo.at

식당 정보
온계종택(삼백당): 도산면 온혜중마길, 010-2988-3435, www.한옥체험.한국 
토담집(생오리구이·오리불고기): 서후면 봉정사길, 054)843-32 06
석송가든(잉어찜·어탕): 안동시 제비원로, 054)841-7000
안동유진찜닭(찜닭): 안동시 번영1길, 054)854-6019


주변 볼거리 
임청각, 월영교, 탈춤공원, 하회세계탈박물관, 영호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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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