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줄 타는’ 박범계 민주당 의원 속사정

끈 떨어지고 허둥지둥 헛발질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교체되며, 당내 의원들의 입지도 대부분 달라졌다. 과거 입지를 공고히 해놨던 ‘친문’ 의원들은 본인 자리를 새로운 주류인 ‘친명’계 의원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중에는 현실을 깨닫고 흔쾌히 양보하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상황이 달라진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끝까지 욕심을 부리는 의원들도 있다.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라지만, 요즘 한국 정치는 심할 정도로 급격히 바뀐다. 한 달 전에 죽일 듯이 싸우던 둘이 어느 날 만나 웃으며 악수하는 일은 예삿일이고, 불과 일주일 전에 당 대표였던 인물이 징계를 받아 하루아침에 당 밖으로 쫓겨나기도 한다. 또 당내 권력 이동에 따라 ‘실세’였던 의원이 비주류로 전락하는 일도 다반사다.

화려한 데뷔
시작된 시련

실세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의원이 본인의 위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세였던 기간이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더욱 그렇다. 비주류가 된 의원이 과거에 ‘쉽게’ 했던 일들이 어려워지는 경우를 여러 차례 겪게 되면, 그제서야 본인의 위치를 깨닫는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박범계 의원이 요즘에서야 본인의 위치를 깨달아가는 중이라고 전한다. 과거 친문(친  문재인)계 핵심으로 활동했던 박 의원은 정계 데뷔 후 줄곧 굵직한 활약을 펼쳤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그는 판사로 부임해 약 10년간 일했다. 사법연수생 시절 자치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사법연수>라는 잡지의 편집장 자리를 맡기도 했다. 박 의원과 가까운 사람들은 그의 정계 데뷔가 이때 정해졌다고들 일컫는다.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2년 초 사법연수생원들에게 ‘가장 존경하는 법조인’으로 뽑힌 노 전 대통령을 찾아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때의 인터뷰가 박 의원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형편, 평탄치 않았던 사회생활에 박 의원은 동질감을 느꼈고, 이후 노 전 대통령에게 매료돼 판사 생활을 하면서도 그에 대한 존경심을 잊지 않았다.

그 존경심은 2002년 정계 진출로 이어졌다. 2002년 당시 김민석 전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을 배신하고 정몽준 후보 진영에 합류하자 박 의원은 매우 분개하며 법원에 사표를 제출한 후,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에게 노 전 대통령을 도울 뜻을 전했다.

‘노무현 후보 대선캠프’에 전격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박범계 정치’의 시작이었다. 이후 2002년 대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기적적으로 승리하며 박 의원도 자연스럽게 승승장구하게 됐다.

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참여정부 초기 민정 제2비서관, 법무비서관 등으로 등용되며 청와대의 알토란 같은 자리를 차지했다. 이때 그는 여·야당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약 2년간 청와대에서 일한 박 의원은 여의도 정치에 눈독을 들이게 된다. 그러나 여의도 입성은 청와대 입성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 나가기 위해 청와대에서 나와 열린우리당 공천 경선에 참여했으나 당시 지역에서 잔뼈가 굵던 고 구논회 전 의원에게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06년, 구 전 의원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해당 지역구가 공석이 됐다. 이 자리에 박 의원은 다시 공천받고자 했으나 이마저도 금방 포기해야 했다.

여의도 입성 후 승승장구 장관까지 
친문 입지 줄자 덩달아 비주류로

당시 국민중심당의 심대평 후보를 위해 그가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닥쳤기 때문이다. 두 번이나 시련을 겪은 박 의원은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했지만 통합민주당 인기 부진 등의 이유로 낙선했다.

또 다시 4년이 흐른 2012년, 박 의원은 제19대 총선에서 자유선진당 이재선 후보를 제치고 당선되며 드디어 여의도에 입성하게 된다. 

4수 끝에 여의도 데뷔에 성공한 박 의원은 이후 맹활약하며 ‘역대급 초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게 된다. 국회에 입성하자마자 민주당 법률위원장,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간사 등 굵직한 자리들을 꿰차며 ‘실세’로 거듭나더니, 2014년 배우 송혜교의 탈세 사건을 밝혀내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스타덤에 오른 박 의원은 재선이라는 시험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다. 그는 이미 인지도와 인기 면에서 상대당 후보였던 이재선 후보를 크게 압도하고 있었고, 선거에서 15%p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여유 있게 국회에 재입성했다.

이때 그는 친노(친 노무현)에서 친문으로 계파 이동을 완료한 상태였다. 대부분의 친노 인사들이 친문으로 분류되던 흐름에 박 의원 또한 탑승한 것이다.

당시 친문 세력은 친노 세력보다 더 막강한 파워를 자랑했다. 당내에서조차 제대로 입지를 세우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친문은 하나로 똘똘 뭉쳤다.

국회 내 의석 수도 크게 증가했는데 민주당은 제20대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으로 발돋움했다. 당의 영향력이 커지자 ‘실세’인 박 의원의 영향력도 덩달아 커졌다. 박 의원은 재선에 성공하자마자 모든 의원이 원하는 법사위원회에 들어가 간사 자리를 차지했다.

보통 법사위 간사는 중진 의원들 맡는 중책이었지만, 친문계에서 입지가 두터웠던 박 의원을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재선 때 박 의원의 활약은 더 빛이 났다. 태광그룹의 황제 보석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것도, 국정 농단 사태 당시 최고위원으로서 민주당 의원들의 전략을 진두지휘했던 것도 그의 재선 시절이었다.


제7회 지방선거 당시, 당 안팎에서 대전시장 출마설이 돌았지만, 그는 당을 지키겠다며 스스로 출마를 포기했다. 당시 분위기상 충분히 대전시장에 당선될 수 있었음에도 여의도 정치를 계속 이어나간 것이다.

잊지 못하는
과거의 영광

민주당이 여당으로 바뀐 후인 제21대 총선에 앞서 그는 3선 도전을 선언했다. 이때 박 의원은 단수공천을 받으며 무경선으로 무난하게 3선에 성공했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이 원내 1당이자 여당으로 바뀐 만큼, 그가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늘었다. 국회 전반기부터 박 의원은 조용히 활동하며 민주당 의원들의 활동을 측면해서 지원하다가 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에 시동을 걸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측면 공격수로 등장했다.

그는 이른바 추-윤 갈등이 시작됐던 때 국정감사에서 연일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며 그의 실수를 유도했고, 추 전 장관의 입장을 국회 차원에서 전달하며 검찰 조직을 견제했다.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던 박 의원은 이후 추 전 장관의 후임으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되며 직접 칼자루를 쥐었다. 박 의원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갈등은 주로 검찰 인사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초, 박 의원은 검찰인사를 검찰총장 측이 모르게 기습적으로 처리했다. 인사에 앞서 검찰총장과 검사 인사 논의 차 만난 박 의원은 경청하는 자세를 국민들에게 보여줬으나 정작 정기 검찰인사는 검찰총장 측을 건너뛰었다.

사실상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문정부에 유리한 검찰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이성윤·심재철 등 ‘추미애 라인’이라고 불리는 인사는 모두 살아남았고, 이들은 인사 후 자연스레 ‘박범계 라인’이 됐다.

그는 인사 단행 후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한명숙 구하기’에 뛰어들었다. 그가 한명숙 전 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에 관련한 의혹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서 심의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 검찰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박범계표 한명숙 구하기’는 수포로 돌아갔다. 박 의원은 임기 내내 문정부의 검찰개혁 의지를 이어나가려 애쓰다가 올해 5월 퇴임해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이처럼 박 의원은 여의도 데뷔 이래 꾸준히 정치력을 늘려나갔고 친노·친문의 핵심 인물로 평가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12년 동안 굵직한 일들을 밝혀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고,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후에는 권력의 요직에 서며 국정을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시절은 모두 지나갔다. 지난 3월 20대 대선에서 정권이 국민의힘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거대 여당 의원이었던 박 의원은 이제 야당 의원이 됐다. 바뀐 것은 정권만이 아니다. 그의 영향력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뛰었던 이재명 대표가 당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친문서
친명으로

지난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대표는 친문계 후보로 나왔던 이낙연 전 총리를 큰 표차로 따돌리며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발돋움했다. 이때부터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는 과거와 매우 달라졌다. 친노·친문이 주류를 차지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 신흥 세력인 ‘친명계’와 젊은 의원들이 민주당의 주류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대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음에도 이 기류는 바뀌지 않았다. 오히려 친명계가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당 내부 투표 결과가 그 기류를 잘 보여준다.

첫 번째 투표는 대선 직후 치러진 민주당 원내대표 선거였다. 이 선거에서는 친명계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박 원내대표가 친문계 박광온 의원을 제치고 당선되자 내부 분위기가 친명쪽으로 확실히 넘어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대선 패배의 책임을 후보 본인에게 있다기보다 문재인정권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후 전당대회까지 영향을 미쳤다.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는 70%가 넘는 득표를 하며 당선됐고 선출직 최고위원 대부분은 친명계가 밀었던 인물들로 당선됐다. 친명계가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한 셈이다.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자 친노·친문계였던 인물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기 시작했다. 당초 이낙연 후보를 밀었던 강성 친문계 의원들은 당내에서 입지를 전혀 세우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주류가 비주류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비주류가 된 의원들 사이에는 박 의원도 포함돼있었다. 친문 핵심으로 활동한 세월이 긴 박 의원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지속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지만, 당 내부에선 이미 그가 ‘끈 떨어진’ 상태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의원과 친명계 사이는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면서도 “그러나 전 정권에 몸담았던 인물인 만큼 이쪽(친명계) 사람들과는 거리가 조금 있다. 이걸 스스로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그가 만든 논란들이 그래서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회로 돌아온 박 의원이 장관 임명 전의 국회와 분위기가 달라진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고 함께 전했다. 박 의원이 당내 권력, 더 나아가 다음 총선에서의 입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한동훈 스타 만들기 일등공신? 
감사원 앞 1인 시위 중 굴욕도

그런 걱정 때문일까. 박 의원은 요즘 과거에 하지 않았던 ‘헛발질’을 매일 하는 중이다. 이것이 관계자가 말한 ‘논란’이다.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헛발질은 지난 7월 있었던 한동훈 장관과의 설전이다. 박 의원은 법사위원으로서 국회 대정부질문에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당시 박 의원은 과한 흥분을 여과 없이 나타내며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대중과 언론은 그의 흥분된 어투를 차분히 받아치는 한 장관을 높이 평가하며 한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박 의원은 한 장관에게 “이완규 법제처장에게 검수를 받았느냐”며 “한 장관 마음에 들면 검증하지 않고 한 장관 마음에 안들면 검증하느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과거 박 의원께서 근무했던 민정수석실에선 어떤 근거로 검증했느냐”며 “이 업무는 새로 생긴 업무가 아니라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해오던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본인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면 문재인정부의 인사 모두가 잘못된 것이라며 역공을 펼친 것이다. 해당 발언이 나오자 여당 의원들 중심으로 박수갈채가 쏟아졌고, 박 의원은 흥분해 “틀린 말이고 거짓말”이라고 소리쳤다.

이날 대정부질문은 한 장관의 역량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고, 박 의원은 여당의 차기 대권후보를 다시 한번 도와줬다는 당내 비판을 들어야 했다.

헛발질은 최근에도 계속됐다. 박 의원은 최근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를 실시하자 이에 반발해 지속적으로 감사원을 비판했다.

그는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에 대해 진상규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이렇게 예의 없이 바로 시작한다는 게 맞지 않다는 것”이라며 “강제 조사할 근거가 없는데 그렇게 할 만큼 하신 분들이 왜 자꾸 그러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직격했다.

문제는 그가 1인 시위를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본인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기 위해 감사원 앞으로 나가 직접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현장에 해당 사건의 ‘서해 피살 공무원’ 가족인 이래진씨가 함께 등장해 소란이 일었다. 

이씨는 박 의원을 향해 “당신들. 국가가 공무원이 적대 국가에 무참히 총살당하고 살해당했을 때 뭐했어?”라며 시위 피켓을 빼앗아들었다. 당황한 박 의원은 몇 차례 언쟁을 주고받다 분위기가 급격히 격앙되자 서둘러 자리를 뜬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사건을 두고 박 의원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유족들이 계속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는데도, 현직 의원이 이 시점에 1인 시위에 나가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빗발친 것이다.

당내 입지도
휘청휘청∼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 어떤 영광을 누렸든 정치인은 미래를 그려나가야만 한다. 최근 이 대표에 대한 검찰수사를 강하게 비판하며 ‘반전’을 도모하는 노력을 하는 중이지만 쉽지 않아보인다. 그가 헛발질을 반복한다면 그에 대한 당 내부의 시각도 쉽게 바뀌진 않을 것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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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