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위기 성남의료원,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10.11 09:19:01
  • 호수 13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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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주역이 천덕꾸러기 신세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코로나19 주역 병원, 국내 첫 번째 공공병원. 이는 모두 성남시의료원에 해당되는 말이다. 코로나로 정상 운영이 지연됐지만 성남시민들은 첫 공공병원에 힘을 실어줬다. 개원 3년이 지난 지금 성남시의료원의 ‘공공병원’이라는 역할이 흔들리고 있다.

옛 성남시청 부지인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성남시의료원은 2020년 7월28일 개원했다. 성남시의료원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성남시청 직속의 시립 종합병원이다. 2000년대 초 성남 인하병원이 폐업한 후 대안책이었던 공공의료원을 2003년 성남시 시민 발의로 설립한 최초의 시민 발의 시립의료원이다.

시청 직속

인하병원 노동조합에서 시작된 문제 해결 노력은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성남시 범시민운동으로 확산됐다.

‘성남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은 2년9개월에 걸쳐 2회의 주민발의 조례 청구와 1회의 시의원 조례 발의 끝에 2006년 3월16일 통과됐다. 주민발의 조례 제정를 통한 시민운동 공공병원 설립은 한국 사회에서 처음 생긴 일이다.

처음 있었던 일인 만큼 어려움도 컸다. 조례 제정 이후 ▲부지 선정 ▲대학병원 위탁 여부 ▲예산안 시의회 통과 ▲병상 수 ▲병원 성격 ▲건설공사 방식 ▲건설사 선정과 부실 ▲시민 참여 방식과 범위 ▲의료원장 ▲직업 급여 방식 ▲비정규직 고용 문제 등 다양한 어려움과 논쟁 및 갈등이 있었다.


성남시의료원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2019년에 완공됐고 동시에 시범 진료를 시작했다. 509병상 규모로 내과, 외과, 정형외과 등 11개 과목 진료를 시작했다. 정식 개원 후로는 24개 과에 대한 진료가 이뤄졌다.

이 같은 일정은 원래 계획과는 달랐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하면서 치료 전담병원이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성남시의료원은 정식 개원을 미루고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됐고, 일반 입원 환자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성남시의료원이 공공병원의 역할과 코로나 거점 전담병원이 된 것이다. 당시 시민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이 지난해 10월19일부터 29일까지 SNS로 성남시민을 대상으로 ‘성남시의료원 인식 조사’를 해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응답자 중 80%가 코로나 거점 전담병원으로 지정한 데 대해 ‘감염병 치료는 공공병원의 매우 중요한 역할’이라며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반대로 ‘코로나 진료를 축소하고 일반 진료 확대’ 의견과 ‘일반 진료를 축소하고 코로나 진료 확대’가 각각 11.11%와 8.89%로 뒤따랐다.

시민운동으로 만든 첫 번째 공공병원
지난 3년간 거점 전문병원으로 활약

시민들이 성남시의료원에 바라는 점은 ▲취약계층과 서민을 위한 병원 ▲제대로 된 공공병원의 역할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는 병원 ▲사회적 소외계층 진료 ▲시민 의견 수렴 ▲외래 등 일반진료 활성화시키기 등이 있었다.

성남시의료원은 시민이 시민을 위해 설립한 공공병원이다. 병원이 설립된 지 3년, 공공병원인 성남시의료원의 역할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정용한 경기도 성남시의회 의원 등 14명이 ‘성남시의료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지난달 21일 발표했다.


조례안에는 ‘성남시의료원은 코로나 감염병 대응에 최선을 다해왔으나 개원 3년 차가 됐다. 현재 유능한 의료진을 충원하지 못하고, 진료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시민들의 외면을 받았다’며 ‘성남시의료원을 대학병원 등에 위탁 운영해서 검증된 의료 체계를 통해 진료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여 시민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원으로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보건 의료노조(위원장 나순자)는 지난 4일 성남시 의회 앞에서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 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조례를 즉각 폐기하라. 위탁으로 포장한 공공의료 파괴‧의료 민영화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조례 개정안이 통과되면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시가 직영할 수 없고 반드시 위탁운영을 해야 한다. 민간병원이나 민간재단도 수탁기관이 될 수 있다. 성남시민이 만든 공공병원이 순식간에 민간병원이나 민간재단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개원과 동시에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역할을 수행했는데, 이제 지역 책임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시점이다. 그런데 적자 운운하며 민간위탁하겠다고 하는 것은 성남시의료원을 토사구팽하는 것”이라며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통해 제대로 된 공공병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의료민영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상진 성남시장도 비판했다. 시장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시장실을 옮기고 성남시의료원의 민간위탁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주민발의로 만들어진 성남시의료원인데 시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개정 조례안을 발의한 점이다.

“시 인력 채용 막아 필수 인력 부족”
“말만 민간위탁이지 사실상 민영화”

민간위탁이 아니라 사실상 민영화라는 의견도 있었다. 민간위탁은 국가 책임을 떠넘기고 오직 돈벌이 수단으로 공공의료를 여긴다는 의견도 있다. 즉 공공의료를 사기업에 팔아넘겨 이권 챙겨주기 행보라는 것이다. 

이남희 보건의료노조 성남시의료원지부장은 “2020년 정식 개원을 앞두고 시범진료를 하고 있던 성남시의료원은 감염병 격리병원 운영이 채 준비가 되기도 전에 코로나 환자를 진료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간호사들은 일반 병동 오픈 준비를 중단하고 갑작스럽게 감염병 격리병동 오픈 준비를 시작해 6병상을 오픈하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일반 병상까지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도 모자라 일반 병실에 음압기를 달고 코로나 병동을 확대했다. 코로나 환자를 위한 중환자실, 수술실, 투석실이 문을 열었고 의사들도 전문 분야를 포기하고 코로나 전선에 뛰어들었다. 행정직 보건직 직원들은 지원 업무를 도맡았다”고 성남시의료원이 코로나 거점병원으로 어떻게 활약했는지 설명했다.

이 지부장은 “이렇게 전 직원이 헌신하며 코로나 위기를 이겨왔지만 아직도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환자 증감에 따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보조원들은 병동을 옮겨 다니며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개탄했다.

또한 “강도 높은 업무로 인해 의료 인력이 지속적으로 퇴사하고 있지만 성남시가 인력 채용을 막아 필수 인력인 간호사조차 채용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얼마 남지 않은 2023년 사업을 위한 예산도 막았다”며 “의료원의 정상적인 운영을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신상진 성남시장과 국민의힘 시의원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쩌다…


보건의료노조와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는 ▲정상 운영조차 해보지 않은 성남시의료원의 민간위탁 추진은 정당성이 없음 ▲민간위탁은 진료비 부담을 높이고 공공병원을 돈벌이 병원으로 만듦 ▲지역 책임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은 필수 의료 국가책임제를 훼손하는 일 ▲민간위탁 강제는 상위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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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