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내분’ 국민의힘 향한 5선 조경태의 쓴소리

“비대위,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이 최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두고 한 말이다. 주호영호가 좌초된 직후 바로 두 번째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원으로 합류한 인물들 중 상당수가 친윤(친 윤석열)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인터뷰 동안 조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생보다 눈치 보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36세라는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인물이다.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할 말은 시원하게 한다. <일요시사>는 조 의원을 만나 비대위 출범의 과정, 당내 혼란 상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 정치 현안을 물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혼란을 겪는 중입니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서 국민에게 염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당은 대선,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정권도 바꿨고 지방권력도 가져왔습니다. 선거 때 국민에게 얘기하고 호소했던 게 국민을 잘 살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그랬는데 지금의 국민의힘이 초심과 일치되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당의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내 갈등이 친윤, 비윤 간 갈등에서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 간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정치를 할 때 생각의 차이는 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정치의 가치는 잘못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야당 탓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물가와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인데 윤석열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은커녕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답답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내년에 있을 공천권 때문에 다툰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50·60세로 제가 초선 의원보다 5~6세가량 어립니다. 그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정치를 할 때 공천 잘 받아서 국회의원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지나치게 공천에 매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비대위 출범 이후 이른바 윤핵관들이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단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원내대표 선거라던지 당 대표 선거 때 물러났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정진석)비대위원장 역시 윤핵관에 가까운 분입니다. 비대위원 선정도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출범했기 때문에 잘되기는 바라는 마음이지만 국민적 눈높이에 맞췄다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비대위 체제를 제외하고 혼란을 극복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게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서 그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입니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적인 지도부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채택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비대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당 내분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또다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세 번째 비대위 출범 명분이 없어 보입니다

▲저 역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비대위가 인용이 돼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또다시 비대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당이 대혼란에 빠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비대위를 강행했던 분들이 책임질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 뽑힌 비대위원들도 급하게 발표한 감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친윤 세력을 다시 비대위에 앉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분들이 정신적으로 맑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답이 늘 보입니다. 자꾸 자신들이 권력을 계속 쥐고 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욕심을 냅니다.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는 게 은연중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물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지 못합니다. 결국 비대위는 또 다른 여러 가지 분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말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고?”
중립적인 인물이 혼란 수습해야

최근 뉴스를 보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법원이 정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법부를 질타했는데 저희가 법치를 강조하는 우파정당이라고 하면서 법치를 부정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지금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지금 비대위는 어떻게 하면 조기 전당대회를 빨리 열 수 있는지 집중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만일 새로운 대표가 뽑히면 바지 대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당은 책임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정당의 대표는 누구의 눈치라도 보면 안 됩니다. 국민의 눈치만 살펴야 합니다. 현 상황은 정당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또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누구든 간에 성숙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검찰 탄압을 우리가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내로남불하면 안 됩니다.

- 비대위를 재차 출범시키는 걸 반대하는 의원도 많았을 텐데, 잠잠한 느낌입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겁니다. 정치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그게 옳다면 밀고 가야 합니다. 당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국민입니다. 당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민을 신경써야 합니다. 저희 당 이름도 국민의힘이지 않습니까. 당명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끼리 해보자는 식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투표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비대위원장을 정해놨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진회의에서는 정 비대위원장 말고 다른 사람 이름도 거론됐습니다. 원외 인사로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야기했습니다. 원내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반나절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면 이 역시도 석연치 않았던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을 박수로 추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권 원내대표께서 갑자기 새 비대위원장을 거명하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일종의 깜짝쇼 같았습니다. 정 위원장을 박수로 맞아달라며 삼고초려를 했으니 추인하면 좋겠다면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박수 치는 분위기였긴 합니다.

당시 저는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뒷줄에 앉은 대부분의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이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대위원장의 권한은 대표 권한과 같이 막강합니다. 그러면 과연 박수로서 추인하는 게 옳았는지 따져봤어야 합니다.

 진지한 토론을 해서 누구를 추천하는 행위가 없었습니다. 추인 방식이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대표 권한을 가진 사람을 선임하는 과정이 상당이 좀 어설프기도 하고 민주적인 방식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승리하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원내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여러 복잡한 사안의 갈등을 수습할만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당내에서 중립적인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수습되거나 악화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모습은 거의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궁금합니다

▲야당은 똘똘 뭉치는데 여당은 그렇지 못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 대표가 살아 돌아온다면 구성원의 일환으로서 또다시 내칠 수 없을 겁니다. 분명한 점은 이 전 대표가 2030세대에게 많은 희망을 주고 활동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소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 전 대표가 하는 표현이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청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우파의 가치를 존중하는 당이라고 하면 그에 걸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주장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획일화된 모습뿐만 아니라 ‘어리다’ ‘버릇없다’는 식으로 폄훼하는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전 대표가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전 대표가 현직이든 전직이든 어쨌든 대표였습니다. 최소한의 예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전 대표도 당 대표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본인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통합하려는 역할을 좀 더 무겁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힘의 혼란 충격이 윤 대통령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새입니다. 부정 평가율이 높습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론을 탓하고, 야당 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여론조사한 거 아니냐면서 외면하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부정평가가 2배 높으면 원인을 찾아 진단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필요합니다. 새 정부의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인사, 정책, 위기관리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야당 특검법 무리라고 생각할 듯
이재명 대표 잘못한 죗값 치러야 

-인적 쇄신을 단행했는데도 여전히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인적 쇄신도 국민의 기대치에 만족할만큼 폭이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선거 때 국민에게 내세운 게 ‘공정과 상식’입니다. 약속한 것처럼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국민은 늘 정부가 공정과 상식에 맞는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리스크로 늘 김건희 여사가 꼽힙니다. 민주당이 최근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제1야당으로서 보여주는 모습의 한계인가 느낍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훨씬 전부터 탈탈 털었습니다. 다 문재인정부에서 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일입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특검 주장도 없었습니다. 또 논문 표절을 이야기하는데 논문 표절은 이미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석사논문을 표절했다고 커밍아웃한 바 있습니다. 논문 표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많이 저질러왔습니다.

문정부 때도 인사청문회에 나선 장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야기가 논문 표절입니다. 그때 특검을 했습니까. 논문 표절이 특검감은 아닙니다. 표절 논문과 관련해선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여기엔 민주당의 가장 높은 자리(대표)까지 올랐던 사람들까지도 포함됩니다.

지금 와서 본인들은 아닌 것처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만 비난의 대상은 맞습니다. 특검이라는 건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했던 사안이라든지, 경제적 손실, 부정부패 등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논문을 다룬다는 게 특검에 부합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대표)도 반대하지 않습니까.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도 특검을 띄웠습니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기소됐습니다

▲주가조작은 문정부 때 집중적으로 수사했던 사안인데, 문제였다면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도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정략적으로 정치공세를 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니 정치적 수준이 참혹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도 무리라는 걸 알 겁니다.

그러면서 강행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 시절에 윤정부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윤 대통령을 고소·고발하는가 하면, 특검법을 발의하고 새 정부 성공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야당은 야당답게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면 이 대표 건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선거법 위반이지 않습니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해서 검찰에서 수사했고, 기소한 게 사실입니다. 다수의 정치인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많이 기소됩니다. 기소되는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민주당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전까지의 선거법 위반도 다 정치적 탄압입니까? 선거법 위반 사례를 가지고 정치적 탄압이라고 운운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죗값을 받는 게 맞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전체 인원인 169명이 특검법에 동의했습니다.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민주당은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이 반격하지만 다소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내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끝까지 경청할 의무가 있는 행위입니다. 언젠가 국민의힘도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평소 지론으로 내세우는 게 ‘소박한 정치가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20년 하던 정치와 비교하면 현재 정치는 과거보다 훨씬 더 퇴보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경제나 문화, 사회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정치인이 가져야 할 소박함이 부족한 탓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음의 욕심을 내려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정부여당입니다. 야당보다도 훨씬 더 국정운영을 책임질 몫이 큽니다. 언론 탓, 야당 탓, 누구 탓하지 말고 우리가 좀 더 국민을 화합·통합하고, 책임정치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지난 정부보다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너무 계파에 매몰되지 말고, 모두가 국민파로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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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