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내분’ 국민의힘 향한 5선 조경태의 쓴소리

“비대위,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다.” 국민의힘 내 최다선(5선)인 조경태 의원이 최근 출범한 비상대책위원회를 두고 한 말이다. 주호영호가 좌초된 직후 바로 두 번째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비대위원으로 합류한 인물들 중 상당수가 친윤(친 윤석열) 성향을 가진 인물이다. 인터뷰 동안 조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민생보다 눈치 보기에 바쁘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36세라는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같은 지역에서만 내리 5선을 지낸 인물이다. 초선 때부터 지금까지 여야를 막론하고 할 말은 시원하게 한다. <일요시사>는 조 의원을 만나 비대위 출범의 과정, 당내 혼란 상황,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 등 정치 현안을 물었다. 다음은 조 의원과의 일문일답.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혼란을 겪는 중입니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면서 국민에게 염치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당은 대선,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정권도 바꿨고 지방권력도 가져왔습니다. 선거 때 국민에게 얘기하고 호소했던 게 국민을 잘 살도록 하겠다는 약속이었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그랬는데 지금의 국민의힘이 초심과 일치되게 행동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당의 근본이 흔들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내 갈등이 친윤, 비윤 간 갈등에서 초·재선 의원과 중진 의원 간 다툼으로 번졌습니다


▲정치를 할 때 생각의 차이는 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장 큰 정치의 가치는 잘못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느냐입니다. 현재 국민의힘은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작정 야당 탓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에는 물가와 환율이 계속 오르면서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은 집권여당인데 윤석열정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받침은커녕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답답합니다.

-사실 이런 상황이 내년에 있을 공천권 때문에 다툰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초선 의원 대부분이 50·60세로 제가 초선 의원보다 5~6세가량 어립니다. 그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정치를 할 때 공천 잘 받아서 국회의원을 하는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역에서 땀 흘리며 일하고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하는 분들이 지나치게 공천에 매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비대위 출범 이후 이른바 윤핵관들이 2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단하기에는 쉽지 않지만 앞으로 원내대표 선거라던지 당 대표 선거 때 물러났는지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려되는 것은 이번 (정진석)비대위원장 역시 윤핵관에 가까운 분입니다. 비대위원 선정도 신선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출범했기 때문에 잘되기는 바라는 마음이지만 국민적 눈높이에 맞췄다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입니다. 

-비대위 체제를 제외하고 혼란을 극복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대안으로 제시한 게 원내대표를 새로 뽑아서 그 원내대표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는 방식입니다. 전당대회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켜서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정상적인 지도부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채택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 비대위를 계속 이어가는 게 당 내분이 계속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또다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세 번째 비대위 출범 명분이 없어 보입니다

▲저 역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같은 주장을 했습니다. 이미 한 차례 비대위가 인용이 돼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비대위를 출범시키는 행위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또다시 비대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당이 대혼란에 빠지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되면 비대위를 강행했던 분들이 책임질 것이라고 봅니다.

-새로 뽑힌 비대위원들도 급하게 발표한 감이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친윤 세력을 다시 비대위에 앉힌 이유가 궁금합니다

▲그분들이 정신적으로 맑지 못한 것 같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답이 늘 보입니다. 자꾸 자신들이 권력을 계속 쥐고 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욕심을 냅니다. 본인들의 말을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는 게 은연중에 깔려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좋은 인물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지 못합니다. 결국 비대위는 또 다른 여러 가지 분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말 듣지 않으면 쫓아내겠다고?”
중립적인 인물이 혼란 수습해야

최근 뉴스를 보니까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법원이 정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사법부를 질타했는데 저희가 법치를 강조하는 우파정당이라고 하면서 법치를 부정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지금 비대위가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지금 비대위는 어떻게 하면 조기 전당대회를 빨리 열 수 있는지 집중해야 합니다.

-일각에서는 만일 새로운 대표가 뽑히면 바지 대표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당은 책임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고, 그 정당의 대표는 누구의 눈치라도 보면 안 됩니다. 국민의 눈치만 살펴야 합니다. 현 상황은 정당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입니다. 또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모습은 누구든 간에 성숙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검찰 탄압을 우리가 주장할 수 있겠습니까? 내로남불하면 안 됩니다.

- 비대위를 재차 출범시키는 걸 반대하는 의원도 많았을 텐데, 잠잠한 느낌입니다

▲서로 눈치만 보는 겁니다. 정치를 하려면 용기가 필요하고,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더라도 그게 옳다면 밀고 가야 합니다. 당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건 국민입니다. 당원도 중요하지만 우선 국민을 신경써야 합니다. 저희 당 이름도 국민의힘이지 않습니까. 당명에 맞는 행동을 하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끼리 해보자는 식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투표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비대위원장을 정해놨다는 느낌이 듭니다

▲중진회의에서는 정 비대위원장 말고 다른 사람 이름도 거론됐습니다. 원외 인사로 당시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야기했습니다. 원내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오가고 반나절도 아니고, 몇 시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면 이 역시도 석연치 않았던 의사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대위원장을 박수로 추대했다는 말이 나옵니다

▲권 원내대표께서 갑자기 새 비대위원장을 거명하면서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일종의 깜짝쇼 같았습니다. 정 위원장을 박수로 맞아달라며 삼고초려를 했으니 추인하면 좋겠다면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일단은 박수 치는 분위기였긴 합니다.

당시 저는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뒷줄에 앉은 대부분의 다른 분들도 저와 같이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비대위원장의 권한은 대표 권한과 같이 막강합니다. 그러면 과연 박수로서 추인하는 게 옳았는지 따져봤어야 합니다.

 진지한 토론을 해서 누구를 추천하는 행위가 없었습니다. 추인 방식이 초등학교 반장선거만도 못했습니다. 집권여당의 대표 권한을 가진 사람을 선임하는 과정이 상당이 좀 어설프기도 하고 민주적인 방식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승리하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원내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여러 복잡한 사안의 갈등을 수습할만한 인물이 필요합니다. 당내에서 중립적인 인물이 있어야 합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하느냐에 따라 수습되거나 악화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모습은 거의 후자에 가깝습니다. 


-이 전 대표가 다시 돌아온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궁금합니다

▲야당은 똘똘 뭉치는데 여당은 그렇지 못하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 대표가 살아 돌아온다면 구성원의 일환으로서 또다시 내칠 수 없을 겁니다. 분명한 점은 이 전 대표가 2030세대에게 많은 희망을 주고 활동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소 의견이 다르더라도 이 전 대표가 하는 표현이나 주장에 대해서도 충분히 경청할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우파의 가치를 존중하는 당이라고 하면 그에 걸맞게 행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주장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획일화된 모습뿐만 아니라 ‘어리다’ ‘버릇없다’는 식으로 폄훼하는 모습은 좋지 않습니다.

저는 이 전 대표가 충분한 역량을 갖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전 대표가 현직이든 전직이든 어쨌든 대표였습니다. 최소한의 예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전 대표도 당 대표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본인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 겸허하게 수용하고 통합하려는 역할을 좀 더 무겁게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국민의힘의 혼란 충격이 윤 대통령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 모양새입니다. 부정 평가율이 높습니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언론을 탓하고, 야당 성향이 강한 언론에서 여론조사한 거 아니냐면서 외면하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부정평가가 2배 높으면 원인을 찾아 진단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게 필요합니다. 새 정부의 기대치가 높았는데 기대치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인사, 정책, 위기관리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야당 특검법 무리라고 생각할 듯
이재명 대표 잘못한 죗값 치러야 

-인적 쇄신을 단행했는데도 여전히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인적 쇄신도 국민의 기대치에 만족할만큼 폭이 넓었으면 좋겠습니다. 윤 대통령이 선거 때 국민에게 내세운 게 ‘공정과 상식’입니다. 약속한 것처럼 국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국민은 늘 정부가 공정과 상식에 맞는 국정운영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리스크로 늘 김건희 여사가 꼽힙니다. 민주당이 최근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습니다

▲김 여사 특검법은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제1야당으로서 보여주는 모습의 한계인가 느낍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대해선 훨씬 전부터 탈탈 털었습니다. 다 문재인정부에서 한 일입니다.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일입니다.

그런데 당시 민주당에서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고 특검 주장도 없었습니다. 또 논문 표절을 이야기하는데 논문 표절은 이미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석사논문을 표절했다고 커밍아웃한 바 있습니다. 논문 표절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많이 저질러왔습니다.

문정부 때도 인사청문회에 나선 장관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이야기가 논문 표절입니다. 그때 특검을 했습니까. 논문 표절이 특검감은 아닙니다. 표절 논문과 관련해선 민주당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여기엔 민주당의 가장 높은 자리(대표)까지 올랐던 사람들까지도 포함됩니다.

지금 와서 본인들은 아닌 것처럼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다만 비난의 대상은 맞습니다. 특검이라는 건 국가적인 위기 상황을 초래했던 사안이라든지, 경제적 손실, 부정부패 등에 대해 특검을 하는 겁니다. 그런데 논문을 다룬다는 게 특검에 부합되는 것인지 살펴봐야 합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대표)도 반대하지 않습니까. 

-주가조작과 관련해서도 특검을 띄웠습니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기소됐습니다

▲주가조작은 문정부 때 집중적으로 수사했던 사안인데, 문제였다면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로도 나오지 못했을 겁니다. 정략적으로 정치공세를 하는 야당의 모습을 보니 정치적 수준이 참혹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도 무리라는 걸 알 겁니다.

그러면서 강행하는 건 국민을 무시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당 이 대표가 당 대표 후보 시절에 윤정부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잉크도 마르기 전에 윤 대통령을 고소·고발하는가 하면, 특검법을 발의하고 새 정부 성공을 위해 협력하는 모습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야당은 야당답게 운영했으면 좋겠습니다.

반면 이 대표 건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것입니다. 선거법 위반이지 않습니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조사해서 검찰에서 수사했고, 기소한 게 사실입니다. 다수의 정치인들은 선거법 위반으로 많이 기소됩니다. 기소되는 정치인이 선거 때마다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민주당이 정치적 탄압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전까지의 선거법 위반도 다 정치적 탄압입니까? 선거법 위반 사례를 가지고 정치적 탄압이라고 운운하는 건 옳지 않습니다. 법을 위반하면 죗값을 받는 게 맞습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합니다. 

-민주당은 전체 인원인 169명이 특검법에 동의했습니다. 우려가 나오는 부분은 민주당은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는 점입니다. 국민의힘이 반격하지만 다소 무게감이 떨어집니다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라는 것은 내 의견에 반대되는 의견을 얘기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끝까지 경청할 의무가 있는 행위입니다. 언젠가 국민의힘도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가 평소 지론으로 내세우는 게 ‘소박한 정치가 세상을 꿈꾸게 한다’는 말입니다. 제가 20년 하던 정치와 비교하면 현재 정치는 과거보다 훨씬 더 퇴보한 듯한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경제나 문화, 사회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지만, 정치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결국 정치인이 가져야 할 소박함이 부족한 탓입니다. 다른 분들도 마음의 욕심을 내려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정부여당입니다. 야당보다도 훨씬 더 국정운영을 책임질 몫이 큽니다. 언론 탓, 야당 탓, 누구 탓하지 말고 우리가 좀 더 국민을 화합·통합하고, 책임정치를 실현시켜야 합니다. 지난 정부보다 더 잘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너무 계파에 매몰되지 말고, 모두가 국민파로서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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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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