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반지하’ <기생충> 현실판 천태만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14 09:20:47
  • 호수 13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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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방 없앤다고? 골치 아픈 집주인과 세입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영화가 현실로 다가왔다.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로 반지하가 침수됐고, 이 장면이 현실 속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현실 속 폭우는 끝났지만, 고난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반지하 주민과 집주인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정부 대책은 이들의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어디에도 ‘반지하 주민의 삶을 위한’ 대책은 찾을 수 없다.

반지하는 반은 지상에, 반은 지하에 위치한 주거공간이다. 반지하 채광창에는 길거리를 걷는 외부 사람들의 발이 보인다. 원래는 지하실이나 보일러실 또는 전쟁 대비용으로 활용했던 공간이지만, 주요 대도시 인구가 증가하면서 거주용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살라고…

집주인은 반지하를 주거공간으로 바꾸는 데 적극적이었다. 일반 주택은 허가가 4층까지만 하지만, 반지하는 지하로 분류돼 층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반지하를 포함한 총 5개층의 임대료를 받기 위해 주거공간을 바꾼 것이다.

반지하층은 채광이나 습기, 침수 위험도 등이 지상층과 다르다.

이처럼 반지하가 주거용으로 바뀌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우선 반지하는 습도가 높기 때문에 음식물 부패도 쉽고 곰팡이가 많이 생긴다. 심한 곳은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빵에 곰팡이가 생기고, 옷이나 이불은 물론이고 쌀에도 곰팡이가 생긴다. 당연히 빨래도 잘 마르지 않는다.


도로변에 있는 반지하는 창문의 높이와 자동차 배기구 높이가 비슷해서 자동차 매연에 시달리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공기보다 무거운 라돈이 누적돼 폐암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밖에서 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라 창문을 마음 놓고 열지도 못한다.

또 높은 담을 넘을 필요도 없이 창문만 열면 쉽게 실내로 침입할 수 있어 도난 등 각종 범죄가 발생하기도 쉽다. 화장실의 수압도 지상층보다 약하다. 특히 변기가 정화조 위에 설치된 사례가 많아 역류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처럼 반지하주택은 거주 시 문제가 많다. 그럼에도 반지하주택이 계속 나오는 건 일반 지상층 주택보다 전월세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렵거나 돈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라면 반지하주택은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밖에도 해당 지역이 재개발될 경우 반지하 거주민도 입주권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반지하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하실·전쟁 대비용서 주택 활용
곰팡이·매연·역류·부패 등 부작용

통계청이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2020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지하 거주 가구 비율은 1.6%인 약 32만7000가구로 집계됐다(반지하 포함). 이 중 서울지역 지하 가구는 약 20만1000가구로 전국 지하 가구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 전체 가구 대비 지하 가구 비율은 5.0%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과 인천의 지하 거주 약 2만4000가구, 경기의 지하 거주 8만9000가구를 모두 합치면 약 31만4000가구에 달한다. 이는 전국 지하 가구의 96%에 달하는 수치다. 사실상 거의 모든 지하 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통계에 따르면 가구주들의 연령대별 지하 거주 비율은 29세 이하가 2.1%로 가장 높고, 50대 1.9%, 60대가 1.8% 순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거주 층별 점유 형태를 보면 지하 거주 가구는 월세가 51.1%, 전세는 22.8%로 합치면 총 73.9%가 세입자 신분이다.

반지하주택의 문제점과 인구주택 총조사를 보면, 집중호우로 벌어진 참사가 저소득층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건 예견된 일이다. 지난달 8일 서울에는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전날부터 이날 오전 11시10분까지 연평균 강수량의 30%가 넘는 426.5㎜ 비가 쏟아졌다.

특히 서울 동작구에는 1907년 서울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아래, 115년 만에 역대 최고치의 폭우가 내렸다. 이번 폭우 원인은 폭이 좁은 정체전선이 서울 상공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이다.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길어 좁은 범위 내에 많은 비를 내리는 게 특징이었다. 전날 비구름대가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머물면서 같은 서울 안에서도 강북보다 강남 지역에 훨씬 많은 비가 내렸다.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시민들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중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은 반지하주택 거주자였다.

집중호우
참사 예견

특히 이번 폭우로 신림동 반지하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하자, 정치권은 반지하주택에 대해 반응하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지하·지하 공간의 주거용으로서의 건축 허가를 전면 불허하고 기존 반지하주택도 10~20년 유예기간을 두고 사람이 살지 않는 창고·주차장 등으로 용도 변경해 반지하주택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건축 인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장의 선언에 건축법을 주관하는 행정부처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즉각 반발했다. 원 장관은 “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며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건축업계는 오 시장의 반지하 퇴출 선언이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20년 전 건축법이 바뀌면서 시장에서는 반지하주 택을 신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건축업계 관계자는 “경사지라서 반지하를 지상층처럼 쓸 수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반지하를 만들지 않은지 오래됐다. 오 시장의 반지하 퇴출 선언은 실효성이 있는 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인 퍼포먼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숨진 신림동 주택도 1997년 착공해 1999년 6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주차장법이 강화되기 직전에 지어진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총 17세대가 사는 다세대 주택이다. 

바로 맞은편의 다세대 주택은 1층이 주차장으로 돼있는 필로티 구조다. 총 5층 규모로 1층이 주차장이고, 반지하는 당연히 없다. 이 건물은 2003년 6월에 착공해 그해 12월 사용승인을 받았다.


반지하‧지하 주택을 건축하기 어렵게 관련 법은 계속 강화됐다. 30세대 이상 규모로 주택법상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택은 지하에 주거공간을 넣지 못한다. 또 2018년부터 시행된 지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하 10m 이상 굴토 시에는 지하 안전영향평가를 받아야 해서 지하 공사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

2010년 추석 명절 때 서울에 쏟아진 폭우로 1만2518동이 침수됐던 사고도 한몫했다. 당시 상당수가 반지하주택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정부와 협의해 침수지역의 반지하주택 건축 허가 제한을 추진했다.

이랬다
저랬다

오 시장의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발언은 반지하주택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의 반발을 샀다. 당연히 가장 힘든 것은 반지하주택 세입자다. 오 시장의 반지하주택을 없애겠다는 발언으로, 앞으로 사라질 반지하주택은 수리할 필요가 없다는 집주인들이 생겨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남긴 20대 여성 A씨도 같은 상황이다. 반지하주택 전세 거주자인 A씨는 지난 집중호우 때 집이 침수됐다. 물이 모두 빠진 뒤 방은 진흙밭으로 변해 있었다. 방 벽지나 장판은 물론이고 풀옵션으로 들어가 있던 가전제품들도 모두 고장났다. 당연히 개인 소지품도 다 버렸다.

A씨는 집주인에게 방 상태를 알리고 집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벽지 도배와 청소만 하고 장판을 교체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재난지원금 동의서에 서명해달라”고 A씨에게 말했다. 침수 피해로 인한 주택의 유지 보수 의무는 집주인에게 있는데도 이를 하지 않은 것.


A씨는 앞으로 반지하주택이 사라질 것으로 여겨, 집주인이 집을 수리해 주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내년 3월이 돼야 집 계약이 만료된다. 나는 아토피와 알러지가 심한데, 주거환경이 안 좋으면 몸이 바로 반응한다”며 “그런데 장판을 교체하지 않으면 어떡하나. 집수리를 해주지 않으면 이 집에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민법 제623조에 의하면 ‘임대 목적물의 수선 유지 의무는 임대인에게 있으나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에 따라 도배·장판 등 시설 수리 비용에 우선 충당해야 한다’고 적시돼있다. 또 세입자가 재난지원금을 받은 경우 집주인과 지원금 사용을 두고 이견 발생 시, 집주인이 주택시설 피해 복구 비용 이외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A씨의 집주인은 반지하주택을 수리해주지도 않고 재난지원금을 받으려는 것이다.

“곧 없어질 거라며 침수됐어도 안 고쳐줘”
“10월에 리모델링해서 팔 계획이었는데…”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주변에 아는 어른이나 남자 데리고 가서 법대로 하자고 말해라” “이런 집주인은 피하고, 방 빼고 유지보수를 안 해준다는 이유로 보증금을 달라고 해라” “반지하 멸실 이야기가 나오는데 누가 돈을 쓰려고 하겠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반지하주택 세입자인 20대 B씨도 이번 침수로 황당한 일을 겪었다. B씨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5만원 반지하주택에 살고 있다. 이번 침수로 주택에 있었던 1500만원 상당의 컴퓨터와 주변 장비들이 모두 고장났다. 

B씨는 집주인에게 보상해달라고 말했지만 집주인은 “고작 25만원 월세에 살면서 고가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게 말이 안 된다. 소송을 걸겠다”고 해서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이외에도 전세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세입자를 못 나가게 막는 집주인도 있다.

물론 세입자들만 힘든 것은 아니다. 집주인도 침수 피해를 겪었다. 오는 10월에 반지하주택 매도를 계획하고 있었던 집주인 C씨는 침수로 반지하주택 매도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C씨는 “내가 가지고 있는 집은 반지하주택 한 채다. 침수되지도 않았지만, 뉴스에서 반지하에 대한 나쁜 모습만 보여준다. 또 반지하를 없앤다고 하니 누가 사려고 하겠느냐”며 “원래는 리모델링해서 매도하거나 전세를 주려고 했는데 방법이 없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반지하주택을 줄이겠다는 서울시의 정책과는 반대로, 정부는 지난달 30일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을 20조7000억원에서 15조1000억원으로 5조6000억원을 삭감시켰다.

이번 수도권 폭우로 서울 관악·동작구의 반지하주택에서 4명이 목숨을 잃은 지 3주 만에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시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은
반대로

재난불평등추모행동·주거권네트워크·집걱정없는세상연대·공공임대두배로연대는 기자회견을 열어 “반지하주택뿐 아니라 옥탑방·쪽방·고시원·여관·컨테이너·비닐하우스에서도 화재와 수재, 폭염, 혹한으로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재난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이나 주거비 지원 같은 주거복지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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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