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끝’ 추석 5대 범죄 대해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9.05 10:34:52
  • 호수 13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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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명절’ 이것만 조심하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추석이다. 이번 추석부터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지 않는다. 이 기간 ‘언택트 명절’ 문화가 생겼지만, 이제는 다시 코로나19 전처럼 가족의 곁으로 향하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때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명절은 경찰청 ‘5대 범죄’인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발생빈도가 높아진다. 언택트가 끝나 이런 사건·사고 발생이 다시 높아질 것으로 추측된다.

코로나19가 시작됐던 2020년 1월20일부터 올해 설날까지인 총 5번의 명절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언택트로 진행됐다. 명절 귀향길에 나서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 각자 집에서 명절을 보냈다. 그로 인해 재밌는 문화도 생겼다. 

불안한
귀향길

특히 지난해 명절은 명절 특별 방역대책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가 시행됐다. 단순 권고 차원이 아닌 정부의 강력한 경고가 있었다. 그렇다고 시민들이 단순히 정부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모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염려해 모이지 않은 시민도 많다. 또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많은 사람과의 접촉이 불가피하다. 그로 인해 온라인 가족 모임이 생겼다. 집에서 자녀들과 곱게 한복을 입고 온라인에 접속해 세배를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A군도 부산에 계시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휴대폰으로 랜선 인사를 드렸다. 서로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자의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한 것이다. 명절 용돈도 언택트로 주고받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A군의 계좌로 명절 용돈을 보내줬다.


지난해 명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랜선 세배’를 검색하면 하루에만 100여개의 게시글들이 올라왔다. ‘비대면 세배’ ‘언택트 세배’ 등의 태그 글도 100개 이상 게재됐다. 모두 한복을 곱게 입고 휴대전화나 노트북, TV 화면을 통해 스크린 너머의 조부모님들께 인사를 하는 모습이다.

성묘를 가는 것도 순번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B씨는 명절 당일 강원 강릉시의 친척 집에 가지 않은 대신 미리 다녀왔다. 이튿날에는 사촌 형이 큰집을 방문하기로 순번을 정했다.

광주의 직장인 C씨는 지난해 조를 짜서 성묘를 진행했다. C씨의 아버지, 작은 아버지, 사촌 형과 C씨는 1조로 9시30분쯤 성묘를 한 뒤 떠났고, 또 다른 사촌 형과 그 가족은 2차로 차 안에서 기다리다가 성묘를 진행했다.

1조와 2조는 차 안에서만 간단히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각자 성묘를 한 모습은 사진으로 찍어 가족 단체 메신저방에 올렸다. 참여하지 못한 다른 가족들은 사진으로나마 섭섭함을 달랬다.

새로운 문화 만든 코로나19 한가위
거리두기 기간 5% 줄어든 주요 범죄

대부분의 시민들은 “온라인으로 세배하고 덕담을 주고받았다” “세뱃돈은 계좌이체로 받았다” “다 같이 모일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얼굴 보는 게 어디인가” 등의 반응이었다.

가족이 모일 수 없는 아쉬움도 있지만 언택트의 장점도 있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명절 5대 범죄가 줄어든 것이다. 즉 집에서 명절을 보내기 때문에 사건·사고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추석 기준 명절 기간 발생한 강력범죄 건수는 2020년보다 감소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명절 기간인 9월18일부터 22일 중 5대 범죄 건수는 2020년보다 같은 기간 대비 4.9% 감소했다.

2020년 하루 평균 85.2건이던 5대 범죄는 지난해 81건으로 줄었다. 범죄별 유형으로 2020년에는 하루 평균 ▲성폭력 5.2건 ▲절도 26.2건 ▲폭력 53.8건이 발생했다. 

지난해는 ▲살인 0.2건 ▲성폭력 5건 ▲절도 22.5건 ▲폭력 53.3건으로 살인 범죄를 제외한 모든 범죄가 감소했다. 다만 하루 평균 112 신고는 2020년 9370건에서 지난해 9762건으로 증가했다. 교통사고도 2020년 대비 23.7%인 278건에서 212건으로 감소했다.

충북지역은 코로나19 이후 5대 범죄 발생 수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4~6월 도내에서 발생한 5대 범죄 건수는 2250건으로 2017~2019년 2분기 평균인 3815건보다 약 41% 줄었다. 지난해 2분기 항목별 발생 건수는 ▲살인 2건 ▲강도 2건 ▲성범죄 86건 ▲절도 821건 ▲폭력 1339건으로 집계됐다.

2017~2019년 2분기 평균 발생 건수는 ▲살인 6건 ▲강도 8건 ▲성범죄 186건 ▲절도 1471건으로 총 2144건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가 지속해서 확산하면서 불안감이 늘고 외출, 여행, 모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범죄 발생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폭력에
살인까지

특히 대전은 올해 설 연휴에 살인이나 강도 사건 관련 신고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24일부터 2월2일까지 10일간 살인‧강도 사건은 접수되지 않았다.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5023건에서 4368건으로 13.1% 줄었고, 5대 범죄 신고 건수도 25.9% 감소했다. 특히 절도 관련 신고는 지난해와 비교해 33.3% 줄었고, 교통사고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54.5% 감소한 25건이 발생했다.

코로나로 우리의 일상이 많이 변했다는 증거다. 특히 지속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나 봉쇄(lock down) 정책의 시행은 접촉 및 외부활동을 제한시켰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치안환경에도 많은 변화를 초래한 것이다.

줄어들었다고 해서 사건·사고가 없었던 건 아니다. 지난해 추석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50대 아들과 노모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지난해 추석 당일이었던 9월21일엔 40대 남성이 주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건도 발생했다. 경남 창원 서부경찰서는 살인 혐의로 49세 D씨를 붙잡아 조사했다. D씨는 전날 오후 7시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 한 주점에서 흉기를 휘둘러 60대 1명을 숨지게 하고 4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았다.

그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고향 지인이 자신을 험담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가 있는 주점을 찾아가 미리 준비한 흉기를 휘둘렀다.


당시 D씨를 포함한 5명이 음식점에 있었으며, D씨가 흉기를 휘두르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사망했다. 당초 집계된 부상자는 3명이었으나 수사가 진행되면서 현장을 벗어났던 피해자가 확인돼 4명으로 늘어났다. D씨는 범행 직후 달아났다가 4시간 만인 오후 11시에 부산시 진구에서 붙잡혔다.

지난해 9월22일 서울 노원 경찰서는 오전 7시19분 “살인사건이 났다”는 50대 남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신고자와 80대 모친의 시신을 아파트 화단과 집 안에서 각각 발견했다. 이 아파트는 노모가 홀로 살던 집으로, 경찰은 폐쇄회로(CCTV) 자료를 토대로 아들이 추석 연휴 기간 중 모친 집을 방문한 시기 등을 파악했다.

가족간 
불화도

경찰은 아들이 어머니를 살해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어머니는 평소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탔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들의 휴대전화 내용을 들여다보는 한편, 유족과 주변 이웃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범행동기를 파악하고, 모자의 시신을 부검해 정확한 사인을 알아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 중 발생했던 5대 범죄는 이 정도다. 지역마다 5대 범죄 신고율이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와 상관없이 지속되는 끔찍한 5대 범죄가 있다. 바로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행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에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70대 섬마을 주민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조현호)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장애인 준강간)로 구속 기소된 72세 E씨에게 징역 7년과 보호감찰 5년을 선고했다.

전남의 한 섬마을에 거주하던 E씨는 25년간 이웃 주민으로 지내던 60대 여성 F씨를 2020년 추석 연휴인 9월29일 오후 12시55분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F씨는 사회성숙도가 7세 수준인 3급 지적장애인이다.

E씨는 지난해 추석 당시 생선 심부름으로 자신의 집을 방문한 F씨에게 “내가 벗었으니, 너도 벗어라”며 추행하기 시작했다. E씨의 요구를 거절하자 E씨는 “고기 줄게, 고기 줄게. 벗어라”라고 재차 말했다. 완강하게 거부하는 F씨를 제압해 부엌에서 강제로 성폭행했다.

범행 장면은 평소 E씨를 수상하게 여긴 F씨의 딸이 직접 목격했다. E씨는 수사 도중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유전자 검사에서 DNA가 나오자 진술을 번복했다. 당시 E씨는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F씨가 바지를 내리고 앉아서 웃으며 성관계를 하자고 했다”며 파렴치한 진술을 이어갔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늘어나
“사건·사고 다시 많아질 것”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E씨는 과거에도 F씨를 상대로 여러 차례 성추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판부는 “성적 자기결정권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피고를 간음한 것으로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이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등 엄중한 처벌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정도가 코로나 사태 속 명절에 일어났던 5대 범죄로 이전보다 확실히 감소했다. 그러나 이번 추석부터는 상황이 바뀌었다. 모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가 적용되지 않는 명절이 될 전망이다. 가족 모임이나 방문 등에 제한이 없고, 연휴 기간 전국 고속도로에서 모든 차량의 통행료가 면제된다. 휴게소와 버스·철도 내 실내 취식도 허용된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후 각 지역에선 5대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올해 상반기(1~6월) 충북지역은 5대 범죄 발생 건수가 6517건으로 전년 동기 5870건보다 11% 증가했다. 경기 남부지역은 올해 상반기 모두 1만7908건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만5752건보다 2156건 늘어난 수치다.

결국 이번 추석에는 5대 범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만큼 이번 추석은 귀향길에 나서기 전 도난 사고 및 차량 점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이미 각 지역의 경찰청은 추석 범죄 예방 강화에 힘쓰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범죄 우려가 큰 무인점포와 금은방 등이다. 

도난 신고
급증 예상

경찰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맞이해 주민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 개인이 코로나 개인 위생수칙 등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드린다”며 “추석 특별 방범활동기간 가용 경력을 총동원해 범죄 분위기를 사전 제압하고 범죄예방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밝혔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절 앞두고…문자 사기 주의보

최근 경찰청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등은 추석 연휴 직전 택배 배송과 금융 지원 안내를 사칭한 문자 사기(스미싱)와 명절 인사로 위장한 메신저 피싱이 급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미싱 신고·차단 사례 151만7,705건 중 명절 기간 발생한 스미싱이 63만9,809건으로 전체의 42.2%에 달했다.

유형별로 분류하면 대부분 택배 사칭(94.7%)이다. 명절 기간 동안 선물 배송이 늘어나는 특징을 악용한 것이다.

최근엔 재난지원금 신청 등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신종 사기 유형과 가족·지인이라고 속인 뒤 휴대폰 고장 등으로 긴급한 상황이라며 금전·상품권 또는 개인·금융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도 증가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려면 출처가 불분명한 URL이나 전화번호를 클릭하지 말고 확인되지 않은 앱도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금융정보를 요구하는 경우에도 입력하지 말고, 먼저 대화 상대방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

과기정통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추석 연휴 기간 스미싱 유포 등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24시간 감시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동통신 3사와 협력해 주의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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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