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사직 ‘성 스캔들’ 네덜란드대사관 무슨 일이…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8.29 12:12:58
  • 호수 13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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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정직 그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설레는 마음도,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해외 취업이고 주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 취업이니 더 그랬다. 출국 전에는 네덜란드 생활에 대한 계획도 잔뜩 세웠다. 그러나 설레는 마음이 다 가시기도 전, 계획은 인도인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인도인 직원이 정직 2개월만 받은 것이다. 사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대사관은 대사가 주재국에서 직무를 보는 기관이다. 보통 파견된 나라의 수도에 놓여 대사는 국가를 대표하고 파견국에서의 외교활동을 한다. 그뿐 아니라 ▲사증과 증명서 발급 ▲자국민 보호 ▲문화교류 활동 ▲타국 정보수집 활동 ▲국제회의 ▲교섭 준비 등의 업무를 실시한다.

강하게
거부했지만…

이런 이유로 해외여행객들은 여행에 앞서 여행지의 대사관 전화번호나 주소를 알아간다. 연락할 일이 없으면 제일 좋지만, 여행 시 위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특히 여권이나 금품을 도난당해서 여행을 이어갈 수 없을 때라면 우선으로 대사관에 연락해야 한다. 대사관이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자국민을 보호하는 대사관의 원칙 덕분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대사관의 원칙은 주네덜란드 대한민국 대사관(이하 네덜란드대사관)에서 깨졌다. 네덜란드대사관에서 행정직원으로 근무하던 20대 여성 A씨가 인도 국적 직원 B씨에게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했다. 사건은 B씨에게 2개월 정직 처리를 하는 것으로 무마됐다.


우선 사건을 정확히 알려면 A씨가 처음 입사했을 때로 돌아가야 한다. A씨는 한국에서 온라인으로 네덜란드대사관 면접을 보고 채용돼 지난 3월부터 행정직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네덜란드에 입국하자마자 숙소를 구하진 못했다. A씨는 바로 임시 숙소인 호텔에 머물렀다. 그 뒤 한 달은 관저에서 지냈다. 숙소를 구해서 나간 것은 지난 4월28일이다. B씨는 A씨의 짐을 관저에서 숙소로 옮길 때 도와줬다. 

마침 담당 운전원이 휴가여서 B씨가 도와준 것이다. 이때 B씨는 A씨에게 출근길이 비슷해 태워주겠다고 제안했다. 숙소와 네덜란드대사관은 대중교통으로 40~50분 걸렸다. 초행길이기도 해서 며칠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행정 여직원, 인도인 동료에 성추행 당해
출근 차 안서 다리 만지고 강제로 입맞춤

성추행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 지난 5월2일이었다. 함께 네덜란드대사관으로 출근하던 중 B씨는 A씨의 허벅지를 손으로 계속 쓰다듬으며 만졌다. 놀란 A씨는 불쾌한 티를 냈지만, 강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너무 놀라서 몸이 얼었다.

그러자 B는 A씨의 왼쪽 뺨에 입을 맞췄고, 오른손으로 A씨의 턱을 잡아당겨 강제로 입을 맞췄다. A씨의 숙소에서 네덜란드대사관은 15~20분 걸린다. 네덜란드대사관에 도착하자 곧바로 걸어서 관저로 들어갔다.

A씨는 “너무 놀랬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차 안에서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몸이 굳은 채 앉아서 왔다. 그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며 “B씨는 성추행 후 아무 일도 아닌 듯 장난처럼 넘어가려 했다. 성추행 후에는 ‘사랑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불쾌하고, 수치스러웠다. 속상하고 억울하기도 했다. 이제는 그 감정이 분노로 바뀌었다. 사건 당일에는 업무 중에는 계속 멍한 상태였다. 그리고 증거를 모아서 신고해야겠다고 결심했다.

A씨는 다음날에도 출근길에 B씨의 차를 탔다. 차에서 B씨는 평상시와 똑같은 반응이었다. A씨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A씨는 반응을 하지 않았다. 이동 중 성추행에 대해 물어보면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판단해, 네덜란드대사관에 도착한 뒤 어제 일을 물었다.

약속과 다른
처분 결과

네덜란드대사관에 도착한 후 B씨는 “화가 많이 나 보인다”고 말했고, A씨는 “B씨 때문에 화가 많이 났다. 어제 내 다리를 만지고, 뺨과 입에 키스를 했지 않냐”고 화냈다. B씨는 계속 “NO”라고 대답하다가 나중에 “지금부터는 너를 만지지 않겠다. 미안하다. 됐지?”라고 답했다. A씨는 “이미 발생한 일”이라고 말하며 차에 내렸다.

A씨는 면담을 요청했다. 우선 상사는 매우 놀라며 괜찮냐고 물었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B씨를 “당장 자르라”고 소리지르며 화를 낸 상사도 있었다. “책임 지고 해결하겠다”는 말도 했다. 해당 사건을 담당자에게 전달해 최대한 빠르게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두달여 지난 지난달 13일 네덜란드대사관 징계 인사위원회가 개최됐다. 그러나 결과는 약속과 달랐다. 

지난달 15일에 받은 징계처분 결과 통보서에는 ‘표제 행정직원 B씨의 성희롱 사건에 대한 우리 대사관 (징계)인사위원회가 7월13일(수) 개최됐다. 인사위원회에서는 본부 고충심의위원회 심의/의결 결과(성희롱 해당)에 따라 징계 관련 규정(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 재외공관 행정직원 운영지침, 계약서상 준수사항, 공관 내규 등)을 토대로 중징계(정직 2개월) 처분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B씨는 2022년 7월18일부터 2022년 9월17일까지 대사관의 해당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동 기간 동안 임금도 일체 지급되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이 결과에 따르면 A씨는 2개월 뒤부터 다시 B씨와 마주칠 수밖에 없다. A씨는 즉시 관계자에게 징계처분 결과 통보서 내용에 대해 문의했다.

A씨는 “사건 발생일은 5월2일이고, 사건 신고 및 개인 면담일은 5월3일부터 4일까지 진행했다”며 “7월15일 자로 네덜란드대사관 측에서 통지를 받았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두 달 이상이나 걸렸다. 이 기간에도 힘들었는데, 며칠 전 관계자가 방문해서 ‘해고는 전례가 없어서 정직 처분 정도일 것’이라고 말해 예상은 했다. 그러나 전례가 없었다는 이유로 ‘정직 2개월’인 이유를 알고 싶다”고 물었다. 

서둘러 무마
현지인 보호?

네덜란드대사관의 대답은 원론적이었다. 관계자는 A씨에게 전화로 “절차대로 나온 결과다. 어쩔 수 없었다” “어쩌겠냐. 더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에는 ▲해고 ▲정직 ▲감봉 ▲견책의 기준이 게재됐다.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의 ‘품위유지 의무 위반에는 성폭력 또는 성매매’의 경우 ‘법을 어긴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와 ‘법을 어긴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법을 어긴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 해고를 한다. 법을 어긴 정도가 약하면 정직 처리한다고 나와 있다. 


성희롱은 ‘법을 어긴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고, ‘법을 어긴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법을 어긴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정직에 해당한다. 

물론 ‘법을 어긴 정도’나 ‘고의가 있는 경우’라는 규정 자체가 애매모호하다. 그러나 B씨는 강제로 A씨에게 입맞추거나 허벅지를 만졌기 때문에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을 원칙으로 한다면 B씨는 해고에 해당한다.

하지만 네덜란드대사관의 ‘어쩔수 없다’는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A씨는 외교부(외교부 주네덜란드 왕국 대한민국 대사관 겸 헤이그 국제기구 대한민국 대표부)에 항의문을 전달했다. 

항의문에는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징계 ▲자국민인 직원을 보호하지 않음 ▲외국인 가해자를 두둔하고 보호함 ▲정직 2개월 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근무시키는 네덜란드대사관의 대처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고는 전례 없어 불가능”
“절차대로” 원론적 답변만

외교부는 “우리 대사관에서는 상기 성고충심의원 심의 결과 접수 후 공정하고 객관적인 징계 심사를 위해 ▲여성위원이 참여하는 인사위 구성 준비 ▲유사 참고사례 조사 ▲주재국 법령 검토 등을 진행하느라 시일이 다소 소요됐다”며 “이에 우리 대사관에서는 지난달 13일 징계 인사 위원회를 개최해 가해자에 대한 정직 2개월의 처분을 결정했고, 통보서를 피해자에게 통지했다”고 운을 띄었다.


이어 “특히 당관에서는 법 규정에 따라 사건 접수 시부터 조사 과정, 징계처분 결과 통보 시까지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비밀 유지) 및 철저한 분리 조치(가해자의 피해자 접촉 및 연락 엄금) 시행 등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경계하기 위한 엄정한 조치 등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관 고충 상담원은 신고 접수 당일부터 가해자의 휴대폰에 입력된 피해자 전화번호를 직접 삭제하고, 가해자에게 2차 가해 방지 서약서를 징구하면서 업무상 피해자와의 접촉을 일체 금지하게 수차례 경고했다”고 답했다.

외교부의 답변 역시 원론적일 뿐이었다.

다음 달 17일이면 B씨의 정직 2개월이 끝난다. 그렇게 되면 다시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해야 한다.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마주칠 수밖에 없다. 결국 A씨는 퇴직계를 제출했고, 다음 달 중순에 퇴사하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대사관 측은 “어쩔수 없다”는 반응뿐이다.

결국 A씨는 국민동의청원을 올려 해당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A씨는 “우선 가해자의 재처벌을 원한다. 그리고 ‘재외공관 행정직원 규정’ 자체가 너무 애매모호하다. 성범죄는 심각한 사건이다. ‘법을 어기는 정도’ ‘고의성의 유무’ 같은 기준으로 징계 수위를 나누면 피해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마주칠까
그만뒀다”

이어 “또 징계 결과를 사건 발생 2개월이 훌쩍 넘은 시점에야 통보받을 수 있었던 외교부의 안일한 대처 방식은 굉장히 잘못됐다. 나는 2개월 동안 가해자를 직장에서 마주쳐야 했고, 정신적 피해와 고통을 받아야 했다”며 “이런 상황에도 외교부와 네덜란드대사관은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고 억울해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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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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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