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기 전당대회 ‘아전인수식’ 기싸움

계산 복잡한 이준석 빈자리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이 여전히 어지럽다. 오히려 당내 갈등은 점차 심화돼가는 양상이다. 당권주자들끼리는 조기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서로를 견제하는 모습도 비친다. 조기 전당대회가 언제 열리고,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국민의힘 방향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민의힘은 첫 전당대회서 역사상 유례없는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2010년 이후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 중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다. 개최만 하면 흥행하는 전당대회를 두고 최근 국민의힘이 뒤숭숭하다. 이준석 전 대표의 부재 이후 당권을 노리는 주자들의 여러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신경전 과열

조기 전당대회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대두된 시점은 권성동 원내대표의 위기부터다. 지도체제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당이 안정되기도 전에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사이에서 불화설이 점화되자, 당도 함께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실 사적 채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여기에 더해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문자메시지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직무대행 체제가 크게 흔들렸다. 

결국 국민의힘은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급하게 시도했지만 최근 조기 전당대회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또다시 혼란을 겪는 중이다. 당권주자들 사이에서는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국민의힘이 조기 전당대회를 언제 여는 게 적당한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조기 전당대회 개최 시점으로 거론되는 날짜는 9월~12월 초, 9월 말~10월 초, 국감 이후, 정기국회 임기가 끝난 뒤인 내년 초다. 최대 4~5개월 차이가 있는 셈이다.

당권주자들은 본인에게 유리한 전당대회 시기를 두고 분주한 가운데, 아전인수식 해석 등 제각각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일찌감치 세를 다지고 있는 김기현 의원의 경우 국정감사가 끝난 뒤 해가 넘어가기 전 조기 전당대회를 열기를 원한다. 그는 처음부터 직무대행체제보다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와 정기국회는 상관이 없다며 계속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촉구 중이다. 

그가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이미 충분히 다져놓은 원내 세력 때문이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를 지낸 바 있으며 친윤(친 윤석열) 세력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 편이다. 일각에선 유력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을 견제하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비대위 장기화 시 동력 상실
이러다 당내 반윤석열 반기?

안 의원과 나 전 의원 역시 연말에서 연초 사이가 조기 전당대회를 열기 적당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시에 김 의원을 견제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안 의원은 “사람이 가진 에너지라는 게 한계가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일을 제대로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하다”며 “예산심사를 끝내고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읽힌다. 


나 전 의원도 “조기 전당대회를 9월이나 10월에 개최하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당권주자들이 각자 자신에게 유리한 시기를 언급하자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내년 1~2월 사이 새 지도부를 꾸릴 수 있다”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주 위원장이 내년 초로 가닥을 잡은 이유는 준비와 과정에 시간이 다소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가 끝나야 본격적으로 권역별 토론회나 TV 토론회 등 전당대회 준비에 매진하기 수월하다.

비대위 내부적으로 전당대회 준비에는 45일 정도의 물리적인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위원장의 ‘내년 초 조기 전당대회 개최’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은 최근 비공개 만찬 자리에서 “전당대회가 무슨 내년이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방향키 누가 잡나
이견 좁히지 못해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누가 당 대표가 되는지는 관심일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과 비슷하게 당권을 잡기 위해 혼란의 기간을 겪었던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며 전당대회를 마무리했다. 내부 잡음이 여전하지만 이 대표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견제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변수는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고 있는 이 전 대표다.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재기할 수 있는 활로도 생겼다. 내년 초 전당대회가 개최될 경우 22대 총선을 1년 남긴 시점으로 이 전 대표의 재출마가 가능해진다. 또 다른 변수는 김 의원, 나 전 의원이 당권을 잡는 경우다.

두 인사 모두 친윤계가 아닌 만큼 당권을 잡을 경우 독자 세력을 꾸려 차후를 도모할 수 있다. 

여기에 윤심의 향방도 눈여겨볼만하다. 아직까지는 의원 대부분이 윤 대통령에게 밀착하려는 모습을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윤핵관을 향한 불신과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런 탓에 윤핵관과 윤 대통령에 불만을 가진 인사들이 불만을 공식화하면 당의 내분이 재차 불거질 수도 있다. 당이 비상 상황으로 치닫게 되고 비대위 체제가 길어질수록 윤정부의 국정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간만 허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당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이미 국민의힘은 이 전 대표의 징계 이후 비대위 구성까지 한 달 넘는 시간을 허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이 계속 비상 상황이면 전당대회까지도 또다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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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