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타는 여행 ④통영 사량도

섬과 사랑에 빠지다

사량도는 한산도, 욕지도, 매물도와 함께 통영을 대표하는 섬으로 꼽힌다. 크게 상도와 하도로 나뉘는 사량도는 섬 사이 해협이 뱀처럼 길고 구불구불해 이름에 긴 뱀 사(蛇) 자를 쓴다. 좁고 기름한 바다는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으로 이어진다. 통영8경에 드는 옥녀봉에 오르면 발아래 절경이 펼쳐져 누구든 이 섬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량도가 유명해진 건 지리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는 지리망산, 그러니까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이란 뜻이 있는 이름이었으나 지금은 지리산으로 줄여 부른다. 실제로 이곳에서 지리산이 보이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2002년 산림청이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당당히 오를 만큼 매력적인 능선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릴 수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지리산에 오르는 코스는 총 4개다. 돈지마을에서 출발해 지리산과 월암봉, 불모산, 가마봉, 옥녀봉을 거쳐 진촌마을로 내려오는 1코스가 대표적인 종주 코스인데 약 4시간30분 걸린다. 유격 훈련을 방불케 할 만큼 위험한 구간이 많지만, 최근에 우회로를 확보하고 안전시설도 보강했다.

옥동마을에서 출발하는 2코스와 내지마을에서 출발하는 3코스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대항마을에서 옥녀봉으로 오르는 4코스는 약 1시간30분 걸린다.

등산 초보자에게 비교적 짧은 4코스를 추천하지만, 아무런 준비 없이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은 절대 아니다. 반드시 발목을 단단하게 잡아주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은 등산화와 마실 물을 챙겨야 한다. 시작부터 수풀이 우거진 등산로가 이어지기 때문에 여름에도 긴소매와 긴 바지를 입는 게 좋다. 일부 가파른 암벽 구간이 있어 등산용 장갑도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지리산 자락의 백미로 꼽히는 옥녀봉(281m)은 그리 높은 봉우리는 아니다. 하지만 웅대한 기암으로 이뤄져 아찔한 스릴을 맛보기에 그만이다. 계단을 오르는 내내 왼쪽으로 사량대교와 하도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하다. 정상에는 옥녀봉에 얽힌 전설을 적어뒀는데, 의붓아버지의 그릇된 욕망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낭떠러지에 몸을 던진 소녀 이야기다.

사량도 주민들은 소녀의 안타까운 죽음을 기리는 마음으로 옥녀봉이 보이는 곳에서는 신랑 신부가 맞절하지 않는단다. 또 신부가 옥녀봉 아래를 지날 때면 반드시 가마에서 내려 걸어갔다고 한다.

4코스는 옥녀봉 하산으로 끝나지만, 가마봉 능선까지 조금 더 오르기로 했다. ‘칼바위산’이란 명성답게 90°에 가까운 경사를 로프 하나에 기대어 올랐다. 어떤 구간은 상체를 잔뜩 구부려 기어오르다시피 통과했다. 마침내 ‘쌍출렁다리’로 불리는 보도현수교 2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39m, 22m로 향봉과 연지봉을 잇는다.

지리산 암릉의 곡선미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위치라 그 풍광에 넋을 잃게 된다. 산꼭대기에 출렁다리가 설치되다 보니 바람이 세게 불거나 사람이 많으면 흔들리는 교량에 오금이 저릴 정도다.

사량도를 오는 이유 중 하나인 등산
절벽 밑으로 보이는 전망이 일품

4코스는 사량도여객선터미널(가오치항)에서 출항한 배가 입항하는 진촌마을로 내려온다. 이곳에 식당과 카페, 관광안내소 등 여행자를 위한 편의 시설이 밀집해 있다. 식당에선 주로 해산물이 푸짐한 물회를 내는데, 낚시꾼이 즐겨 찾는 섬인 만큼 신선함이 남다르다.

진촌마을 뒤쪽에 통영 최영장군사당(경남문화재자료)이 있다. 고려 말 사량도에서 왜구를 무찌른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주민들이 세운 것으로, 지금도 정월과 섣달에 사당제를 지낸다.


지리산 등반으로 흘린 땀은 사량도 유일한 해수욕장인 대항해수욕장에서 시원하게 씻어버리자. 옥녀봉에서도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푸른 물빛과 고운 모래를 자랑한다. 펜션과 식당, 수상 레저시설이 모여 있어 뜨거운 여름과 잘 어울린다. 백사장 뒤쪽으로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는 캠핑장도 있다.

섬에 자동차를 가지고 들어갔다면 상도일주도로와 하도일주도로, 이 둘을 잇는 사량대교를 드라이브해보자. 옥동, 사금, 돈지, 내지 등 아기자기한 마을 풍경과 에메랄드빛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린다. 운이 좋으면 산자락을 따라 이동하는 산양 무리를 만나기도 한다.

덕동항 근처엔 사량대교를 배경으로 한 포토 존이 있어 기념사진을 찍는 이가 많다.

당일 여행이라면 사량도에서 나오는 길에 디피랑까지 알뜰하게 챙겨보자. 남망산조각공원에 자리한 야간 디지털 테마파크로, 여름에는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동피랑벽화마을과 서피랑마을의 사라진 벽화를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아름다운 야간 경관에 녹여내 아이들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 약 1.3㎞ 포장도로와 숲길을 따라 걷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여름이면 탐스러운 수국이 만발하는 이순신공원도 매력적이다. 한산도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조성된 공원은 푸른 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주민들이 자주 찾는 산책 코스다. 입구에 높이 17.3m 충무공 동상이 있고, 왜구를 물리치는 데 큰 역할을 한 천자총통이 전시된다. 이제 막 꽃을 피운 수국이 싱그러운 낭만을 더하고, 아담한 해변에서 가볍게 발을 적실 수도 있다.

산책코스

산양읍에 들어선 나폴리농원은 편백 숲을 맨발로 산책하는 힐링 체험이 관심을 끈다. 포털사이트나 전화로 예약하면 한 시간 이상 자유롭게 맨발 산책을 할 수 있다. 피톤치드 에어샤워와 편백신선차 시음을 시작으로 편백 효소길, 음이온길, 원예 테라피의 길 등을 천천히 걷는다. 중간중간 루페로 이끼를 관찰하거나 해먹에 누워 잠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마지막에는 편백 오일을 떨어뜨린 물에 족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털어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사량도(지리산-대항해수욕장-진촌마을, 통영 최영장군사당)→디피랑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사량도(지리산-대항해수욕장-진촌마을, 통영 최영장군사당)→디피랑
-둘째 날: 이순신공원→통영케이블카→나폴리농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
-통영섬여행 www.badaland.com
-디피랑 http://dpirang.com
-나폴리농원 www.naporyair.com

문의 전화
-통영시청 관광마케팅팀 055)650-0550
-통영관광안내소 055) 650-0580
-사량면사무소 055)650-3620
-디피랑 1544-3303
-이순신공원 055)642-4737
-나폴리농원 055)641-7005

대중교통
[버스/여객선]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3회(07:00~23: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2회(07:20~23: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통영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672번 버스 이용, 가오치터미널 정류장까지 약 30분 소요. 사량도여객선터미널(가오치항)에서 사량도행 여객선 하루 6회(07:00~17:00) 운항, 35~4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통영종합버스터미널 1688-0017 사량도여객선터미널(가오치항) 055)640-3830~2 사량도여객선 http://사량도여객선.com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신갈 JC에서 대전 방면→안성 JC에서 대전 방면→천안 JC에서 대전 방면→옥산 JC에서 대전 방면→청주 JC에서 대전 방면→회덕 JC에서 대구 방면→비룡 JC에서 무주·서대전 방면→고성 IC에서 통영 방면→송학삼거리에서 거제·통영 방면 고가차도 진입→사량도여객선터미널 방면 우회전→433m 진행, 우회전→사량도여객선터미널·사량도도선장 방면 우회전→350m 진행, 우회전→사량도여객선터미널(가오치항)

숙박 정보
-엘피스36풀빌라: 사량면 상도일주로, 1833-9306, http://elpis36.kr
-물돌이펜션리조트: 사량면 하도일주로, 010-9323-2400, http://물돌이.kr
-섬바다펜션: 사량면 상도일주로, 010-4845-1379, https://sumbada.modoo.at
-유어스게스트하우스: 통영시 데메3길, 010-5574-5228
-바다향기: 광도면 죽림해안로, 055)644-0300

식당 정보
-계절음식점(물회·매운탕): 사량면 진촌1길, 055)641-8091 
-대박포차회식당(물회·활어회): 사량면 진촌1길, 010-4062-7888
-금평반점(계절짬뽕·짜장면): 사량면 진촌1길, 055)642-6024

주변 볼거리
동피랑벽화마을, 박경리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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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검찰개혁안 이후⋯‘초상집’ 검찰 내부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개편안이 시행되는 것은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검찰수사관, 지휘부와 일선 검사들은 물론 퇴직 검사들까지 나서서 검찰청 폐지에 반대 중이다. 특히 공소청장을 검찰총장으로 한다는 개혁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대선 기간부터 말이 나왔던 검찰개혁안이 발표됐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검찰개혁안에 대해 쉬쉬하던 검찰 내부에서는 이제야 조직을 지키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수사관, 검사, 퇴직 검사, 지휘부 등 모든 관계자들이 검찰 해체가 ‘위헌’이라는 목소리를 내는 등 늦게나마 조직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위헌” 목소리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는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의견을 모았다. 다만 시행 시기는 세부 방안 확정 등을 위해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원장은 “당정은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건의한 조직 개편안을 중심으로 사회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정부 조직 개편방안을 추진했다”며 “개편 방안 중 검찰개혁을 가장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개혁의 완성은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며 “그간 검찰의 견제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검찰 수사·기소를 분리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각각 신설하며,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두기로 확정했다. 한 위원장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의 제기와 유지, 영장 청구 등을 수행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공소청을 신설하는 한편,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 범죄에 대한 수사를 수행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신설하겠다”고 설명했다. 헌법의 검찰총장 임명 조항과 관련해 ‘공소청장이 검찰총장이 되느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그는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당정은 구체적인 검찰개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해 당정대 협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협의 결과를 토대로 의원 입법을 통해 조속히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추석 이전에 개편안을 시행하기 위해 이달 말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며 “정부 조직 개편에 특별히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정부 조직 개편안 발표 “잘못 인정하지만 폐지는 절대…”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지난 9일 야권에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검찰, 사법, 언론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온 곳”이라면서 “3대 개혁은 비정상적인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고, 시대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한다”며 “절대 독점을 해소함으로써 권력기관은 스스로 절대 부패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은 타이밍”이라며 “추석 귀향길 뉴스에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기쁜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해체되는 검찰개혁안이 발표되자, 검찰 구성원은 이제야 뭉쳐 반발하는 분위기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검찰청 폐지’를 토대로 한 정부 조직법 개편안을 두고 “검찰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행은 지난 8일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을 만나 전날 정부여당이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 “헌법에 명시돼있는 검찰이 법률에 의해 개명당할 위기에 놓였다”면서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우리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서 세부적인 방향이 진행될 것인데, 그 세부적인 방향은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언급했다. ‘반성’을 앞세우면서도 ‘강제 개명’ ‘국민 입장’ 등 뼈 있는 표현을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앞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희 검찰도 입장을 내도록 하겠다”고 검찰 존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검찰 수사관들은 전국 검찰 수사관회의를 열어 달라고 대검찰청에 요청하고 있다. 이대로 사라지나 수사관 A씨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현재 검찰 조직을 둘러싼 상황이 우리 가족에게, 내 친구들에게, 내 친척들에게, 내 이웃사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정말 우려스럽다”는 심경을 밝혔다. 자신을 8년 차 수사관이라고 소개한 그는 “저희는 노조(노동조합)도 없고 직장협의회도 없다”며 “검찰이 해체되면 도대체 1년 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일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는 수사가 하고 싶어 수사관이 됐는데, 앞으로 수사할 수도 없이 제가 8년간 소중히 여겨온 검찰 수사관이라는 직업을 빼앗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A씨는 “대검 운영지원과에 조속히 전국수사관회의를 열어줄 것을 요구한다”며 “저희 검찰 수사관들을 위한 논의를, 검찰 조직의 방향을 위한 논의를, 형사법체계에 대한 논의를 반드시 검찰 구성원들끼리 나눠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정부 때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자 서울고검·대구지검 등 소속 검찰 수사관 수백명이 2022년 4월 검찰수사관회의를 열고 우려 입장을 밝혔다. 김건희 특검에 파견된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 희망 의사를 특검 지휘부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명 건진법사 게이트와 통일교 수사팀장을 맡은 부장검사 2명이 팀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특검보에게 “전원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다만 특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해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확인한 바 없다”며 “내심의 의사는 모르지만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퇴직 검사들도 검찰청 폐지를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검사 및 검찰공무원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여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정부 조직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 살릴 방법은? 이들은 “검찰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해체 위기까지 맞이하게 된 데 대해 국민 앞에 먼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검찰이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는 것을 넘어 개혁 대상이 된 현실은 검찰 구성원의 과오에서 비롯됐음을 통감하며 국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권한을 조정하고 조직을 개편하려는 입법부의 결단을 존중하며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에 동참할 것”이라면서도 “개혁은 헌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함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 성급한 개혁은 위헌 논란을 야기해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할 위험이 크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1948년 제헌 헌법은 수많은 직위 중 유독 검찰총장을 국무회의 심의 사항으로 명시했고 이 원칙은 70년 넘는 헌정사 동안 굳건히 지켜져 왔다. 검찰청과 그 책임자인 검찰총장이 단순한 행정 조직이 아닌 헌법적 차원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받는 헌법적 기관임을 명백히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일이며 법체계의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법률로 헌법상의 법원을 재판소로 바꾸거나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민이 원하는 진정한 개혁은 위헌적 논란을 감수하며 명칭을 바꾸는 방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며 “개혁의 과정에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올바른 길을 찾아주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청 폐지 위헌 주장은 헌법 89조16호에서 비롯됐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공청회’에 진술인으로 참석해 “‘공소청장’을 헌법 제89조 제16호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는 공소청 법안 규정을 두고, “헌법상의 기관을 헌법 하위의 법률로써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89조 16항 발목 잡나 “규정 넣으면 실질 갖출 수도” 그는 “헌법에서 예정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라고 하는 조직의 수장이고 검찰청은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갖고 있는 조직을 말하는 것인데, 이런 조직의 명칭만 바꾸는 것도 위헌이고 명칭을 그대로 두고 내용을 바꾸는 것도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89조 제16호는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할 사항 가운데 하나로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 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을 규정하고 있다. 앞서 노태우정부에서도 합동참모본부를 국방참모본부로,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각각 변경하는 내용의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같은 헌법 89조에 따른 위헌 지적이 나오자 명칭 변경을 포기한 선례도 있다. 2010년에도 군 지휘구조 개편을 통해 합동참모본부를 합동군사령부로, 합동참모의장을 합동군사령관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위헌 가능성이 있어 개정안을 발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검찰청 폐지 역시 검찰총장을 명시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헌법상 검찰총장은 검찰청이란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한 것인데 이를 없애거나 두지 않는 건 ‘위헌적 입법 부작위’라는 취지다. 공소청 설치법에서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는 것은 하위 법률로 헌법에서 정한 사항을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로 연결된다. 검찰청 폐지가 위헌이라는 지적이 검찰동인회뿐만 아니라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나오자 당정은 ‘검찰청이 헌법기관이 아니라 폐지하면 위헌이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검찰총장을 헌법상 기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검사는 개개인 독립된 행정관청이고, 검찰총장은 그 집합체의 장일 뿐 조직법상 직위가 만들어질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총장 명시 헌법 위반? 헌법상 검찰총장이 명시돼있더라도 공석으로 임명하지 않은 채 충분히 신설 공소청장을 임명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임지봉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공소청장을 임명하면 검찰총장은 헌법 조문상에서만 존재하게 두고 법적 지위는 없어진 게 되는 것”이라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헌법 92조), 국가원로자문회의(헌법 90조) 등 헌법상 사문화된 기관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소청 법안이 준비되면 공소청장 임명에 관한 규정에 ‘헌법 89조 16조의 검찰총장 임명 방식을 준용한다’는 규정을 넣으면 실질도 갖출 수 있다고 봤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법 역시 법적 미비점은 ‘형사소송법을 준용한다’ 등으로 명시해 근거를 마련했다는 게 근거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