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짜증내면서도 보는 ‘막장드라마’ <매력>

‘막’ 나갈수록 ‘막’ 본다?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인공 장서희가 입고 나온 옷이 ‘완판’ 되고 드라마 내용을 패러디한 UCC가 포털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면 동네 슈퍼는 개점휴업이다.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 수준이다. 요즘 안방극장은 ‘막장드라마’가 대세다. 욕하면서도 보고, 짜증내면서도 빠져든다. 2009년에도 ‘막장드라마’의 인기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커뮤니티 포털사이트에서는 최고의 ‘막장드라마’를 뽑는 투표까지 진행했을 정도다. 막 나가서 막 보게 된다는 ‘막장드라마’. 그 묘한 매력을 분석해 보았다.


‘막장드라마’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다. 첫 번째 공식은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설정들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내의 유혹>은 그 설정부터 ‘막장’ 소리를 들을 만하다. 남편과 친구의 배신으로 만신창이가 됐던 여자가 죽음을 딛고 변신에 성공해 자신을 배신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장서희는 <아내의 유혹> 제작발표회에서 “솔직히 오랜만에 컴백하는 거라서 그냥 잔잔한 거는 피했다. 너무 잔잔한 느낌은 각인이 안 될 거 같아서 뭔가 비트 있는 역할을 원했다”고 밝혔다.

장서희의 기대대로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제대로 각인된 <아내의 유혹>은 현재 40%를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막장드라마의 양대 산맥이었던 <조강지처클럽>과 <흔들리지 마> 역시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설정 때문에 비난을 받기도 했다.
두 번째 공식은 꼬일수록 재미있고 비틀수록 흥미롭다는 등장인물들의 인연이다. ‘출생의 비밀’이 여기에 속한다. 이유를 불문하고 주인공은 부모 중 한 사람으로부터 버림받거나 모종의 음모에 의해 양부모 밑에서 성장해야 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에덴의 동쪽>이 대표적인 예다.
<에덴의 동쪽>에 출연중인 조민기는 “교과서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몹쓸 소재겠지만 시청자 여러분들이 그 소재만을 볼 게 아니라 그 소재에 인물들이 반응하는 그런 것들에 더 귀 기울여서, 그런 차이들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출생의 비밀에 덧붙여 여자 주인공의 억지스러운 임신이라는 몹쓸 소재까지 가세해 <에덴의 동쪽>은 <에덴의 막장>이라는 별명까지 얻고 말았다.
‘막장드라마’ 뽑기 투표를 통해 최고의 막장으로 등극한 <너는 내 운명>도 주인공이 입양된 후, 꼬인 관계도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윤아는 드라마 시작 전 인터뷰에서 “사고로 잃은 두 눈을 각막이식 수술 받아 더 밝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캐릭터를 맡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은 내용면에서 시청자들을 그다지 배려해주지 못했다. 특히 드라마 후반, 주인공 새벽이의 시어머니와 친어머니가 모두 백혈병에 걸리고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새벽이의 골수와 일치하는 설정 때문에 <너는 내 골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기도 했다.
세 번째 공식은 잔인할 정도로 독한 내용을 담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남자들이 줄줄이 등장하는 <꽃보다 남자>에는 자살, 왕따, 강간 등 치명적인 소재들을 담고 있어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대한민국 상위 0.1%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너무나도 호화로운 상류층의 생활이 위화감을 조성할 우려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어이없는 설정의 퍼레이드… 억지스러운 설정에 비난받기도
꼬일 대로 꼬여버린 등장인물 관계도… 비틀수록 흥미롭다?
강하게! 독하게! 잔인하게!…  자살·강간·왕따 등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 심해

독한 내용이라고 하면 명품막장으로 손꼽히는 <아내의 유혹>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변우민이 맡은 정교빈 역의 경우, 아내의 친구와 불륜을 일으킨 것도 모자라 아내를 바다에 던지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 비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남자는 능력 있는 집안의 자제이며 여자는 자수성가한 전문직이어야 한다’는 점. 극중 남자 주인공들의 조직 내 직함은 대부분 ‘실장님’인 경우가 많다. 단 자력 승진이 아닌 입사할 때부터 ‘실장님’이어야 한다.
반면 여자 주인공은 외로워도 슬퍼도 절대 울지 않는 ‘캔디형’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타고난 능력과 미모로 고속 출세하거나 임자 있는 남자를 빼앗곤 한다.
이밖에 못된 시어머니와 시누이. 여자 주인공을 묵묵히 곁에서 돕는 ‘키다리 아저씨’도 필수다. 이 같은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권선징악의 통쾌한 복수극으로 결말을 마무리한다. 대부분 악인의 비참한 최후로 끝을 맺고 가끔씩은 귀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드라마의 가장 큰 무기는 ‘중독성’이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결말이 궁금해서라도 계속 시청하게 된다. ‘막장드라마’는 다른 드라마들에 비해 중독성이 월등히 심하다. 자극적인 인공 조미료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사찰 음식을 먹게 되면 심심함을 호소하고 몰래 인공 조미료를 다시 찾게 되는 이치다.
욕하면서도 방송 시간이면 자신도 모르게 리모컨에 손이 가는 증세가 발견되곤 한다. 캐릭터와 설정은 비록 ‘막장’이지만 폐부를 찌르는 것처럼 날카로운 대사는 ‘막장드라마’의 또 다른 중독 포인트다.

한 방송관계자는 “아마도 답답한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를 통해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막장드라마’의 인기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막장드라마’의 시초는 언제부터일까.
많은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의 원조로 2002년부터 1년 동안 방송됐던 임성한 작가의 <인어아가씨>를 꼽는다. 장서희 주연의 MBC 일일드라마 <인어아가씨>는 한 방송작가가 엄마의 복수를 위해 배다른 여동생의 연인을 빼앗는다는 내용으로 방송 당시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찬반양론이 분분했다.
 <인어아가씨>로 재미를 본 임 작가는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로 다시 한 번 ‘막장드라마’의 신천지를 개척한다. 어머니가 친딸을 새로 결혼한 남편의 아들과 결혼시킨다는 줄거리로 자매가 형제와 동시에 결혼한다는 내용의 출세작 <보고 또 보고>와 더불어 가족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SBS <조강지처 클럽>도 <인어아가씨>와 <하늘이시여>에 대적할 만한 ‘막장드라마’의 대표작이다. 불륜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등장인물들에 시청자들은 욕을 퍼부어대면서도 빠져들기 일쑤였으며 특히 안내상이 연기한 한원수는 ‘찌질남’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을 만큼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주부 시청자 A씨가 말하는 드라마 <아내의 유혹>
“식혀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 같은 게 복수”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은 구은재(장서희)가 절친한 친구 신애리(김서형)와 바람난 남편 정교빈(변우민)에게 버림받고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최근 구은재가 능력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민소희로 변신해 신애리에게 복수를 시작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늘 당하기만 하던 은재가 통쾌하게 한방을 먹이고 악에 받친 애리가 패악을 부리는 내용이 백미.
<아내의 유혹>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주부 시청자 A씨는 드라마를 즐겨 보는 이유에 대해 “복수는 식혀서 먹을수록 맛있는 음식과 같다고 하잖아요”라는 재미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여주인공이 남편의 목줄을 조금씩 죄어가며 복수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처럼 시청자들이 <아내의 유혹>에 쉽게 유혹되는 이유는 여주인공의 가슴에 사무친 복수에 대한 집념.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애간장을 태우며 천천히 진행되는 짜릿한 복수 때문이다.
실제 <아내의 유혹>의 시청률이 가파르게 치솟기 시작한 시점을 살펴보면 여주인공 구은재가 남편인 정교빈에 대한 복수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막장드라마’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아내의 유혹>에는 선한 인물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다. 서로 속고 속이면서 틈만 나면 뒤통수를 친다. 때문에 출연진 모두가 눈을 부라리고 악을 쓴다.
A씨는 “장서희의 깡 있는 악녀 연기가 드라마 <인어아가씨>의 아리영을 뛰어넘는다. 또 김서형의 이글거리는 눈빛과 씰룩거리는 입술 모양이 예술이다. 악녀를 어찌나 실감나게 연기하는지 드라마에 빠져들게 만든다”고 매력을 분석했다.
일일 드라마임에도 회당 에피소드가 3~4개씩 쏟아지는 빠른 전개로 시청자들을 TV앞에 앉히고 있다. 통속적인 내용이라는 비판에도 빠져들어 볼 수밖에 없다. 두 여자의 얽히고설킨 악녀 연기에 힘입어 뒤에 방송되는 <8 뉴스>까지 덩달아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A씨는 “요즘 <아내의 유혹>을 하루라도 놓치면 아줌마들 대화에 끼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막장 드라마는 주부들이 고민과 스트레스를 함께 나누는 대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한다. 고부간의 갈등이나 남편의 외도 등 드라마의 주요 소재들이 모두 평범한 주부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고민들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속 일화들을 허구가 아니라 자신들과 처지가 비슷한 이웃 동네의 주부들이 겪는 얘기로 받아들이면서 더욱 깊게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소재만 자극적이라고 무조건 인기를 끌 수 있는 건 아니다.
막장 소재들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는 연출력과 연기력도 무시할 수 없는 인기 비결 중 하나다.
A씨는 “<아내의 유혹>의 경우 소재는 뻔하고 통속적이지만 사건의 전개가 매우 빠르고 매회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만드는 엔딩 때문에 다음회를 꼭 보게 된다”고 말했다.
악녀 신드롬에 대해 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인간은 누구나 선과 악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악한 감정을 표출할 기회는 없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악한 본성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악녀를 보면서 대리 만족을 누린다. 또 어려운 경제 상황에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킬 곳이 없는데 극단적이고 악한 캐릭터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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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