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장관-검찰총장 출격한 삼각편대 막전막후

‘명’ 잡을 저승사자 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정부 첫 검찰총장 후보자가 결정됐다. 전임 검찰총장이 퇴임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으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과 함께 이른바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윤석열정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의 출신 성분(?)이 향후 국정운영의 가늠쇠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과정에서 약해진 검찰의 힘을 되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3개월 공석
뽑은 사람이…

실제 윤정부 1기 내각 조각 과정에서 ‘검찰’ 출신이 득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마다 검찰 출신 여부가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다. 검사 시절부터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아예 검찰을 관리·감독하는 부처의 수장으로 앉혔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수원지검장 등 검찰 내 요직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한 장관을 법무부에 입성시킨 배경에는 ‘검찰 정상화’가 거론된다. 윤 대통령 자체가 검찰 권한 약화를 꾀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도에 반발해 직을 내려놓은 ‘산 증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도는 윤 대통령 당선은 물론 국민의힘 부활에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차 검수완박 시도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뒤로 하고 대선후보에 나설 판을 깔아줬고, 6·1 지방선거에서는 2차 검수완박 시도 끝에 법안 통과·공포를 추진하면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았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검찰공화국’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겨냥한 검찰수사를 막기 위한 ‘방탄 쇼’라는 지적이 이어져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의 칼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제1야당의 방패가 맞부딪치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한 장관은 검수완박 법안으로 누더기가 된 검찰 내부를 재조직하는 대수술에 나섰다. 취임 직후 대대적인 검찰 인사에 나선 것. 조국-추미애-박범계로 이어지는 전 법무부 장관의 인사 기조가 한 장관 취임 이후 완전히 뒤바뀌었다. 

좌천을 거듭했던 윤석열 사단이 부활했고, ‘친 문재인정부’ 검사로 분류됐던 이들이 한직으로 밀려났다. 과거 한 장관이 좌천됐던 법무연수원은 문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검사들의 무덤이 됐다. 이성윤 전 서울고검장, 이정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심재철 전 서울남부지검장 등이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됐다.

이원석 대검차장 최종후보로
직무대리 이어 수장 자리에

한 장관은 공석인 검찰총장을 제외하고 고위간부 및 중간간부 인사를 마무리했다. 윤정부 출범 3개월 만에 검찰은 나름대로 전열을 가다듬었다. 한 장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령을 손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확대시켰다. 조직을 재정비한 데 이어 권한찾기에 나선 것. 

마지막 화룡점정이 바로 ‘검찰총장 인선’이었다. 김오수 전 검찰총장 이후 100여일 넘게 검찰총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숱한 뒷말이 나왔다. 검찰총장 없이 법무부 장관 중심의 검찰 인사가 진행되면서 검찰총장이 취임해도 ‘식물총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였다. 

일각에서는 이미 정부 입맛대로 검사를 배치해놓고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검찰총장을 구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종의 ‘바지사장’을 세워놓고 법무부가 검찰을 이리저리 주무르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다. 검찰총장 인선 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걸린다는 점에서 법무부가 지나치게 늑장을 부린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검찰총장을 뽑기 위해서는 먼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가 꾸려져야 한다. 추천위는 개인이나 법인, 단체로부터 후보자를 천거 받는 등 선정 절차에 돌입한다. 이후 심사를 거쳐 검찰총장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한 3명 이상의 인물을 법무부 장관에게 추천한다.

법무부 장관은 이 중 1명을 최종 후보자로 임명 제청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 약 한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이 추천한 후보자를 검찰총장으로 지명하면 인사청문회가 진행된다. 인사청문회 일정은 여야 합의를 거쳐 잡아야 하고 실제 진행까지 걸릴 시간도 가늠이 쉽지 않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는 인선 과정에서만 꽤 오랜 시간을 버텨야 하는 셈이다. 

혹시나
역시나

법무부는 지난달부터 본격적인 검찰총장 인선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11일 김진태 전 검찰총장을 위원장으로 권영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고문, 권준수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이우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5명이 비당연직 위원으로 위촉됐다.

당연직 위원은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이종엽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정영화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등 5명이 맡았다. 

추천위는 지난 16일 여환섭(사법연수원 24기) 법무연수원장, 김후곤(25기) 서울고검장, 이두봉(25기) 대전고검장, 이원석(27기) 대검찰청 차장검사를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공정과 정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수호하며, 정의와 상식에 맞게 법을 집행할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여환섭 법무연수원장은 윤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경험은 있지만 ‘친윤’으로 분류되진 않는다. 경북 김천 출신으로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 중수2과장·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다. 문정부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 단장을 맡은 바 있다.

당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뇌물수수 의혹 등을 수사했다.  

김후곤 서울고검장은 ‘비윤’으로 분류되지만 검수완박 국면에서 검찰 내 반대 여론을 주도하면서 조직 내 신망을 얻었다는 평가다. 경남 남해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대변인 등을 지냈다.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할 무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인사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다. 

이두봉 대전고검장은 월성 1호기 원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강원 양양 출신으로 대검 중앙수사부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을 지냈고,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할 시기 4차장·1차장 등을 지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된다.

안팎 현안
첩첩산중


과거에도 윤 대통령과 대검 중수부에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이원석 대검 차장검사는 특수수사에 밝은 특수통 검사다. 대검 수사지원과장·수사지휘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제주지검장 등으로 재직했다. 김 전 검찰총장의 자진사퇴 이후 직무대리를 맡아 초토화된 검찰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한 장관과는 사법연수원 동기다.

한 장관은 이들 가운데 이 차장검사를 윤 대통령에게 제청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 차장검사를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 검찰 조직 안정화를 최우선에 둔 것으로 보인다. 검찰총장 공석 이후 3개월 동안 직무대리로서 검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끈 이 차장검사에 더 큰 중책을 맡겼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차장검사는 한 장관이 취임한 직후부터 검찰 인사와 조직개편 등 검찰 내 굵직한 현안을 함께 논의했다. 이미 3개월에 걸쳐 검찰 조직을 추슬러왔기 때문에 세간에서 나오고 있는 ‘식물총장’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모양새다. 주요 현안 수사도 지휘하고 있었기 때문에 연속성에 있어서도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4명의 후보군 가운데 이 차장검사의 기수가 가장 낮아 그보다 기수가 높은 검사의 줄사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검찰 인사 과정에서도 이미 많은 검사가 검복을 벗고 검찰을 떠난 바 있다. 

검찰총장 최종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명과 함께 이 차장검사가 신임 검찰총장으로 거의 결정됐다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 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 신임 검찰총장 등 이른바 ‘검찰 삼각편대’가 완성됐다. 


신임 검찰총장은 산적해 있는 검찰 안팎의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단 문정부를 겨냥한 사건과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연루된 사건이 진행 중이다. 특히 이 의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 아내인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갖가지 사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검수완박·경찰 관계 회복
식물총장 우려 벗어날까

현재 민주당은 당 대표 선거가 한창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은 가시권에 든 상태다. 이 차장검사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제1야당 대표를 상대로 검찰수사를 지휘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러운 점이다.

한 장관이 검수완박 법안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검찰은 다시 정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섰다. 법무부는 지난 11일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수사개시 규정) 개정안을 내놨다. 검수완박 법안 입법 이후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로 줄어들 예정이었는데, 시행령을 통해 이 범위를 대폭 늘려 공직자·선거범죄로 분류됐던 일부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도록 한 것. 

시행령 개정안 발표 이후 민주당은 “국회와의 전면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장관은 “다수의 힘으로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려 할 때 ‘중요범죄 수사를 못하게 하려는 의도와 속마음’이었다는 것은 국민들께서 잘 알고 있다”며 맞불을 놨다. 

신임 검찰총장은 다음달 10일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두고 필연적으로 닥칠 혼란을 빠른 속도로 잠재워야 할 책무가 있다. 여기에 법무부와 검찰이 청구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공개 변론이 다음달 27일로 예정돼있다.

권한쟁의심판은 반드시 구두 변론을 진행한 뒤 본안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검수완박 법안 권한쟁의심판을 직접 챙겨왔다. 

문정부에서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윤정부에서 진행된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경찰과의 관계 회복도 급선무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축적돼온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문정부에서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여론의 지지였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적폐 청산
반전 시작?

일각에서는 윤정부가 대통령-장관-검찰총장으로 완성된 삼각편대를 무기로 국면 전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3개월 만에 30%대로 주저앉았다. 대선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지지자들도 일부 이탈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문정부에 대한 실망을 등에 업고 대선에서 이긴 만큼 ‘적폐 청산’을 내세워 반전을 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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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