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진 aT 사장 “곡물자급률 취약…먹거리 확보에 사활”

새만금에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구축안 제시

[일요시사 취재2팀] 이민영 기자 = 최근 식량안보 및 ESG경영에 광폭 행보에 나서면서 기관의 글로벌화를 다지는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이하 aT) 사장을 28일 만났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식량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에 따른 국내 식량안보 현황은 어떤지 등 관련 현안들에 대한 질의응답을 가졌다. 다음은 김 사장과의 일문일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1967년 설립돼 올해 출범 55년을 맞는 준정부기관으로, 농수산식품 산업육성을 통해 국민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공공기관입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민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농수산물의 수급 안정부터 유통구조 개선, 수출 진흥, 식품산업 육성, ESG경영까지 농수산식품 산업에서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러-우크라 사태 등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식량안보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데요. 국내 식량안보 상황은 어떤가요?

▲최근 기후위기, 전염병, 전쟁 등으로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며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세계 곡물가격 지수를 보면 전년 대비 27.6% 상승했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미국 선물시장은 평년 대비 63% 상승했습니다(7월28일 기준).

국내 곡물자급률은 20.2%(2020년 기준)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은 곡물 수입국으로 식량 위기에 있어 매우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진국인 캐나다(192%), 미국(120%), 중국(91%), 일본(27%)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국민의 안정적 먹거리 확보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입니다. 어떤 방안이 있나요?

▲공사는 수급안정 전문기관으로써 국가 차원의 식량안보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업계에선 분야별 전문가들이 모여 ‘대한민국 식량안보 강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 서규용 (전)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및 해양수산부 등 관계부처 및 업체 관계자 150여명이 참석해 주제발표와 토론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서 국내 자급률 강화 방안, 민간기업의 해외 곡물 유통망 확보, 해외 곡물의 안정적 조달, 구조적으로 열악한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새만금 활용하기 등이 논의됐습니다. 특히, 새만금은 국가 식량 생산·가공·유통 기지로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를 조성, 유사 시 비축기지로써 식량안보 파수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식량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으로 ‘식량‧식품 종합 가공 콤비나트’ 구축 방안을 제시하셨는데?

▲식량·식품 종합 콤비나트는 공공비축을 위한 물류‧저장시설과 제분·착유 등 식품 가공공장을 집적한 전략 비축기지로서 식량안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공적시설입니다. 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곡물(식품) 전문항을 중심으로 배후가공과 식품산업 단지를 유기적 일괄체계로 연결해 물류 비용을 최적화한 ‘산업허브형 생태계 조성’이 중요합니다.

특히 콤비나트를 활용하게 되면 국내 식량안보 확보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일본·중국·아세안 등 주변국에 식량과 가공식품을 공급하는 ‘동북아 식량·식품 수출 허브’로 발전해 미래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식량 콤비나트 조성지역으로 수심이 깊은 전북 새만금이 최적지로 보입니다. 새만금은 대형선박 접근이 가능하고, 지형학적으로 중국·일본·북한 등 해상운송이 용이한 곳입니다.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항만 연계 식품산업이나 배후산업이 입지해 있고, 밀·콩 생산량 합계 1위 지역(2020년)으로 농산물 저장·가공 수요가 많으며, 우수한 식품산업 인프라가 인접해 동반성장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친환경·신재생·청정에너지 생산과 대규모 에너지 자급자족 개발 사례로서 타 산업에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저탄소 식생활 전도사로 불리는데요. 지난 4월 말 ESG경영 선포 1년 성과보고회도 개최하셨는데, 그간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기후위기가 도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이 시급합니다. 공사는 국민 먹거리를 책임지는 공공기관으로서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UN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먹거리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1%나 차지해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푸드시스템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입니다. 이에 따라 공사는 ESG경영의 일환이자 농수산식품 분야 탄소중립 실천방안의 하나로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을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저탄소‧친환경 인증 농축산물’과 지역 내 유통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로컬푸드’로 식단을 구성하고, 소비단계서 ‘잔반 없는 식사’를 해 음식물 폐기물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17개 시도교육청, 협회‧단체, 해외 업체 등 260여개 기관과 저탄소 식생활 캠페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 데 적극 앞장서고 있습니다.

-저탄소 식생활을 실천하면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공사는 지난해 7월, 본사 구내식당서 첫 캠페인을 시작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을 ‘코리아 그린푸드 데이’로 지정 운영 중인데 이를 통해 59%의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냈습니다. 이처럼 공사가 보유한 먹거리 차원의 저탄소 식생활 노하우를 국내를 넘어 해외서도 동참할 수 있도록 전 세계인이 참여하는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도 함께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아시아 대표 백화점그룹 ‘Parkson(百盛)’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미국 대형 유통업체인 ‘H-MART’, 올해는 전 세계 64개국 138개 지회, 총 2만8700여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한 ‘World OKTA(세계한인무역협회)’, 미국 최대 아시안푸드 전문 유통회사 ‘리브라더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이달 초 태국 프리미엄 유통기업인 ‘빌라마켓’, 말레이시아 대형 유통기업 ‘더 푸드 퍼베이어’, 베트남 최대 유통기업 ‘윈커머스’와도 손잡고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특히, 내달 1일에는 캄보디아와 K-Food 수출 확대 및 글로벌 그린푸드 데이 캠페인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예정인데, 공사 창립 이래 최초의 국가 간 업무협약으로 의미가 큽니다.

앞으로 지구촌 모든 국가와 함께 먹거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노력해 탄소중립 실현에 이바지하도록 할 것입니다.

-미국 내 김치 인기가 대단합니다. 지난달 28일 미국 내 워싱턴DC서 4번째 김치의 날이 제정됐죠. 김 사장께서도 제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지난해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지난달 28일, 워싱턴 DC까지 미국 내 4번째 김치의 날이 제정됐습니다. 한국계 의원이 없는 워싱턴DC 의회는 김치에 매료된 아니타 본즈 워싱턴DC 의원이 ‘김치의 날’ 제정을 주도했습니다. 한국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설명과 함께 건강식품으로서의 우수성 및 역사, 유네스코가 김장을 무형 문화유산으로 인정했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가 미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알려지게 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김치의 날’을 미국뿐만이 아닌 유럽, 동남아시아 등 지구촌 널리 알려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한편, K-Food 수출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Food 수출 확대를 위한 하반기 계획은?

▲농수산식품 수출 강국 실현을 위해 스타 품목 육성 강화, 물류 기반 구축, 신규시장 진출 확대, 온라인 수출 확대 등을 중점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첫째, 스타 품목 육성을 위해 신품종 육성, 저온유통 지원 확대 및 포장재 개선 등으로 신남방 등 프리미엄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둘째, 신남방 콜드체인 등 해외물류 기반을 보강하고, 글로벌 물류난에 대응하고자 전용 선복 및 전용기 운영을 지속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셋째, 미·중·일에 편중된 수출구조를 개선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파일럿 요원과 청년해외개척단(AFLO) 파견 및 신시장 지역으로의 국제식품박람회 참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코로나19 이후 변화하는 유통 및 소비환경에 대응해 온라인 유통 채널 진출 및 한국식품관 확대, 기업 역량별 맞춤형 사업으로 안정적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mylee063@ilyosisa.co.kr>


[김춘진은?]

1953년 전북 부안 태생으로 경희대 치과대학을 나온 치과의사로 탐구심이 강하고 무엇이든 맡게 되면 집중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치의학 박사) 및 인제대(보건학 박사) 대학원서 2개의 박사학위를 취득 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농해수위위원,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 상임대표 등을 지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로 1998년 정치권에 입문한 독특한 케이스의 정치인이다.

2004년 여의도 입성에 성공해 내리 3선(17·18·19대)을 지냈고, 전북도지사 출마 등 20년 이상 국내 중앙 및 지방정치를 넘나들었다.

농촌 출신으로 소박하고 정이 많으며, 맡은 일에 전념해 주위 평이 좋은 편이다.

의정활동으로 영예로운 헌정대상(민간 단체), 우수 국회의원 대상(언론사) 등을 다수 수상했으며, 정치권의 러브콜 대상 인물로 꼽히고 있다. <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