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 챙기는 대통령실 막 하는 인사 막전막후

이번엔 극우 유튜버 친누나 ‘알고 썼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극우 유튜버의 친누나가 윤석열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안모씨는 홍보수석실에서 전담 영상 업무를 맡았다. 안씨의 영상 제작 및 편집 실력이 특출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윤석열정부의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씨는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대통령실에 더 큰 부담을 주기 직전에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40대 초반인 안모씨는 ‘또순이TV’라는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면서 대중들과 소통하는 일 외에도 지난해 말까지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을 비판하는 방송을 해왔다. 그의 친동생인 안정권 벨라도 대표는 대표적인 극우 유튜버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등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작년 말까지
이 비판 방송

대통령실은 “캠프에서부터 영상편집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으나 안씨를 잘 아는 주변인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입을 모은다.

대통령실은 안 대표의 친누나가 홍보수석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통령실 측은 “안씨가 대통령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는 것은 맞고, 안씨가 유튜버로 활동했던 안정권 벨라도 대표의 누나인 것도 맞다”며 “그러나 이는 대통령실 임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안씨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해 영상·편집 등의 일을 했고, 이 능력을 인정받아 대통령실에 임용된 것”이라며 “안씨는 선거 캠프 참여 이후 안정권씨 활동에 일체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누나와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나 다름없고, 심각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며 “안씨의 채용 과정에는 어떤 문제도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안씨가 지난해 11월 초부터 선거 캠프에 참여한 이후 영상과 편집 등의 업무를 맡으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 캠프와 인수위원회서 관련 업무를 해온 인사들과 안씨에 대해 잘 아는 인물들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 캠프 출신의 한 관계자는 “안씨의 능력이 특출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안씨 말고도 대통령실에 갈만한 인재가 많았다. 그만큼 뽑힐 줄 알았던 이들이 임명에서 제외된 경우가 상당했다”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통령실의 능력 검증에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측근·친인척 채용으로 줄을 세워 윤정부에 실망한 사람도 많다”며 “‘제 식구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게 국민적 눈높이”라고 비판했다.

안씨가 구체적으로 윤석열 캠프와 대통령실에서 어떤 업무와 성과를 내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안씨가 운영한 유튜브 계정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씨는 2020년 10월22일 ‘또순이TV’라는 채널을 개설했다. 그의 채널 설명을 보면 ‘갈팡질팡! 방송 초보의 좌충우돌 유튜브 개척기! 10만 크리에이터 도전하는 막무가내? 아줌마의 (셀프/전화/대면) 수다방!!’이라고 적혀 있다.

안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영상편집 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할만한 영상은 거의 없다. 대부분 대중과의 소통 위주 방송과 수다를 즐기는 콘텐츠들뿐이다. 그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동생 명의의 계좌번호를 공유해 후원을 받거나 안 대표와 ‘합동 방송’을 하기도 했다.


‘양산 사저’ 욕설·막말 시위자 누나
홍보수석실 근무 알려지자 돌연 사의

“동생을 엮어 채용을 문제 삼는 것은 연좌제”라는 대통령실의 입장도 비판받고 있다. 안씨가 자신의 동생과 회사, 조직 등을 같이 경영했기에 연좌제라고 반박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설명이다.

안씨는 개인 채널에서 꾸준히 벨라도를 홍보하고, 자신의 벨라도 방송 출연을 예고하기도 했다. 안씨는 지난해 캠프에 합류하기 불과 3개월 전까지도 자리를 비운 동생을 대신해 벨라도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안씨가 동생과 수년간 함께 논란의 콘텐츠를 만들고 해당 수익을 나눠왔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의 해명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도로 새누리당’ ‘도로 한국당’이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극우 유튜버들을 배제해야 중도층을 끌어모을 수 있다”며 “대통령실 시스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최근까지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고성·욕설 시위를 해왔다.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에 따르면 안씨는 시위 도중 “문재인 이 간첩 XX야, 니하고 김정숙 백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라고 외쳤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벨라도를 비롯한 보수단체가 양산 사저 앞에 신고한 집회에 금지를 통고했다. 벨라도는 경찰 조치에 반발해 집회 금지 통고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지만 울산지법은 지난 5일 기각했다.

그간 문 전 대통령 부부와 평산마을 주민들은 집회 개최자들의 확성기 및 스피커 사용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해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시위가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 집무실(주변)도 시위가 허가되는 판이니까 다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느냐”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어 “김정숙 이 X야, 네가 샤넬에 어울리기나 하냐. 남의 기업 조지는 데 재주 있는 김정숙 사과하라”며 “너는 5일장 몸빼도 아까운 X이여”라는 등 막말도 늘어놨다. 안 대표는 동영상을 통해 세월호 혐오 발언을 하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거나 문 전 대통령 등도 원색적으로 비방하기도 했다.

막 가다 쓰나
필터 의구심

안 대표가 운영하던 채널인 ‘GZSS’와 ‘GZSS팀’은 2020년 극단적 혐오 발언으로 영구적으로 폐쇄되기도 했다. 이 채널에는 “선거 부정은 투표함 바꿔치기한 것” “김종인은 정책적으로 문재인보다 더 빨갱이다. 골칫덩어리 영감” 등의 영상이 게재됐다.

그는 과거부터 수차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2019년 2월15일 5·18민주화운동 왜곡에 참여했다. 2020년 2월25일에는 대구에서 코로나19가 극심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위를 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이 천막 안에서 성행위를 했다는 주장을 한 데 이어 광화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 건물 앞에서 타 유튜버들과 도를 넘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대통령실이 지난 3월부터 진행된 민주당사 앞 ‘민주당 개혁 촛불문화제’를 지속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 또 발언을 진행 중인 참가자들에게 욕설과 막말을 내뱉는 행태도 보였다.

지난 5월에는 윤 대통령 취임식장에 참석했고 같은 달 28일에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선대위원장 및 인천 계양을 후보 유세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한 행위로 계양구 선관위에 고발당했다. 안 대표와 그가 대표로 있는 방송 플랫폼인 벨라도의 직원 등은 지난 5월10일 윤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초청 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영상을 편집해 올리는 유튜브 채널 ‘브하 스튜디오’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안정권 대표님 이하 벨라도 직원 외 관련자 총 15장(특별초청장) 받았네요^^”라며 안 대표의 대통령 취임식 특별초청장을 공개했다.

안 대표가 5·18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유튜버인 만큼 특별초청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안 대표는 2019년 “지만원 박사가 지난 19년 동안 북한 특수군 침투 자료를 증거로 내세우니 정치권이 정신병자로 몰아갔다”고 발언하는 등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 특수부대가 개입했다는 지씨의 음모론에 동조한 인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 당시 취임사에서 ‘반지성주의’를 강조했고 지난 5월18일 5·18 기념사에서는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케케묵은 5·18 북한군 개입 음모론을 주장하는 인물을 취임식에 특별 초청하고 그의 방송을 홍보하고 함께한 누나를 영입해 대통령실 직원으로까지 채용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과거 행보를 알면서도 안씨의 채용한 것은 논란을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대통령실이 안 대표의 행보를 알고도 안씨를 채용했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안씨가 비상식적 행보를 보인 적은 없지만 적어도 안 대표의 행보를 알았다면 채용에서 제외하는 게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캠프 출신들
“능력은 글쎄”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논란이 지속되다 보니 지지율이 하락하는 것”이라며 “오늘 대통령실 관계자의 해명을 보고 윤석열정부의 눈높이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잇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마드리드 일정에 동행한 것이 확인된 데 이어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인 최모씨가 국장급 선임 행정관으로 근무 중인 게 드러나면서 불공정 논란까지 겹쳤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제기되던 비선·측근 리스크가 재차 돌출됐다는 지적이다. 신씨는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기 위해 출근도 했지만, 남편이 인사비서관에 먼저 임명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가족 채용 제한)에 따라 본인이 고사해 채용되지 않았다.

신씨의 마드리드 동행을 둘러싼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의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지인을 동행해 비판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 여사의 지인들은 대부분 코바나컨텐츠 출신이었다.

이들이 대통령실에 채용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특혜 채용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이다. 신씨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한 이도 윤 대통령으로 전해진다. 신씨는 2013년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잇단 친인척·지인 특채 논란
대통령실 인사검증 도마 위

김 여사의 활동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 지원 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없는 상황이다.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되는 동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법조 인맥과 개인 친분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윤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주요 인사를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인사로 채우면서 검찰 측근 챙기기가 도드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맡았다.

‘지인 채용’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KBS는 최근 윤 대통령 부부를 수행·보좌하는 대통령 부속실에 윤 대통령 외가 쪽 친척인 최씨가 국장급 선임행정관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씨는 윤 대통령과 6촌 지간이다. 윤 대통령의 친척 동생인 최씨는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며 김건희 여사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친척 채용은 위법이 아니지만 공정에 반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국회의 경우 4촌 이내 인척 채용을 금지하고 8촌 이내 인척 채용 시에는 반드시 고시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 출신인 최씨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캠프에서 회계팀장을 맡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서도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윤 대통령의 비선 권력 핵심으로 떠오른 황모 동부전기산업 회장의 아들 황모씨가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청년정책 담당 5급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황씨는 윤 대통령을 삼촌, 김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 또한 사석에서 황씨를 조카처럼 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황씨는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대선 출마를 결심하며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했을 때부터 줄곧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본격적으로 정치에 뛰어든 직후 황씨와 관련해 캠프 내부에서도 사적 인연을 통한 등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았다.

당시 윤석열 캠프는 황씨와 관련된 의혹들을 부인해왔다. 캠프 구성원들은 황씨를 윤 대통령의 먼 친인척 쯤으로 여기기도 했다.

황씨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건 <더 팩트>가 보도한 이른바 ‘김건희 목덜미 영상’ 때였다. 언론의 취재를 피해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안으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간 스포츠머리에 양복 차림을 한 인사가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던 황씨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있었다.

황씨가 이른바 ‘김건희 비선라인’의 일원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았던 건 건진법사의 제자 ‘심 박사’다.

‘코바나컨텐츠 황씨’ 관련 논란은 <서울의 소리>가 공개한 이른바 김건희 7시간 녹취록에도 나온다. 지난해 8월30일 있었던 이명수 기자의 코바나컨텐츠 강의 현장에 황씨가 참석했고, 강의를 사전에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윤석열 후보 비서실 황’이라고 밝힌 인사와 이 기자가 주고받은 전화와 메시지 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다.

취재 들어가자
부담 느꼈나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김 여사의 목덜미를 잡은 것은 건진법사의 제자인 심 박사로 확인됐다. 황씨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운전과 수행을 담당하기도 했다. 황씨는 양 전 원장이 직접 인턴으로 데려왔다. 그는 양 전 원장이 취임한 2019년 5월부터 약 14개월간 일했고. 양 전 원장이 사임하면서 함께 그만뒀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