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밀어낸 YS계 막후 거물 N씨 추적

베일에 싸인 진짜 비선 등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는 끝났다. 김건희 여사가 전화도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비선 권력 핵심 중 한 명이라며 세간에 알려진 풍문과는 대비된다. 지금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일가 주변 인물들에 대한 속사정이 언론을 통해 일부 드러났으나 아직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인물이 있다. 국민의힘 거물급 정치인들과 친분이 깊은 N씨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비선 실세 논란은 황모 전 동부전기산업 회장의 아들이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커졌다. 논란의 불길은 지난 6월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할 때까지 이어졌다. 김 여사를 수행한 코바나컨텐츠 전무 출신인 김량영 충남대 무용학과 겸임교수와 코바나컨텐츠 직원이던 정모씨 등이 중심에 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 뒤에 황 회장급 거물 실세가 따로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회장급 실세
따로 있다고?

건진법사 전모씨는 2018년 9월 충북 충주시 중앙탑공원 광장에서 열린 2018 수륙대제 및 국태민안 대동굿 등불 축제에서 굿판을 벌이며 소를 마취한 채 가죽을 벗긴 인물이다. 과거에는 코바나컨텐츠 고문 명함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전씨는 선대본 네트워크본부에서 고문으로 활동했고 처남과 딸 역시 선대본 내에서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과 가족이 함께 대선 캠프에서 일한다는 것은 캠프 내 실세의 지시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이후 전씨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선대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 대해선 윤 대통령이 해산을 지시해 해체됐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사실상 외면받은 전씨는 대선 이후부터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윤석열 캠프 출신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건진이 황 회장과 다툰 이후 김 여사와 다퉜다기보다는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건진을 버려야 한다고 읍소한 것이 맞다”며 “사실상 축출되면서 김 여사와도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최근까지 김 여사가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씨 외에도 김 교수와 대통령실에 들어간 지인 자녀·친인척들이 차례차례 논란이 됐다. 황 회장 아들 황모씨(시민사회수석실 5급 행정관)에 이어 같은 지역 전기공사업자 우모씨의 아들(시민사회수석실 9급 행정요원. 현재 퇴사) 문제가 불거졌다.

여기에 윤 대통령 외가쪽 6촌의 대통령실 근무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윤 대통령 외가 6촌으로 삼성 출신인 최모씨는 선대위 회계팀장을 지냈고 대통령 부속실 선임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건희 팬클럽 ‘건희사랑’ 회장을 자처했던 강신업 변호사가 출처 불명의 대통령 부부 사진을 연속해 SNS를 통해 공개한 것도 문제가 됐다.

안혜리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지난 7월 칼럼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나 패션 정보는 “김 여사의 친오빠가 직접 텔레그램을 통해 전달했다”고 했다. 또 다른 비선으로 김 여사 친오빠가 떠오르면서 서열 정리가 필요한 시점에 비선 인선 논란이 터진 것이다.

전씨, 네트워크 본부 해체 후 윤·김 일가와 멀어져
정체 안 드러난 N씨 ‘MB 라인’ 중진들과 깊은 친분

대통령실은 잇단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이원모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 배우자 신모씨가 윤 대통령 부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마드리드 일정에 동행한 것도 논란이 됐다. 신씨는 윤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하기 위해 출근도 했지만, 남편이 인사비서관에 먼저 임명되면서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11조(가족 채용 제한)에 따라 본인이 고사해 채용되지 않았다.


신씨의 마드리드 동행을 둘러싼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윤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통령실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인사비서관의 배우자가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며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하고, 대통령과 같은 숙소에 머무른 것 등이 이해충돌이나 특혜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민간인 신씨가 윤 대통령 배우자 김 여사 일정을 도우면서 제2부속실 직원의 일을 대신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 여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당시 지인을 동행해 비판이 일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신씨는 지난달 초 나토 순방답사팀 일원으로 마드리드를 다녀왔고, 지난달 22일 윤 대통령 부부보다 5일 앞서 선발대로 스페인으로 출국했다.

지난 1일 귀국 때는 윤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 참모진, 기자단과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했다. 대통령실은 신씨에게 항공편과 숙소를 지원했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친 ‘기타 수행원’ 신분으로 별도 보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특혜나 이해충돌 여지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신씨는 윤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는 유명 한방의료재단 이사장의 딸이다. 신씨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한 이도 윤 대통령으로 전해진다. 신씨는 2013년 이 비서관과 결혼했다.

김 여사의 활동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지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 부인 지원업무를 관장했던 제2부속실은 없는 상황이다. 공적기구 없이 김 여사 활동이 계속되는 동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제2부속실 신설을 새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권력 경쟁
버림받았나

법조 인맥과 개인 친분을 중심으로 한 윤 대통령 국정운영 기조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윤정부 출범 후 대통령실 주요 인사를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검찰 특수통 인사로 채우면서 검찰 측근 챙기기가 도드라진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 비서관은 대선 기간에도 윤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대응 업무를 맡았다.

이들은 소위 ‘건진 라인’과 관련된 인물들이 아니다. 전씨의 제자로 지난 대선 당시 코바나컨텐츠에 상주하다 김건희 목덜미 영상으로 알려진 역술인 심모 박사는 이명수 <서울의 소리> 기자가 폭로한 ‘김건희 녹취록’에서 등장한다.

그는 이 기자와의 연락에서 자신이 황씨라고 주장했다. 앞서 황씨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은혜 캠프에서 일한 뒤 다시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 중이다.

전씨는 대선 전 불거진 네트워크 본부 논란으로 인해 축출된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전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모처에서 지난 6월까지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자주 소통해왔으나 최근에는 강남에서 늦은 저녁에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윤석열 캠프 출신 인사 중 이른바 ‘MB 라인’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관계자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낙원동 쪽에 MB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을 차렸다. 인수위 네트워크 본부 출신 40여명이 들어가 있을 때부터 알려진 얘기”라며 “김 여사와 연락이 끊기면서 ‘MB 라인’ 인사들과만 소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여사와 전씨의 사이가 틀어진 이유는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의 읍소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YS계로 알려진 N씨가 전씨와 같이 활동하면서 이권과 인사청탁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소위 ‘지라시’로 돈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전씨와 N씨의 불화설까지 들리고 있다. 윤석열 캠프 출신 한 인사는 “서울 한 건설사에서 마련한 땅 임대료를 두고 둘이 싸웠다. 특히 지방선거 시즌 강남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 인사가 두 사람을 믿고 경쟁하다가 제3자가 공천을 받았다는 뒷말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인사
입김 의혹

전씨의 영향력이 가라앉자 ‘MB계’ 국민의힘 중진들이 N씨에게 줄을 섰다는 얘기는 지난달부터 언급됐다. 특히 그가 특정 지역 인맥을 활용해 경찰인사에 개입했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권 입장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상황에서 달가울 리가 없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에 “‘지라시’ 내용은 나도 봤다. 내부에서도 예의주시했던 건 사실”이라며 “비선 실세로 지목된 인물이 메이저 언론사 부장 데스크급 인력을 통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관련 여론을 관리했다는 건 과장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여사와 윤 대통령의 ‘눈엣가시’가 된 전씨는 이달 초부터 다시 언급되고 있다.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이른바 ‘내부 총질 문자’ 파문이 불거지면서다. 지난 1일 정치권에는 ‘[받은 글] 某 법사, 대통령 내외 친분 사칭 이권개입 소문 확산’이라는 제목의 ‘지라시’가 돌았다.


글의 내용은 “대선 기간 중 국민의힘에서 활동하다 여러 문제로 사실상 축출당한 某 법사가 대통령 내외와 친분을 사칭하며 이권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며 구체적 사기수법도 거론됐다.

전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이용해 세무조사나 인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전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단 고위공직자의 이름까지 떠돌고 있다. 전씨가 고위공무원을 상대로 한 중견기업 세무조사를 무마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의혹도 나왔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대통령실은 지금까지 접수된 ‘모(某) 법사’의 이권 개입 제보에 대해 위법한 사항이 있는지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일 <세계일보>는 “대통령실이 최근 고위공무원 A씨에 대한 진상조사에 나섰는데 건진법사로 불리는 무속인 전씨가 A씨에게 민원을 청탁했다는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 전씨-N씨 불화설 돌아
지역 이권·인사 청탁 개입 의혹도

때마침 대통령 사저 인테리어 공사를 과거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후원 관련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맡았다는 의혹과 함께 지난 1월 건진법사 논란 당시 이와 관련이 있는 연민복지재단에 1억원을 후원했던 희림건설이 이번엔 대통령실 용산청사 리모델링 공사의 설계·감리를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석열정부가 해명해야 할 의혹이 쌓여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5일 24%로 다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사 논란과 정책 혼선이 계속되며 취임 88일 만에 지지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국정 농단’,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광우병 사태’ 수준으로 추락했다. 결국 대통령실은 “국민의 뜻을 헤아려 부족한 부분을 채우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함께 국정을 ‘무한 책임’지는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더 큰 분열로 가고 있다. 지난 8일 휴가에서 복귀한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복안을 막판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갤럽은 이날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24%(8월 1주)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부정 평가는 66%로 4%포인트 상승했다. 긍정과 부정 평가 모두 취임 후 각각 최저와 최고치를 경신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방선거 승리 직후인 지난 6월 초 53%에서 두 달 만에 29%포인트 급락했다.

윤 대통령 휴가 중에 24%라는 지지율을 받아 든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침통한 것으로 파악됐다. 역대 대통령의 사례와 비교해봐도 심각한 위기의 징후가 선명하다. 광우병 사태를 겪은 이 전 대통령이 취임 100일에 받아 든 지지율이 21.2%다.

또 최순실 국정 농단 의혹이 불거진 2016년 10월 박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5%였다. 취임 100일(17일)을 앞둔 윤 대통령의 초기 국정 상황이 광우병 파동이나 비선 농단 사태와 맞먹는 위기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공개적으로 반성했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여론조사는 언론 보도와 함께 민심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자 지표”라며 “여기에 담긴 국민의 뜻을 헤아려서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을 채워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도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한 라디오(YTN)에서 지지율 하락에 대해 “야당의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는데 대통령실은 하루 만에 자성 분위기로 전환했다.

쏟아지는 의문
“과장된 얘기”

대통령실이 반성의 메시지를 냈지만 지지율 반등은 요원해 보인다. 국정에 대한 책임을 함께 지는 여당은 분열을 거듭하며 내홍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주 52시간 제도 월 총량제 도입과 만 5세 취학 등 정책 혼선으로 여론의 반감을 사고 있는데 당정대의 한 축인 집권여당마저도 진흙탕 싸움만 계속하는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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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