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여행 ③춘천 강아지숲

댕댕이와 사람이 함께 행복한 시간

일반 여행자 사이에 떠오르는 ‘핫플’이 있듯 반려인 사이에도 그렇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반려견 테마파크 강아지숲은 댕댕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찾고 싶어 하는 명소다. 우리 강아지가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야외 놀이터와 숲속 산책로, 반려견 전문 박물관, 반려견 동반 카페, 반려견 용품 판매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으니 당연하다.

강아지숲에서 입장권을 끊고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산책로나 운동장이 아니라 박물관이다.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 옆 산책로를 통해 댕댕이 놀이터인 강아지숲 동산으로 갈 수 있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관람하길 권한다. 

차별화

강아지숲 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국내 1호 반려견 전문 박물관으로, 강아지숲이 여느 반려견 테마 공간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강아지숲은 반려견 놀이터라는 개념을 넘어,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이끌고 사람과 개의 행복한 동행을 돕는 공간을 꿈꾼다. 상설 전시실은 ‘서로 기대는 사이’ ‘서로 통하는 사이’ ‘함께 걸어가는 사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과 개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사람과 개가 공존한 역사, 인간과 반려견의 소통, 한국의 반려견 문화 등 전시물이 다양하다. 터치스크린과 영상물 같은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관람객의 관심도와 집중도를 높인다. 박물관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반려견과 함께 살 준비를 하는 사람, 반려견이 없는 사람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유기견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준비가 필요한지 충분히 고민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반려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상식을 넓힐 수 있다.


박물관 건물은 공간적 특성상 반려견 출입을 제한한다. 이는 모든 방문객이 편안히 전시에 집중할 수 있게 돕기 위함이다. 대신 강아지 대기실을 운영한다. 직원이 강아지를 돌봐주며, 최대 2시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건물에 전시실 외 카페, 식당, 뮤지엄숍, 마켓 등이 있다. 다양한 강아지 용품을 판매하는 마켓만 외부 출입문을 통해 반려견 출입이 허용된다. 박물관 옥상에서 강아지숲 동산이 연결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널찍한 잔디밭에서 댕댕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동산과 떨어진 곳에 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별도 운영한다. 동산과 운동장은 반려견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노는 곳이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형견과 중·소형견을 분리 입장시킨다. 

반려견 유무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소통창구
우리 댕댕이와 함께 쌓는 특별한 추억

반려견 체중에 따라 입장하는 날이 정해지며, 매달 홈페이지에 일정표를 공지한다. 체중 10㎏ 이상은 대형견, 10㎏ 미만은 중·소형견으로 구분한다. 행사 진행 같은 내부 사정에 따라 동산에서 목줄을 착용해야 하는 때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자.

동산과 운동장은 산책로로 이어진다. 산책로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조성했으며, 강아지와 사람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개는 인간보다 후각이 발달해서 노즈 워크(개가 코를 사용하는 모든 후각 활동)가 중요하다. 

이에 평소 접하기 힘든 호랑이, 알파카, 닭 같은 여러 동물의 체취를 맡는 코너를 산책로 중간중간에 마련했다. 강아지가 다양한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산책로를 왕복 이용하기 부담스럽거나 보행이 불편한 댕댕이와 함께라면 셔틀버스를 이용하자. 강아지숲 박물관과 운동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산책로를 걷다 더우면 카페에서 쉬어도 좋다. 산책로 중간쯤에 ‘카페 가을’이, 운동장 근처에 ‘카페 겨울’이 위치한다(카페 가을은 주말과 공휴일만 운영). 두 곳 모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며, 강아지 전용 메뉴를 판매한다. 


락토프리 우유에 천연 파우더를 가미한 아지라테로, 자색 고구마와 단호박 파우더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우리 댕댕이 얼굴을 라테 아트로 꾸며주는 솔티드크림라테도 인기 메뉴다. 주문할 때 원하는 강아지 사진을 전송하면 된다.

카페 겨울 옆에는 강아지 목욕장(유료)이 있어, 강아지숲을 신나게 누빈 뒤 깨끗이 씻을 수 있다. 올여름에는 반려견 동반 수영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수영장 내 카페와 식당 같은 편의 시설까지 갖춰 반려견 동반 피서지로 사랑받을 듯하다. 강아지숲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여름철 야간 개장 예정, 월요일 휴장), 입장료는 어른 1만7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반려견 8000원이다. 

수영장 개장 시기와 야간 개장 관련 자세한 정보는 전화로 확인하자. 댕댕이와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다면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를 추천한다. 경강레일바이크는 영화 〈편지〉 촬영지로 유명한 경강역 폐역을 출발해서 돌아오는 7.2㎞ 코스로, 반려견 전용 탑승석을 완비한 펫바이크(pet bike)를 운영한다. 

댕댕이와 레일바이크를 타고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경험이 이색적이다. 펫바이크는 반려견 2마리까지 동반 탑승 가능하며, 반려견 체중 총합이 10㎏ 이하여야 한다. 

안전을 위해 목줄과 하니스 착용은 필수다. 레일바이크 탑승 전후에 이용 가능한 반려견 운동장도 있다.우리나라 대표 관광 명소로 꼽히는 남이섬도 반려견 동반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상쾌한 자연에서 반려견과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위한 시설도 다양하다. 

댕댕이 전용 놀이터 투개더파크, 반려견 동반 가능 음식점과 카페, 숙소 등을 운영한다. 섬 내 시설 중 ‘펫 프렌들리(pet friendly)’ 안내문이 부착된 곳은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수 있다. 남이섬 입장은 15㎏ 미만 반려견, 투개더파크와 숙박 시설 이용은 10㎏ 미만 반려견이 가능하다. 투개더파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목줄이나 케이지, 강아지 유모차를 이용해야 한다.

김유정역

김유정역 폐역도 댕댕이와 오붓하게 산책하기 좋다. 이곳은 1939년 신남역으로 문을 열었고, 2004년 김유정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0년 경춘선 복선 전철을 개통함에 따라 새 역사로 이전하면서 종전 역은 문을 닫았다. 폐역은 관광지로 탄생해 아기자기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댕댕이와 폐철로를 산책하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에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철로에 선 옛 무궁화호 객차 2량은 북카페와 관광안내센터로 운영 중이다. 기차 실내는 반려견 입장이 불가하다.

 

<여행정보>
당일여행코스
강아지숲→남이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아지숲→김유정역 폐역→킹카누나루터, 
둘째 날: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남이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아지숲 http://dforest.co.kr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 www.railpark.co.kr
-남이섬 www.namisum.com
-강원댕댕여지도 https://dangdangmap.net/pet


문의 전화
-강아지숲 033)913-1400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 033) 245-1000~2
-남이섬 031)580-8114
-김유정역 폐역 033)261-7780

대중교통
[기차] 청량리역-강촌역, ITX청춘 하루 3~12회(06:32~21:36) 운행, 약 50분 소요. 
[전철] 수도권 전철 경춘선 강촌역 하차. 강촌역 정류장에서 남면2-1번·남산1-1번 마을버스 이용, 삽다리고개 정류장 하차, 강아지숲까지 도보 약 7분 소요(강촌역에서 강아지숲까지 택시 이용 시 약 13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춘천시대중교통정보 www.chuncheon-pti.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강촌톨게이트→강촌IC교차로에서 팔봉산·광판리·비발디파크 방면 우회전→충효로→3.9㎞ 직진→강아지숲

숙박 정보
-호텔정관루: 남산면 남이섬길(남이섬 내), 031)580-8000, www.namisum.com/hoteljeonggwanru(반려동물 입장 가능)
-춘천숲자연휴양림: 동산면 종자리로, 033)264-1156, www.ccforest.or.kr (캠핑장 반려동물 입장 가능)
-헤이 춘천: 춘천시 남춘로, 033)243-5566, http://heyy.kr (반려동물 입장 가능)
-KT&G상상마당 춘천스테이: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stay/reserve
-더잭슨나인스호텔: 춘천시 중앙로 033)253-0000, http://jacksonhotel.co.kr

식당 정보
-인디언독(인디언독캠프세트): 동면 만천양지길, 033)253-2250 (반려동물 입장 가능) 
-온더가든(닭갈비): 남산면 종자리로, 033)262-9339, www.onthegarden.kr (실외 반려동물 입장 가능)
-스누피(커피): 동면 금옥길, 033)255-9066, www.instagram.com/snoopy_dogcafe (반려동물 입장 가능)

주변 볼거리
구곡폭포, 공지천유원지, 소양강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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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