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사태

장관도 없는데 다시 대유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도리어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양새다. 2년여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패닉으로 몰아갔던 코로나19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가철과 맞물려 확진자가 폭발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경고등이 울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주무부처의 수장이 공석이라는 점이다.

바짝 조였던 방역의 끈이 올해 들어 느슨해졌다.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사회적 거리두기, 백신 패스 등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들이 국민을 꽁꽁 묶었다. 그럼에도 수차례의 대유행을 지나고 나서야 코로나  사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경제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안정된 줄
알았는데…

방역정책의 직접적 타격을 맞은 자영업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국민이 ‘일상 회복’을 외쳤다. 코로나 종식은 불가능한 수준이니 아예 함께 살아가자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상황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기 상조’ ‘확진자가 다시 크게 늘어날 것’ 등 부정적인 예측이 나왔지만 경제 상황, 국민 피로감 등을 고려해 방역정책을 완화했다. 

2020년 1월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래 2년여 동안 이어진 문재인정부의 방역정책은 지난 3·9 대선의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방역정책의 효용성을 두고 ‘정치 방역’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 대선 기간 동안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일종의 변수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선이 마무리되고 그 사이 실내 마스크 착용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방역정책이 완화되면서 코로나는 국민의 뇌리에서 사라져갔다. 국민의 삶은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처음에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길 꺼리던 사람도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하나둘 맨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유흥업소 이용 시간 제한이 풀렸고 지하철 막차 시간도 늦춰졌다.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든 하지 않았든 가게 출입도 자유로워졌다. 수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은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고 콘서트와 뮤지컬 등 공연도 재개됐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던 말이 무색할 만큼 빠른 변화였다. 

한동안 줄었다 다시 증가세로
전문가 “8월 하루 20만도 가능”

시간마다 경마 경주처럼 보도됐던 확진자 수 추이나 사망자 수 통계는 어느새 언론 지상에서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확진자 수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던 ‘코로나 라이브’는 지난 5월16일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코로나 라이브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지 21개월 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지 꼭 한 달째였다. 

당시 코로나 라이브 운영자는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확진자 수가) 꾸준히 감소하며 거리두기와 외부 마스크 해제된 지 각각 한 달, 2주가 됐다”며 “확진자 수의 중요성이 이전에 비해 하락했고 각 지자체에서 매일 제공하는 확진자 자료가 이전보다 줄어들면서 실시간 집계에도 어려움이 생겨(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민의 경각심이 옅어진 동안에도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 주위를 맴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국민의 삶을 강하게 할퀴었던 코로나가 다시 이빨을 드러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춤했던 확진자 수가 다시 늘어나면서 휴가철 대유행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 역시 8월 대유행을 경고하는 중이다. 

지난 6일 기준 코로나 확진자 수가 2만여명에 육박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1만9371명으로 1주일 전인 지난달 29일(1만455명) 대비 8916명(84.8%) 증가했다. 1주일 새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이른바 ‘더블링’에 근접한 수준이다.

5월25일 2만3945명 이후 6주 만에 가장 많은 수치기도 하다.


주간 단위로 보면 3월 3주(282만2000명) 이후 줄곧 감소하다 15주 만에 다시 증가했다. 감염재생산지수도 1.05로 3월 4주(1.01) 이후 14주 만에 다시 1 이상을 기록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환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수치화한 지표로 1 이상이면 유행이 확산된다고 본다. 

정치 방역?
과학 방역?

전문가들은 재유행이 임박했거나 이미 시작됐다는 주장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빠르면 8월 중순, 늦으면 9월이나 10월쯤 하루 최대 20만명까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재유행이 시작됐다고 평가하시는 분이 많다. 하강 국면은 끝났고 계속해서 상승 국면으로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또 “여러 수학적 모델링 예측 자료를 보면 이번에 오르는 건 예전처럼 거리두기가 해제됐거나 새로운 변이가 유입돼서 갑자기 폭발적으로 증가되는 양상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확진자는 매우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향후 확진자 증가 규모에 대해 예측했다. 

변수는 7~8월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방역정책으로 2년 동안 발이 묶였던 만큼 이번 휴가철에 역대급 인파가 몰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만큼 코로나 재감염, 확산 가능성도 높아지는 셈이다. 20~30대 자녀 세대의 확진이 50~60대 부모 세대로 이어지는 가족 간 감염이 폭증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 최근 80세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일평균 발생률이 증가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대에서 가장 높은 발생률(일평균 28.6명)이 나왔고, 전체 발생 중 연령대별 비중도 20대가 22.2%로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 확진자 규모 역시 지난 6월 4주 7657명에서 5주 8206명으로 늘었다. 

이 교수도 “본격적으로 재감염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오미크론 시기에 우리나라 국민 절반 정도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절반은 아직 감염도 안 되신 분들”이라며 “이번 유행이 커지면 그분들이 감염 표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감염이 됐던 분들 중에서도 면역이 빨리 떨어지는 분들, 고령층이나 면역 저하자, 만성질환자분들은 재감염 확률이 꽤 높다. 이 두 그룹이 합쳐지면 꽤 큰 규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대 악재
첫 시험대

코로나 재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윤석열정부의 방역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재인정부의 방역정책을 ‘정치 방역’이라 비판하고 ‘과학 방역’을 강조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대한의사협회를 찾은 자리에서 “(문재인)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너무 성급하게 시행했다”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이 윤정부 방역정책의 첫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윤정부는 ▲여름철 활동량 증가 ▲면역 회피 가능성이 높은 BA.5 변이 검출량 증가 ▲면역력 감소 등의 악재를 뛰어 넘어야 한다. BA.5 변이는 기존 우세종보다 전파력이 세고 감염이나 백신으로 생긴 면역을 회피하는 성질을 가졌다. 3차 백신과 확진으로 높아졌던 면역력이 이달 이후 본격적으로 낮아지는 점도 변수다. 

윤정부는 일단 재유행에 대비해 특수·응급 병상 확보, 방역 점검 강화 등을 통해 의료와 방역 대응 체계가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중대본 제2차장을 겸하고 있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특수 환자는 입원이 가능한 병원으로 바로 이송할 수 있도록 지침을 명확히 하고, 응급 시에는 자체 입원도 가능하게 하는 등 이송과 입원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4차 접종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60세 이상에 한정돼있던 4차 접종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 백신의 효용성이다. 지난 7일 기준 4차 접종률은 전 국민 기준 8.7%, 60세 이상 기준으로 31%에 불과하다.

백신 패스 제도도 없기 때문에 접종을 강제할 명분도 없다. 또 3차 접종자 가운데 돌파감염된 사례도 26.8%나 된다. 국민 3명 중 1명이 3차 접종 이후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뜻이다. 

정치자금법 위반·아빠 찬스 논란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무덤 되나


더 큰 문제는 방역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야 할 보건복지부가 두 달째 장관 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방역정책은 경제 피해와 맞물리기 때문에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다. 유행 규모와 기간에 따른 선제적인 판단도 중요하다. 질병관리청 등 정부 부처와의 협조도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의 리더십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됐던 후보자가 2번 연속 낙마했다. 윤정부 장관 낙마자 3명 가운데 2명이 보건복지부 장관에서 나온 것이다. 한 정부부처에서 장관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한 사례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4일 김승희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지명 40일 만으로 ‘아빠 찬스’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정호영 전 후보자에 이어 두 번째 낙마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을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가장 크게 문제가 된 부분은 김 후보자가 의원 시절에 사용하던 업무용 렌터카를 정치자금으로 매입해 개인용으로 돌린 것이다. 

김 후보자는 사퇴 입장문에서 “(정치자금을)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바가 전혀 없으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문제”라며 “최종적으로 관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사퇴가 국민을 위한 국회의 정치가 복원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며 “국민 행복과 윤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의 역할을 수행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후보
현역 의원?

보건복지부가 장관 후보자의 무덤이 되고 있는 만큼 세 번째로 지명되는 후보자는 부담이 클 전망이다. 하지만 장관 공백이 길어지면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 마냥 후보자 지명을 늦출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인사청문회 통과가 한결 수월한 현직 의원들이 거론된다. 세 번째 낙마까지 이어지지 않게 안전한 후보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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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