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떠나는 여름휴가 ④합천 오도산자연휴양림

아름다운 치유와 휴식의 시간

오도산자연휴양림은 2002년 오도산 북서쪽 미녀산과 숙성산 사이 깊은 기슭을 따라 조성했다. 해발 700m 이상 고지대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삼림욕을 하기 좋고, 계곡이 깊어 여름철 휴가지로도 제격이다.

휴양림은 천천히 둘러보자. 차는 매표소부터 삼밭등약수터 인근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 1.6㎞를 이동할 수 있다. 곳곳에 자리 잡은 야영 덱이 눈에 들어온다. 3×3m, 4×4m 크기 덱 81면이 있다. 휴양림 가장 깊은 상류 쪽부터 1번 덱이 자리하고, 계곡 중류 및 하류 쪽 45~81번 덱은 전기 사용이 가능하다.

취사장과 샤워장 등 편의시설, 매점,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트램펄린도 있다. 특히 계곡을 낀 물놀이장 8곳이 유명하다. 숙박시설은 숲속의집 18실, 치유의숲과 함께 조성한 독채 6실, 청소년수련관(30인 수용)이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

오도산자연휴양림은 2018년 치유의숲을 개장하고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힐링과 휴식의 공간으로 거듭났다. 치유의숲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사가 선정한 ‘추천 웰니스 관광지’에 들기도 했다. 치유 프로그램은 치유의숲 센터에서 시작한다.

치유의숲 센터는 건강도 지수를 측정하고, 만들기 체험과 온열 치유 프로그램을 준비 및 진행하는 공간이다. 치유 프로그램은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 온열 치유 프로그램 두 가지로 운영한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체성분과 스트레스 및 혈관 건강도 지수를 측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언도 듣는다. 치유의숲 센터에서 나오면 치유의숲이 이어진다. 울창한 소나무 숲에 난 길로, 야자 매트를 깔아 걷기 편하다. 20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고, 선베드와 너른 덱이 놓여 산책과 휴식에 적당하다.

이때 산림치유지도사가 동행하며, 일반인과 가족, 65세 이상 어르신, 다문화 가족, 임산부 등 참가 대상이나 인원, 진행 상황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 보고 느끼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자연 속에서 참가자의 감성까지 움직인다. 산림치유지도사는 단순히 전달자가 아니라, 자연과 참가자를 연결하는 멘토다. 먼저 숲과 인사한다.

입구에서 초록색 가득한 숲을 바라보며 숨 쉬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이어 숲길을 산책하며 숲에 사는 생명체를 하나둘 만난다. 쭉쭉 뻗은 소나무, 키 작은 떨기나무, 들꽃 등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잎을 만지고 향기를 맡고 손톱만한 꽃을 본다.

중심이 되는 활동은 요가와 명상이다. 너른 덱에 매트를 깔고 앉아 숲과 온전히 하나가 된다. 명상하는 동안 그동안 잘 느끼지 못한 바람 소리와 새소리, 바람에 잎이 부딪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고 머릿속이 맑아진다. 해먹 명상 시간이 가장 인기 있다. 나무 사이에 해먹을 걸고 누워 어머니 품속 같은 포근함을 느껴본다. 명상이 아니라도 잠시 잠을 청하거나, 흔들리는 숲과 하늘을 보기만 해도 좋다.

고지대 소나무 숲에서 삼림욕
계곡이 깊어 여름철 휴가로 제격

치유의숲에서 내려오면 족욕 체험으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치유의숲 센터 앞에 족욕장이 있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숲멍’에 빠져보자. 따뜻한 차까지 마시면 이처럼 아름다운 시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온열 치유 프로그램은 주로 실내에서 진행한다. 산림 치유 프로그램처럼 건강도 지수를 측정하고 건식 편백 반신욕, 족욕, 경혈 안마 매트, 마그마 탄소방 등 온열 치유를 한다. 최신 설비를 저렴하게 이용하며 다양한 온열 치유를 경험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산림 치유와 온열 치유 프로그램은 매일 2회(오전 10시, 오후 2시/2시간 소요, 월요일 휴관) 진행한다. 전화로 예약해야 하며, 참가비는 어른 1만원, 청소년 및 어린이 5000원이다.

휴양림에서 하룻밤 묵는다면 오도산전망대에 꼭 가보자. 휴양림에서 나와 가야마을까지 간 뒤 임도를 따라 10㎞ 오르면 정상이다. 오도산 정상에 차로 갈 수 있는 것은 KT 통신소 때문이다. 통신소 조성 당시 산자락을 13m나 깎았다고 한다. 경사가 급한 길이 구불구불하고, 마주 오는 차량도 주의해야 한다.

정상에서 남쪽으로 합천호와 황매산, 북쪽으로 해인사가 깃든 가야산, 두무산, 비계산, 거창 우두산, 그 너머로 덕유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도산은 1962년 덫에 표범이 잡혀 우리나라 마지막 표범의 흔적이 있는 산이다. 오도산 정상 가는 길 8부 능선쯤 ‘한국의 마지막 표범 서식지’ 표석이 있다.

대장경테마파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을 주제로 조성한 공간이다. 팔만대장경의 모든 것을 알아보는 대장경천년관, 5D 영상과 VR 체험을 하는 빛소리관, 기록 문화를 생생하게 체험하는 기록문화관 등으로 구성된다.

기록문화관 3층에는 강화도에서 해인사까지 이어지는 팔만대장경 이운순례길과 우리나라 사계절을 모티프로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를 전시한다. 아름다운 색채와 빛의 영상이 음악과 어우러져 사진촬영 명소다. 대장경테마파크 아래 가야천을 따라 이어지는 해인사소리길을 걷고, 천년 고찰 해인사에 들러볼 일이다.

합천 읍내를 흐르는 황강에서는 매년 6월이면 황강 카누 체험행사가 열린다. 수상 안전교육과 패들링 교육을 받으면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합천5경으로 꼽히는 함벽루(경남문화재자료)의 빼어난 풍경 감상은 덤이다. 주말과 여름휴가 시즌(7월25일~8월15일)에 현장 접수로 하루 4회 운영한다.

정양늪생태공원

황강에 이웃한 정양늪생태공원은 배후습지 정양늪의 생태를 온전히 만나는 곳이다. 1만년 전 해수면 상승으로 낙동강이 범람해 생긴 정양늪은 합천댐이 들어서며 한때 수위가 낮아져 개발 압력이 거셌지만, 생태 보존을 택해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정양늪생태학습관을 둘러보고 옥상에서 정양늪 전경을 조망한 뒤, 500m 정도 이어지는 수상 덱을 따라 산책한다. 6월에는 ‘논에 사는 생물들’이라는 주제로 생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해설사와 함께 정양늪을 둘러보며 생태 이야기를 듣고, 아빠 물자라 목걸이를 만든다. 체험 프로그램은 하루 3회(오전 10시30분, 오후 2시·4시) 운영하며, 1시간 정도 걸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오도산자연휴양림→오도산전망대→대장경테마파크→해인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정양늪생태공원→황강 카누 체험→해인사→대장경테마파크→오도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오도산자연휴양림→오도산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합천문화관광 www.hc.go.kr/tour.web
- 오도산자연휴양림 www.foresttrip.go.kr
- 황강 카누 체험 https://cafe.daum.net/hpsign/kBeG/472
- 정양늪생태공원 www.hc.go.kr/jungyang.web


문의 전화
- 합천군청 관광진흥과 055)930-4668
- 오도산자연휴양림 055)930-3733
- 치유 프로그램 예약 055)930-3739
- 황강 카누 체험 010-8858-3655
- 정양늪생태공원 055)930-3343

대중교통
[버스] 서울-합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회(07:50, 17:00) 운행, 약 4시간 소요. 합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도산자연휴양림까지 택시 이용(약 3만원).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5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합천시외버스터미널 1688-4460

자가운전
광주대구고속도로 해인사 IC→합천·야로 방면 좌회전, 16.8㎞ 직진→오도산자연휴양림 방면 오도산휴양로 우회전, 3.3㎞ 직진→오도산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오도산자연휴양림: 봉산면 오도산휴양로, 055)930-3733, www.foresttrip.go.kr
- 달의정원: 가야면 치인1길, 055)934-0107, https://dalsgarden.co.kr
- 대장경오토캠핑장: 가야면 가야산로, 055)933-2058, www.djgauto.kr
- 정양레포츠공원오토캠핑장: 대양면 정양리, 055)931-4665, http://hcjypark.com
- 달콤한하루모텔&리조트: 야로면 가야산로, 055)931-1006

식당 정보
- 카페율피: 율피돈가스, 봉산면 영서로, 055)931-9311
- 댕김도시락: 댕김연잎밥도시락, 가야면 가야산로, 0507-1358-8087
- 삼일식당: 자연산송이버섯국정식, 가야면 치인1길, 055)932-7254
- 고바우식당: 산채한정식, 가야면 치인1길, 055)932-7311, https://gobaugobau.modoo.at
- 적사부: 간짜장, 합천읍 동서로, 055)  931-5033

주변 볼거리
합천 함벽루, 합천영상테마파크, 황계폭포, 황매산군립공원, 대암산 운석 충돌구(적중·초계분지), 합천박물관, 합천 옥전 고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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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