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퇴출?’ 이준석 시한부 시나리오

선거용 추잉껌? 단물 다 빠졌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에서 이준석 대표를 빼먹을 대로 다 빼먹은 모양새다.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징계 여부가 곧 결판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는 그런 사실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왜인지 답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듯하다. 이젠 본인의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굵직한 두 선거 전부터 이 대표의 위기는 수차례 있었다. 취임 직후 한 달 만에 리더십 위기가 찾아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지지율이 급락하자, 당의 분란을 일으키며 이른바 ‘책임 사퇴론’이 가해지기도 했다.

성상납
진실은?

지금까지는 사퇴설이 제기돼도 잘 버텼다. 이 대표 흔들기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계속됐다. ‘대선·지선 승리 대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지는 반대로 좁아져만 간다. 

이 대표는 잘 버텨왔다. 당내 중진 의원들에게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며 내홍과 결합을 반복했고, 어느덧 취임 1년을 넘겼다. 그는 1주년 기자간담회서 전시에만 몰두해 평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흔드는 세력을 겨냥한 듯 본격적인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평소 리더십을 평가받을 시험대에 올랐다면,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정치 운명에 위기를 맞은 모양새다. 그동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세력이 이 대표를 흔들던 리더십 논란과는 결이 다르다.


그동안 끊임없이 사퇴설이 나왔으나 이 대표는 이를 무시해왔다. 그러나 지방선거에 앞서 제기된 성상납 의혹이치명적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성상납 의혹은 이 대표가 2013년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 시절 대전에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와 장모 이사로부터 성상납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 측에서 성상납 의혹을 제기하자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철근 정무실장이 제보자와 만나 증거인멸을 지시했다. 

윤리위는 가세연 측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전체회의를 열고 이 대표의 윤리위 회부를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현직 당 대표가 징계 안건으로 윤리위에 정식 회부된 사례는 역사상 처음이다.

관건은 성상납 자체에 대한 의혹보다는 증거인멸교사 여부로 성상납 의혹은 공소시효가 끝나 사실상 처벌이 어렵다. 다만 증거인멸교사 사안에 대해 충분히 소명하지 못할 경우 이 윤리위의 중징계는 불가피해 보인다.

윤리위는 지난 22일, 증거인멸교사 의혹을 받는 김 실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5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소명을 들었다. 그 결과 윤리위는 김 실장의 징계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절대 안 물러난다” 버티기
잘리면 윤정부 동력도 타격

이 대표는 윤리위가 열리는 동안 윤리위에 출석하겠다고 의사를 표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가 출석 의사를 밝혔음에도 윤리위 측에서 올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전달했다고 한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실장 징계를 시작으로 이 대표도 사실상 징계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나 심의, 의결은 이 대표의 소명을 들은 뒤 내달 7일에 나올 예정이다. 

윤리위 징계는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고 ▲제명 4가지로 구성돼있다. 이 대표가 당원권 정지 이상의 징계를 받는다면 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경우 향후 정치적 행보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윤리위 결정이 연기되자 이 대표는 “2주 뒤에 뭐가 달라지겠느냐. 당 혼란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윤리위가 확신에 차서 정치적 후폭풍을 감내하려는 게 없다. 애매하게 이 대표를 흔든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가 한 단계 낮은 수준인 경고를 받아, 대표직을 유지한다고 해도 정치적 타격은 배제할 수 없다.

경고 자체가 이 대표의 의혹을 인정한다는 결정이기 때문에 리더십에 흠집이 난다.  

일각에서는 윤리위의 징계 연기를 두고 이 대표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실장의 징계 절차가 개시된 이상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징계 수위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윤리위가 징계 결정을 2주 뒤로 미루면서 보름의 시간은 확보했으나 이 대표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해 보인다. 주어진 선택지가 많지 않은 데다 자진 사퇴 혹은 최악의 경우 퇴출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버텼는데…

이 대표 측은 아직까진 애써 참고 있는 중이다. 최근 그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듯 이미 로마 전쟁의 영웅인 스키피오에 자신을 빗대어 표현한 바 있다. 젊은 전쟁 영웅 스키피오는 한니발이 이끄는 카르타고를 꺾고, 포에니 전쟁서 승리했지만 정치싸움에 패배해 물러났다. 

이 대표가 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경우에 대한 시나리오가 정치권 안팎으로 횡행하고 있다. 평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면 대선·지선에서 승리한 당 대표라는 타이틀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 언급될 만큼 정치적 몸집이 커졌다. 사퇴로 인한 후폭풍은 오롯이 이 대표에게 돌아간다.

이준석 친위대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출발한 혁신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 이 대표는 이번 지선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최재형 의원을 필두로 총 15명 규모의 혁신위를 띄웠다. 부위원장인 조해진 의원을 제외하고, 현역 의원으로만 구성됐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혁신위를 토대로 당의 세력 확장에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 내부서도 즉시 당내 세력을 다지기 위한 목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선거에서 이긴 정당이 혁신위를 발족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혁신위는 이 대표 본인의 리스크 및 사조직 논란 속에 늦게 출범됐다. 위원회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이 대표가 사퇴한다면 반대 세력에 부딪혀 혁신위 활동도 함께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차기 행보를 고려했을 때 당내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당내 입지가 좁은 이 대표로선 혁신위의 영향력을 키우는 게 필수 과제다. 실제로 당내서 이준석계라고 할만한 인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 금배지도 달아보지 못한 그가 사퇴하면서 혁신위마저 동력을 잃을 경우 다음 행보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권 도전 외에도 원내 진입을 노리고 있는 만큼 조기에 불명예로 물러나게 되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내 기반이 사라진 뒤 원외서 세를 모으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이 대표 사퇴 시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과 함께 비대위 체제 전환까지 거론된다. 

자의? 타의?
선택의 시간


이 대표가 사퇴할 경우 1년 임기의 당 대표는 힘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탓에 차라리 월말까지 비대위 체제로 세를 정비한 뒤, 전당대회를 열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임기 2년의 새로운 당 대표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시나리오가 오히려 윤석열정부의 힘을 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잃을 게 많은 만큼 득이 될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이 대표는 과거와 다른 방향으로 정당을 이끌고 있다. 취임 전 14만명에 불과했던 당원 수는 이 대표 취임 이후 80만명까지 증가했다. 원외 확장에 지대한 공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부동층이 많은 청년층 특성상 국민의힘 지지에 힘을 실어줄지는 미지수다.

이는 윤리위가 징계에 대해 신속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계속 연기하는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도 해석된다.

다만 이 대표가 대표직을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남은 기간 본인의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최후의 보루는 당 대표 권한으로 윤리위를 해산시키거나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징계안을 재논의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친윤(친 윤석열) 혹은 윤핵관 세력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적인 길은 자진 탈당 후 창당을 택할 수도 있다. 실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창당설이 흘러 나온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 역시 창당 가능성을 점쳤다. 박 전 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총선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얘기되는 이 대표의 창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쫓겨난 뒤 불복하고 창당?
오히려 당내 혼란만 가중

창당을 하게 된다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손잡을 수 있다. 앞서 이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바른정당을 함께 창당하는 등 이력을 갖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계 은퇴를 번복한 뒤 경기도지사에 나섰다가 경선서 고배를 마셨던 바 있다. 

경선 탈락 후 북콘서트를 여는 등 정치 재기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유 전 의원 역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려면 이 대표가 필요하다. 

유 전 의원 역시 이 대표처럼 청년층에게 인기 있는 정치인이다. 두 인물이 손을 잡는다면 반윤석열 구도를 형성해나갈 수 있고, 이 대표 본인이 원하는 대로 개혁 보수 이미지를 짙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나간다면 당장은 한시름 덜 수 있다. 윤핵관 세력이 당을 안정시키기 용이한 까닭이다. 문제는 당 이미지인데 신선하고 젊은 피가 사라지는 것이다. 다시 꼰대 보수 정당으로 회귀할 수 있는 탓에 이 대표가 확장해 놓은 중도층까지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친윤계와 친안철수계의 당권 잡기 싸움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히려 당내 주도권 싸움이 더 심화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는 장제원 의원이 안철수 의원을 밀고 있는 모양새지만, 안 의원 역시 국민의힘 내에서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유승민과
손잡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를 물러나게 하는 것 자체가 망국적”이라며 “윤정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자해 행위”라고 우려했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나가라고 사실상 종용하는 수준이다. 몰아내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위치가 애매한 사람들의 몸부림”이라고 비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제아 이준석?

 

위기를 맞고 있는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최고위와도 갈등을 겪고 있다.

지난 20일 비공개 회의 과정에서 배현진 의원과 고성을 주고받으며 충돌했다.

두 인물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몫인 최고위원 인선을 두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최근에는 대놓고 갈등을 드러냈다.

배 의원이 지난 23일, 이 대표를 향해 손을 건넸으나 이 대표가 매몰차게 거절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몫의 최고위원 추천은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의 갈등까지 이어진다.

안 의원은 최고위원으로 국민의당 김윤 전 서울시당위원장,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을 추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불가라는 입장이 뚜렷하다.

이런 탓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재에 나섰으나 현재 지도부의 의견이 엇갈리는 탓에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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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