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 ‘고무줄’ 연구용역비 논란

이랬다 저랬다 부르는 게 값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연구용역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노조와 시민단체 측은 용역 비용이 지나치게 많다고 주장하며 연구기관 선정 특혜 의혹마저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공단 측은 비용은 타당하며 기관 선정도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입장을 밝혔다.

철도노조가 국가철도공단(이하 철도공단)이 발주한 60억원 규모 연구용역의 적정성과 투명성을 평가해달라며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노조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연구용역의 규모와 내용, 연구진 구성에 문제가 없는지 철저한 조사와 감독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극히 이례적

철도공단은 지난해 11월 ‘전환기 철도 중심 교통체계 정립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용역 수행기관은 대한교통학회, 연구 기한은 2023년 11월이다. 노조는 철도 정책연구용역에서 60억원이라는 용역비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철도 등 교통산업과 관련한 연구용역비가 보통 수천만원에서 많아야 4억원 수준인데 해당 연구용역에는 수십배의 용역비가 책정됐다는 설명이다. ‘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연구’의 경우에도 용역비는 2억3000만원 수준이었다.

연구용역의 과업 내용이 발주기관인 철도공단의 소관 업무 범위를 벗어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해당 연구용역은 주요 과업 내용으로 ▲국가교통체계 현황 분석 및 여건 변화 전망 ▲철도 중심의 국가교통체계(안) 마련 ▲미래 철도망 구축 기본방향 및 정책방향 정립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 2021년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을 발표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철도공단이 자신의 소관을 벗어난 별도의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국토부와의 업무 중복이며 세금 낭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용역 수행기관 선정과 연구진 구성도 적절하지 못하다고 했다. 해당 연구용역은 두 차례 입찰 끝에 두 번 모두 단독 응찰한 대한교통학회가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노조는 “통상 철도 분야의 정책연구용역은 국책 전문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나 철도기술연구원 등의 법인이 수주해왔지만, 이번 연구용역은 개인 회원으로 구성한 학회가 수주하는 형식이라 60억원에 이르는 연구용역비도 법인이 아닌 참여 연구원 개인들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밝혔다.

노조 “60억 연구용역 과다책정” 주장
공단 “적정하다”면서 28억으로 조정

용역 수행기관 선정에 철도공단 이사장과의 친분이 작용했다거나 연구진이 철도민영화 옹호론자들로 구성됐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노조는 “연구책임자인 서선덕 명예교수는 과거 브라질 고속철도한국사업단장 시 사업비를 너무 낮게 산정해 해임됐으며 최근까지 철도업계에서 별다른 활동을 한 적이 없었으나, 김한영 철도공단 이사장과는 오랜 친분관계에 있다”면서 “부책임연구자인 이재훈 박사는 전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김한영 이사장의 국토부 재직 시절, 수서발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 정책을 백업하며 정책 추진을 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연구용역은 작년 12월7일 착수보고회가 열렸지만 그 어디에도 개최 사실이 보도되지 않았고, 유관기관인 한국철도공사나 철도기술연구원 등에 통보하고 참석을 요청한 적도 없었다”면서 “왜 학술정책 연구용역비가 60억원이나 돼야 하는지, 두 차례 모두 대한교통학회가 단독 응찰해 수주한 것이 과연 우연인지, 연구용역의 규모와 내용, 연구진 구성 등에 절차적 문제는 없는지, 용역착수 보고회조차 비공개로 할 정도로 신뢰성 등에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철도공단은 이 같은 지적에 “연구용역 규모는 적정하다”고 반박했다. 철도공단은 해명 보도자료를 통해 “본 연구용역은 장래 50년 미래 환경변화에 따른 철도정책 발굴 및 철도망 구축을 위한 연구용역으로 규모와 연구진 구성은 적정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국가적 과제인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철도정책 발굴의 시급성과 연구성과의 조기 도출을 위해 용역 규모를 28억원으로 조정했다”며 “일부 연구진을 보완해 추진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여전한 논란

철도공단의 해명 이후에도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철도공단의 용역비 논란이 제기된 뒤 갑자기 금액을 조정한 배경과 수십억에 달하는 비용 산정에 대한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 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이는 “연구용역 규모는 적정하다”고 했던 철도공단의 해명에 반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ktikt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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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